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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홈런보다 밀어내기 볼넷이 더 통쾌했던 롯데의 복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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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연패에 빠져있던 롯데는 한화를 상대로 6점차 역전승을 일궈내며 금요일 경기에 대한 작은 복수를 해냈다.


일요일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한화에게 연이틀 당했던 '역사에 남을 역전극'과 '참패' 때문인지 관중석은 비어있는 공간이 많았다.


선수들도 비어있는 관중석의 의미를 눈치챈 것일까? 실점의 패턴은 지난 경기와 같았지만 실점이후의 대응은 전혀 다른, 포기하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4월 11일 리뷰>


  송승준과 유원상의 선발투수 매치업은 롯데가 유리해보였다.

송승준이 비록 시즌 첫 게임을 한화전에 등판하며 한번의 대결에서 5 2/3이닝 동안 6실점(4자책)의 부진한 모습을 보여 줬지만,

한화킬러로 이름을 높였던 지난 시즌의 모습을 팬들은 기대했다.


-  불안한 송승준 -


 선발투수에 대한 많은 기대감을 안고 게임이 시작되었지만 송승준의 투구는 불안하기만 했다.

선두타자에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서 연속으로 4개의 볼을 던져 주자를 내보냈다.

2번 타자 이대수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3번 타자를 상대하며 와일드 피치를 포함한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주자 1, 3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한화의 이도형은 외야 플라이를 노리는 팀 베팅으로 팀의 첫 득점을 자신의 타점으로 만들었다.

게임 시작과 함께 상대에게 허용한 점수가 안타 하나없이 볼넷과 와일드피치, 희생타만으로 내준 것이기 때문에 팬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었다.


3한화3차-9_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아쉬웠던 1회 공격 -


 롯데도 1회에 득점의 기회를 잡았다.

2번 타자 손아섭이 중견수 앞 안타로 진루했고, 조성환이 볼넷을 골라내면서 4번 타자 앞에 주자 1, 2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원아웃에 주자가 두 명이 루상에 나가있는 상황, 롯데에서 최고 타격감이 좋은 이대호와 가르시아가 대기하고 있었기에 득점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명의 타자가 연속으로 삼진을 당하면서 첫번째 득점기회를 날렸다.

상대팀은 안타 없이 1득점을 한 반면에 롯데는 안타와 볼넷이 어울어 졌음에도 득점을 하지 못해 대조를 이뤘다.


- 오래 걸리지 않았던 첫 득점 -


1회의 득점기회를 아쉽게 놓쳤지만 첫 득점을 올리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주찬이 3루 내야 땅볼 상황에서 빠른 발을 이용하여 내야 안타로 만들며 득점의 시발점을 만들었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1회 팀의 첫 안타를 만들었고 몸을 아끼지 않은 좋은 수비를 보였던 손아섭이였다.

손아섭은 전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항의라도 하듯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팀의 첫 타점을 만들었다.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성환이 내야땅볼로 물러났지만 이대호가 전 타석에서 좋은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좌익수 앞의 안타로 역전을 시켰다.


한화3차-10_big.jpg 첫득점장면(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결국 무너진 송승준 -


 송승준 4회까지 불안한 컨트롤 때문에 볼넷을 4개나 내주며 1실점 하였지만 비교적 상대타선을 잘 막고 있었다. 

실제로 송승준은 4회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틀 동안 폭발적 이였던 한화의 타선을 상대로 피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송승준은 5회초 선두타자에게 첫 안타를 내주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두번째 타자를 내야땅볼로 잘 막았지만 다음 타자 추승우와의 승부에서 자신의 주무기인 포크볼을 던졌지만 너무 일찍 공이 떨어지면서 폭투가 되면서 주자는 3루로 이동했고,

송승준은 주무기가 마음먹은 대로 제구 되지 않자 급격한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추승우를 볼넷으로 내보낸 송승준은 이대수에게 1,2루 간을 뚫는 우전안타를 맞으며 1회 이후의 첫 추가실점을 하였고 팀은 동점을 허용했다.


 송승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눈에 보였지만 지난 경기의 불펜진은 신뢰를 주기에 부족했다.

계속된 위기 속에서 투구를 지속했던 송승준은 제구가 전혀 되지 않으면서 이후의 타자들에게

볼넷 - 안타 - 고의사구 - 적시 2루타 - 안타를 연속으로 내주며 6점을 더 내줬고 5회에만 총 7점을 실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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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패를 허락할 수 없었던 선수들, 그리고 추격전  -


 5회초 7실점하며 2 대 1의 리드를 지키던 스코어는 2 대 8로 바뀌었다.

팬들은 한화와의 3연전에서 한 이닝에 6~7점의 대량실점을 반복하는 롯데의 실망스런 모습에 헛웃음을 보이며 게임에 대한 기대를 접는듯했다.

하지만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의 생각과 의지는 팬들이 생각한 것과 달랐나보다.


긴 시간의 수비에 집중력이 떨어질만 했음에도 타자들은 이기겠다는 신념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박기혁의 내야 땅볼로 원아웃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은 내야 잔디와 흙의 경계에 공이 맞으며 안타로 이어진 행운의 2루타로 진루하였다.

대량실점 이후의 첫 공격이라 분위기 전환을 위해 1점이라도 꼭 필요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행운의 안타는 경기의 결말을 예지하는듯했다.

김주찬의 행운의 안타 뒤에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공격 본능이 강했을 것임에도 볼넷을 얻어내며 진루하여 중심타선에게 기회를 넘겼다.


 테이블 세터가 만들어준 기회는 중심타선에게 넘어왔다.

아직 자신의 컨디션을 찾지 못하며 고생하고 있는 조성환은 주장답게 중요한 순간에 좌익수 앞 안타를 만들어 내며 꼭 필요했던 팀의 1점을 만들어냈다.

어느 정도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롯데는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이대호가 풀카운트 끝에 상대의 유인구에 베트가 따라 나갔지만 베트 컨트롤로 적시타를 쳤다.

계속된 1, 3루의 기회에서 가르시아가 태그업이 힘들어 보이는 앝은 플라이를 쳤지만 조성환이 빠른 판단으로 홈에 쇄도했고 득점에 성공하면서 5회말 3점을 따라 붙는데 성공했다.


한화3차-13_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야수들의 집념, 그리고 동점 -


 6,7회 매 이닝 주자가 출루하였으나 추격득점에 실패하며 한화에게 1점을 추가로 실점한 롯데는 8회말 다시 한 번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선두타자 박기혁이 볼넷으로 출루하였고 김주찬의 게임 4번째 안타로 무사 주자 1,2루의 기회가 생겼다.

손아섭의 잘 맞은 타구가 좌익수의 호수비에 잡혔고 조성환이 투 스트라이크에서 부상을 당하며 찬스를 놓치게 될까 걱정이 되었지만

대타로 들어온 박준서가 2 - 0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볼넷을 얻어내며 찬스를 연결해줬다.

박남섭.jpg 

주자 만루상황에 들어선 이대호는 역시 해결사였다. 풀카운트에서 상대 투수 옆을 통과하는 2타점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2점 차로 따라잡은 롯데는 2점이 더 필요한 상황 이였기에 이대호를 빼고 대주자를 투입시키는 작전을 펼쳤고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가르시아가 1루 땅볼을 쳤지만 발 빠른 김민성의 스타트가 좋았기에 한화는 무리하지 않고 타자 주자만 아웃시켰고 3루 주자는 득점하였다.

만약 이대호가 1루 주자였다면 더블 플레이로 이닝이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았다. 

다음 타자였던 홍성흔은 전진 수비 중 이였던 외야수들 사이를 가르는 적시타를 쳤고 1점을 추가하면 드디어 6점의 차이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한화3차-11_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복수극의 엔딩 -


 금요일 경기처럼 8회말 동점을 이룬 양 팀은 또 다시 연장에 돌입하게 되었다.

연장에 돌입하며 금요일의 경기가 오버랩 되면서 패배에 대한 걱정도 따랐지만 롯데 선수들의 의지는 금요일의 그것과는 달랐다.


선두타자로 나선 김주찬이 안타를 치며 출루하였고, 손아섭의 번트가 예상되었지만 강공이 지시되었다.

많은 팬들의 입에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손아섭은 결국 안타를 만들어내며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제 무사에 주자는 1, 3루 쉽게 승리를 챙길 듯 했지만 마지막 시험이 있었다.

타석에 들어선 박준서가 초구를 쳤지만 빠른 땅볼타구가 전진 수비 중이던 유격수 정면으로 갔고 홈으로 파고든 김주찬은 홈에서 아웃이 되었다.

홈승부에 실패하며 원아웃 주자 1,2루로 바뀐 상황에서 김민성이 삼진을 당하며 또 다시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 했다.

하지만 가르시아와 홍성흔의 자신들의 본능마저도 억누른 승부에 대한 집념이 있었다.

상대 투수가 이전 타자들을 상대 할 때 부터 컨트롤에 문제가 있음을 눈치 챈 두 타자가 연속 볼넷을 골라내며 밀어내기로 게임을 마무리 하였다.

대역전극에 걸맞는 멋진 엔딩은 아니였지만 팀의 연속된 참패를 끊었기에 팬들은 그 어떤 승리보다 환호하였다.


한화3차-19_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승리를 위해 필요했던 것들>


- 중간계투진의 안정 -


 오늘의 승리는 중간계투진의 안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전의 두 경기를 뒤돌아보면 롯데가 6점을 뒤진 상황이 아닌 6점을 이기고 있는 상황 이였어도 팀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의 중간계투진은 정말 오랜만에 100%의 활약을 해줬고, 중간계투진의 안정으로 추가실점을 최소로 막았기에 야수들이 안정된 마음으로 차근차근 점수를 모을 수 있었다.

오늘 경기의 완벽한 모습의 절반만 보여 줬어도 3연패 동안의 경기 중 2경기는 승리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마저 들게 했다.


이정민.jpg 강영식.jpg 이정훈 (1).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집념 -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집념이 빛났다.

어떤 팀이든 6점차로 뒤지고 있으면 의례 게임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면서 더욱 크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의 롯데 선수들은 그동안의 패배의 모습을 더 이상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지 대량 실점, 긴 시간의 수비 이후에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박남섭이 2 - 0 의 볼카운트에서 교체되어 볼넷을 얻어낸 것, 이대호가 5회 보여줬던 적시타, 중요한 순간 볼넷을 얻어낸 가르시아, 조성환의 홈 쇄도, 김주찬의 내야안타 등 모든 공격에서 좋은 집중력을 보여줬다.


<좀 더 안정된 전력을 위한 노력>

 

연패를 끊은 롯데는 하루를 쉬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한다.


- 자리를 찾은 공격과 수비 -

시즌 초반 문제가 되었던 타격은 완전히 살아났다.


4롯데타격.jpg 롯데 타자성적(출처: KBO)


  이대호는 어느덧 타격 1위의 자리에 올랐으며, 가르시아는 예전과 다른 선구안을 바탕으로 7위의 자리에 올랐다.

홍성흔은 타율은 많이 떨어져 있지만 찬스에 강한 모습으로 홈런과 타점 부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가르시아 타점 2위, 이대호 4위)

특히 이대호의 득점권 타율 0.462 와 가르시아의 득점권 타율 0.500도 역시 리그 톱 수준으로 기회만 앞선 주자가 출루만 한다면 어떤 구단도 두렵지 않다.


수비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가고 있다. 3루에 이대호가 들어가고 박종윤이 1루를 보면서 시즌 초반 보다 안정되어진 내야진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 투수진의 각성이 필요 -


 문제는 투수진이다. 팀의 공격력은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투수진은 오히려 나쁘게 변하고 있다.

그나마 좋은 활약을 보여 줬던 선발진도 몇몇 선수의 컨트롤 난조로 고생을 하고 있다.


 이런 컨트롤 문제는 심리적 안정이 필요해 보인다.(딱히 당장에 어떻게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없다...)

특히 장원준의 경우 3경기 등판에서 모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서 아시안게임 '조범현호' 승선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몇몇의 투수는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 활용에 대한 점검이 필요 할듯하다.

다른 팀의 경우 한팀에 한 두 명씩은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롯데에는 딱히 그런 선수가 없어 보인다.

롯데의 중간계투진이 제구력이 좋은 선수가 많지 않은 것도 원인이겠지만 나름 혜택을 받을 조건을 갖춘 사이드암 투수들(임경완, 배장호, 나승현)이 모두 볼펜진 중에서도 최악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 어떤 원인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4롯데투수.jpg 롯데투수성적(출처:KBO)


시즌 초반 약팀으로 분류되는 팀과의 경기가 많고 시즌 후반에는 강팀들과의 경기가 많이 배정된 롯데로서는 

더 이상의 불필요한 패배는 용납되지 않는다.


이제는 좀 더 나이지길 바라며 지켜보고 있을 시기가 아닌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