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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SK전 11연패를 끊은 사도스키와 불펜투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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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이어온 11연패의 악몽, 자신감 가득한 선수들과 팬들의 마음과는 달리 SK전은 항상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롯데는 다시 한 번 자신감과 승리의 의지를 장착하고 SK전 11연패를 끊기 위해 인천 문학구장으로 향했고, 팬들의 응원은 그들의 힘찬 발걸음의 후원자가 되어 동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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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9일 경기 리뷰 >


 문학구장에 입성한 롯데를 SK는 첫 경기부터 카도쿠라라는 거대한 벽으로 막고 있었다.

다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카도쿠라가 선봉에 선 SK를 공략하기는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롯데도 사도스키라는 걸출한 선수를 선봉에 세웠기에 거대한 장벽 앞에서도 여전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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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전투요원이 된 사도스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말, 기습공격을 받은 사도스키 -


 롯데는 1회 감주찬이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하며 카도쿠라의 공략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는 듯 했다. 

하지만 후속 타자들이 외야플라이와 병살타로 물러나며 약간의 실망감을 안겼다.


1회말 수비가 시작되자마자 사도스키는 상대에게 기습홈런을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다.

SK의 선두타자 박재상에게 1-1의 볼 카운트에서 던진 바깥쪽 슬라이더가 높게 형성되면서 홈런을 맞고 말았다.


 경기 초반 사도스키의 제구력은 안정을 찾지 못했다.

공이 높게 제구 되면서 2번 타자 정근우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허용하며 두 타자 연속 출루를 허용했다.

정근우가 1루에 나간 뒤 도루에 성공하고 김재현의 내야 땅볼에 3루까지 진루하였고, 사도스키는 원 아웃 주자 3루의 또 한번의 위기를 맞았다.


SK는 득점을 위한 정석적인 플레이를 보였다.

원 아웃 상황에 발 빠른 주자가 3루에 있으니 희생플라이면 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었고, 박정권은 가벼운 스윙으로 좌익수 플라이를 쳐내며 정근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1회말의 수비는 사도스키가 제구력의 문제를 보이며 팬들에게 걱정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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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스키에게 홈런을 뽑아낸 박재상 (사진출처:SK와이번스홈피)


- 2회말, 여전한 제구력 문제와 추가 실점 -


 2회초의 공격에서도 선두타자가 출루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결국 후속 타자들이 삼진 두 개와 라인드라이브로 물러난 롯데는 점수를 올리지 못하고 2회말 수비로 넘어왔다.


1회에 제구력 문제를 보였던 사도스키는 2회말에도 여전히 제구력 문제를 보였다.

선두타자 박경완을 상대로 2-1의 좋은 볼 카운트를 잡고도 볼과 파울을 허용하더니 6개째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선두타자를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한 뒤 박재홍을 외야플라이로 처리했지만 공이 높게 제구 된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불안감은 여전했다.


나주환을 상대며 던진 초구도 높게 제구 되고 말았다. 한복판 높게 제구 된 공은 나주환의 방망이에 맞아나갔고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르게 통과하는 좌전안타가 되었다.

원 아웃 주자 1, 2루의 위기에서 사도스키는 결국 임훈에게도 안타를 맞으며 1회에 이어 2회에도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2회말의 수비에서는 실점 이후 더블스틸을 허용하며 원 아웃 주자 2, 3루의 위기에 몰렸음에도 내야땅볼과 삼진으로 더 이상의 실점을 하지 않았던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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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정근우의 도루를 허용한 롯데 (사진출처:SK와이번스홈피)


- 3회말, 연속적인 실점 -


 롯데의 공격은 3회에도 타자가 출루에는 성공하였지만 또 다시 병살타가 나오고 말았다. 

반면 사도스키는 1, 2회에 이어 3회에도 SK에게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3회의 실점은 사도스키의 자책점이 아닌 2루수 조성환의 실책으로 인한 실점이 되었다.


SK는 원 아웃 상황에서 박정권이 좌익수 왼쪽 안타를 치고 출루하여 2루 도루에 성공하였고, 최정이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하였다.


원 아웃의 주자 1, 2루 상황, 사도스키는 첫 타석에서 봄에 맞는 볼로 출루시켰던 박경완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 할 것만 같았던 이때, 조성환의 실책이 나왔다.

박경완의 땅볼타구를 잡은 유격수 문규현이 2루수에게 정확하게 연결하였지만 조성환은 공을 잡지 못하였고 공은 중견수 쪽으로 흘러갔다.

조성환의 실책에 SK의 2루 주자 박정권은 재빠른 판단으로 홈으로 쇄도하였고, 롯데는 1, 2회에 이어 3회에도 실점을 하고 말았다.


한동안 탄탄한 수비를 보였던 2루수에서 오랜만에 나온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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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조성환의 실책장면 (사진출처:SK와이번스홈피)


- 5회초, 홈런포로 SK를 위협하다 -


 롯데는 4회까지 매 이닝 한명의 타자가 출루하였다. 하지만 병살타가 3개나 나오면서 이렇다할 득점의 찬스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4회까지 모든 이닝 주자가 나갔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던 롯데는 5회초 드디어 반격에 나섰다.

롯데의 반격은 올 시즌 롯데의 가장 큰 장점인 홈런포로 시작되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홍성흔은 볼 하나를 흘려보낸 뒤 카도쿠라의 2구째 높게 제구 된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홈런을 만들었다.

홍성흔의 홈런은 4경기 연속 홈런이 됨과 동시에 이 경기 롯데의 첫 득점이 되었다.


 홍성흔의 홈런으로 첫 득점에 성공하자 분위기는 묘하게 롯데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로 타석에 오른 가르시아는 카도쿠라의 초구를 잡아당겼고, 강습타구긴 했지만 내야 땅볼 아웃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5회 부터 박정권과 교체되어 1루수 나선 박정환은 타구를 가랑이 사이로 흘리는 실책을 범하였고, 롯데는 무사 1루의 행운을 얻었다.


홍성흔의 홈런과 상대의 실책으로 롯데쪽으로 흘러오기 시작한 분위기를 강민호는 놓치지 않았다.

1-1의 볼 카운트에서 무릎 쪽 낮게 제구 되는 변화구를 잡아 당겼고 타구는 큰 포물선을 그리며 좌측 폴대 안쪽으로 떨어지는 홈런이 되었다.

4대0으로 이끌려오던 스코어를 순식간에 4대3의 스코어로 만들며 SK를 턱밑까지 추격하였다.


5회초 롯데의 득점은 롯데의 강점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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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경기 연속 홈런의 시작인 지난 화요일 홈런장면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7회초, 전화위복이란 이런 것? 역전에 성공 -


 경기 초반 제구력에 문제를 보이며 4실점 했던 가르시아는 3회의 실점 이후 전혀 다른 모습으로 SK의 타선을 꽁꽁 묶으며 4,5,6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처리하고 있었다.

사도스키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SK를 묶으니 롯데의 타선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공격을 이어나갔고, 드디어 7회에는 역전에 성공하였다.


5회에 두 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3실점 했던 카도쿠라의 투구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장타를 의식한 탓인지 지나칠 정도로 포크볼의 비중이 높아져 있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홍성흔은 달라진 쿠도쿠라의 투구에 당하며 삼진아웃으로 물러났지만 홍성흔을 상대하는 카도쿠라의 투구를 지켜본 가르시아와 강민호는 달랐다.

가르시아와 강민호는 카도쿠라의 가운데에서 아래도 떨어지는 포크볼을 잘 골라내며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하였다.


볼넷 두 개로 카도쿠라가 위기에 몰리자 SK의 김성근 감독은 좌타자 박종윤에 맞춰 좌투수 이승호를 올리는 투수교체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승호와의 승부에서 박종윤은 바깥쪽으로 형성되는 초구를 밀어 쳤다.

맞는 순간 안타라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잘 맞은 타구는 최정의 글러브에 라인드라이브로 빨려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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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좋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강민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박종윤의 타구가 최정의 글러브에 빨려드는 순간 롯데에게 불운이 시작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불운은 순식간에 롯데에게는 전화위복의 찬스로 돌아왔다.

박종윤의 타구를 잡은 최정은 잘 맞은 타구에 스타트를 한 주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1루로 공을 던졌고, 공은 1루수를 지나 관중석 앞 펜스로 향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우익수의 1루수 뒤쪽 백업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2루주자 가르시아는 3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하였다.


SK의 실책은 최정의 송구실책으로 끝나지 않았다. 

급하게 달려가 공을 잡은 정근우는 홈에 들어오는 가르시아를 잡기 위해 홈으로 송구하였고, 공은 또 다시 포수를 지나치며 홈플레이트 뒤 쪽의 그물 안으로 들어갔다.

최정의 실책에는 1득점 밖에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물 안으로 들어간 공에 볼데드가 선언되면서 1루 주자였던 강민호는 자연스럽게 득점에 인정되고 말았다.


실책으로 자멸하던 롯데가 SK의 연속적인 실책으로 역전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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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득점의 관련규정(KBO홈피내용)


- 불펜진의 호투와 박기혁의 호수비 -


 7회초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7회말 수비부터 불펜투수를 가동하였다.


가장 먼저 마운드에 오른 허준혁은 임훈과 박재상을 각각 내야땅볼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정근우에게 아쉬운 유격수 실책에 가까운 내야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허준혁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사율은 대타로 나온 홈런타자 이호준을 상대로 과감한 피칭으로 보였고, 결국 삼진으로 타자를 돌려 세웠다.


김사율이 8회 원 아웃 이후 최정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로이스터 감독은 과감하게 마무리 투수인 임경완을 마운드에 올렸다.

임경완은 박경완에게 2-1의 유리한 볼 카운트에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몰리는 듯 했지만 조동화와 나주환을 각각 2루 땅볼과 포수 앞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위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임경완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두 명의 타자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쉽게 투 아웃을 잡았다.

그리고 정근우도 3루 땅볼을 유도하며 쉽게 경기를 마무리 하는 듯 했지만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마무리는 한 타임 늦춰졌다.


 실책으로 경기를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은 위기로 연결된다.

투 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임경완의 투구를 받아친 이호준의 타구는 유격수 옆을 통과하는 중전 안타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1점차의 승부로 8회부터 경기에 참여한 박기혁은 공을 외야로 통과시키지 않았다.

겨우 공을 건져 올린 박기혁은 어려운 송구자세에서 1루로 정확히 공을 던져 경기를 마무리하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던 SK전 연패를 불펜진의 호투와 박기혁의 호수비로 마무리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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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스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사도스키를 비롯한 투수진이 만든 승리 >


 지난해부터 이어오던 SK전 연패는 드디어 끝이 났다.


연패를 끊은 경기의 수훈은 모든 선수에게 돌아가야한다. 그만큼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기에 가능했던 승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연을 꼭 집어 말하라면 누가 될까?


4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롯데 공격의 출발을 알린 홍성흔?

아니면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려 1점차 추격 타점을 올리고 역적 득점의 주인공이 된 강민호?

물론 위에 언급한 두 명의 선수도 아주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주인공으로 뽑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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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도스키를 비롯한 롯데 불펜진을 주인공으로 뽑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사도스키의 경우 1회에서 3회까지 연속실점을 하며 4실점(3자책점)을 기록하였지만 이후 6회까지 3이닝 동안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으며 역습기회를 만들어 줬다.

특히 마지막 등판이었던 6회말 수비에서 3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하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사도스키의 안정을 찾은 투구는 롯데가 역습하며 SK의 목을 조여 가는 상황에도 상대의 타자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게 하며 그저 롯데의 공격을 지켜보게만 만들었다.


어느새 롯데의 승리조로 자리 잡은 고졸 2년차 허준혁과 10년의 긴 암흑기를 거쳐 드디어 롯데의 중요선수가 된 김사율의 피칭도 완벽했다.

각각 한 개의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팬들이 보기에도 안정감을 느낄 만큼 자신감이 있었고 그만큼 좋은 투구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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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혁과 김사율


 마지막으로 임경완인 정말 '임천사'가 되어 있었다.

5월 8경기에 등판하여 11이닝 동안 단 1실점도 하지 않았던 그는 11연패를 끊기 위해 등판한 이 경기에서도 수비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1 2/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롯데의 승리를 지켰다. 

특히 박경완에게 맞은 안타를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명의 타자를 모두 내야땅볼로 유도한 그의 피칭은 놀라울 정도였다.


SK전의 연패를 기억해 보면 타선의 뛰어난 공격에도 불구하고 투수진이 무너지며 패배하였던 경기도 작지 않았다.

롯데는 드디어 타선과 투수진이 조화를 이루며 SK전 연패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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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임경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SK전 연패에서 벗어난 롯데는 다음 경기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롯데가 SK를 상대하면서 보여준 모습은 실력이외에 다른 강한 힘이 작용하는 듯 했다.

중요한 순간 계속되는 실책과 박빙의 상황에서 무너지는 불펜진으 모습은 실력이외에 다른 큰 힘이 작용함을 확실히 증명했다.


SK전 롯데에게 작용하는 큰 힘은 바로 '중압감'이다.

'SK에게 꼭 이겨야겠다','연패를 끊어야한다'라는 중압감은 야수들과 투수들의 실력을 발휘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었다.


롯데는 드디어 보이지 않는 큰 힘을 부셔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중압감에서 벗어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

자신감에 찬 롯데 선수들의 플레이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