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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류현진을 주저앉힌 강민호의 볼넷과 가르시아의 홈런




 지난 일요일 경기에서 지긋지긋했던 연패를 끊은 롯데는 4위권 진입을 위한 의지를 다시 한 번 새기며 한화를 마산구장으로 불러들였다.

 이번시즌 롯데는 한화와의 대결에서 많은 이벤트가 있었다.
한화는 시즌 초반인 4월 9일 사직구장에서 롯데가 8점차로 이기고 있던 경기를 뒤집으며 롯데팬들에게 충격을 줬을 뿐만 아니라 최근의 6월 13일 경기에서는 롯데의 8연승을 마감시키기도 하며 롯데에게 큰 상처를 안긴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한화가 나쁜 기억만을 남긴것은 아니었다. 
롯데는 지난 6월 11일 경기에서 몇 년 전부터 계속 이어오던 마산경기 10연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고, 그때 제물이 되어준 팀이 바로 한화였다.

과연 6월 22일의 경기에서 한화는 롯데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줄지 관심이 모아졌다.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홍성흔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6월 22일 경기 리뷰 >

 봉인이 해제된 마산구장을 다시 찾은 롯데의 선수들은 연승을 다시 이어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었고 그 선봉에는 이재곤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혜성처럼 나타나 롯데의 5선발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는 이재곤에 대한 팬들의 의문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기에 그가 선발로 나온다 하여도 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재곤이 아닌 상대의 선발투수 류현진의 존재였다.
이번 시즌 모든 라이벌들을 멀찌감치 떨어트리고 독보적인 활약을 보이고 있는 괴물투수 류현진을 상대로 롯데가 팀 장점인 타격을 얼마나 보여 줄 수 있을지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6월 22일 호투를 보인 이재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초, 이재곤의 무난한 출발

 이재곤에 대한 특별한 걱정은 없었지만 어떤 투수라도 1회의 투구가 항상 어렵기 때문에 좀더 집중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이재곤은 첫 상대인 강동우와의 승부에서 좌전안타를 맞은 뒤 도루를 허용하며 약간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지만 자신의 공을 묵묵하게 던졌고 김경언과 장성호를 각각 유격수 땅볼과 2루수 땅볼로 잡은 뒤 홈런 1위인 최진행과의 승부에서 0-1의 볼카운트에서 연속 3개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삼진을 잡아냈다.

1회에 보여준 이재곤의 모습은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장점들을 모두 보여줬기에 이후의 투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다.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말, 싱겁게 끝난 이대호와 류현진의 첫 번째 대결 

 이날 경기는 양팀의 승부이외에도 최고타자 이대호와 최고투수 류현진의 대결도 큰 관심이 모아졌다.
이번 시즌 한경기도 빠짐없이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과 타율, 홈런에서 1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대호의 대결은 양팀 팬들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사가 되기 충분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첫 번째 승부는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홍성흔의 볼넷 이후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류현진의 초구를 노렸지만 낮게 제구 되는 슬라이더를 빗맞춰 평범한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난 것이다.

6월 22일의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3회말, 이 VS 류의 두 번째 대결 , 이대호의 삼진 

 투수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롯데는 3회말 공격에서 중심타선이 득점의 기회를 만들었다.

 선두타자 박기혁이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고, 김주찬이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며 3회말의 공격도 싱겁게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조성환 - 혼성흔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천하의 류현진이라도 쉽게 넘어 갈수 없는 상대였다.
조성환이 1-3의 볼카운트에서 중전안타를 치며 출루에 성공했고, 홍성흔은 초구를 공략해 배트가 부러지는 가운데도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롯데에게는 큰 찬스가 만들어졌다. 괴물투수 류현진을 상대하며 이대호 앞에 2명의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은 경기 중 가장 큰 찬스가 될 지도 몰랐다.
앞선 타석에서 이대호가 평범한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나긴 했지만 경기 전까지 류현진을 상대로 6타수 3안타를 기록하고 있었고, 류현진의 데뷔 이후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 이대호의 한방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러나 결과는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대호가 2-1의 볼카운트에서 몸 쪽 직구에 스텐딩 삼진을 당한 것이다.
류현진은 괴물투수답게 이대호를 상대로 공격적인 볼 배합을 했고 이대호는 그 볼 배합에 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김주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5회초, 아쉬운 수비와 이재곤의 2실점

 4회까지도 양팀의 대결은 팽팽한 투수전이 연결되었다.
이재곤은 류현진을 상대로 전혀 부족하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오히려 류현진은 매 이닝 1~2명의 주자를 내보낸 반면 이재곤은 1회의 선두타자 출루 이후에 단 한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고 있었다.

 좋은 투구를 계속 보이던 이재곤에게 5회초 수비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선두타자인 김태완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재곤은 김태완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송광민과의 승부에서 우중간 담장을 원바운드로 넘기는 인정 2루타(그라운드 룰 더블 or 언타이틀 투 베이스)를 허용하며 무사 주자 2, 3루에 몰렸다.

 이재곤은 위기에 몰렸지만 1회와 마찬가지로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롯데의 내야진은 이재곤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무사 주자 1, 3루에서 전태현을 상대로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를 늘린 이재곤은 다음 타자인 신경현에게도 1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다시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 듯 보였지만 1루수 김주찬이 공을 더듬는 실책을 저지르면서 3루 주자에게 홈을 허용했고 타자주자도 살려주게 되었다.

 김주찬의 실책으로 1점을 허용한 롯데는 다음 타자인 이대수와의 승부에서도 아쉬운 수비를 보였다.
이재곤은 이대수와의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3루수 옆을 스치는 좌전안타를 허용하며 1점을 추가로 내주게 되었는데, 이 타구가 이대호의 글러브 아래를 지나갔기에 조금 날렵한 수비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재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다시 시작된 투수전

 5회의 2실점을 허용했지만 이재곤은 여전히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었다.
6회에 최진행을 상대로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고, 8회에는 두 개의 안타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류현진의 호투도 역시 계속 되었다.
6회까지 매 이닝에 주자를 내보내긴 했지만 모두 투 아웃 이후에 내보낸 주자였기 때문에 큰 위협은 되지 않았고, 7, 8회 두 이닝에서는 롯데 타자들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오히려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좋은 피칭을 보이고 있었다.

가르시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9회말, 가르시아의 동점 홈런

 3회말 투 아웃 주자 1,2루의 찬스를 놓친 이후 롯데는 류현진을 상대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롯데의 타자들은 마지막까지 승리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았고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기회를 만들었다.

 류현진을 흔든 롯데의 타자는 강민호였다.
강민호는 9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고 류현진의 유인구를 잘 골라내며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하였다.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하였지만 괴물투수 류현진을 상대로 2점을 뽑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않다. 그에게 연속안타를 뽑아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에게는 홈런포라는 큰 무기기 있었다. 연속안타는 힘들지 몰라도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 가능했다.

 강민호 다음 타자인 가르시아는 홈런포에 누구보다 적합한 인물이었다. 
타석에 들어선 가르시아는 류현진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뒤 두 번째 높은 공을 잡아당겼고,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타구는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동점 투런 홈런이 되었다.

가르시아의 홈런은 롯데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줬다. 류현진의 투구에 계속 끌려왔고 2점의 리드를 당하고 있었지만 단 하나의 홈런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박기혁과 조성환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박기혁의 부상 

 동점을 만든 롯데는 9회말의 공격에서 역전의 기회도 만들었다.

류현진이 물러난 투 아웃 상황에서 박기혁이 양훈을 상대로 투수 가랑이 사이를 빠지는 중전안타로 출루하였고, 김주찬이 볼넷을 얻어내며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다.

 끝내기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조성환은 초구를 노렸다.
조성환의 땅볼 타구는 상대 유격수의 파인플레이에 잡혔지만 2루수가 송구를 잡지 못하면서 롯데에게 행운이 오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순간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상대의 실책을 보고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던 박기혁이 신경현의 블로킹에 막히면서 부상을 당한 것이다.

 부상을 당한 박기혁은 고통스런 얼굴로 운동장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공필성코치의 등에 업혀 운동장을 빠져나가고 말았다. 관중석에서는 경기를 끝내지 못한 아쉬움보다 박기혁의 부상을 걱정하는 팬들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끝내기 홈런을 치고 기뻐하는 홍성흔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0회말, 홍성흔의 끝내기 홈런

 연장 첫 이닝의 선두타자는 홍성흔이었다.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은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팀의 승리를 위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훈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홍성흔은 이후 3개의 볼을 잘 골라내며 1-3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팀의 승리를 위해 출루에 집중한다는 것은 좋은 공이 들어올때도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1-3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상대투수인 양훈이 던진 공은 타자들이 치기 좋은 높은 곳에 제구 되었고, 4개의 공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던 홍성흔은 바깥쪽 높은 공을 밀어 쳤다.
홍성흔의 방망이에 맞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는 우익수 뒤쪽의 펜스를 넘어가며 끝내기 홈런이 되었다.

홍성흔의 10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롯데는 연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 류현진을 주저앉게 했던 가르시아의 홈런과 강민호의 볼넷 >

 9회말 마지막 공격에 들어갈 때만 하여도 롯데가 동점을 만들고 승리하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만큼 류현진은 완벽한 투구를 보이고 있었으며, 경기 후반에는 더욱 높은 집중력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롯데의 선수들은 류현진의 유일한 실수를 파고들어 동점을 만들었고, 괴물투수는
가르시아의 홈런을 지켜보며 주저앉았다.

강민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강민호의 볼넷, 수훈선수가 아닐까?

2점을 지고 있는 마지막 공격의 선두타자.

 강민호는 9회말 타석에서 자신이 왜 포수인가를 잘 보였다. 
아주 중요한 순간에서 그는 류현진의 볼 배합에 대해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류현진은 3회 이대호와의 승부 이후 경기 동안 홍성흔이나 이대호와 같이 힘이 좋은 타자들을 상대로 쓰리 볼에 몰리지 않는 이상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밑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을 던지며 상대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작은 점수차에 홈런 한방으로 위기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롯데의 타자들의 아주 공격적인 성향을 역으로 이용하기에 좋았을 것이다.
물론 류현진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빠른공과 구분이 쉽지 않다는 베이스가 깔려있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이런 류현진의 패턴은 6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와의 승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이때 볼카운트를 보면 볼 - 헛스윙 - 볼 - 헛스윙 - 헛스윙의 패턴을 보였는데 이대호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공격적인 스윙을 계속 했고, 류현진은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같은 곳에 떨어지는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연속해서 던졌을 뿐이다. 

 류현진은 강민호와의 승부에서도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넣었을 뿐이지 비슷한 패턴의 투구를 했다.
첫 스트라이크 이후 바깥쪽 직구가 볼로 판정 받자 낮게 떨어지는 연속 두개의 변화구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강민호는 속지 않았고, 강민호가 전혀 스윙을 하지 않는 것을 파악한 류현진은 그때서야 한가운데 직구를 던져 2-3의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볼 배합을 파악하며 나름 좋은 볼카운트를 만들었던 강민호는 2-3의 풀 카운트 상황에서도 좋은 승부를 보였다.
류현진이 다시 한 번 던진 낮은 변화구를 잘 커트해낸 뒤 컨트롤이 되지 않은 직구를 골라내 볼넷으로 출루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경기의 수훈선수로 강민호를 뽑고 싶다.

동점홈런을 치고 마스코트와 하이파이브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류현진의 유일한 실투를 공략한 가르시아

 전문가들이 가르시아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확실한 약점이 있지만 실투를 던지면 언제든지 홈런을 맞을 수 있다'이다. 가르시아는 누구나 아는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실투를 놓치지 않고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시킬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9회까지 거의 완벽한 제구를 보이고 있었다. 안타를 허용하거나 볼넷을 허용한 것은 선택의 문제였지 컨트롤이 되지 않은 경우는 없어 보였다.

완벽한 투구를 보이던 류현진은 가르시아의 승부에서 체인지업이 높게 제구 되는 유일한 실투를 저질렀다.
그리고 그 실투를 가르시아는 놓치지 않고 동점 홈런을 만든 것이다.

대한민국 16강 진출 화이팅!!!!!!!

 연패를 기록했던 지난 주, 롯데는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며 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연패를 끊은 일요일 경기와 화요일 경기에서 후반 집중력을 보이며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이런 모습에 '롯데가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해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