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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송승준의 호투와 조성환의 집합, 고참선수들의 책임감이 이끌어낸 승리




 언제나 그랬듯 가을태풍의 힘은 대단했다.
태풍 '곤파스'는 아주 짧고 빠르게 한반도를 지나갔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한반도에 남기고 간 상처는 절대 작지 않았다.
'곤파스'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서울과 경기지역은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한 시내풍경을 연출해냈으며, 많은 사람들이 출근과 등교에 큰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 9월 2일 경기 리뷰 >

 이번 태풍은 프로야구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였다.
서울지역 야구장인 잠실과 목동구장에서는 각각 내야관중석 구조물이 떨어져나가는 사고와 외야펜스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잠실구장에서 벌어지기로 예정 되었던 SK와 두신의 경기가 취소되기도 하였다.

 이런 가운데 4강 싸움의 마지막 전쟁이 될 것 같았던 롯데와 KIA의 시즌 18차전이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벌어졌다.
홈 3연패를 당하고 원정을 떠나온 롯데에겐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은 상태였다.

지난 올스타전에서의 강민호, 그리고 홍성흔의 딸 화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2회초, 소중한 선취점을 만들어낸 강민호의 솔로 홈런

 1회말 공격에서 삼자범퇴를 당했던 롯데는 2회초 공격에서 소중한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롯데에게 꼭 필요했던 선취점을 만들어낸 선수는 강민호였다.
강민호는 이대호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원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0-1의 볼카운트에서 한복판 높게 제구 되는 공을 잡아당겨 좌중간의 펜스를 넘기는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강민호가 솔로 홈런을 기록하며 선취점을 뽑아내자 롯데의 하위타선 선수들은 집중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르시아가 삼진으로 물러난 뒤 타석에 들어선 정보명은 1-1의 볼카운트에서 바깥쪽 낮게 제구 된 공을 밀어 쳤고 과감한 주루플레이로 우중간 2루타를 만들며 출루에 성공했다.

 2루타를 치며 출루에 성공한 정보명을 홈으로 불러들인 선수는 황재균이었다.
전날 팀이 선취득점을 할 수 있는 기회에서 삼진으로 물러나며 팬들에게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황재균은 상대 선발투수 양현종을 상대로 2-2의 볼카운트를 만들었고, 7구째 몸 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받아쳐 좌중간을 뚫는 1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롯데의 2회초 공격에서 나온 강민호의 홈런은 평소의 홈런의 비해 훨씬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다.
팀이 최근 3경기에서 연패를 당한 상태에서 4위 경쟁 팀인 KIA를 만났기에 롯데에겐 아주 힘든 경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강민호의 홈런이 나오면서 선수들의 부담감이 줄어들 수 있었다.

지난 8월 24일 경기에서도 KIA를 상대로 도루를 성공했던 김주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3회초, 김주찬의 50도루 성공

 2회초의 선취득점으로 부담감에서 벗어난 롯데는 3회초 공격에서도 역시 득점을 만들어내며 KIA와의 점수 차를 더욱 벌렸다.


 롯데의 3회초 득점은 1번 타자 김주찬의 활약으로 만들어냈다.
3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은 1-2의 볼카운트에서 몸 쪽 높게 제구 되는 변화구를 받아쳐 좌전안타를 만들며 출루에 성공하였고, 전준우가 타석에 들어선 상황에서 1-1의 볼카운트가 1-2의 볼카운트가 되는 순간 시즌 50번째 도루를 성공하며 2루까지 진루하였다.

 김주찬이 2루 도루에 성공하자 로이스터 감독은 1점을 뽑아내기 위한 보내기 작전을 시도하였고, 선수들은 이것을 완벽하게 수행해냈다.
타석에 있던 전준우는 안전하게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켰고, 원 아웃 주자 3루의 상황에서 전준우에 이어 타석에 들어섰던 조성환은 양현종의 초구를 받아쳐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만들며 김주찬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9월 1일 LG와의 경기에서 무책임한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며 팀 분위기를 망쳤던 김주찬이 이날 경기에서는 팀이 꼭 필요한 시점에 도루를 성공시켜 소중한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지난 7월 30일의 사진, 최근 롯데팬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문규현.. 옆에는 이승화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4회초, 하위타선의 집중력으로 만들어낸 2득점

 마운드에서 송승준이 KIA의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내는 사이 야수들은 양현종에 대한 공략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태였고, 이런 모습은 4회초 공격에서도 이어졌다.


 3대0의 스코어로 리드를 지키고 있던 롯데는 4회초 공격에서 하위타선의 집중력을 자랑했다.
강민호가 삼진으로 물러난 원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가르시아가 1-0의 볼카운트에서 바깥쪽 낮은 곳에 제구 되는 직구를 받아쳐 중전안타로 출루에 성공했고, 정보명의 볼넷 이후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이 초구 몸 쪽 공을 받아쳐 중전안타를 기록하며 원 아웃 주자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원 아웃 주자 만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문규현이었다.
지난 두산전 부상 이후, 지난 경기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며 경기에 복귀하였던 문구현은 이날 경기에서 선발 유격수로 출장하였고, 경기 중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것이었다.
원 아웃 만루의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문규현은 양현종과의 싸움에서 2-0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며 좋지 않은 결과를 예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문규현은 양현종을 상대로 계속적인 파울을 만들어내며 타이밍을 맞춰 나갔고, 5구째를 받아쳐 유격수 옆 강습 내야안타를 만들며 타점을 기록해냈다.

 문규현의 적시타로 원 아웃 만루의 기회를 살린 롯데는 김주찬의 4회초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KIA는 문규현에게 적시타를 맞은 양현종을 대신해 이상화를 마운드에 올렸고, 김주찬은 바뀐 투수의 초구를 공략하여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기록하였다.


 롯데의 4회초 공격은 하위타선의 집중력이 빛을 발휘했다.
팀이 3연패에 빠진 상태에서 하위타선이 집중력을 바탕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는 것은 롯데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7회초, 투 아웃 이후 중심타자의 연속 안타로 만든 득점

 4회초 공격에서 하위타선의 집중력으로 2점을 뽑아냈던 롯데는 7회초 공격에서는 투 아웃 이후 중심 타자 두 명의 연속안타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의 7회초 공격에서 첫 번째 안타를 만들어낸 선수는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전준우와 조성환이 각각 투수 앞 땅볼과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투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바뀐 투수 박성호를 상대로 1-1의 볼카운트에서 중견수 뒤 담장을 맞추는 2루타를 기록하였다.

 투 아웃 상황에서 이대호가 보기 드문 2루타를 치며 득점권에 나가게 되자 팀의 5번 타자인 강민호는 연속안타를 만들어내며 이대호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0-1의 볼카운트에서 바깥쪽 공을 가볍게 밀어 쳐 1, 2루 간을 빠지는 우전안타를 만들어내며 타점을 기록한 것이다.


 롯데가 7회초에 만들어낸 1득점은 경기의 쐐기를 박는 점수가 되었다.
4회 이후 추가 득점이 없었던 롯데는 마운드에서 송승준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는 있었으나, 두 팀의 올 시즌 경기와 당대 중심타자 두 명의 파워를 감안한다면 경기의 흐름을 빼앗겼을 경우 뒷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7회초 공격에서 득점을 기록하며 상대의 분위기 반전 기회를 차단하였고, 롯데의 팬들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지난 4월, 강민호와 송승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9회말, 아쉽게 완봉승을 놓친 송승준

 8회말 수비까지 무실점 호투를 보이던 송승준은 9회말 수비에서도 역시 마운드에 올랐고 완봉승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그 찬스를 놓치고 말았다.


 송승준이 106개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투구수에도 불구하고 9회말 수비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유는 완봉승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앞선 이닝까지 총 2개의 안타와 2개의 사사구만을 내주며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완봉에 대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보였다.

 하지만 정보명의 실책이 송승준의 완봉승에 대한 말목을 잡고 말았다.
송승준이 9회말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였고, 정보명이 이 타구를 뒤로 흘리며 주자를 2루까지 내보낸 것이다.
이용규를 2루까지 내보낸 송승준은 다음 타자인 이현곤과의 승부에서 아쉽게도 안타를 내주며 첫 실점을 하고 말았다.

 이현곤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실점을 하게 되자 송승준은 더 이상 마운드를 지키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송승준은 113개의 투구수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송승준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던 김사율이 첫 상대인 나지완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허용하긴 하였지만, 최희섭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김상현에게는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1루 선행주자를 2루에서 아웃시켰고, 마지막 타자인 차일목에게도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9회말, 이용규의 좌전안타에 정보명이 실책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송승준의 완봉승은 실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송승준이 8회말까지 보여준 모습을 생각한다면 팬들의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듯 생각이 되었다.



< 팀의 최고참 투수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송승준 >

 사실 9월 2일 경기에서 롯데가 송승준을 선발투수로 내보낸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팬들 사이에서는 기대감 보다는 우려를 표시하는 편들이 더 많았었다.

 최근 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3연패를 했던 롯데에 비해 직전경기에서 삼성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던 KIA의 팀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것도 문제였지만 송승준의 최근 등판기록이 좋지 않았던 것도 역시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송승준 (사진출처:KBO홈피)

- 후반기, 승율은 좋았지만 경기력에는 안정감이 없었던 송승준

 송승준의 후반기 기록들을 살펴보면 패전을 기록했던 경기는 단 한 경기도 없었다. 그렇기에 기록만을 보게 된다면 송승준이 아주 좋은 피칭을 계속 했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롯데의 경기를 지속적으로 지켜본 팬이라면 후반기 송승준의 투구모습에서 안정감을 느꼈던 팬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후반기 경기에서 좋은 투구를 보이다가도 주자를 한 번 내보내게 되면 실점으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았고, 또 투구도 역시 갑자기 제구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 후반기 시작부터 이날 경기 이전까지의 방어율을 비교하면 송승준은 팀 선발투수 중 장원준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쁜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주자가 있을시 방어율, 득점권 방어율에서는 선발투수 중 최고로 나쁜 성적을 기록했을 정도로 위기관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롯데 선발투수들의 후반기 9월 2일 경기전까지 성적 (자료:스탯티즈)

- '죽을각오'로 던졌다는 송승준

 이재곤, 김수완이라는 신인급 선수들이 후반기 팀의 상승세를 이끌 동안 안정감 떨어지는 투구를 계속 했던 송승준은 스스로도 그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나보다.

 송승준은 경기가 끝난 뒤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팀 내 고참 투수로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에 책임감도 많이 느꼈으며 속상했다는 표현을 하였다.
그리고 그는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였고, 투구 폼에도 약간의 변화를 주는 등 많은 준비를 한 끝에 완봉에 가까운 완벽한 호투를 보였다.

롯데 선발투수들의 후반기 9월 2일 경기전까지의 주자가 있을 시 방어율 (자료:스탯티즈)

 "오늘 진다면 마운드에서 죽겠다는 마음으로 던졌다"
송승준이 인터뷰 시작에서 했던 말이다. 중요한 경기에 임하는 고참 투수의 각오를 확인 할 수 있었던 짧고 강력했던 한 마디였다.



< 캡틴의 한 마디에 정신차린 롯데 >

 9월 2일 KIA와의 시즌 18차전을 앞둔 오후시간, 몇몇의 언론을 통해 롯데선수들의 긴급 미팅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9월 1일 LG전이 끝난 뒤 팀의 주장인 조성환이 선수들을 집합시켜 집중력이 떨어진 현재 팀 분위기를 지적하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롯데의 팬들은 이 기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롯데 선수들의 집중력 저하는 선수들과 구단관계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모두 느끼고 있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9월 2일 경기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집중력은 분명 앞선 3연패 기간 동안 보여줬던 무기력한 모습들과는 달랐다. 평소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던 김주찬은 집중력 있는 수비를 보였으며, 내야 수비진의 유기적인 움직임도 역시 좋았다.
캡틴의 한 마디가 팀 분위기를 똑바로 잡아낸 것이다.
조성환이라는 선수가 왜 팬들과 선수들에게 존경받는 주장인지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다.



< 마무리하면서... >

 9월 2일 경기를 앞두고 각종 언론에서는 KIA의 4위 진출가능성에 대한 기사들을 쏟아져 나왔다.
롯데의 4강 진출이 확실시 되던 시점에서 롯데가 3연패에 빠지는 상황이 되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롯데는 이 경기를 완벽한 승리로 이끌었고, 이 승리로 인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몇배는 높여놓았다. 그리고 이제는 KIA의 4강 진출이 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롯데가 9월 2일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는 모습을 TV로 지켜본 뒤, 나는 롯데라는 팀에 대한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이후 롯데는 항상 이런 모습을 보였다.
정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롯데는 항상 승리를 만들어 내거나, 혹은 연승을 달렸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롯데가 진정 강팀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롯데가 오늘 경기에서도 KIA를 상대로 승리를 챙기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더욱 높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