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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SK가 1위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


8월 29일, 사직구장 3년연속 100만 관중 돌파 기념 불꽃쇼 (사진:롯데자이언츠홈피)

 폭염에 지쳐있던 부산시민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비가 드디어 내렸다.
롯데와 SK의 시즌 17차전이 예고되어있던 8월 29일의 늦은 오후, 경기의 시작을 기다리던 야구팬들 머리위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국지성폭우답게 부산에서도 일부지역에서만 아주 짧고 강하게 내렸던 비는 사직구장을 찾은 야구팬들의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해보였다.



< 8월 29일 경기 리뷰 >

 지난 8월 27일 두산전이 끝난 직후 롯데의 팬들은 주말에 있을 SK와의 2연전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롯데를 10년 후를 책임질 이재곤과 김수완이 SK전 팀 연승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8일 토요일 경기에서 이재곤이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5이닝을 채우지 못해 팀의 승리를 이끌지 못했고, 28일 경기에 아쉬움을 느꼈던 롯데의 팬들은 그럴수록 지난주 SK를 상대로 완봉승을 기록했던 김수완에게 더 큰 기대를 거는 듯 했다.

29일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김수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초, 박정권에게 허용한 투런 홈런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29일의 경기는 게임 초반부터 좋은 못한 출발을 하였다.
롯데의 선발투수 김수완이 SK의 정근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선두타자를 출루시켰고, 희생번트와 폭투로 주자가 3루까지 나간 상황에서 박정권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경기의 첫 이닝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전준우의 투런 홈런 장면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2회말,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전준우의 투런 홈런

 SK에게 선취점을 내준 롯데는 2회말 공격에서 어렵게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대호와 강민호가 각각 좌익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난 투 아웃 상황에서 가르시아가 좌전안타를 기록하며 출루에 성공하였고, 다음 타석에 들어선 전준우가 0-1의 볼카운트에서 한복판으로 몰린 빠른공을 받아쳐 좌익수 뒤 펜스를 넘기는 투런 홈런을 기록했다.

강민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3회초, 포수 실책에서 시작 된 대량득점

 어렵게 동점을 만든 롯데는 곧 이어진 3회초 수비에서 대량 3실점을 하며 경기의 리드를 내줬다.
3회초 SK의 선두타자였던 나주환이 2-3 풀카운트에서 친 타구가 홈플레이트 근처에 맞은 뒤 포수 앞쪽에 떨어졌고, 강민호가 이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려는 순간 공이 손에 완벽하게 잡히지 않으며 주자를 출루시킨 것이다.

 선두타자의 출루는 결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뒤이에 타석에 들어선 정근우가 2루타를 쳐 롯데에게 무사 주자 2, 3루의 위기를 안겼고, 위기에 몰린 김수완은 임훈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 최근 타격감이 좋은 박정권을 고의사구로 출루시키며 이호준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려는 작전을 펼쳤지만, 경기 초반부터 공이 높게 제구 되던 김수완은 이호준에게 중견수 깊숙한 희생플라이를 허용한 뒤 최정에게도 좌중간 2루타를 맞으며 순식간에 3점이라는 점수를 SK에게 헌납했다.

허준혁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4~5회초, 연속이닝 실점을 허용한 롯데

 3회초 수비에서 3실점을 했던 롯데는 4,회와 5회에도 역시 실점을 허용하며 롯데팬들의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트렸다.

 4회에는 선발투수 김수완이 SK의 선두타자 김재현에게 2-3의 풀카운트에서 던진 높은 직구에 우익수 뒤 라인드라이브성 홈런을 허용하며 1점을 내줬고,
5회초에는 허준혁이 박정권과 이호준을 범타로 처리 한 이후 최정에게 2루타를 허용해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고, 김강민에게 우익수 앞 1타점 적시타를 맞아 실점을 하였다.

강민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4회말, 아깝게 놓친 강민호의 시즌 20호 홈런

 SK가 3회부터 5회까지 3이닝 5득점을 하는 동안 롯데는 4회말 1득점을 하는 것에 그쳤다.

 롯데의 4회말 1득점은 강민호에 의해 만들어졌다.
4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던 강민호는 엄정욱을 상대로 0-1의 볼카운트에서 좌중간 펜스 상단으로 날아가는 큰 타구를 쳤고, 처음에는 홈런으로 선언되었던 것이 비디오판독 이후 타구가 펜스 상단 봉에 맞고 떨어진 것이 확인 되면서 판정이 바뀌어 볼데드 2루타로 출루하였다.

 강민호의 타구가 5cm만 높게 날아갔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강민호의 개인 기록보다는 팀의 득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던 팬들에게는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비디오 판독 시간 동안 감각을 유지하지 못했던 엄정욱이 폭투를 저질러 3루까지 출루하였고, 가르시아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다행이도 득점으로 연결이 된 것이다.

6회말 전준우의 희생 플라이에 홈에 들어온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6회말, 아쉬움이 남았던 롯데의 2득점

 7대3의 스코어로 뒤지고 있던 롯데는 6회의 공격에서 대량득점의 기회를 만들었다.

 선두타자 조성환이 엄정욱을 상대로 중견수 앞 안타를 기록하며 출루한 뒤 이대호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하였고, 강민호가 엄정욱과 교체 된 정우람을 상대로 2-0의 볼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며 무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롯데가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은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선 가르시아는 평소와는 달리 참을성 있는 모습을 보이였다. 마운드의 정우람의 제구가 평소와 같지 않다는 것을 파악한 가르시아는 스윙 한번 하지 않고 정우람의 공을 지켜봤고, 그 사이 페스트 볼로 1득점에 성공했던 롯데는 가르시아가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며 다시 한 번 무사 만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1득점에 성공해 7대4의 스코어를 만든 상태에서 다사 한 번 맞이한 무사 만루의 찬스, 그리고 마운드에 있는 정우람은 평소의 컨디션에 비해 좋지 못한 공을 던지고 있는 상황.
롯데의 팬들은 동점을 물론이며, 역전에 대한 기대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하지만, 롯데의 6회말 공격이 끝난 뒤 양 팀의 스코어는 7대5를 가르키고 있었다.
가르시아가 볼넷으로 출루한 무사 만루의 상황에서 전준우가 좌익수 플라이를 기록하며 7대5의 스코어를 만들었지만, 다음 타석에 들어선 박종윤이 0-1의 볼카운트에서 유격수 땅볼 병살타를 쳐 롯데의 추가 득점 기회를 한 번에 무산시켜버린 것이다.

이정민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8회초, 이점민의 추가 실점

 6회말 공격에서 대량 득점기회를 50%밖에 살리지 못했던 롯데는 7회말 공격에서도 좋은 찬스를 만들었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였고, 오히려 8회초 수비에서 SK에게 추가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7회초부터 마운드에 올랐던 이정민은 8회초에도 역시 마운드에 올랐고, 선두타자 김재현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박경완에게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맞더니 나주환에게는 우익수 오른쪽의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실점을 하고 말았다.

- 7, 8회말의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무기력한 패배를 당한 롯데

 롯데는 8회초의 실점 이후 추격하는 점수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8대5의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3점이라는 점수 차는 생각하기에 따라 큰 점수 차가 될 수도 있고, 아주 작은 점수 차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롯데가 6회에 이어 7, 8회말 공격에서도 역시 좋은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것은 아쉽기만 하다.

 롯데는 7회말 공격에서 손아섭의 볼넷과 상대 유격수 실책 등으로 투 아웃 주자 2, 3루 찬스를 맞이했고, 타석에는 최고의 타자 이대호가 들어섰지만, 적시타는커녕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고, 8회말에는 가르시아의 안타와 전준우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든 원 아웃 주자 1, 2루의 찬스에서 박종윤이 6회에 이어 또 다시 병살타를 만드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 강팀다운 면모를 보여준 SK >

 지난주 SK와의 2연전은 롯데에게 최악의 경기였다.
한동안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주던 야수들이 연 이틀 동안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반면 SK의 플레이는 나무랄 곳이 없었다.
특히 그들이 공격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왜 SK라는 팀이 1위 팀인가를 확실히 느끼게 하였다.

롯데를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도루 였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공격 집중력에서 차이가 났던 두 팀

 두 팀이 보여준 공격의 차이는 득점의 기회 혹은 주자가 누상에 나간 상태에서 얼마나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었느냐이다.

 물론 롯데와 SK가 이틀 동안 기록한 안타의 숫자를 확인하면 각각 19:10개와 12:6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경기마다 두 배 혹은 두 배에 가까운 안타를 SK가 만들어냈기에 단순 하게 "SK가 2배나 많은 안타를 쳤으니 이기는 것이 당연하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경기 내용을 확인하면 두 팀의 안타 수 차이가 주자가 있을 당시 집중력에서 차이를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롯데와 SK의 주자가 있을 시 타율 비교 (자료:스탯티즈)

 두 팀의 이틀 동안의 경기를 확인해보면, 롯데는 전체 18이닝 가운데 타자가 출루에 성공한 것은 총 15이닝이었으며, 그 중 6이닝에서 득점을 올린 반면, SK의 경우 롯데와 같이 15이닝에서 주자가 출루하였고 이 중 10이닝에서 득점을 만들어냈다. (누상에 나갔던 주자가 견제사로 아웃 된 이닝을 뺀다면 14이닝에서 주자 출루, 즉 득점 이닝의 비율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롯데와 SK의 주자가 있는 투 아웃 상황의 타율 비교 (자료:스탯티즈)

 두 팀의 상황에 따른 타격 성적을 확인하면 양 팀 타자들의 집중력을 더욱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롯데의 경우 주자가 없을 때 보다 주자가 있는 경우 타율이 낮아진 반면, SK의 경우 전체적으로 뛰어난 타율을 기록한 가운데 주자가 있을 경우 5푼에 가까운 타율이 더 높아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특히 주자가 있는 투 아웃 상황에서 만들어낸 안타가 이틀 동안 기록한 31개의 안타 중 12개(주자가 있는 투 아웃 상황 24타수 12안타)나 되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 마무리하면서.. >

 롯데는 분명 화끈한 야구를 즐기는 팀이다.
하지만 그 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에는 1점이라는 점수를 뽑아내기도 힘들어하는 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롯데의 팬들이 지나친 작전으로 득점을 만들어내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이런 부분에서 지난 주말 SK가 롯데에게 보여준 모습은 좋은 교본으로 삼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지난 주말 롯데를 상대로 작전 없이도 그리고 홈런 없이도 선수들의 집중력이 살아 있다면 얼마든지 많은 점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였다.

 전체적으로 팀의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 SK를 싫어하는 롯데팬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SK가 보여준 지난 주말 경기 스타일을 칭찬하지 않을 수 있는 팬은 없을 것이다.


 이제 잔여경기의 2주째 일정이 시작 된다.
지난 주 SK와의 2연전을 끝으로 롯데의 8월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롯데는 9월 1일 사직 LG전을 시작으로 KIA와의 원정 2연전을 펼치고, 다시 홈으로 들어와 삼성을 불러들여 주말 2연전을 가진다.

 9월 1일, 새로운 달을 맞이하여 롯데가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연승을 또 다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