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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강민호의 부상으로 타선의 힘까지 잃나?




 6월 17일의 사직구장.
월드컵으로 인해 평소보다 2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경기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못지않은 많은 팬들이 사직구장을 찾고 있었다.
 
붉은 옷을 차려입고 롯데와 태극전사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롯데와 태극전사의 동시 승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



< 6월17일 경기 리뷰 >

 마무리투수 붕괴와 수비실책으로 삼성과의 2연전을 모두 내준 롯데는 3연패의 늪에 빠지고 말았고 강민호의 부상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공격력 저하에 대한 걱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나쁜 상황 속에서 5위 자리마저 LG에게 위협받고 있는 롯데는 목요일 경기를 꼭 승리하며 주말 잠실 원정을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김주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3일연속 계속되는 1회의 득점

 큰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왼손 에이스 장원준이 2명의 주자를 내보내긴 했지만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상승세의 삼성을 상대로 1차 관문을 넘은 롯데는 1회말 공격에 들어갔다.

 롯데의 선두타자는 부상과 부진으로 한동안 2군에 머물렀던 김주찬이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 실전 적응을 마친 그는 1번 타자 복귀 첫 타석에서 팀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김주찬은 0-1의 볼카운트에서 장원삼의 바깥쪽 직구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만들어냈고, 그의 최고 장점인 빠른 발을 이용해 조성환의 타석에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선두타자가 안타로 출루하고 도루까지 성공하니 롯데는 안타 없이도 득점을 올리게 되었다.
2번 타자 조성환의 중견수 플라이에 주자는 3루까지 가게 되었고, 3번 타자 홍성흔의 좌익수 얕은 플라이에는 쉽게 홈을 밟을 수 있었다.

 롯데의 1회 득점은 1번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면 장타 없이도 득점이 가능함을 보였고, 홍성흔의 얕은 플라이에도 홈으로 들어오는 김주찬의 모습은 그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확인하게 해주었다.

장원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쉽게 점수를 주지 않는 장원준

 경기 초반 양팀의 투수들은 낮 경기에 대한 체력적인 부담 때문인지 컨디션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듯 보였고 3회까지 두 선수모두 선두타자를 출루시키는 위태위태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실점은 최소화하는 에이스다운 피칭을 해내고 있었다.

 특히 롯데의 장원준의 경우는 4회초 수비에 처음으로 선두타자를 아웃시키기는 했지만 볼넷과 안타, 그리고 내야수의 실책으로 투 아웃 만루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상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또 다시 터진 이대호의 대형 솔로 홈런

 3회까지 매 이닝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하긴 했지만 김주찬 이후 안타가 없었던 롯데는 4회말 공격에서 이대호가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이대호는 초구 연속 2개의 볼을 골라낸 뒤 2개의 파울을 치며 타이밍을 잡았고 마지막 5구째 가운데 높게 제구 되는 공을 받아쳤다. 
방망이에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하게 했던 공은 좌익수 뒤 펜스 쪽으로 빠르게 날아갔고 전날 오승환을 상대로 기록했던 홈런과 비슷한 위치에 떨어졌다.

이대호는 2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만들어내는 괴력을 과시했다.

장원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6회초, 대타에 당한 2실점

 위기관리능력으로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계속 주자는 내보내며 팬들을 불안하게 했던 장원준은 결국 6회에 위기를 맞고 말았다.

 5회의 수비에서 경기 처음으로 상대를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던 장원준은 6회 선두타자인 최형우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며 컨디션의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장원준은 다음 타자인 진갑용에게 초구에 우전안타를 허용하고 박석민에게 연속안타를 맞더니 신명철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순식간에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위기에 몰린 장원준은 다시 한 번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야했고, 조동찬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역시나'라는 소리가 나오게 했다.

 그러나 장원준은 마지막 복병을 넘지 못했다.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좌타자 이영욱을 빼고 우타자 이정식을 대타로 넣는 승부수를 걸었고, 장원준은 초구에 2타점 좌전안타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지난 5월 2일의 장성우의 끝내기 안타 장면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0회 연장, 장성우의 짧았던 외야 플라이 

 6회의 동점 허용 이후 양팀의 팽팽한 불펜싸움은 계속 되었고 결국 두 팀 모두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연장에 돌입하고 말았다.

 롯데는 연장 첫 이닝인 10회말 공격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만들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이대호가 권오준을 상대로 2-2의 볼카운트에서 좌중간 안타를 만들어내며 출루에 성공하였다.
이대호가 선두타자로 출루에 성공하자 로이스터 감독은 이승화를 대주자로 투입시켰고, 이승화는 가르시아의 아웃 이후 전준우의 중견수 앞 안타에 빠른 발을 이용하여 간발의 차이로 3루까지 진루하는 대주자의 첫 번째 임무를 성공했고 그를 수비하는 사이 타자를 2루까지 출루시키는 부가적인 역할도 해냈다.

 롯데가 원 아웃에 주자 2, 3루의 찬스를 만들자 삼성은 김민성을 고의 사구로 내보내며 만루작전을 펼쳤다.

원 아웃 만루의 찬스, 타석에는 장성우가 들어섰고 그에게는 희생플라이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3루의 주자가 발 빠른 이승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끝내기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 장성우는 0-2의 볼카운트에서 권혁의 빠른 공을 받아쳤고 타구는 전진 수비 중인 우익수에게 잡히는 얕은 플라이가 되고 말았고, 홈으로 쇄도하던 이승화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아웃이 되고 말았다.

원 아웃 만루의 첫 번째 끝내기 찬스가 물거품 되는 순간이었다.

김일엽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1회초, 찬스 뒤의 위기

 10회말 공격에서 경기를 끝내지 못한 롯데는 11회초 수비에서 바로 위기에 몰렸다.

신명철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맞으며 선두타자를 내보냈고 조동찬을 대신해 대타로 나온 양준혁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위기에 몰린 김일엽을 살려준 것은 롯데선수가 아닌 삼성의 선수였다.
무사 주자 1, 2루 상황이 되자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강명구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고, 강명구는 번트 자세를 취했다.
김일엽은 강명구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지만 강명구는 볼이라고 생각했는지 번트를 대지 않았고 두 번째 스트라이크에도 번트를 대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보내기 번트작전에 타석의 타자는 원 스트라이크에 볼카운트가 몰리면 다음 공이 스트라이크거나 스트라이크존에 가깝게 들어온다면 무조건 번트를 대야 한다. 그래야만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는 공을 보고 스타트를 끊은 주자가 죽지 않기 때문이다.
강명구의 번트 실패에 삼성의 2루 주자 신명철은 런 다운에 걸리며 아웃되고 말았고, 2-0의 볼카운트가 된 강명구는 바로 다음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무사 1, 2루 상황에 몰렸지만 상대의 미숙한 플레이로 위기에서 벗어난 김일엽은 남은 타자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11회의 수비를 마무리하였다.

최근 심한 부진에 빠진 손아섭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2회말, 무사 만루 찬스에게 경기를 끝내지 못한 롯데

 마지막 공격에 접어든 롯데는 다시 한 번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로 나선 이승화가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했고, 경기 중 단 한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던 가르시아가 우중간 안타를 때려내며 이승화를 3루까지 출루시켰다.

 무사에 주자 1, 3루 상황이 되자 삼성은 문규현을 고의 사구로 내보내며 다시 만루 작전을 펼쳤다.
무사의 1, 3루 상황에서는 어떤 타구가 나와도 상대의 득점을 막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앞선 10회의 원 아웃 만루 찬스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던 롯데는 더 좋은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끝까지 롯데의 손을 밀쳐냈다.
김민성의 2, 3루 간을 빠질 것 같았던 안타성 타구는 전진 수비 중이던 김상수의 다이빙캐치에 잡히고 말았고, 10회에 이어 다시 원 아웃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장성우는 10회 때 보다 더 짧은 우익수 플라이를 치며 아웃 되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손아섭이 삼진으로 물러나는 순간 롯데의 팬들은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지독하게도 승운이 따르지 않는 경기였다.



< 불안요소와 희망을 같이 봤던 경기 >

6월 17일의 경기는 앞으로의 불안요소와 희망을 같이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 불안요소, 강민호의 불안으로 타선마저 힘을 잃나?

 수요일 경기에서 강민호의 공백에 따른 득점력 저하를 약간이나마 경험했던 팬들은 목요일 경기에서 그의 빈자리를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강민호를 대신해 경기에 나서는 장성우는 아직까지는 타격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은 선수이다.
그런 장성우는 이 경기에서 득점권에 주자를 두고 세 번이나 타석에 들어섰지만 단 한번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특히 연장 10회말과 12회말에 각각 원 아웃 주자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장성우는 짧은 외야 플라이 두개로 주자를 홈들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두 번의 끝내기 기회가 날아가는 것을 지켜본 팬들은 장성우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5월 후반부터 최근까지 3할5푼 이상의 기간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강민호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이 경기에서 연장 끝내기 기회에 끝내기 희생플라이나 안타가 나오지 않은 것 때문이 아니다.

3할 이상의 타율과 12개나 되는 홈런으로 중심타선을 받치던 강민호가 타선에서 빠지게 되자 타선의 무게감이 줄어든 것이 바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롯데는 아직도 뛰어난 중심타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강민호가 빠지게 되면서 상대 투수들은 가르시아와의 승부가 무척 편해지게 되고 이렇게 되면 가르시아는 또 다시 긴 부진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르시아마저 부진에 빠지게 된다면 상대 투수들은 이제 이대호와의 승부에서도 정면대결을 절대 하지 않는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강민호의 부상이 길어진다면 로이스터 감독은 강민호를 대신해 상위타선을 받쳐주는 선수를 찾아야하고 그러기 위해 다양한 라인업을 시험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3할 이상의 타율에 12개의 홈런을 때려낸 선수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신할 카드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강민호, 그의 부상이 완쾌하길 빌어본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희망, 안정을 찾은 불펜?

 6회 동점이 된 경기는 결국 불펜싸움이 되고 말았다.
불펜싸움이 시작되는 순간 롯데팬들의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의 표정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최강의 불펜이라는 삼성의 불펜진과 약체로 평가받는 롯데 불펜진의 싸움은 걱정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앞선 두 경기에서 모두 불펜진과 마무리가 무너지며 경기를 내준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 날 롯데의 불펜은 앞선 두 경기와 달랐다.

 마지막에는 선발투수인 나이트까지 마운드에 올린 삼성의 불펜진(오승환 - 차우찬 - 권오준 - 권혁 - 나이트)을 상대로 롯데의 불펜진(배장호 - 허준혁 - 김사율 - 임경완 - 강영식 - 김일엽)은 만만치 않은 경기를 펼치며 삼성의 타선을 0실점으로 막아냈다.

앞선 두 경기에서 다시금 롯데의 최고 약점으로 부각 되었던 불펜진이 빠른 시간 안에 안정을 찾은 모습은 경기에 승리하지 못해 침울한 팬들에게 하나의 위안이 되었다.
 


 3, 4위 자리를 빼앗기에 절호의 찬스였던 삼성과의 3연전은 실질적으로 3전 전패를 당하는 것과 같은 최악의 결과를 얻고 말았다.
롯데는 이제 5위 자리를 위협하는 LG와의 3연전을 위해 잠실로 이동한다.
삼성과의 3연전에서 보였던 불안요소들을 모두 잊고 LG를 상대로 다시 한 번 4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