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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박종윤 and 진명호, 진흙속의 진주로 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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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구단 최하위로 내려앉은 롯데는 SK에게 또 다시 패배하며 시리즈 3연전을 모두 내줬다.


시즌 개막 이후 좋지 않은 성적을 보였던 롯데지만 그동안 시리즈를 모두 내준 적은 없었다. (넥센과의 개막 2연전 패배는...)

하지만 결국 SK라는 짜임새가 좋은 팀을 만나 시즌 첫 스윕을 당하고만 것이다.


<4월 25일 게임결과>


 롯데는 3연패만은 막아야했다. 하지만 롯데가 3연패를 막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동안 팀의 공격을 이끌던 상위타선에 문제가 생겼다. 4번 타자 이대호가 팔목의 통증으로 지난 경기부터 벤치에 앉았고, 1번 타자 김주찬이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 선발투수의 전력차 -


 3연패를 막기에 롯데의 공격력에 문제가 생긴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지만 이날 선발로 예정된 진명호와 그의 상대인 글로버의 선발 매치업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지난 시즌 롯데를 상대로 2경기 등판하여 2승을 챙기며 0.57의 방어율을 기록한 글로버와 올 시즌 1군 경험 없이 2군경기 13이닝 동안  14피안타와 15사사구를 허용하는 성적을 보여줬던 진명호는 분명 실력에서 큰 차이가 있어 보였다.


진명호_1.jpg 


- 상대를 공략하기에 부족했던 타선 -


 게임의 엔트리가 발표되길 기다렸고, 오랜 기다림 끝에 확인했던 롯데의 엔트리에는 김주찬, 이대호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이대호는 전날과 같은 이유인 손목통증이 원인이 되었고, 김주찬은 최근 타격부진이 원인인 듯했다.


 그동안 롯데의 공격력에서 상위타선이 차지했던 비중과 김주찬, 이대호의 활약을 생각하면 쉽지 않는 경기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선발매치업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게임을 내주고 부진하거나 경미한 부상 선수를 쉬게 하려는 의도까지 느껴졌다.


IMG_9303_big.jpg 공격첨병(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결국 롯데는 SK에게 5개의 홈런을 포함하여 15안타를 허용했다.

반면 공격에서는 SK의 투수진에 막혀 고작 5개의 안타만을 만들어 냈을 뿐이다.

결과는 14대4의 대패, 박종윤의 투런 홈런만이 겨우 체면을 세워줬을 뿐이다.


< 예상보다 잘 던졌던 진명호 >


 사실 진명호는 구속은 좋지만 컨트롤에 문제가 있는 선수로 알려졌다.

진명호의 2군 기록을 봐도 컨트롤에 문제가 있는 선수로 알 수 있다.

고등학교 때 이미 140대 후반의 구속을 찍었지만 컨트롤 문제를 크게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오늘 진명호의 피칭에 대한 기대는 적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컨트롤이 좋은 선수에게는 공격적인 타격을 컨트롤이 나쁜 선수에게는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SK가 상대였기에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오늘 진명호가 보여준 피칭은 롯데팬들을 기대에 차게 만들었다.

비록 중요한 순간 실투를 던지며 홈런 4방을 허용하며 7실점 했지만 그의 슬라이더는 좋은 무기로 보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 있는 시원시원한 피칭으로 5이닝 동안 사사구를 1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용병투수 사도스키, 지난 시즌 3연속 완봉승의 주인공인 송승준을 비롯한 투수진의 볼넷쇼를 봐왔던 롯데팬의 입장에서는 속 시원한 마음마저 들었다.


3진명호_big.jpg 전지훈련중의 진명호(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박종윤의 고군분투 >


- 타선마저 침묵한 SK와의 대결 -


SK와의 시리즈가 시작 될 때 롯데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공격력, 그중에서도 상위타선 밖에 없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SK와의 연전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임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2점대의 압도적인 방어율로 8개 구단 팀 방어율 1위를 달리는 SK에게 5점 후반대의 롯데의 투수력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8개 구단 2위의 팀 타율 그리고 최다안타 1~5위를 독식하고 있던 롯데의 상위타선은 투수진의 차이를 극복할 열쇠로 충분해 보였다.


조정훈.jpg 조정훈(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결과는 롯데의 참패로 끝났나.


팀의 에이스 조정훈이 뛰어난 피칭을 했음에도 승리는 김광현에게 돌아갔고 조정훈은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조정훈이 무너진 롯데의 선발진은 다른 경기에서는 명암조차 내밀지 못하였고 불펜진 또한 SK와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믿었던 상위타선이 부진하며 게임은 SK의 일방적인 게임이 되다시피 하였다.


 박빙의 게임이었던 조정훈과 김광현의 맞대결에서 이대호가 나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양 팀의 선발투수가 완투를 했던 그날의 게임에 타율 2위를 달리는 4번 타자가 빠졌다는 것은 큰 손실이 아닐수 없다.


이대호 설정샷_big.jpg 이대호(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슈퍼맨 박종윤'만 다시 날다 -


 토요일의 경기는 이대호의 공백만큼 박종윤의 벤치행이 아쉽게 느껴졌다.

지난주 두산과의 경기부터 좋은 타격감을 보이며 쉬어가는 타선으로 불리던 하위타선을 살려줬고 금요일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쳤던 박종윤의 결장은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박종윤은 SK와의 3연전에 출전하여 유일하게 3할 이상의 타율을 보여준 선수다.


 그동안 잘나가던 롯데의 타선은 SK전 기대이하의 성적을 보였다.

김주찬, 손아섭, 이대호가 0.250의 타율을 기록하고 홍성흔이 0.273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가르시아의 부진은 더욱 심해 0.166의 타율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종윤의 고전분투는 눈에 띄었다.

박종윤은 로이스터의 플래툰 시스템으로 제외된 토요일 경기를 제외한 2경기에 출장하여 7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0.428의 활발한 타격을 선보였다.

그리고 그가 기록한 3개의 안타가 모두 홈런이었다는 것을 안다면 그의 활약이 얼마나 값졌는지 이해하기 쉽다.


3연전 상위타선 전체가 기록한 6타점(손아섭1, 홍성흔1, 이대호1, 가르시아3)에 단 1점이 부족한 5타점을 박종윤이 기록한 것이다.


박종윤은 규정타석에 15타석 정도가 부족하지만 SK전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20안타(3홈런)를 기록하며 팀 타격순위 1위에 올랐다.


-1-3_big.jpg 지난 4/6 홈경기(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수비형 1루수 ? -


 박종윤은 '수비형 1루수'라는 불편한 명칭이 따라다니는 선수였다. 

실제로 박종윤은 지난 시즌 후반 게임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는 안타를 기록하면서도 중요한 순간 내야땅볼 병살타나 아주 높은 플라이 볼을 많이 쳤다.

이렇다보니 낮은 공을 안타로 만들면서 한가운데 공을 내야땅볼로 만드는 묘한'기술'이 있다는 비야냥까지 들어야 했다.

모든 것이 '1루수 = 거포, 중심타자'라는 공식에 동 떨어진 공격력 때문이었다.

(사실 나도 지난해와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박종윤의 활용에 불만이 많았던 팬이다. 3루에 구멍이 났으면 전준우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하지만 박종윤이 지금의 모습을 보인다면 더 이상 언급할 부분이 아니다.)


 3루수의 구멍으로 꾸준한 출장이 보장된 박종윤은 언제나 그랬듯 안정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최근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롯데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3박종윤.jpg 박종윤(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더 높은 곳을 위한 시작 -


 박종윤의 응원 문구에는 늘 '분유값'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아기(박서현) 아빠라는 특성 때문에 붙은 타이틀이지만,

한편으로는 82년생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이제 겨우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현실과 그의 선한 인상이 더해져 만들어진 동정 아닌 동정의 의미도 포함되어있었다.


 이제 그는 '분유값'이 아닌 더 큰 목표를 향해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은 동갑내기이자 입단동기인 이대호의 백업으로 1루를 지키고 있지만 그의 성실함과 기본기에 충실한 수비능력은 어느 팀에서나 탐을 낼만한 선수가 되기 충분해 보인다.


입단 이후 가장 높이 날고 있는 박종윤이지만 그의 날갯짓은 이제 시작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가 더 높은 곳을 향하길 빌어본다.


3-14_1_big.jpg 박종윤(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박종윤에 대한 간단 TIP 


박종윤은 


이대호와 입단 동기로 01년 신인 2차 4번째 선수로 롯데에 입단했다.(이대호 2차 1번)


동기인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투수로 입단하였으나 입단 첫해인 01시즌이 끝난 후 타자로 전향하였고 이름도 개명하였다.(박승종 -->박종윤)


2004년 겨울 상무를 제대하고 롯데에 복귀하였다.


2008년 12월 초등학교 동창생인 주미경님과 결혼하였고, 이때 11개월 된 아기(서현)이가 있었다.(2007년 결혼식을 올리려 했으나 만삭이었던 부인의 부담으로 미뤄짐)


비교적 늦게 야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분유'라는 타이틀이 언제 부터 붙었는지 모르겠으나 2008년 인터뷰에서 "누구보다 소중한 아내와 딸을 위해 내년에는 무조건 성적을 내야한다"라는 인터뷰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과거 롯데 2군 감독인 정영기 감독이 박종윤에 대한 칭찬이 대단했으며 "타격감이 좋을 때 몰아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최근의 좋은 성적이 단순히 몰아치기로 끝나지 않았으면)

 



다시 말하지만.. 그의 날갯짓이 더 높은 곳을 향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