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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를 위해 내렸던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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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나는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 밖에 돌아다니며 사람들 구경 하는걸 좋아하고 가끔은 사무실 뒤쪽의 산에 오르는 것도 즐기는 입장에서 비는 여러 가지 제약을 준다.

그리고 언제 부터인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이면 몸이 무겁게만 느껴지고 괜스레 이런저런 잡 걱정들을 꺼내서는 필요 없는 걱정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비가 싫은데...야구 시즌이면 다른 이유들 보다 몇 배나 큰 이유 하나가 더 생긴다.

'XX경기 우천취소'라는 KBO의 게임 취소 공지사항은 하루 중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을 뺐어가겠다는 도전장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날은 그런 허탈한 느낌이 조금은 덜하다. 

당장 오늘 하루 야구를 보지 못하는 것은 분명 아쉽지만 요즘과 같이 내가 응원하는 팀이 연패에 빠져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는 나의 하루의 기쁨과 충분히 바꿀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휴식 이후 그라운드에서 뛰는 그들이 각성모드로 바뀐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롯데입장에서 오늘의 비는 분명 반가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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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 - 부담감 - 패배의식의 악순환>

 시범경기를 통해 휘두르기만 하면 안타를 치고 던지기만 하면 삼진을 잡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가졌지만 세계에서 가장 광적인 팬들로 가득 찬 사직구장 개막전에서 1점차 패배를 했고, 다음날은 아슬아슬 하던 경기를 순식간에 내주며 완패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 경기였던 한화전에서는 실책 4개와 볼넷 9개를 내주며 완전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개막 이후 3경기 동안 볼넷, 실책, 폭투가 꾸준히 늘어나며 점차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만 있다는 것이다.

 

과연 롯데는 이렇게 못하는 팀인가?

아니다. 수비의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을 부정할 순 없지만 하루에 실책을 4개나 범할 정도가 아니며 사사구를 9개를 내줄 팀도 아니다.

 

그럼 롯데는 평균 2.7점만을 낼 수 있는 허약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팀인가?

이 역시도 아니다. 8개 팀 중 가장 강한 3-4-5-6-7번 타선을 지닌 팀이고 3할을 치는 1번 타자를 보유한 팀이다.

 

그런데 왜!! 지금의 롯데는 막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롯데뿐만 아니라 어떤 팀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팀이 완벽하게 막장의 경기력을 보이는 경우는 불운과 과도한 부담에 의한 위축감 그리고 패배의식이 겹쳤을 때가 가장 흔하다.

롯데는 첫 경기에서 마지막 회 극적인 동점기회를 만들 수 있었지만 김주찬의 타구가 볼데드가 되는 불운을 겪으며 개막전 패배를 안았고 두번째 경기에서는 홈 개막전 2연패는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신인급 투수들이 무너지며 완패 하였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패배의식까지 더해져 폭투를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박시영이 결국 3월31일자로 2군으로 내려갔네요. 로이스터 감독의 신인 투수 키우기의 희생양이 될까 걱정입니다.)

불운-> 부담감 -> 패배의식 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갖혀버린거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행운의 게임이 따르거나 부담감을 잊을 수 있는 휴식이 있을 때 끊을 수 있다.


<단비와 같은 우천 휴식>

  어제의 비는 롯데에게 많은 것을 선물했다.

롯데 선수들은 악순환의 고리 중 하나인 부담감을 끊을 수 있는 휴식의 기회를 가졌다.

그들이 오늘 어떻게 보냈을지는 모른다. 그냥 가만히 숙소에 앉아 공상에 빠져 있었을 수도 있고 자율적으로 스윙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을 수도 있다.

어떻게 꿀 같은 휴일을 보냈든 개개인의 방법을 통해 그들이 조금이라도 부담감과 패배의식 그리고 위축감에서 벗어나기만 했다면 그만이다.


  비로 인한 게임 취소는 심리적 도움도 많지만 실질적으로 나타나는 도움도 있다.

현재 손민한, 조정훈, 이용훈의 부상으로 5인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난 롯데 입장에서는 하루의 휴식으로 선발 투수 운영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

이틀 동안 난타당하며 많은 투구를 했던 중간계투진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는 롯데>

  이제 자이언츠들은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른다.

많은 팬들은 우천 취소로 생긴 휴식이 분위기 반전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약 하루의 휴식 이후 맞이하는 오늘의 게임에서 분위기 반전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주말까지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의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또 다른 이유

크기변환_사본 -news_20100326-01.jpg  (롯데 4월 일정)

  어떤 전문가가 말했다. 롯데는 시즌 초반 상대적으로 약팀으로 분류된 엘지, 한화, 넥센과의 경기가 많기에 이때 얼마나 많은 승수를 챙기느냐에 따라 시즌의 성적이 결판날 수 있다고 말이다. 시즌 초반에 많은 승수를 챙기지 못하면 시즌 중후반 본격적인 순위 싸움이 시작되면 강팀으로 분류되는 팀들과의 연전에서 여유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4월 1일 게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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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우)


  선발투수 싸움은 이름만 봤을 때는 안영명에게 조금 기우는 듯하다. 

안영명은 지난 시즌 11승 8패 방어율 5.18이라는 성적을 냈고 지난 시즌 풀타임을 소화한 것이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이명우는 2002년 롯데 입단하여 1승 7패의 성적을 남기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여 지난해 7월 소집해제 하였다.

  언뜻 보면 안영명의 실력이 많이 앞서 보이지만 시범경기 기록을 보면 쉽게 결단하긴 힘들다.

안영명이 시범경기 3게임 출전해 승패 없이 방어율 3.27을 기록하였고

이명우는 시범경기 3게임 13 1/3 이닝 투구 하여 2승 방어율 2.03을 기록하였다.

이명우가 시범 경기를 통해 맞춰 잡는 피칭을 많이 선보였고 오늘의 상대팀인 한화가 교타자나 베터랑 타자가 많지 않다는것을 감안 하면 이명우가 쉽게 한화 타선을 요리할 가능성도 있다.


  오늘의 게임은 롯데의 타자들이 우천 취소 휴식으로 얼만 큼 부담감을 털었느냐 그리고 이명우가 다른 투수들과 달리 시범경기와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느냐가 승리의 키포인트가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