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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김주찬이 근성이 없다고? 김주찬의 근성으로 만든 3연승




 6월 23일,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온 태극전사의 16강 진출 소식에 대한민국은 전 국민이 들뜬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롯데자이언츠를 사랑하는 팬들도 역시 즐거운 하루를 보냈고 그 기분을 계속이어가기 위해 저녁시간에는 TV앞에 모여들어 롯데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 6월 23일 경기 리뷰 >

 부진에 빠졌던 롯데는 일요일 경기에서 연패를 끊은 것에 이어 전날 경기에서 류현진이 선발로 나온 한화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챙기며 2연승을 달렸다.

주중 첫 경기에서 기선을 제압한 롯데는 좌완 에이스 장원준을 내세워 3연승에 도전했다.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말, 이대호의 병살타

 1회초의 수비를 간단하게 끝낸 롯데는 1회말 공격에서 릴리스 포인트가 잡히지 않은 유원상을 상대로 좋은 기회를 잡았다.

 한화의 유원상은 좌타자 손아섭을 상대로 좋은 공을 던지며 2루수 땅볼을 잡아냈지만 우타자인 조성환을 상대하면서 스트라이크를 전혀 던지지 못했고, 연속으로 볼 8개를 던지면서 조성환을 비롯해 홍성흔까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전날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롯데는 경기 초반부터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상대투수의 제구력 난조로 좋은 기회를 잡았다.
원 아웃 주자 1, 2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이대호였기에 득점은 당연하게 생각되었고, 다득점까지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전날 경기부터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이대호는 유원상과의 7구 승부 끝에 투수 앞 병살타를 기록하고 말았다.

1회말에 나왔던 이대호의 병살타는 그가 슬럼프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게 만들었다.

장원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3회초, 솔로홈런 허용

 롯데가 1회말의 공격을 살리지 못하자 경기장은 의외로 투수전의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장원준은 2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내보내지 않고 23개의 공을 던지며 효과적인 투구를 하고 있었고, 3회에도 역시 좋은 투수를 하고 있었다.
선두타자 정현석을 상대로는 초구에 3루 땅볼을 유도했고, 8번 타자인 이희근에게는 단 4개의 공으로 삼진을 내잡아냈다.

 완벽한 투구를 보이던 장원준은 3회초 투 아웃 상황에서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9번 타자 이대수를 상대로 연속으로 두 개의 볼을 던진 뒤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몸 쪽 직구가 방망이에 걸려들면서 좌익수 뒤 펜스를 넘기는 홈런이 되었다.

3회초에 허용한 홈런은 비록 1점 밖에 되지 않는 실점이지만 투수전 양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의 1실점은 자칫 큰 부담이이 될 수 있었다.

장원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장원준과 유원상의 계속되는 투수전

 경기가 계속 되어도 양팀 타자들은 상대선발투수의 공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팽팽한 투수전은 경기후반까지 계속 되었다.

 장원준은 3회에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다른 타자들과의 승부에서는 큰 무리 없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상대 타자들은 우타자 몸 쪽의 빠른공에 대응하지 못했고, 직구와 같은 궤적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는 커트만 겨우 하는 모습이었다.
거의 완벽했던 피칭을 바탕으로 장원준은 7회까지 이대수의 홈런을 포함하여 단 3개의 안타와 1개의 사사구만을 내주며 1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유원상도 역시 좋은 피칭을 계속 했다. 어쩌면 전날 경기에서 선발로 나왔던 류현진보다 더 좋은 피칭을 하고 있었다.
유원상은 1회에 연속 2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이대호를 병살로 처리 한 뒤 투구에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구속의 변화를 주면서 롯데타자들의 타이밍을 뺐었다.
1회 이후 안정을 찾으며 롯데 타선을 틀어막은 유원상은 7회까지 단 1개의 안타와 4개의 볼넷만을 허용했을 뿐이었다.

7회까지 양팀 투수들의 완벽한 피칭이 계속 되었기에 특별한 긴장감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김주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8회초, 이희근의 보내기 실패로 위기를 넘긴 장원준

 홈런을 허용하며 1실점을 했지만 7회까지 완벽한 피칭을 보였던 장원준은 8회초 수비에서 처음으로 위기에 몰렸다.

 8회의 수비가 시작됨과 동시에 장원준은 안타를 맞았다.
선두타자 정현석을 상대로 초구에 직구를 던졌지만 공이 높게 제구 되었고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1점차 리드를 당하고 있고, 타자들은 상대 투수에게 단 1개의 안타만을 뽑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타자를 2루까지 내보낸 것은 아주 큰 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원준은 전날 경기와 마찬가지로 상대 타자들의 미숙한 플레이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정현석이 2루에 출루한 뒤 타석에 들어선 이희근은 번트에 약점을 가진 선수였고, 역시나 두번의 보내기 번트를 모두 실패하며 2-0의 볼카운트에 몰렸다.
두 번의 번트파울을 했기에 이희근은 쓰리번트를 시도하기도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 시도한 것이  페이크 번트 엔드 슬러시였다.

 이희근의 슬러시 타구는 장원준 정면으로 왔다. 장원준은 원바운드 되며 자신에게 오는 공을 침착하게 잡아서 3루로 빠르게 던졌고, 2루 주자를 3루에서 아웃시킬 수 있었다.

 상대의 실수로 무사 2루의 위기가 원 아웃 1루의 상황으로 바뀌자 장원준은 편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음 두 명의 타자를 각각 2루 땅볼과 삼진으로 간단하게 처리하며 위기에 몰렸던 8회초 수비를 끝냈다.

끝까지 베이스에서 손을 때지 않는 김주찬 (사진출처:MBC life 화면 캡쳐)

- 8회말, 유원상을 무너트린 김주찬의 내야안타와 도루

 야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명언은 바로 '위기 뒤엔 찬스'라는 말이다. 8회의 위기를 넘겼더니 8회말에 찬스가 찾아왔다.

 롯데의 찬스를 만든 선수는 김주찬이었다.
전날 경기와 다르게 타순이 8번으로 밀려난 김주찬은 8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자신의 빠른 발을 백분 활용했다.
유원상을 상대로 1-0의 볼카운트에서 타격한 공이 투수의 키를 넘기는 큰 바운드의 2루 땅볼이 되었고 김주찬은 빠른 발을 이용해 1루에서 세이프가 되었다.

 김주찬의 빠른 발은 안타로 출루한 뒤 다시 한번 빛났다.
1점을 지고 있는 8회말 상황에서 선두타자가 내야안타로 출루에 성공했기에 보내기 번트를 예상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김주찬의 도루능력을 믿었고, 김주찬의 도루를 기다렸다.
감독의 신뢰를 받은 김주찬은 유원상이 김민성을 상대로 던지는 두 번째 공에 힘차게 2루로 달렸고 몸을 날리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 베이스를 훔쳤다.
(김주찬은 2루 도루에 성공했지만 슬라이딩 과정에서 얼굴이 한화 오선진의 무릎에 부딪히며 부상을 당해 이승화와 교체 되었다.)

 몸을 아끼지 않는 김주찬의 플레이로 동점기회를 만든 롯데는 어떻게든 득점을 올려야 했다.
주자가 2루에 나가게 되자 김민성은 당연히 보내기를 시도 했고 아주 좋은 위치에 번트를 성공했다.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8회말, 손아섭의 동점 안타와 이대호의 역전 2타점

 원 아웃 주자 3루의 동점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손아섭이었다.
앞선 타석에서 2개의 삼진과 1개의 내야 땅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손아섭은 유원상이 던진 2개의 공을 그냥 지켜본 뒤 1-1의 볼카운트에서 몸 쪽 직구를 받아쳐 2루수 옆을 스치는 중전안타를 뽑아내며 3루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손아섭의 안타로 그동안 완벽한 피칭을 보였던 유원상은 무너졌다.

 한화의 한대화감독은 역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최근 한화 불펜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박정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이미 분위기를 잡은 롯데의 강타선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손아섭의 안타 뒤 타석에 들어선 조성환은 풀 카운트 승부 끝에 한복판의 변화구를 잡아당겨 좌전 안타를 만들며 출루했고, 홍성흔은 볼넷을 얻어내며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이제 타석에는 이대호가 들어섰다. 전날 경기 류현진과의 승부에서 완패했고, 이 날 경기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 이대호에게 1회에 이어 다시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대호는 박정진과의 승부에서도 처음에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몸 쪽 바닥에 떨어지는 연속 두 개의 변화구에 모두 헛스윙을 했다.
하지만 이대호에게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2-0의 볼카운트로 몰린 상태에서 파울을 친 뒤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실투를 받아쳐 좌익수 왼쪽 2타점 안타를 기록했다.

 8회말 김주찬의 허슬플레이로 시작된 롯데의 공격은 3점을 뽑아내며 3대1의 역전에 성공했다.

임경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9회초, 임경완의 마무리

 8회말 공격에서 역전에 성공해 승리투수의 자격을 갖춘 장원준은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장원준은 강동우와 김태완을 연속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완투승을 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최진행과의 승부에서 9개의 공을 던진 끝에 볼넷을 허용하며 주자를 내보냈고, 장성호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아쉽게도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둔 체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장원준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임경완이었다. 
연패기간 동안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패전투수가 되었던 임경완은 송광민과의 승부에서 자신 있는 공을 던지며 2-1의 볼카운트에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냈고, 김민성의 호수비가 나오면서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로서 롯데는 연패 이후 3연승을 기록하게 되었고 세 경기에서 모두 후반 집중력을 보이며 승리를 챙기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 김주찬이 만든 롯데의 승리 >

- 허슬플레이로 팀 사기를 끌어올린 김주찬

 롯데의 3연승을 만든 선수는 누구일까?
8 2/3이닝 동안 5피안타 2사사구로 1실점만을 기록한 장원준도 최고의 활약을 보였고, 결승타를 만든 이대호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롯데의 승리를 만든 선수는 김주찬이었다.
팀 전체가 유원상을 상대로 7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을 기록하고 있던 상황에서 김주찬은 빠른 발을 이용해 선두타자 안타를 만들었고 2루 도루에 성공했다.

 특히 몸을 아끼지 않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도루를 성공하고, 부상을 당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베이스에서 한 쪽 손을 때지 않는 모습은 팀 동료들의 강한 의지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부상이 아니었다면 수훈선수는 김주찬이었겠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팬들의 마음도 움직인 김주찬

김주찬의 이런 플레이와 근성은 그를 비판하던 팬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김주찬은 롯데에서 인기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을 비판하는 팬들도 많이 보유한 선수다.
김주찬을 비판하는 팬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 하는 부분이 바로 근성이 부족한 선수라는 것이다.
평소 표정변화가 별로 없고, 약간은 어슬렁거리는 듯한 폼과 약간은 건방져 보이게 껌을 씹는 모습 때문에 더욱 비판은 심했다.

하지만 김주찬의 부상 장면을 지켜본 팬들은 이제 그에 대한 비판을 거둬들이고 있는 상태이다.
부상을 당해 많은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상태에서도 베이스를 놓지 않는 그의 행동에서 '근성이 없다'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가 그의 부상이 빨리 낫기를 바라고 있다.

박기혁의 빠른 쾌유를 빌어본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롯데, 부상이라는 악령이 덮치나? >

롯데는 주중 2경기에서 차례로 두 선수를 잃었다.

첫 경기에서는 내야수비의 핵심인 유격수 박기혁을 부상으로 잃었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롯데에서 가장 주루플레이가 좋고 전체 도루 2위를 달리고 있는 김주찬을 잃었다.

물론 당장에 그들을 대신할 선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이 주전선수인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들의 공백이 길어지면 팀의 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롯데는 이미 시즌 초반 박기혁의 부상과 조성환의 부상으로 주전 선수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꼈고, 최근만 하더라도 강민호의 공백을 느껴야만 했다.

지금 알려진 정보로는 박기혁의 경우 복사뼈 골절로 복귀에만 2개월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알려졌고, 김주찬의 경우는 아직 정밀 검사 중으로 알려졌지만 코뼈 골절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상태이다.

롯데에게 부상이 어떤 나쁜 변수로 작용할지 걱정이다.

 롯데의 이진호 트레이너님의 트위터에 의하면 다행이도 김주찬 선수는 부산에서 진료 받고 큰 문제가 없어 다음 경기에 출장하기 위해 마산으로 이동했다는군요. 



 3연승을 기록한 롯데는 과거 롯데에게 아주 강했던 최영필을 생대로 송승준을 내세워 4연승에 도전한다.
최근 3연승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 4연승에 성공하여 주말의 SK전을 대비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