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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아직도 8연승 기록에 취해있다면 '꼴데'가 될 수밖에 없다.




 장마소식과 함께 찾아온 시원한 바람은 불볕더위에 달궈진 사직구장의 열기를 잠시나마 식혀줬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롯데를 응원하기 위해 찾은 많은 팬들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찾은 시원한 바람으로 야구보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던 6월16일의 사직구장.
전날 경기에서 악몽 같은 9회 역전패를 당했던 롯데의 선수들은 과연 2연패를 끊고 다시 비상하는 모습을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을까? 아니면..



< 6월16일 경기 리뷰 >

 롯데는 전날 경기에서 앞서던 경기를 9회에만 대량 5실점하며 역전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팬들에게 악몽 같은 기억을 남기고 말았다.
전날 경기의 패배가 그냥 양팀의 공방 끝에 패배한 경기라면 팬들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9회에만 2개의 실책이 나왔고 팬들은 '꼴데'라고 놀림 받던 최악의 경기력을 다시 한 번 눈으로 확인했다.

이렇게 팬들을 실망시킨 롯데의 선수들은 6월16일 경기에서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팬들이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이재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초, 1차 관문을 통과한 이재곤

 6월16일의 경기는 롯데의 5선발 자리를 부족함 없이 잘 매워주고 있는 이재곤이 선발투수로 등판하였다.

이재곤은 전날 경기를 역전승으로 이끌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삼성의 타자를 상대해야하는 부담을 안아야만 했다.

 이재곤은 삼성의 타자들을 상대하는데 있어 가장 큰 관문이었던 1회초 수비에서 박한이와의 11구까지 가는 어려운 승부가 있기는 했지만 3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1차 관문을 쉽게 통과 했다.

김주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말, 기선제압에 성공한 2득점

 전날 경기를 마무리 문제와 수비의 실책으로 패배하긴 했지만 롯데의 타선은 여전히 뜨거운 화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롯데 공격의 포문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주장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조성환이 열었다.
조성환은 손아섭이  2루수 직선타로 물러난 뒤 타석에 들어서 0-2의 볼카운트에서 2, 3루 간을 빠지는 좌전안타로 경기 첫 안타를 기록했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은 이우선에게 9개나 되는 공을 던지게 한 뒤 방망이가 부러지는 가운데 유격수를 넘기는 좌전안타를 만들었고 1루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

원 아웃의 주자 1, 2루 찬스 상황. 타석에는 롯데의 4번 타자 이대호가 들어섰다.
최근 절정의 타격감으로 홈런, 타점, 타율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몰고 있는 그가 선발 경험이작은 상대를 그냥 둘리 없었다.
2-2의 볼카운트에서 몸 쪽 높은 직구를 받아쳐 펜스를 직접 맞추는 안타를 만들며 3루 주자 조성환을 홈으로 불려 들였고 1루 주자 홍성흔을 2루까지 내보냈다.

 1회말 롯데 득점의 마무리는 부상에서 복귀한 김주찬이 해냈다.
3개의 연속안타 이후 큰 희생플라이가 나왔지만 홍성흔의 타구판단미스와 아쉬운 주로플레이로 단 1점 밖에 내지 못한 롯데의 득점은 약간의 부족함이 있었고, 자칫 선취점을 내고도 상대의 기를 살려주는 상황이 될 뻔 했다.
하지만 투 아웃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이 2-2의 볼카운트에서 중전안타를 만들어내며 홍성흔의 다소 아쉬웠던 주루플레이를 상쇄 시키는 1타점을 올렸다.

롯데의 1회 2득점을 본 롯데의 팬들은 전날의 패배의 아픈 기억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홍성흔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2회초, 실점을 했지만 위기를 잘 넘긴 이재곤

 1회의 수비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이재곤은 2회초 수비에서 싱커볼의 릴리스 포인트에 문제가 생기며 위기에 몰렸다.

 이재곤의 2회는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최형우에게 2-1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1, 2루 간을 빠지는 우전안타를 맞았고, 다음 타석에 들어선 조영훈에게도 우전안타를 내주며 연속안타를 허용했다.
위기에 몰린 이재곤은 진갑용과의 상대에서 더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진갑용이 시도한 두 번의 번트시도가 실패하며 이재곤에게 아주 유리한 상황이 되었지만 생각치도 못했던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이재곤의 장점과 진가는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 빛을 보였다.
만루 상황에서 첫 상대인 신명철에게 3루 땅볼을 유도해 선행 주자를 홈에서 아웃시키며 아웃 카운트 하나를 만들었고, 다음 타자 조동찬을 상대로도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내는 좋은 피칭을 했다.
비록 타구가 늦게 구르고 조동찬의 발이 빨라 병살 처리가 되지 않아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최상의 투구였다.
그리고 이어진 투 아웃 주자 1, 3루 상황에서도 또 다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 침착하게 자시의 투구를 하며 내야 땅볼 3개를 유도하는 이재곤의 모습은 롯데의 미래와 같았다.

박종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3회말, 이대호와 박종윤의 투런홈런

 2대1의 박빙의 리드를 이어가던 롯데는 상위타선부터 시작되는 4회말의 공격은 대량 득점을 기대 할만 했다.

 원 아웃에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은 좌익수 뒤 2루타를 만들어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한동안 홈런이 없었던 홍성흔이 오랜 만에 홈런을 기록하는 듯 했지만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사직구장의 높은 담장 그물에 걸려 안타가 된 타구였다.

홍성흔의 타구가 홈런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을 다음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가 말끔히 해결하였다.

이대호는 이우선과의 2-2승부에서 바깥쪽으로 제구 된 5구째를 밀어 쳐 우익수 뒤의 펜스를 넘기는 투런 홈런을 기록했다.

 롯데의 3회말 공격은 이대호의 투런 홈런으로 멈추지 않았다.

첫 타석에서 타점을 기록했던 김주찬이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 우익수 뒤 펜스 상단을 직선타로 맞추는 안타를 기록하며 출루하였고, 다음타석에는 박종윤이 들어섰다.
박종윤은 앞선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한 이우선의 초구를 노렸고 박종윤의 방망이에 맞은 타구는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투런 홈런이 되었다.  

3회말에 기록한 이대호의 투런 홈런은 풀스윙이 아닌, 타자가 바깥쪽 공에 속아 커트할 때 보여주는 스윙에서 나온 홈런이라 그의 힘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하게 하는 홈런이었다.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포기하지 않는 삼성의 4,5회

 롯데가 3회의 4득점으로 6대1의 큰 점수차를 만들었지만 전날 경기에서 역전승을 이끌었던 삼성은 포기하지 않은 끈질김을 보였다.

 4회초
삼성은 선두타자 조영훈이 3루수와 베이스 사이를 지나가는 좌익수 왼쪽 2루타로 기회를 만들더니 진갑용의 내야 땅볼 진루타와 신명철의 좌전 안타가 연속으로 나오며 1득점에 성공했다.

 5회초
4회에 1점을 따라붙은 삼성은 5회 롯데의 실책에 힘입어 1점을 더 추격했다.
선두타자 김상수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고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이영욱의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박기혁의 다이빙 캐치에 잡히며 더블 아웃이 될 뻔 했다. 하지만 2루 송구가 빗나가며 김상수는 3루까지 가게 되었고 박한이의 내야 땅볼에 1점을 올렸다.

롯데가 6대1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의 4, 5회 2실점은 롯데에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허준혁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7회, 동점을 허용하다.

 6회까지 3실점(2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이재곤은 7회초 수비에서 선두타자 조동찬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마운드를 허준혁에게 넘겼다.

 삼성의 좌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허준혁은 그 동안 보였던 안정된 피칭과는 다르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롯데의 불운이 시작되었다.

 허준혁은 첫 상대인 이영욱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키더니 다음 타자인 박한이에게 2-0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맞으며 2명의 주자에게 홈플레이트를 허용했다.
허준혁의 실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양준혁을 대신해 타석에 오른 오정복에게도 다시 우중간 2루타를 맞으며 7회초 세 번째 점수를 내줬다.

 전날 경기에서 그나마 안정된 불펜을 만들었던 임경완이 무너진 것에 이어 좌완 원 포인트로 최상의 활약을 보였던 허준혁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은 펜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되었다.

박기혁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8회, 또 다시 시작되는 실책의 악몽

 6대1의 리드에서 동점을 허용한 롯데는 8회초 수비에서 다시 실책이 나오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허준혁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사율은 선두타자 진갑용에게 좌익수 왼쪽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상대가 2루 베이스를 노리다 아웃되는 행운이 따랐고, 다음 타자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쉽게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김사율의 적은 내부에 있었다. 투 아웃 상황에서 조동찬을 상대로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 짓는 듯 했지만 박기혁이 공을 더듬는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마무리 되었어야 할 이닝이 마무리 되지 못한 김사율은 흔들렸다.
조동찬에게 도루를 허용한 뒤 김상수에게 우익수 오른쪽 안타를 맞았고, 내주지 않았어야할 점수를 허용하고 말았다.

8회초 수비에서 롯데의 팬들은 전날 경기에 이어 또 다시 중요한 순간에 박기혁이 실책을 저지르는 최악의 상황을 다시 봐야했다.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9회말, 이대호의 극적인 동점 홈런

 역전을 허용한 롯데의 공격은 침체되어있었다. 
3회의 4득점 이후 단 1점도 올리지 못하고 있던 롯데의 타선은 9회말 공격에서 상대투수 권오준에게 조성환과 홍성흔이 각각 삼진과 2루 땅볼로 물러나며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긴 상황이 되었다.

단 하나의 아웃 카운트만 남은 상황 롯데에게는 이대호라는 희망이 있었고, 삼성은 아직 컨디션이 좋지 않은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리는 실험을 했다.

 오승환과 이대호의 승부는 이대호의 완승으로 끝났다.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오승환은 자신의 최고 장점인 배짱을 앞세워 계속 되는 직구 승부를 펼쳤고 타이밍을 맞추고 있던 이대호는 2-2의 볼카운트에서 한복판으로 몰리는 공을 받아쳐 사직구장 외야 최상단에 떨어지는 극적인 동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정훈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또 다시 무너진 마무리 투수

 이대호의 극적인 동점홈런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롯데 팬들의 얼굴은 5분 만에 다시 일그러지고 말았다.

 9회 원 아웃부터 마운드에 올랐던 이정훈은 10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선두타자 신명철에게 우중간 2루타를 내주고 말았다.
삼성은 선두타자가 출루하자 보내기번트 작전을 내렸고 롯데는 다음 타자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며 원 아웃 1, 3루 상황의 병살타 유도를 노렸다.

 롯데의 병살타 유도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2루 땅볼을 유도했지만 큰 바운드가 된 공에 발 빠른 주자와 타자를 병살타 처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다시 역전을 허용한 롯데는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은 하지 않기 위해 컨디션이 좋은 박한이를 고의 사구로 내보냈고, 오정복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따라갈 수 없는 점수를 허용하고 말았다.

임경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전날과 같은 패턴의 패배

 6월 16일의 롯데는 15일 경기와 같은 패턴의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두 경기 모두 초반에 많은 득점을 올렸지만 중반을 넘어서며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반면에 상대에게는 조금씩 점수를 내주며 결국에는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동점 또는 1점차 승부에서 실책이 나온 것도 같았다.
15일 경기에서는 1점차 리드 상황에서 임경완의 송구 실책이 나왔고, 1점을 뒤지던 상황에서는 유격수 박기혁의 실책이 나왔다.
16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8회초 동점 상황에서 두 아웃 이후 박기혁의 실책이 나왔고 이 실책은 역전을 허용하는 실점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이틀 연속 롯데는 마무리 투수가 무너지고 말았다.
시즌 전 로이스터 감독이 말했던 '2인 체제 마무리 투수'의 두 주역들이 패전투수가 되었다. 



< 아직도 8연승의 기억에 취해 있나? >

 6월15일 경기가 끝나고 포스팅했던 [다시 '꼴데'가 되고 싶나?] 에서 말했던 좋지 않은 흐름에 대한 걱정은 기우가 아닌 현실이 되고 말았다.

많은 팬들이 이틀 동안 보여준 실책과 선발투수진의 붕괴에 허탈함을 보이고 있으며 패배의 책임을 모두 수비의 문제에 두고 있다.

- 타선에는 문제가 없을까?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공격에는 문제가 없었을까?

롯데는 분명 어느팀도 흉내낼 수 없는 최고의 매력을 가진 타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롯데가 지난 일요일부터 기록한 3연패 동안의 기록을 살펴보면 분명 공격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3경기 모두가 초반의 득점력은 뛰어났으나, 그 이후에는 다른 활약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의 경기에서는 2회의 4득점 이후 전혀 득점이 없었고, 화요일 경기에서는 5회의 2득점을 끝으로 득점이 없었다.
16일 경기에서는 그나마 이대호의 9회말 홈런이 있기는 했지만 역시나 3회의 4득점 이후 9회까지 전혀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롯데의 득점력은 여전히 대단했지만 경기가 박빙의 상황으로 넘어갈 때 추가점이 나오지 않은 것은 분명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경기 초반의 많은 득점을 지키지 못한 투수와 수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롯데의 공격만이 강하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롯데가 강한만큼 상대로 강해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상대도 역시 경기 초반 대량득점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또는 차근차근 점수차를 좁힐 수 있다.

- 왜 후반득점이 없을까?

 야구는 배구와 같이 몇 점을 올리면 이기는 배구와 같은 경기가 아니다. 
단 1점으로도 승리를 챙길 수 있고, 10점으로도 패배할 수 있는 상대적인 경기이다.
타선이 부진하면 투수진이 좀 더 힘을 내야하고, 투수가 부진하다면 타선이 힘을 내야한다.

상대가 점수차를 좁혀 올 때 도망가는 점수를 만들지 못한 것은 분명 타선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럼 왜 3연패 동안 경기 중, 후반의 득점이 부진했을까?
혹시 8연승이라는 기록에 취해 초반의 대량 득점 이후 긴장감을 풀어버린 것은 아닐까?



 롯데는 은근슬쩍 3연패를 하고 말았다.
3위를 넘봤던 성적은 어느새 4위와의 게임차가 2.5게임으로 벌어졌다.
이제는 롯데의 선수들이 조금 더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 열기 속에 팬들은 롯데를 외면할지도 모른다.
오늘은 연패에서 탈출하였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홀가분한 마음으로 태극전사들을 응원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