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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서클체인지업 장착으로 능구렁이가 되어가는 장원준




 롯데와 LG는 7월 3일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5시간의 혈투를 벌였고, 롯데가 승리자가 되었다.
비록 다른 팀의 팬들이 보기에는 막장게임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지만 롯데의 팬들에게는 승리라는 단어만으로도 큰 의미를 준다. 막장게임이었든 어떻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 7월 4일 경기 리뷰 >

 5시간의 혈투 뒤의 낮(17시)경기는 보통 투수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선발투수들은 평소의 컨디션과 같은 모습으로 마운드에 서지만 야수들은 전날 게임에서 쌓인 피로를 간직한 채 경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양팀의 선발투수들은 지난 등판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의 장원준은 2이닝 동안 6자책점을 기록하며 강판 당했고, LG의 박명환은 5 2/3이닝 동안 10자책점을 기록했다.

 전날 경기에서 불펜투수들이 총 동원 되었고, 야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결국 어떤 팀의 선발투수가 좀 더 긴 이닝 동안 안정된 피칭을 보여주느냐가 승리를 좌우 할 수밖에 없다.

 어떤 팀의 선발 투수가 더 안정적인 피칭을 보일까?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초, 이대호의 2경기 연속 1회초 투런홈런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수전을 예상했지만 롯데의 공격은 1번 타자의 좋은 활약 덕분에 산뜻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평소 지나치게 공격적인 타격 성향 때문에 1번 타자의 주 임무인 투수 괴롭히기(?)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던 김주찬은 박명환과의 승부에서 2-0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며 또 다시 1번 타자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2개의 볼을 골라낸 뒤 연속 3개의 파울을 쳐냈고, 마지막 8구째를 받아쳐 투수 옆을 빠져나가는 중전안타를 만들어내며 투수 괴롭히기에 성공했다.
김주찬의 활약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안타를 허용해 집중력이 떨어졌던 박명환을 상대로 도루까지 성공한 것이다.

 1번 타자가 상대의 선발투수를 상대로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손아섭과 홍성흔은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주찬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은 보내기 번트를 대지 못해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고, 홍성흔은 2루 땅볼로 아웃 되었다.

 두 명의 타자가 아쉬운 결과를 내며 물러났지만 롯데에게는 이대호라는 존재가 남아있었다.
투 아웃 주자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박명환의 초구를 받아쳤고, 몸 쪽 높은 직구였던 그 공은 이대호의 방망이에 맞은 이후 좌익수 뒤 관중석에 떨어지는 투런 홈런이 되었다.

장원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장원준의 나쁘지 않았던 출발

 야수들이 1회 공격에서 2점을 뽑아냈지만 앞으로의 경기를 희망적으로 바라보기에는 하나의 불안요소가 남아있었다.
그것은 바로 장원준의 컨디션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불펜 투수들이 불안한 전력을 그대로 보였고, 또 많은 이닝을 던졌었기 때문에 선발투수의 컨디션이 어떻느냐에 따라 초반 2점의 득점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고 큰 힘이 될 수도 있었다.

 다행이도 장원준은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다.
1회말 수비에서 원 아웃을 잡은 뒤 이진영을 상대로 볼넷을 허용하는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이후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구종선택 싸움에서 승리하며 안정을 찾았고, 2회의 수비에서는 조인성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상대가 무리한 베이스런링으로 3루에서 아웃 되는 도움을 받기도 했다.

 장원준의 2회까지 투구를 지켜본 팬들은 연승에 대한 큰 꿈을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의 장원준을 생각한다면 그가 1, 2회 수비를 잘 넘겼을 때는 기본적으로 7회까지는 호투를 해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홍성흔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3회, 홍성흔과 이대호의 연속 타점

 2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전준우가 2루타를 치고 출루하였음에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던 롯데는 3회초 공격에서 더욱 분발하는 모습을 보이며 추가점을 얻어냈다.

 롯데의 3회초 공격은 1회와 마찬가지로 1번 타자 김주찬부터 타순이 시작 되었지만, 주인공은 바뀌어 있었다.
1회에 좋은 활약을 보였던  김주찬이 초구에 내야땅볼을 치며 물러났지만, 손아섭이  1-0의 볼카운트에서 좌익수 뒤 펜스 상단에 떨어지는 2루타로 출루에 성공했고, 홍성흔이 박명환의 초구를 받아쳐 중견수 뒤로 빠지는 3루타를 뽑아내며 추가 타점을 기록했다.

 타점 1위 홍성흔이 타점을 뽑아내자  타점 2위의  이대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홍성흔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안타를 쳐내지는 않았지만 투수에게 강습 타구를 보내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전준우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6회초, 아쉬움이 남는 1득점

 3회의 추가 득점 이후 이렇다 할 공격을 보이지 못했던 롯데는 6회초 공격에서 힘이 빠진 박명환을 공략하며 대량득점의 찬스를 만들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홍성흔은 두산 시절 최고의 호흡을 맞추던 박명환을 상대로 8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전안타를 만들어 출루했다.

 LG의 박명환은 홍성흔과의 승부 이후 급격한 체력저하를 보이기 시작했다.
1회에 투런 홈런을 기록했던 이대호는 홍성흔의 안타 이후 초구를 받아쳐 좌중간의 안타를 쳤고, 조성환은 체력저하가 오면서 제구력에 문제가 생긴 박명환을 상대로 볼넷을 얻어냈다.

 6회가 시작됨과 동시에 2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의 기회는 박명환이 제구력에 큰 문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량득점이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롯데는 전준우가 펜스 앞에서 잡히는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로 1득점을 올린 이후 더 이상의 점수를 뽑지 못했다.
박종윤은 타점을 올리기에 가장 좋다는 원 아웃 1, 3루의 찬스에서 삼진으로 물러났고, 
김민성은 좌중간을 뚫을 것 같았던 안타성 타구가 이변규의 호수비에 걸리고 말았다.
 
 점수차에 여유가 있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박종윤의 삼진은 박빙의 경기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김주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7회초, 김주찬의 발이 만든 1득점

 롯데는 7회말 공격에서 김주찬의 빠른 발에 간접적인 도움을 받았다.

 장성우가 1루 땅볼로 물러난 뒤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은 바뀐 투수 정재복의 초구를 노려 중전안타로 출루에 성공했다.

 LG의 배터리에게 김주찬의 존재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재복은 손아섭의 타석에서 김주찬의 도루를 너무 신경 쓴 나머지 피처 보크를 저질렀고, 김주찬은 도루를 하지 않고도 2루에 진루할 수 있었다.

 정재복의 피처 보크는 롯데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손아섭이 1루 땅볼을 쳤기에 원래라면 병살타가 될 수도 있었지만 다행이도 김주찬은 보크로 인해 2루에 있었고 병살타를 면할 수 있었고, 홍성흔의 좌전안타에 득점을 만들었다.

 김주찬이 도루를 하거나 직접적인 플레이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빠른 발이 만들어낸 점수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득점이었다.

조인성 (사진출처:LG트윈스홈피)

- 7회말, 조인성에게 허용한 투런 홈런

 6회말 수비까지 80개의 공을 던져 안타 2개와 볼넷 2개만을 내주며 무실점 호투를 보였던 장원준은 7말 수비에서 첫 실점을 기록했다.

 장원준은 7회말을 시작하며 이병규를 우익수 플라이로 쉽게 잡아낸 뒤 역대 전적에서 3할 이상의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던 최동수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으며 경기 중 5번째 출루를 허용했다.

 오랜만에 주자를 내보낸 상황에서 장원준이 상대해야 하는 선수는 조인성이었다.
조인성은 장원준이 6회까지 내준 피안타 2개의 주인공으로 아주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었기에 껄끄러운 상대였다.

 장원준은 조인성을 상대로 초구 낮은 직구를 선택했고 나름 원하는 곳으로 좋은 공을 던졌다.
하지만 조인성의 컨디션을 이겨내기에는 부족했나보다. 
낮은 직구에 따라 나온 방망이는 장원준의 공을 정확하게 걷어 올렸고 타구는 좌익수 뒤 관중석에 떨어지는 투런 홈런이 되었다.

 장원준은 7회말의 수비를 포함하여 7이닝 동안 단 4개의 안타를 맞았는데 3개의 안타를 조인성을 상대로 허용한 안타였다.

(사진출처:LG트윈스홈피)

- 8회초, 강우 콜드게임 승

 롯데의 8회 공격이 시작되면서 잠실구장에는 비라는 변수가 나타났다.

 7회말 수비에서 2실점을 허용한 롯데는
선두타자 조성환의 2루타와 전준우의 내야 땅볼 등으로 투 아웃 주자 3루의 추가득점의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롯데는 좋은 득점의 기회를 만들었지만 점수를 뽑아내지는 못했다.
롯데의 선수가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하늘이 득점의 기회를 빼앗아갔다.
투 아웃 주자 3루의 상황에서 타석에는 김민성이 들어섰고 배우열의 초구에 헛스윙을 한 이후 하늘에서 떨어지던 빗방울이 갑자기 굵어지기 시작했다.

 경기는 갑자기 굵어진 비에 중단되었고, 30분을 기다렸지만 빗방울의 굵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롯데의 강우콜드승이 인정되면서 끝이 났다.



< 팀 승리를 가져온 장원준의 호투 >

 롯데팬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듯 장원준의 컨디션은 1~2회에 어떤 모습을 보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1~2회에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지난 선발등판 경기였던 삼성전의 2이닝 6실점처럼 크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으면 마운드를 7이닝이상 책임져 주는 것이 기본이다.

 7월 4일의 장원준은 다행이도 후자의 경우에 속했다.

장원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서클 체인지업 장착 전의 장원준

 장원준은 이번 시즌 분명히 발전하였다.
여전히 롤러코스터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의 LG전 투구 내용을 보면 분명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장원준의 과거 투구를 보면 그날그날 구위, 제구력에 따라 성적의 큰 편차가 있었다.
그의 투구는 우타자의 몸 쪽 직구를 던지고 이후에 같은 궤적에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지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패턴의 피칭이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패턴의 투구는 직구의 구위와 슬라이더의 제구력이 모두 좋은 날에는 누구도 공략하기 힘든 승부를 보였지만,
구위, 제구력 둘 중 하나라도 좋지 않은 날에는 졸전을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경기 중, 또는 경기마다 자주 나타나며 롤러코스트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겨울에 흘린 구슬땀이 서클 체인지업이라는 보물로 돌아왔다.

- 서클 체인지업 장착으로 발전하는 장원준

 장원준은 이번 시즌부터 서클 체인지업을 장착하며 구종을 다양화 시켰다.
이런 구종의 다양화는 장원준의 투구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있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여전히 몸 쪽 직구와 슬라이더의 조합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위력적인 각의 슬라이더를 던지기 때문에 단순한 패턴의 투구를 계속해도 상관없어 보인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예전과 분명히 다르며, 다른 패턴의 투구를 해야한다.

 개인적으로 장원준은 LG전을 통해 다양해진 구종을 통한 효과적인 투구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장원준은 LG전에서 제구력(볼과 스트라이크 비중을 보니...)과 구위 모두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장원준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예전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계속 몸 쪽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을 했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었겠지만, 그는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피칭을 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그도 어느덧 풀타임 7년차 선수가 되었다.
이제 노련함과 능글맞음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선수가 될 때가 온 것이다.



 장원준에 대한 생각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저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으며, 선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번 시즌 장원준의 모습은 난타를 당하더라도 예전에 비해 여유가 있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지난번에 인터뷰 내용도 한몫하구요...

롯데의 미래를 위해 그가 더욱 성장하고 노련해지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