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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빈볼' 미안하고 고맙다 정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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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는 결국 SK와의 주중 3연전을 연패로 마쳤다.


SK에게 당하고 있는 치욕적인 연패를 끊어주길 많은 팬들이 기대했지만 모든 소망은 물거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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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3일 경기 리뷰 >


 SK가 선발투수를 박현준으로 발표한 순간, 롯데팬인 나로서는 10연패를 끊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SK가 버리는 게임'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면 그 타격은 10연패를 이어온 충격만큼 크게 느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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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박주훈의 시구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 걱정은 현실이 되나? -


 부상 복귀 이후 첫 선발 등판을 하는 이용훈에 대해서는 걱정과 기대감이 공존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10분도 지나지 않아 반반이었던 두 가지 감정은 '걱정'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이용훈은 팬들이 경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기도 전에 선두타자 정근우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은 아쉽기는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롯데의 타선과 박현준이라는 첫 선발 등판하는 투수의 조합에게 1점이란 점수는 의미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이용훈은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선두타자 홈런을 맞고도 이용훈의 투구는 집중력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3번 타자 박재상에게 2루수 오른쪽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조성환의 부상에 따른 수비범위를 문제 삼았지만 결코 쉬운타구가 아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연속 3명의 타자를 출루시킨 이용훈의 투구는 여전히 안정을 찾지 못했다.

4번 타자 박정권을 라인드라이브성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한숨 돌리는 듯 했지만 5번 타자 박경완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만루의 위기에 몰린 이용훈은 나주환을 상대로 연속 2개의 볼을 던지더니 결국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간 공에 안타를 허용하며 두 명의 주자에게 홈을 허용했다.


박현준이라는 상대를 생각한다면 경험이 많은 이용훈의 입장에서는 좀 더 편한 투구를 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첫 홈런 이후 볼넷을 2개나 내주며 위기를 맞은 이용훈의 1회 모습은 팬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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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나주환의 안타에 박경완을 3루에서 아웃 시키는 장면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3회, 이용훈의 추가 실점 -


 이용훈의 투구는 1회 실점 이후에도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2회에는 두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원 아웃 주자 2, 3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김재현의 타구가 이대호의 호수비에 라인드라이브로 잡히면서 병살처리가 되었고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타자들이 박현준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다시 3회 수비가 돌아왔다.

선두타자 박재상을 내야안타로 출루시킨 이후 박정권을 좌익수 플라이로 이웃 시키고, 박경완을 유격수 깊은 내야 땅볼로 잡아냈지만 주자는 2루로 이동했다.

투 아웃의 주자 2루 상황, 이용훈은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1차전부터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나주환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허용하며 결국 추가 실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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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4회, 이용훈의 불미스러운 사건 -


 4회 이용훈의 출발은 좋았다. 경기 처음으로 주자를 한명도 내보내지 않고 투 아웃을 잡았다.

그러나 이용훈의 4회의 투구는 최악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용훈의 빈볼이 나왔다.

이용훈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첫 선발등판의 긴장으로 공이 손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을 믿는 팬은 없어보였다. 타 팀의 팬들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말했고, 롯데의 팬들은 그를 옹호 하는 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창피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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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정말 빈볼이 아닐 수도 있다. 롯데 팬으로서 제발 빈볼이 아니길 빌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황들은 그의 설득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그가 정근우에게 던진 초구 2개의 공은 아찔할 정도로 몸 쪽으로 파고들었다.

롯데 팬인 내가 봐도 '앗..이건..'이란 생각이 스칠 정도였다. 그리고 결국 4구째 이용훈의 볼은 또 다시 정근우의 몸 쪽으로 파고들었고, 공은 옆구리를 강타했다.

빠른 공이 연속으로 3개가 손에서 빠지며 타자의 베터박스 한복판으로 날아갈 확율은 얼마나 될까?

앞선 조동화를 상대하며 던진 빠른공과 정근우를 상대하며 던진 3개의 공은 제구에 큰 차이가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용훈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롯데팬인 입장에서 그의 말을 믿고 싶고, 그것이 진실이면 좋겠다.

하지만 모든 정황들은 본다면 그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달게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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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전지훈련 모습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5회, 어수선한 분위기 속 SK의 3득점 -


 4회의 사건으로 경기장의 분위기는 어수선 했다. 그리고 SK는 그 틈을 가만두지 않았다.


이용훈에 이어 올라온 강영식은 중견수 앞 안타(도루 실패) - 볼넷 - 좌익수 왼쪽 안타를 허용하고 이재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프로 첫 1군 등판을 했던 이재곤은 중견수 희생플라이 - 중견수 앞 안타 - 내야안타 - 중견수 앞 안타를 연속으로 내주며 강영식이 남긴 2명의 주자와 자신이 내보낸 한명의 주자에게 홈을 허용하며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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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식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5회말, 롯데의 첫 득점 -


 막혔던 롯데의 첫 득점이 5회에 터졌다. 전날에 이어 SK의 실책이 롯데의 첫 득점으로 이어졌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낸 강민호가 선두타자로 나와 좌익수 앞 안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 들어선 조성환의 타구에 SK의 실책이 이어졌다. 

조성환의 타구가 3루수와 투수 사이로 갔고, 투수가 잡아서 1루로 던진 송구가 뒤로 빠지며 실책이 되었다.

SK의 실책에 1루 주자 강민호는 2, 3루를 돌아 과감히 홈까지 달렸고 롯데의 첫 득점이 올라갔다. 조성환은 2루까지 진루했다.


이후 SK에 강한 박종윤이 우중간 안타를 뽑아내며 롯데는 추가로 1점을 더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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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의 7회 홈런 장면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7회, 조성환의 투런홈런 -


 5회 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재곤이 좋은 피칭으로 SK의 타선을 상대하는 사이 7회 롯데의 공격 차례가 돌아왔다.


 선두타자 가르시아가 풀카운트의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나고 타석에는 강민호가 들어섰다.

앞선 2번의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뽑아낸 강민호는 7회에도 고효준을 상대로 좌익수 앞 안타를 뽑아내며 출루했다.


 강민호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조성환의 눈매는 매서웠다.

매서운 눈으로 공을 주시하던 조성환은 고효준의 2개의 공을 파울로 쳐 내더니 세 번째 공을 밀어 쳐 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7대2의 스코어를 7대4로 만들며 SK와의 점수차를 가시권 안으로 만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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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홈런 이후 홈으로 들어오는 조성환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잃은 것이 많았던 패패 -


 롯데는 결국 7회의 득점 이후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7대3의 스코어로 패배하고 말았다. SK전 연패의 기록은 11연패로 늘어났다. 


 이날의 패배는 많은 것을 잃게 했다. 

SK가 '버린 경기'나 마찬가지였던 게임에서의 패배는 송은범, 김광현을 상대했던 경기의 패배보다 더 충격이 크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용훈의 빈볼로 롯데는 매너에서도 졌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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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박재상의 도루를 잡고 있는 박기혁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이용훈의 빈볼, 미안하다 정근우 >


- 롯데와 SK -


 이용훈의 불미스러운 사건은 새벽 시간 까지 포털의 검색어 순위의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을 확인한 야구팬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몇몇의 롯데팬들이 그를 옹호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의 잘못을 질타하는 분위기다.


8개 구단의 야구팬들이 지켜본 사건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정근우임에 틀림없다.

이용훈의 공에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정근우의 모습은 롯데팬인 나의 눈에도 아픔이 전해졌다.


 롯데와 SK의 사이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여러번 반복되는 사건들 사이에는 롯데가 잘못하는 경우도 있고, SK가 잘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의 반복은 결국 팬들의 싸움으로도 번지게 된다.


3475808.jpg 정근우 (KBO)


- 고맙다 정근우 -


 정근우는 분명 화가 났을 것이다.

만약 그가 화를 참지 못하고 거친 표현을 했다면 양팀 선수들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큰 고통 속에서 그는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았다. 양팀의 선수들이 뛰어나왔지만 큰 충돌이 없었다.


 이렇게 큰 충돌 없이 이용훈의 퇴장으로 적당히(?) 마무리 된 사건은 팬들의 싸움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각종 포털에서 양팀 팬들간의 갑을론박이 있었지만, 양팀의 선수들이 충돌했을 경우에 비해 큰 문제가 없었다고 확신한다.


SK의 팬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 정근우의 행동은 롯데팬들로 하여금 이용훈의 잘못을 냉정하게 바라보게도 하였다.

만약 양팀의 선수가 충돌했다면 롯데팬은 냉정하게 사건을 바라볼 시간도 없이, 감정싸움에 휘말렸을 가능성도 있다.


 내 생각이 롯데팬의 생각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 나는 정근우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그의 행동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정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