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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6년을 기다린 빅매치에서 승리투수가 된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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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에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바람이 전국을 강타한 목동경기장, 롯데는 넥센을 상대로 화력을 퍼부으며 연승을 만들었다.


4월 13일 넥센의 홈구장인 목장야구장에서는 롯데의 '영원한 안방마님' 故임수혁 선수를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구단의 재정이 좋지 않아 힘들 때에도 항상 임수혁을 위한 성금을 모았던 히어로즈의 선수들과 구단에 야구팬으로서 큰 감동을 느꼈다.


게임 시작 전 임수혁 선수를 기리는 영상이 전광판에 흘러나왔고 애도의 묵념식도 진행되었다.


조정훈.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조정훈, 6년을 기다린 대결에서 승리하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날 경기는 두 선발 투수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지난 글 '조정훈 VS금민철, 6년을 기다린 빅매치에서 말했듯 두 명의 선발 투수에게 26회 대붕기 결승에서 끝내 결판내지 못했던 승부를 마무리할 기회가 6년만에 찾아온것이다.


비록 금민철이 추운 날씨로 인해 초반 2실점을 하며 좋지 않은 출발을 했지만 두 명의 라이벌의 대결은 대붕기 결승에서 보여줬던 팽팽했던 모습과 같았다.


6년 전 18살의 까까머리 고등학생들이 이틀에 걸쳐 치열하게 다퉜으나 결국 결판을 짓지 못했던 게임은 6년만의 대결에서 조정훈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그들이 오늘의 맞대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큰 의미를 부여 했을 수도 있고, 이미 지난 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은 그때의 대결을 기억하고 있다.

6년 전 그들의 대결을 지켜봤고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 오늘의 대결은 누가 승리 투수고 패전 투수냐는 상관없다.

그저 지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끝나지 않은 호투를 보여 줬던 18살의 어린 선수들이 6년이 지난 지금 프로 구단에서 각 팀의 에이스로 성장하여

다시 한 번 대결을 결말지을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3008(10).jpg (출처:넥센히어로즈홈피)


<4월 13일 경기 리뷰>


임수혁 선수를 위한 행사가 끝남과 동시에 경기는 시작 되었고,

롯데의 선수들은 그들 곁을 떠나간 선배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야 했다.


- 흔들리는 금민철, 롯데의 첫 득점 -


 넥센의 선발로 등판한 선수는 지난 시즌 준p.o 부터 롯데를 괴롭히고 있는 금민철 이였다.

 하지만 오늘 금민철의 시작은 종전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금민철은 추운 날씨 때문인지 컨트롤이 흔들렸고 선수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롯데에게 기회를 안겼다.

1루에 진루한 김주찬은 빠른 발로 상대를 흔들었다. 상대 포수가 올 시즌 도루를 전혀 잡지 못한 것을 아는 김주찬은 3번 타자의 초구에 힘차게 2루로 달렸고 베이스를 훔쳤다.

 조성환의 부상으로 3번 타선에 배치된 홍성흔은 타점왕답게 좌중간 안타를 만들었고 김주찬은 쉽게 홈으로 들어왔다.

아주 깔끔한 플레이로 선취 득점에 성공한 롯데는 다음 득점도 쉽게 가져왔다.

4번 타자 이대호가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하자 득점권 타율 5할을 기록중이던 가르시아는 우익수 오른쪽 안타를 만들어 냈고 홍성흔이 홈에 들어오며 두 번째 득점이 되었다.


IMG_0783_1_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공격- 


 제구력이 계속 흔들리던 금민철은 그동안 롯데를 괴롭히던 그런 모습과는 달랐다.

1회부터 6회까지 롯데는 5회를 제외하고 모든 이닝 선두타자가 출루했다.

하지만 롯데 선수들은 조정훈의 퍼팩트한 투구에 안심해서인지 집중력이 부족했고 선두타자 출루에 대한 아쉬움을 계속 남겼다.


- 넥센의 중간 계투를 맹폭 -


 첫 이닝의 2점 실점 이외에는 롯데의 타선을 잘 막았던 금민철이 102개의 투구수를 남기고 7회 이보근으로 교체 되었다.


 7회에도 역시 선두타자가 살아 나갔다. 7번 타자 전준우가 바뀐 투수 이보근에게 볼넷을 골라냈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김민성이 우익수 앞 안타를 만들어 내며 무사 주자 1,3루 상황을 만들었고 박준서가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무사 만루의 찬스를 맞았다.

무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은 포수와 대화를 나눈 상대투수의 초구를 노려 쳤지만 내야 땅볼이 되면서 3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되었다.


 1회 이후 계속되는 선두 타자 출루에도 득점을 하지 못했던 롯데는 불안했다.

하지만 일요일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손아섭이 팬들의 걱정을 날려 버렸다.

이보근에게 마운드를 물려받은 오재영의 초구를 힘껏 밀어 쳐 좌측 외야 폴대 앞의 라인 위에 떨어지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만들었다.


야간자율훈련(손아섭)_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그동안 막혀있던 득점이 터지기 시작하자 롯데의 타자들은 넥센의 중간 계투진을 맹폭하기 시작했다.

오재영에 이어 올라온 마정길을 상대로 홍성흔이 좌익수 앞 안타를 만들었고 이대호가 볼넷을 얻어냈다.


 또 다시 롯데는 만루의 찬스를 잡았고, 넥센은 투수를 2003 시즌 신인왕 출신은 이동학을 마운드에 올렸다.

가르시아는 이동학의 연속 두개의 공에 욕심을 내며 헛스윙을 했지만 가르시아는 이제 우리가 알던 가르시아가 아니었다.

볼 하나를 얻어내고 두개의 파울 타구를 치더니 6구째를 잡아 당겨 우익수 잎의 2타점 안타를 기록했다.


- 의지가 꺾인 넥센의 실책 -


 7 대 0의 스코어로 이미 승기가 기운 8회초 롯데는 7번째 선두 타자가 출루에 성공하였다.

선수타자 전준우가 안타로 1루에 있는 상황 김민성이 병살타성 투수 앞 땅볼을 쳤지만 넥센의 이미 집중력이 떨어져 있었다.

투수가 김민성의 타구를 잡아 2루에 던졌지만 2루 베이스에는 아직 유격수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 이였다.

결국 주자와 타자는 각각 3루와 2루로 출루하였고 다음 타자인 박준서가 중전 안타를 치면서 넥센은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다.

이후 김주찬의 외야 플라이로 롯데는 1점을 추가 하며 스코어를 9 대 0으로 만들었고, 게임은 더 이상의 득점과 실점 없이 마무리 되었다.


3조정훈2.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에이스로 우뚝선 조정훈>


 조정훈은 지난 LG와의 경기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7이닝동안 1피안타 3 사사구만을 내주며 8개를 삼진을 잡아내는 완벽한 투구를 보였다.

조정훈의 투구는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곳이 없었다.

늘 그렇듯 볼카운트에 우위를 점하면서 마지막 결정구로 자신의 주무기인 스플리터를 던졌고 타자들의 방망이는 어김없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중간 중간 투 스타라이크 이후 스플리터를 기다리고 있는 상대타자의 허를 찌르는 직구 승부도 좋았다.

 

그는 13이닝의 투구에서 단 2개의 피안타만을 내줬다. 


지금의 조정훈은 롯데뿐만 아니라 8개 구단의 좌, 우 투수들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3강민호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에이스의 호투로 짐을 덜게 된 강민호>


 조정훈과 강민호의 호흡도 많았던 논란을 어느 정도 수그러 들게 되었다.

그동안 롯데 팬들은 강민호의 볼 배합에 대한 지적을 하며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다.

반면에 그를 옹호 하는 사람들은 장성우나 강민호나 몸 쪽 공의 요구가 비슷한 것을 예를 들며 포수의 몸 쪽 공 요구보다 투수들의 컨트롤이 문제라는 의견을 내곤 했다.

강민호의 위치와 비중 때문에 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평가가 엇갈렸고 결국 의견이 다른 팬들 간의 싸움으로도 번지곤 했다.


 사실 실제로 게임을 잘 지켜보면 장성우나 강민호나 몸 쪽을 요구하는 비율이 비슷했다.(나도 지난해까지 강민호 안티에 가까웠지만 적년 말 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결국 벤치에서 로이스터 감독이 계속적으로 몸 쪽 공을 요구하는 것이 원인 이였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이순철 해설의원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강민호와의 호흡이 많지 않았던 조정훈이 오늘 경기에서 강민호와의 좋은 호흡을 보여 주면서 포털의 야구, 롯데 관련 게시판에서는 강민호에게 씌어 졌던 비판이 강민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내용의 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강민호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분명 아직도 블로킹의 실력이 부족하며 여러가지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선수지만, 다수의 잘못을 혼자 짊어지며 많은 팬들의 미움을 받았던 선수가 어느 정도의 짐을 덜어내게 되었다.


무릎꿇은 강민호_big.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볼 배합에 대한 비판이 줄었다고 그가 완벽한 포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도했던 비판의 짐을 조금 덜게 된 것 뿐이다.

그가 이제 정말 실력으로 여러가지 비판에서 벗어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