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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홍성흔의 부상과, 최악의 나비효과?




 즐거운 주말의 휴식을 마치고 새로운 일주일을 준비하던 8월15일의 늦은 밤 시간.
롯데의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자이언츠 골수팬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15일 KIA와의 경기 중 윤석민의 공에 맞은 홍성흔이 손등골절로 시즌 아웃이 불가피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 8월 15일 경기 총평 >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사람이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습한 날씨에서 펼쳐진 8월 15일 KIA전은 롯데에게 최악의 경기가 되고 말았다.

최근 경기에서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가르시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최악의 공격 집중력

 롯데의 타자들은 경기초반 KIA의 선발투수 이대진을 상대로 3회초 공격까지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지만 정작 득점은 올리지는 못하는 비효율적인 공격을 보였다.
특히 1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2루타를 치며 출루에 성공했던 김주찬이 원 아웃 상황에서 3루 도루를 실패하는 장면이나 볼넷 3개로 만든 투 아웃 주자 만루 상황에서 가르시아가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장면은 선취득점을 기다리던 롯데팬의 입장에서 큰 아쉬움이 남았다.

 롯데가 선취점을 뽑아낸 장면도 역시 팬들은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어렵게 선취점을 뽑아낸 것은 투 아웃 만루의 기회를 놓친 직후의 4회초 공격이었다.
전준우, 문규현의 연속 타자 안타와 황재균의 볼넷으로 만들어낸 원 아웃 주자 만루의 찬스에서 김주찬이 바뀐 투수 유동훈을 상대로 초구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만들며 선취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계속되는 원 아웃 주자 만루의 기회에서 롯데는 더 이상의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국내 최고의 타자들로 손꼽히는 조성환과 홍성흔의 타순에서 추가점이 나오지 않은 것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줄 수밖에 없었다.

 로이스터 감독의 고집도 역시 롯데가 최악의 공격력을 보인 것에 한몫했다.
4회의 선취득점 이후 바로 다음 공격이었던 5회초 공격에서 롯데는 이대호의 안타와 강민호의 안타로 원 아웃 주자 1, 2루의 찬스를 만들었고, 평소 원 아웃 주자 1,2루 풀카운트 상황에서 런앤히트 작전을 구사했던 로이스터 감독은 이날도 역시 그 고집을 꺾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원 아웃 주자 1, 2루 풀카운트 상황에서 런앤히트 작전을 자주 구사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의 경우 '자주'보다는 '늘'에 가까울 정도로 이 작전을 구사하여 일부 팬들에게 비판을 듣는 상황이었고, 이 날도 역시 발이 느리기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인 이대호와 강민호가 주자였음에도 이 작전을 구사하여 타석에 있던 전준우가 삼진 아웃을 당함과 동시에 주자도 아웃 되는 최악의 작전이 되고 말았다.


 롯데는 5회초 공격까지 6개의 사사구와 6개의 안타를 얻어내며 상대투수를 공략하는 것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공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기회라도 그 기화에 얼마나 강한 집중력을 보이며 많은 점수를 뽑아내느냐이다.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 최악의 공격집중력을 보이며 팬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8월 15일의 이재곤 투구 모습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best와 worst 피칭을 모두 보여준 이재곤

 8월 15일 경기에서 롯데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이재곤이었다.

 앞선 선발 등판이었던 8월 3일 두산전에서 4피안타 1사사구라는 뛰어난 피칭으로 생애 첫 완투승을 기록한 이재곤의 8월 15일 KIA전 등판 소식을 접하는 순간 팬들의 머릿속은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7월 29일 KIA와의 맞대결에서 이용규에게 쓰리런 홈런을 허용한 것을 비롯하여 한 이닝에만 3개의 홈런을 맞으며 아웃 카운트 6개를 잡는 동안 7자책점을 기록했던 악몽 같았던 날을 팬들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팬들의 기대와 걱정을 어깨에 짊어진 채 마운드에 오른 이재곤은  경기 내내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였다.
KIA의 타자들은 이재곤의 공에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으며 7회까지 단 1개의 안타만을 뽑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재곤은 완벽에 가까운 투수 속에 최악의 모습도 같이 드내고 말았다.
이재곤은 우타자와의 승부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3개나 되는 몸에 맞는 볼을 던졌고, 볼넷도 역시 4개나 허용하고 말았다.
이재곤이 7회까지 허용한 2점의 점수 가운데 안타와 연관 된 점수는 전혀 없었다.

이대호의 연속경기 홈런 기록도 끝이났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모든 것이 좋지 않았던 최악의 경기

 2대1의 스코어로 롯데가 KIA에게 리드를 당하고 있는 8회말 수비부터 마운드에 올라 첫 상대인 이현곤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등 8회에만 두 개의 안타를 맞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이정훈은 조성환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KIA의 4번 타자인 최희섭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8회보다는 나름 자신 있고 힘 있는 듯한 투구를 했다.

 하지만, 이정훈은 결국 김상현을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김상현을 상대로 두 개의 공을 볼로 던진 이정훈은 세 번째 공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밖에 없었고, 가운데로 몰린 이정훈의 공이 김상현의 방망이에 맞은 뒤 우익수 뒤쪽 관중석에 떨어지는 홈런이 되면서 경기는 끝이 나고 말았다.


 8월 15일의 경기는 모든 것이 좋지 않았다.
타자들은 8개의 사사구와 8개의 안타를 상대로부터 뽑아내고도 단 2득점에 그치는 집중력 부족의 모습을 보였고, 선발투수로 나섰던 이재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 멋진 공들을 던졌지만 호투에 어울리지 않은 사구와 볼넷을 남발하며 그 가치를 떨어트렸으며, 늘 문제가 되었던 불펜도 역시 팬들의 기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최악의 경기력으로 8월 15일의 경기를 패배하고 말았으며, 이로 인해 롯데와 KIA의 게임차는 2게임차로 좁혀지게 되었다.



< 홍성흔의 부상과 롯데팬들의 눈물 >

 글의 도입부에서 이미 말하였지만 롯데의 핵 타선을 이끌던 홍성흔이 부상으로 인해 시즌아웃 판정을 받았고, 이 소식은 롯데팬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수준의 충격을 주었다.
8월 15일 경기 중 윤석민의 몸 쪽 공에 홍성흔이 맞았을 때만 하여도 부상에 대한 걱정은 하였으나 골절이라는 결과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나 역시 충격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이틀연속 술집을 향하게 되었다.

 술집에 모여든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은 역시나 홍성흔의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 공간의 대부분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술집을 찾은 사람들임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야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나 광적으로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수도 있지만, 광적인 롯데팬이 대다수인 부산지역에서는 롯데선수들이 이슈가 되는 날이면 이렇게 모든 테이블에서 롯데에 관련 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 홍성흔의 부상이 가져올 나비효과... >

 홍성흔의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술병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리고 홍성흔의 부상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팬들은 윤석민을 욕하기도(윤석민의 잘못이 없다는 것을 대부분이 알지만.. 사람이란..ㅠ.ㅠ) 하고, 롯데의 앞날을 이야기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8월 15일의 경기 모습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홍성흔의 부상으로 4위싸움의 약자가 되어버린 롯데

 사실 홍성흔의 부상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롯데의 4강행이 멀어졌다'라는 글들이 게시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 또한 롯데의 준 플레이오프 진출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 팬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KIA보다는 롯데가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롯데가 KIA에게 여전히 2게임차로 앞서고 있지만, 두 팀의 승율이 같을 경우 양 팀 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팀이 어드밴티지를 받는 '승자 승'의 원칙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KIA에게 상대전적에서 6승 10패로 뒤쳐지고 있는 롯데의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게임차가 1게임차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당장에 게임차도 문제지만 롯데에게 더욱 큰 문제는 홍성흔의 공백이 도저해 메울 수 없을 정도로 큰 구멍이 되었다는 것이다. 롯데팬들이 아무리 머리를 감싸며 고민을 해봐도 공격부분 대다수 항목에서 1, 2위(타점 1위, 타율 2위, 홈런 2위, 최다안타 1위)를 달리고 있는 홍성흔의 빈자리를 채울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홍성흔이 빠른 회복으로 롯데팬에게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팬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결과는?

 롯데팬으로서 4위 싸움의 패자가 되는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만약이라는 전제하에 롯데가 4위 싸움에서 패배하게 되었을 경우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일부의 팬들은 만약 롯데가 4위 싸움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준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보다 더 큰 문제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 것은 바로 암흑기에 있던 롯데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오랜만에 팀을 준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던 로이스터 감독의 거취문제이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롯데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구단이 로이스터 감독과의 재계약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롯데팬들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팬들이 로이스터 감독에 대하여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그의 경기운영방식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로이스터 감독의 재계약을 위해 선수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게 되면서 그들도 역시 로이스터 감독의 재계약에 대하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전부터 로이스터 감독을 좋아하던 팬들은 로이스터 감독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의 팬들이 로이스터 감독의 재계약에 더욱 신경 쓰고 있는 이유는 현재 롯데에 몸담고 있는 모 코치와도 연관이 있다.
최근 몇 년간의 롯데 구단의 행보를 봤을 때 로이스터 감독이 물러나게 되면 이 코치가 차기 감독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는 상태인데, 이 코치가 팀의 감독이 되는 것은 절대 볼 수 없다는 분위기가 로이스터를 좋아하는 팬들과 그렇지 않은 팬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군지는 대부분 알 듯..)


 팀의 핵심선수를 잃은 과정은 다르지만,
2001시즌 힘겨운 4위 싸움을 하고 있던 롯데가 '배영수 - 호세 사건'으로 인해 팀의 핵심선수인 호세를 잃음으로서 4위 싸움에서 미끌어지고, 다음 시즌 중반 백인천 감독이 팀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롯데 최악의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일들을 저지르는 것을 지켜봤던 팬들의 입장에서는 또 다시 암흑기의 시작이었던 그 때로 돌아갈까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결국 홍성흔의 부상으로 올 시즌 4위 싸움이 어려워 진 것도 문제지만 그 이후에 연쇄적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 팬들도 역시 많다는 것이다.



<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홍성흔 >

 홍성흔의 부상소식이 알려지면서 몇몇의 팬들은 각종 야구커뮤니티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는 글을 적었고, 나 역시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홍성흔과 롯데를 응원하는 팬들이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야하는데 그 당사자인 홍성흔의 심정은 어떨까...
이번 시즌 홈런과 타점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모두 갈아치우고 있으며, 이승엽이 가지고 있는 한 시즌 최다타점 기록을 갈아치울 절호의 찬스를 잡은 그가 30여 게임을 남겨두고 시즌 일정을 마쳐야 한다는 것은 그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홍성흔 성적 (자료:statiz)

 그리고 개인의 성적만큼 팀의 상황도 그의 아픔을 더욱 크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평소 팀을 위한 책임감이 강했던 홍성흔의 모습을 알고 있는 팬이라면, 팀이 준플레이 오프 진출을 위해 중요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때 부상을 당하였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고 있을 홍성흔의 모습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홍성흔의 부상소식에 힘들어했던 팬들은 이제 그 아픔을 거둬들이고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홍성흥을 위해 더욱더 목소리를 높여 롯데를 응원해보는 것은 어떨까?



< 마무리 하면서... >

 8월 15일 늦은 밤, 홍성흔의 부상소식이 알려진 뒤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윤석민에 대한 책임 논란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사실 롯데팬의 입장에서 홍성흔의 부상소식이 알려졌을 때 홍성흔이 팀 전력에서 이탈되게 되면서 처하게 되는 롯데의 상황 등으로 인해 입버릇처럼 '아나~머같네', '아씨 XX'이라는 욕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윤석민이 일부러 맞췄다.', '윤석민이 홍성흔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고 이대호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미소를 지었다'(롯데팬인 나도 윤석민이 안타를 허용하였을 때 일부로 미소를 지으며 안정을 찾는 다는 것은 알고 있다.) 라는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행위를 하는 것은 단순히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분란을 일으키는 행위로 밖에 인식되어지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일부로 상대의 손목을 겨냥하여 투구를 해 4위 싸움의 우위를 점하려 할 만큼 우리의 야구 판은 지저분하지 않다.( 그리고 그걸 정말 노리고 맞출 선수가 존재할까?, 그 것이 손목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빈볼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다행이도 하루가 지난 오늘, 팬들은 조금씩 냉정함을 찾기 시작한 듯하다.
지난 경기 롯데에게 너무 소중한 선수를 부상으로 잃었기에 큰 충격에 빠져 심한 말들을 했던 팬들은 롯데의 남은 전력으로 어떻게 하면 4위 싸움을 이길 수 있을지 이야기 하고 있으며, KIA의 팬들도 역시 중요한 일정 속에서 홍성흔이 부상을 당한 것에 자신들도 미안함(그들이 잘못한 것은 없지만..)을 느끼며 홍성흔 선수가 후유증 없이 빠른 회복을 하길 바란다는 말로 롯데의 팬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롯데의 선수들이 홍성흔의 공백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그들이 홍성흔의 공백을 최소화 할수록 팬들은 악몽 같았던 8월 15일의 경기를 잊게 될 것이며, 부상 속에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홍성흔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