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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줘도 못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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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SK와의 주중3연전 마지막 경기는 롯데에게 SK전 연패를 끊을 큰 기회였다.

하지만 롯데는 큰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 뿐더러 빈볼이라는 창피한 경과를 남기고 11연패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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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경기 마운드의 희망을 보여준 이재곤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SK의 '버리는 경기' >


- 박현준을 선발로 내세운 SK -


SK와의 3연전이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목요일 경기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롯데는 조정훈이 빠진 자리를 대신해 이용훈의 선발 등판이 유력했고, SK의 경우 로테이션상 글로버의 등판이 점쳐졌다.

이용훈과 글로버의 대결은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결코 쉽지 않은 경기로 예상되었다.

부상 복귀 이후 첫 선발 등판하는 이용훈과 최근 체력적인 문제로 고생하긴 했지만 정상급 실력을 가진 글로버의 대결은 SK쪽으로 손이 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수요일의 경기가 끝나고 발표된 선발투수 명단에는 글로버가 아닌 박현준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올라있었다.

박현준이라는 선수를 KBO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니 고졸 2년차의 신인 투수로 지난해와 이번 시즌 통틀어 단 18이닝을 조금 넘는 투구를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등판 기록은 1 2/3이닝 2피안타 4사사구 4자책점이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기록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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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의 목요일 등판 전 통산 성적 (출처:KBO)


박현준의 성적을 보는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SK가 버리는 경기구나'였다.


- '버리는 경기'로 밖에 볼 수 없는 -


'버리는 경기'라는 어감이 좋지 않지만.. 분명 SK의 입장에서는 크게 욕심을 부리는 경기가 아님이 확실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SK의 상황과 일정을 생각해보니 확신이 들었다.


SK는 주말 두산과의 3연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즌 초반 두산을 큰 경기차로 따돌리며 1위를 달리고 있는 SK지만, 두산이란 존재는 몇 시즌 동안의 라이벌 관계가 보여주듯 쉽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SK의 입장에서는 롯데에게 거두는 승리나 두산에게 거두는 승리나 수치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시즌 막판 순위싸움의 1순위 대상인 두산에게 승리를 거두는 것은 2승을 거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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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의 선택은 이렇게 보였다.

'그동안 5선발을 책임진 '엄정욱 + 고효준'이 롯데전 작은 투구수지만 경기에 투입되었고, 4선발 글로버는 체력적인 문제로 부진하다.

그리고 승리조인 이승호가 이틀 동안 60개에 가까운 공을 던졌고, 정우람도 이틀 전 40개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롯데의 타선을 생각한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글로버를 내세웠을 때 이전의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고, 승리조의 투입도 쉽지 않다.

롯데보다 두산과의 경기의 승리가 더 큰 의미가 있다. 박현준을 롯데전에 투입시키면 글로버에게 하루 후식을 줄 수 있고, 구멍 난 5선발 자리에 투입시키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

박현준이 롯데전에 잘 던져주면 대박이고 난타당해도 투수를 시험해봤다는 것으로 본전이다. 그리고 박빙의 경기가 되면 엄정욱과 고효준의 투입도 가능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산전에 더 큰 비중을 주며 롯데전은 '버리는 경기'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버리는 경기'가 '포기하는 경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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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경기 공격의 유일한 위안이었던 조성환의 홈런 장면 (촐추:롯데자이언츠홈피)


< 더 큰 패배의 충격 >


박현준이라는 선수가 등판 예정되는 순간 롯데팬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마움 한구석에는 이 경기마저도 지게 되면 느끼게 될 충격도 두려움으로 자리 잡았다.


롯데는 결국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빈볼'로 인해 8개 구단 팬들의 차가운 시선까지 받아야했다.


롯데의 SK전 연패를 보면 실력이외에 또 다른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건 바로 선수들의 조급증 혹은 긴장감으로 보였다.

SK가 '버리는 경기'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롯데의 선수들은 더욱 조급해지고 긴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의 선수들이 압박감을 이겨내길 바랄 뿐이다.



목요일 롯데의 경기는 15~20여년 전 롯데 삼강에서 만든 더블비얀코 CF를 기억나게 한다.

청춘스타 이상아는 군기 빠진 군인들을 조교한 뒤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며 외친다.


"줘도 못 먹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