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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병상의 은사에게 만병통치약을 선물한 김수완과 넥센의 김성현




 무더위를 피고하픈 서울시민들의 바람이 간절했나보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역에는 연이틀째 소나기가 퍼 부었다.

 8월 4일에 이어 8월 5일에 내린 소나기는 롯데와 두산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줬다.
경기 전 내렸던 8월 4일의 소나기와 달리 8월 5일에 내린 소나기는 경기 중 두 차례나 강한 비를 퍼부었지만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고, 그대로 비를 맞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했다.



< 8월 5일 경기 리뷰 >

 롯데는 이번 두산과의 3연전에서 팀의 미래를 이끌 '이재곤 - 하준호 - 김수완'의 신인 3인방을 각각의 경기에서 선발로 내세웠다.

 시즌 초반만하여도 선발로테이션에 전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던 세 명의 신인 급 선수들이 2위 싸움이 치열한 시점에서 연속 세 경기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는 것에 팬들은 약간의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미래를 위한 실험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흥미를 나타냈다.

 나름 미래를 위한 실험으로 받아들여진 이번 3연전은 8월 5일 경기를 앞두고 펼쳐진 두 경기의 결과에서 절반의 성공만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이미 선발 로테이션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재곤이 완벽한 투구로 완투승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낸 반면, 하준호는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2이닝 동안 6자책점을 기록하는 좋지 않은 투구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의 미래를 이끌 투수 3인방이 주축이 된 이번 3연전의 성공여부는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서는 김수완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다.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을 하게 되는 김수완이 전날 경기에서 폭발적인 타격을 보인 두산의 타선을 상대로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일지 팬들은 관심이 집중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올스타전에서의 홍성흔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초, 임태훈의 초구를 공략한 홍성흔의 솔로 홈런

 전날 경기에서 대패를 당했던 롯데는 1회초 공격에서 선취점을 뽑아내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롯데의 1회초 공격은 출발이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경기에 나선 김주찬이 6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고, 김주찬에 이어 타석에 들어섰던 조성환도 역시 임태훈을 상대로 삼진을 당하며 경기 시작과 함께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상대에게 내준 것이다.

 하지만 롯데에겐 언제라도 홈런포를 쏘아 올릴 중심타전이 존재했다.
최근 경기에서 최고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는 홍성흔이 세 번째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고, 임태훈이 던진 초구가 밋밋한 체인지업으로 들어오자 망설임 없이 방망이를 휘둘러 좌익수 뒤 펜스를 넘기는 선취 솔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1회초 상대투수 임태훈이 김주찬과 조성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보여준 직구는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홍성흔에게 홈런을 허용할 때의 체인지업을 포함하여 변화구는 전체적으로 공이 높게 제구 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수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김수완의 산뜻한 출발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수완은 나름 안정적인 투구 내용으로 팬들을 만족시켰다.


 이 경기를 관전하는 롯데팬들이 가장 관심 있게 본 부분은 아무래도 김수완의 호투여부였을 것이다. 
김수완은 1회말 첫 등판부터 깔끔한 피칭을 보이기 시작했다.
첫 상대였던 이종욱을 초구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김수완은 두 번째 타자 오재원을 상대로 삼진을 뽑아냈고, 이후 김현수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4번 타자인 최준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첫 이닝을 마쳤다.


 1회말 김수완의 투구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패턴의 모습을 보였다.
평소 포크볼을 결정구로 사용하는 빈도가 높았던 김수완은 포크볼의 비중이 낮은 투구를 했고, 속구 위주의 빠른 승부를 하는 투구를 한 것이다.

지난 7월 29일 홈경기에서의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4회초, 이대호의 투런 홈런

 1회초 홍성흔의 홈런으로 경기를 앞서나가기는 했지만 임태훈의 호투에 꼼짝을 하지 못하고 있던 롯데는 4회초 공격에서 또 다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점수 차에 대한 조그마한 여유를 만들었다.


 롯데의 4회초 공격의 포문을 연 선수는 첫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했던 홍성흔이었다.
홍성흔은 조성환이 2루수 프라이로 물러난 원 아웃 상황에 타석에 들어섰고, 1-0의 볼카운트에서 또 다시 밋밋하게 들어오는 변화구를 잡아당겨 좌중간 펜스를 원바운드로 맞추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홍성흔이 출루에 성공하자 타점 기회를 만난 이대호의 집중력은 평소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전날 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하며 개인 최다 홈런기록을 갈아 치웠던 이대호는 1-2의 볼카운트에서 몸쪽의 체인지업성의 변화구를 잡아당겼고, 3루 라인성상을 따라 날아가던 공이 좌측 폴대를 맞고 떨어지면서 큼지막한 투런 홈런을 기록하게 되었다.


 4회초까지도 롯데의 선수들은 임태훈의 직구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홍성흔이 기록한 2루타와 이대호가 만든 홈런은 모두 임태훈의 밋밋한 변화구를 받아쳐서 만들어낸 것이었다.

지난 5월 27일 두산전의 박종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7회초, 박종윤의 솔로 홈런

 두 개의 홈런을 3대0의 리드를 지키고 있던 롯데는 7회초 공격에서 또 다시 홈런포를 기록했다.


 7회초에 나온 홈런포의 주인공은 박종윤이었다.
심한 타격부진을 겪으며 최근 경기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박종윤은 이날 경기에서 오랜만에 선발 출장의 기회를 잡은 상태였다.

 7회초 원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두산의 바뀐 투수 정재훈과 승부를 펼치고 있던 박종윤은 2-2의 볼카운트에서 몸 쪽으로 제구 되는 변화구를 받아쳤고,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아가던 공이 간발의 차이로 우측 폴대 안쪽에 떨어지면서 홈런이 되었다.


 7회초에 나온 박종윤의 홈런은 두산의 김경문 감독이 정재훈을 마운드에 올리며 끝까지 승부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나온 홈런이었기에 의미 있는 홈런이 되었다.

이종욱 (사진출처:두산베어스홈피)

- 7회말, 이종욱의 적시타로 내준 실점

 경기 초반부터 상대의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으며 실점을 하지 않고 있던 롯데는 7회말 수비에서 볼넷이 문제가 되면서 첫 실점을 하고 말았다.


 7회말 롯데는 김수완, 허준혁에 이어 등판한 배장호가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배장호의 7회말 수비는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손시헌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맞은 것이다.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한 배장호는 다음 타자였던 정수빈을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선행주자를 아웃시키는 나름의 방어를 해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원 아웃 주자 1루에 둔 상태에서 만난 이두환과의 승부가 좋지 않았다.
배장호는 초구 두 개의 공으로 파울을 유도하며 2-0의 아주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지만 이후 지나치게 유인구를 던지다 결국 8구 승부 끝에 이두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이다.

 투수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볼넷을 허용하자 로이스터 감독은 투수교체를 지시 할 수밖에 없었다.
강영식이 배장호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고, 이종욱을 상대로 초구에 3루수 옆을 빠지는 좌전 맞아 첫 실점을 하고 말았다.


 7회말 수비에서 실점을 허용하는 안타를 맞은 것은 강영식이었지만 문제는 배장호의 투구에 있었다.
원 아웃 주자 1루의 파워가 있는 이두환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볼넷을 허용하였고, 그로 인해 1루 주자가 2루까지 가게 되면서 안타 한방에 점수를 내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두환이 아무리 2군 리그 홈런 1위와 타율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올라와 첫 타석에 들어선 선수에게 볼넷을 허용한 것은 분명 큰 문제가 있었다.

강영식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강영식의 마무리

 롯데는 7회말 수비에서 강영식을 마운드에 올린 이후 더 이상의 투수교체를 하지 않았다.

 강영식이 7회말 수비에서 마운드에 올라 이종욱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김현수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후 좋은 투구를 보였기에 내린 결정으로 보였다.

 강영식은 감독의 결정에 따른 최상의 플레이를 보였다.
9회말 수비까지 손시헌에게 하나의 안타를 추가로 내줬을 뿐 나머지 타자들을 대부분 내야플라이와 내야땅볼로 처리하며 안정적인 투구를 보인 것이다.


 롯데는 두산과의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였고, 이 경기의 승리로 인해 신인 투수 3인방의 연속 선발등판은 성공적인 결과를 가지게 되었다.
하준호의 투구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재곤과 김수완은 이제 자신들이 더 이상 대체선발 요원이 아님을 말하는 듯했다.



< 병상의 은사에게 만병통치약을 선물한 김수완과 김성현 >

 김수완은 8월 5일 경기에서 중간에 내린 소나기로 인해 마운드에서 물러난 6회까지 5개의 피안타와 2개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이것만 보면 그의 투구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김수완의 피칭은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좋았다. 그나 내준 안타는 시원시원한 정면 승부 끝에 내준 안타였기에 팬들에게 답답함을 주는 그런 피안타도 아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김수완은 주자를 내보낸 다음의 승부가 아주 좋았다.

 경기가 끝난 다음 수훈선수 인터뷰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김수완 (사진출처:한국야구위원회 홈피)

- 제주 관광산업고의 원투펀치 김수완과 김성현의 다른 출발

 경기가 끝난 뒤 이런 저런 인터뷰를 주고받던 중 정우영 캐스터가 넥센의 김성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두 선수가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성현 선수의 활약에 자극이 되나?"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정우영 케스터가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바로 김수완과 김성현이 제주관광 산업고의 동기생임과 동시에 고교시절 모교의 원투 펀치를 이뤘음에도 프로입문과정에서 완전히 다른 과정을 밟아야만 했던 두 선수의 과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김수완과 관련 된 몇 번의 포스팅에서 말했지만 김수완은 2007년 제주관광고 시절 대통령배 대회에서 15년만의 고교야구 노히트노런의 기록을 달성하는 등 김성현과 함께 모교의 원투 펀치를 이뤘지만, 신인지명 2차 1라운드 급으로 평가 받던 당시 언론의 예상과는 달리 프로야구 팀의 지명을 받지 못해 결국 신고 선수로 롯데에 입단하게 되었다.
 반면 김성현은 김수완의 프로야구 입문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밟았다.
김성현은 2008프로야구 신인 드레프트 2차 지명 1라운드에서 전체 순위 6위로 넥센(당시 현대)로 지명되며 데뷔 첫 시즌부터 많은 경기에 등판하며 (2008시즌 선발등판 2회 포함 22경기 등판, 2009시즌 선발 등판 8회 포함 27경기 등판)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된 것이다.
※ 김수완 관련 글들 
김성현 (사진출처:한국야구위원회 홈피)

- 같은날 승리 투수가 된 제주 관광 산업고 원투 펀치

 8월 5일 경기에서 김수완은 두산을 상대로 5 1/3이닝 동안 5피안타 2사사구 무자책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되었다.
그리고 김수완의 고교 동기인 김성현도 역시 목동 경기장에서 펼쳐진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6이닝 동안 3안타 3사사구로 2자책점을 기록한 끝에 승리투수가 되었다고 한다.
절친이자 라이벌인 두 고교 동기생이 같은 날 다른 구장에서 승리투수의 영광을 동시에 누리게 된 것이다.

 이들이 같은 날 승리투수가 된 것이 이번만은 아니다.
이미 지난 7월 22일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각각 김수완은 한화를 상대로 8이닝 동안 1자책점을 기록하며 데뷔 이후 첫 선발승을 챙겼고, 같은 날 김성현은 1위팀 SK를 상대로 6 1/3이닝 동안 1자책점만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되었다.

김수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김수완과 김성현을 키운 성낙수 감독

 김수완과 김성현 두 선수는 모두 다른 대부분의 동기들이 그렇듯 원래부터 제주관광산업고의 학생은 아니었다. 김수완은 김해고, 김성현은 대구고 1학년 시절 제주관광 산업고로 전학을 가게 된 것이다. (제주관광 산업고는 당시 지역 내 유일한 고교 팀이었기 때문에 전국규모의 대회 중 3개 대회를 예선 없이 본선에 진출하는 혜택이 있었고, 전국 대회에 이름을 알리고자 제주산업고로의 전학을 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리고 이 두 선수를 제주고로 전학시키고 코치한 사람이 바로 성낙수 감독이다.
프로야구 원년 투수출신인 그가 재능이 많았던 김수완과 김성현을 제주로 불러들여 최고의 기본기를 익히게 만든 것이다.

 성낙수 감독에 대하 어떤 언론에서는 '제주 야구의 아버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2000년 창단하여 2005년 이전 까지 단 1승을 거두는 것도 힘겨워하던 제주관광 산업고를 2005년 겨울 리그부터 돌풍의 핵으로 만들었고, 이후 지금까지도 제주 관광 산업고를 만만하지 않은 팀으로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성낙수 감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선수를 키운 성낙수 감독이 얼마 전 암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수술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에게 기본기를 배워 최고투수의 자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김수완과 김성현의 승리소식은 그 어떤 만병통치약보다 좋은 보약이 되어 줄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그동안 중계방송을 보면 성낙수 감독에 대한 표현을 자제하는 분위기기 있어 이유를 찾아보니... 91년 마약 복용 혐의로 KBO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이유로 보여지네요..쩝..



< 마무리하면서.. >

 이번 두산과의 원정 3연전에서 롯데는 2승 1패라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두산과의 상대 전적에서 7승 6패의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기록한 2승 1패가 더욱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롯데의 미래를 이끌 투수 3인방과 정성우라는 젊은 선수들이 주역이 된 경기에서 만들어낸 성적이기 때문이다.

 아마 롯데와 4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KIA, LG의 팬들은 이번 3연전에서 롯데가 좋지 않은 성적을 낼 것이라 기대하고 확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롯데의 젊은 선수들은 보란 듯이 2승을 챙겨냈고, KIA와 LG와의 게임차가 좁혀지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이제 롯데는 대전으로 다시 원정을 떠나게 되었다.
무더위 속에서 연속되는 원정 경기가 선수들을 힘들게 만들겠지만, 롯데의 미래를 이끌 신인선수 3인방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기에 주말 한화와의 3연전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