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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자이언츠,야구역사에 패자로 기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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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롯데는 한화에게 대역전극의 주인공 자리를 안방에서 내주며 연패에 빠졌다.


이틀 전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대학후배들과 사직구장 직관(직접관람)을 약속을 했던 나는 동화 속의 주인공 신데렐라 같은 하루를 보냈다.

일상 속에 찌들려 살던 나는 개막전에 이은 올 시즌 두 번째의 직관으로 설레이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지만 밤 12시 되자 마법이 풀리며 타 팀 팬들이 말하는'꼴데' 롯데 팬이라는 현실로 돌아오고 말았다.


<완벽했던 출발>


  게임의 출발은 좋았다.

비록 게임 시작과 함께 타격선두를 달리고 있던 정원석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1회말 슬럼프에 빠져있던 1번 타자 김주찬의 안타가 포문을 열었고 조성환의 볼넷에 이어 4번 타자 이대호, 가르시아가 안타를 치며 2점을 뽑아내며 역전을 성공했다.

역전에 성공한 롯데는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타점,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던 홍성흔이 쓰리런 홈런을 치며 크게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1회에만 5개의 안타를 치고 5득점을 하는 등 롯데의 모습은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것에 충분해 보였다.


  롯데는 1회 말의 뒤집기 이후 4회 말까지 완벽한 공격을 해냈다.

4회말이 끝나는 시점에서 롯데는 이미 11점을 득점 하였고 9번 타자 박기혁을 제외하고는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했으며,

김주찬, 이대호, 가르시아는 각각 3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3KCH_1313-8_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


<완벽한 공격력에 가려진 폭탄>


하지만 압도적인 경기 진행 상황에서 불편한 진실이 있었다.


  장원준의 컨트롤 문제가 그랬다.

야수들이 1회말 4점차이의 리드를 만들어 줬고. 이후에도 교체되는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5점 이상의 리드를 지켜 줬다.

이렇게 야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장원준은 자신 있고 쉬운 승부를 걸지 못하고 많은 수의 투구를 하며 상대의 공격감각을 높여줬다.

장원준이 쉬운 승부를 하지 못한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지난 2경기에서 보여줬던 제구력 문제가 3번째 경기까지 지속된 것 같았다.

팀의 왼손 에이스로 평가 받고 있는 장원준이 개막이후 3경기째 제구력에 문제를 보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 였다.


KCH_1271-7_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


<어수선했던 사직구장, 그리고 실점>


  롯데의 5회말 공격이 끝난 상황, 게임의 절반이 지나버린 시점에서 롯데는 11 대 4의 큰 점수 차이로 리드하고 있었다.


쉽게 이길 것 같았던 게임은 6회초 한화의 공격이 진행되면서 불안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1루측 관중석에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사이 배장호가 승리요건을 채운 장원준을 대신에 마운드에 올랐다.

배장호가 투구를 시작한 상황에서도 관중석의 어수선함은 정리되지 않았고, 많은 관중들의 관심이 다른 곳에 집중된 사이 3개의 안타를 연속으로 내주며 1실점하였다.

1실점으로 경기장의 분위기가 안정된 후 내야땅볼로 2아웃을 만들어내며 실점상황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한화의 히어로 김태완 이였다. 이미 3, 5회의 이전타석에서 연타석 홈런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었던 그는 1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추격전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5회까지 15개의 안타를 만들어 내며 화력을 불태웠던 롯데는 화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지만,

롯데에 비교될 순 없었지만 8개라는 적지 않은 안타를 치며 불꽃을 모으고 있었던 한화는 6회를 시작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7회 2점을 추가 득점하며 연속 3이닝 득점에 성공한 한화는 12 대 8의 스코어를 만들어 내며 1회의 점수차인 4점차 까지 따라 붙으며 추격의 가시권에 진입하였다.


3JWJ_8637-1_big.jpg (배장호,출처:롯데자이언츠)


<원아웃을 잡지 못하며 6실점한 중간계투, 마무리>


  공격의 힘이 한풀 꺾인 롯데는 7회말 삼자범퇴로 짧은 공격을 마친 후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겼다.

5,6,7 회의 연속득점으로 5점을 뽑은 한화의 8회초 선두타자는 2개의 홈런과 1개의 적시타를 쳐낸 김태완 이였다.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김태완을 출루 시켰지만 다음 타자의 라인드라이브, 그리고 김태완의 도루를 잡아내며 오랜만에 쉽게 이닝을 마무리 하는듯했다.

하지만 한화의 공격은 관중들의 바램처럼 쉽게 마무리 되지 않았다.

투수 허준혁은 2아웃 이후 3명의 타자에게 연속으로 안타를 맞는 최악의 피칭으로 1실점하고 마운드를 '마무리 투수' 이정훈에게 넘겼다.


'마무리 투수'의 임무를 부여 받고 마운드에 오른 이정훈은 최악의 피칭을 보였던 이전 중간계투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들보다 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8회 6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고의사구 1개와 5개의 안타를 맞으며 한화에게 100%의 출루를 허용하며 자신의 힘으로는 아웃카운트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투수들의 부진 속에 길어졌던 이닝을 마무리 지은 것도 투수가 아닌 우익수 가르시아였다.( 홈 송구 아웃)

2아웃 이후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6실점하는 롯데의 중간계투진을 프로선수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그렇다고 그들을 미워할 수 있겠는가...롯데 밖에 모르는 야구팬이...)


이정훈.jpg (출처:롯데자이언츠)


<야수들의 고군분투>


  최대 8점까지 벌어졌던 ( 4회말 11 대 3 ) 점수는 이제 역전 되에 12 대 14로 쫒아가는 상황이 되었다.

4점차의 리드가 6점의 실점으로 뒤집힌 8회 투수력은 엉망 이였지만 롯데의 공격은 살아있었다.

한화에서 마무리 투수 데폴라를 올렸지만 선두타자 조성환은 풀카운트 끝에 6구를 쳐 안타를 만들어냈다.

조성환을 이어서 나오는 타자들은 4타수 3안타를 치고 있던 이대호와 4타수 4안타(홈런 1개 포함)를 치고 있던 가르시아였다.

이대호와 가르시아가 팬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며 연속안타를 만들어 냈고 1득점과 주자 1,2루의 상황을 만들었다.

그동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홍성흔과 강민호가 연속으로 삼진을 당했지만 가르시아의 허를 찌르는 도루에 2루 송구를 시도하는 사이 3루에 있던 대주가 황성용이 홈을파고 들며 더블스틸을 성공시켰고 스코어는 14 대 14의 균형을 맞췄다.


IMG_0783_1_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마지막 실점, 그리고 패배>


  난타전으로 힘을 잃은 것일까?

동점이 된 8회 이후 양 팀의 공격은 소강상태가 되었다. 간간히 주가가 나갔지만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무득점으로 3번씩의 공격을 주고받은 양 팀은 마지막 12회에 접어들었다.

양 팀 모두 '패'의 기록을 안을 것인가 아니면 어느 한 팀이라도 '승'을 쟁취할 것인가를 결정지을 마지막이닝에서 웃은 팀은 한화였다.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걸어 나가자 보내기 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냈고 다음 타자가 안타를 만들어 내며 득점을 하였다.

롯데도 마지막 이닝 두명의 주자를 내보내며 마지막 희망을 가졌지만 강민호의 내야 땅볼을 끝으로 고개을 떨구게 되었다.


<역사적 게임에 패자로 기억될 롯데>

  이날의 게임은 수많은 기록들을 만들어냈다.

이런 다양한 기록들로 이날의 경기는 오랫동안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팬들이 기억할 역사적 경기(?)에서 패자로 남게 되었고, 기억되게 될 것이다.



기록 1. 한화의 27개의 안타는 프로야구 역사상 한경기 팀 최다 안타 타이기록을 만들었다. (82년 삼성 : 삼미 상대)

기록 2. 양 팀이 뽑아낸 51개의 안타는 종전의 39개였던 경기 최다 안타 기록을 크게 갈아 치웠다.

기록 3. 가르시아의 한경기 7안타는 종전의 한경기 6안타(양준혁,이택근,채종범,김기태,장성호) 기록을 바꿨다.

기록 4. 김태완은 경기 최타 출루기록을 종전 6번에서 8번으로 바꿨다.


이외에서 최다 득점 차 역전승 부분에서 2위와 타이기록(8점차)을 냈으며 (1위 9점차, 현대 2003년 KIA상대),

경기최다 루타도 2위와 타이기록(72루타)을 올렸다. (1위 75루타, 2002년 SK vs 롯데 )


가르시아2.jpg (출처:롯데자이언츠)

(팀의 패배로 기록의 의미가 반감된 가르시아)


<11 대 3 의 리드가 동점이 되는 순간..>


오늘의 경기는 만약 롯데가 12회에 역전에 성공하여 이겼더라도 '승' 이라는 데이터만 남을 뿐 이긴 경기가 아니다.


한화는 대 역전승을 거두며 인생역전 드라마의 멋진 주인공이 되었지만,

롯데는 12회 역전승을 만들었어도 막장 드라마의 막장 주인공으로 밖에 남을 수 없었다.


한화는 선발투수가 무너져서 게임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중간계투진이 큰 점수 차에도 최선을 다하며 자기역할을 해줬고 야수들도 포기하지 않으며 끈질긴 모습을 보였기에 멋진 시나리오의 배우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지만,

8회 11 대 3이라는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이 되고 역전을 당하는 순간 이미 롯데의 투수들은 선발투수부터 마무리 까지 모든 투수들이 '막장'의 모습을 보였기에.. 혹여 마지막에 승리 팀이 되어도 그저 흥행한 드라마의 막장 주인공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야수들은 충분히 자기 몫을 했다.)


KCH_1111-10_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오늘 보다 걱정되는 내일>


야구란 게임이 단지 그날 하루의 결과로만 남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야구는 주 6일을 출근하는 노동과 같다. 그렇기에 한번 쌓인 피로는 쉽게 낫지 않는다.

롯데는 1군에 등록된 야수 중에는 장성우와 문규현을 빼고 모든 선수를 투입시켰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선발투수들과 LG와의 3차전에서 '패전처리'를 했던 이정민을 제외한 모든 투수를 투입시켰다.

한화의 선수상황을 확인하지 않았기에 확신할 수 없지만 한화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엄청난 난타전으로 생긴 피로는 팀의 승리로 상쇄 시킬 수 있지만 패배 하였을 때는 몇 배 더 무거운 짐으로 다가온다.

좌석에 앉아서 경기를 관전한 팬도 난타전 끝의 패배에 몸이 천근만근인데.. 5 시간 30분을 그라운드에서 뛰었던 선수가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렇기에 다음경기들과 선수들의 몸상태가 걱정이 된다.


연이틀 무섭게 무너지는 투수진이 큰 문제다.

장원준은 개막 이후 3경기 동안 계속 컨트롤의 문제를 보여 왔다. 


중간계투진의 부진은 해결할 수 없는 건가?

마무리 투수로 거론되던 임경완은 어느 순간 '패전 조'에 끼어 있는듯하다. 그만큼 공의 컨트롤에 문제가 있다.

오늘도 4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한명을 땅볼처리 하였고 나머지는 모두 출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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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역전패로 술집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의 모든 욕을 퍼부었던 나와 같은 팬들이 많을 것이다.


선수들을 욕하며 저주를 퍼부었고 집에 돌아와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꼴데', '막장'등의 과한 표현을 하고는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롯데'라는 팀의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조금씩 발전하며 좀 더 나아지는 모습만 보여 줘도 팬들은 충분한 보상이라 느낄 것이다. 


오늘의 패배를 뒤로 하고 내일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롯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