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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3년 전 느꼈던 서러움과 복수를 시작한 김수완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무더위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머무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아주 잠시 거리를 걸었을 뿐인데 겉옷에는 땀이 배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이런 무더위가 계속 되면 친구와의 약속은 자연스럽게 취소가 되고, 사람들은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리 긴 시간을 고민해도 뚜렷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다면, 간식거리를 준비한 뒤 편안한 자세로 앉아 TV를 통해 중계되는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것도 좋은 피서 방법이 될 것이다.



< 7월 22일 경기 리뷰 >

 롯데는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LG와 치열한 순위싸움을 해야 하는 롯데의 입장에서 4연패에 빠진 것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 롯데는 22일 경기를 꼭 승리할 필요가 있었다. 2010시즌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이날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야지만 4일간의 올스타브레이크 휴식을 잘 보내고 후반기를 좀 더 좋은 컨디션으로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롯데의 선발진이 모두 구멍이 난 상태라는 것이었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던 롯데는 선발로서 완벽한 검증이 끝나지 않은 김수완을 선발로 내세웠고,
팬들은 지난 6월 29일 삼성전에서 중간 계투로 마운드에 올라 5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등 강인한 인상을 남겼던 그가 팀 5연패를 끊어주길 기대했다.

김주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2회초, 김주찬을 스리런 홈런을 포함한 선취 4득점

 팬들의 걱정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김수완은 1회말 수비에서 안정된 투구를 보였고, 이를 지켜본 야수들은 2회초 공격에서 어린 선발투수에게 힘이 되고는 선취 득점을 만들어 냈다.

 2회초 롯데 공격의 선봉에 선 선수는 가르시아였다.
가르시아는  2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고, 유원상의 초구를 밀어 쳐 좌익수 뒤 2루타를 만들어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가르시아의 2루타로 무사에 주자가 2루까지 나갔지만 롯데의 선취득점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가르시아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의 중견수 플라이에 주자가 3루까지 진루했고, 조성환의 몸에 맞는 볼이 나오며 원 아웃 주자 1, 3루가 되었지만, 전준우가 9구 승부 끝에 친 나름 잘 맞은 타구가 3루 땅볼이 되면서 3루 주자 가르시아가 홈과 3루 사이에 걸리며 아웃이 되는 불운을 겪었다.

 원 아웃 주자 1, 3의 득점 찬스가 투 아웃 주자 1, 2루의 좋지 않은 상황으로 바뀐 상태에서 롯데의 첫 득점을 만들어낸 선수는 문규현이었다.
문규현은 9구 승부를 했던 전준우에 이어 끈질긴 승부를 하며 투수를 괴롭혔고, 결국 8구째 높게 제구 된 바깥쪽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익수 앞 안타를 기록하며 2루 주자 조성환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롯데의 2회초 득점은 조성환의 득점으로 끝나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문규현이 안타를 기록하며 선취점을 뽑아내자 롯데의 타자들은 부담감이 줄일 수 있었고, 김주찬이 그 결과물을 팬들에게 보였다.

 문규현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은 초구 변화구를 파울로 만들어낸 뒤 두 번째 몸 쪽으로 제구 된 직구를 정확한 타이밍에 받아쳐 좌익수 뒤 펜스를 넘기는 쓰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2회초 공격에서 가장 화려한 모습을 보인 선수는 스리런 홈런을 기록한 김주찬이었다.
하지만 김주찬의 홈런이 있기까지에는 유원상을 상대로 각각 9개와 8개의 공을 던지게 만든 전준우, 문규현의 활약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가르시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3회초, 가르시아의 시즌 23호 솔로 홈런

 롯데의 득점은 2회초 공격에 이어 3회초 공격에서도 이어졌다.

 롯데의 3회초 득점은 솔로 홈런으로 만들어졌다.
3번 타자부터 시작 되는 공격에서 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홍성흔과 이대호가 각각 1루수 파울 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서며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지만 롯데에는 투 아웃 이후에도 특점을 올릴 수 있는 타자가 많았고, 그 중 대표 격인 가르시아가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롯데의 화력을 증명했다.
투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던 가르시아는 0-1의 볼카운트에서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직구를 가볍게 받아쳐 우중간 펜스를 크게 넘기는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2회의 2루타에 이어 3회초 공격에서 홈런포를 쏘아올린 가르시아는 전 날 경기부터 큰 스윙보다는 컨택이 중심이 된 스윙을 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김수완 (사진출처:KBO홈피)

- 위기마다 병살타를 이끌어내는 김수완

 롯데는 3회초의 공격 이후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리고 롯데의 무득점 행진이 이어질수록 마운드에 있는 김수완의 활약은 더욱 빛을 내기 시작했다.

 김수완은 마운드에서 아주 뛰어난 땅볼 유도 능력을 보여줬다.
2회말 수비에서 무사 주자 1, 2루의 위기에 몰린 뒤 유격수 땅볼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넘긴 김수완은 4회초와 6회초 공격에서 각각 안타와 볼넷으로 타자를 출루시켰지만 그 때마다 내야땅볼을 유도해내며 병살타를 만들어냈다.


 140Km대 중반의 구속이 나오는 직구와 롯데의 에이스 조정훈에 견줄 만큼 각이 큰 스플리터, 그리고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던지는 김수완은 튀어난 볼 배합을 바탕으로 좋은 투구를 했다.

가르시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8회초, 가르시아의 쓰리런 홈런과 4득점

 3회말 가르시아의 홈런 이후 추가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던 롯데는 8회초 공격에서 경기에 쐐기를 박는 득점을 만들어냈다.

 롯데 8회초 공격의 선봉에 선 선수는 이적생(?) 황재균이었다.
이날 경기부터 롯데의 선수로 활약하게 되었지만 앞선 3번의 타석에서 출루를 성공하지 못하고 있던 황재균은 한화의 허유강을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내며 롯데에서의 첫 출루에 성공했다.

 롯데가 8회초 공격에서 승부의 쐐기를 박는 장면은 가르시아의 타석에서 나왔다.
황재균의 볼넷 이후 홍성흔이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이대호가 좌익수 앞 안타를 기록하며 원 아웃 주자1, 2루의 기회를 만들었고, 타석에는 3회초 공격에서 홈런을 기록했던 가르시아가 들어섰다.

 타격감이 좋은 가르시아가 타석에 들어서자 한화는 투수를 허유강에서 좌완투수 김재현으로 교체시키며 추가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치쳤다.
하지만 타격감이 좋은 가르시아에겐 좌, 우 완투수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원 아웃 주자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가르시아는 1-2의 볼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받아쳤고, 가르시아의 방망이에 맞은 공이 우중간의 펜스를 넘어가면서 가르시아의 경기 두 번째 홈런이 되었다.

 가르시아의 홈런으로 경기의 쐐기점을 만든 롯데는 생대를 더욱 압박했다.
투 아웃 상황에서 조성환이 좌중간 2루타를 기록하며 출루에 성공했고, 전준우의 좌전안타가 나오면서 홈을 밟았다.


 가르시아의 8회초 홈런 장면을 다시 보면 3회초의 홈런과 마찬가지로 컨택을 위한 스윙을 하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가볍게 맞은 타구가 외야 펜스를 훌쩍 넘기는 모습에 그가 얼마나 파워가 좋은지도 알 수 있었다.

김수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8회말, 김수완의 유일한 실점

 7회말까지 한화의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던 김수완은 8회말 수비에서 유일한 실점을 기록했다.

 김수완의 8회말 수비는 첫 타자와의 승부가 좋지 않았다.
김수완은 장성호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선 오선진에게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고, 다음 타자인 한윤섭에게 우익수 앞 안타를 맞았다.

 선두 두 명의 타자를 내보내고 실점을 하지 않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김수완은 한윤섭의 안타 이후 추가로 안타를 맞지 않았지만 정현석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낼 때 2루 주자를 3루까지 보냈고, 강동우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에 첫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황재균 (사진출처:KBO홈피)

- 횡재균의 첫 안타와 경기의 마무리

 9대1의 스코어로 리드를 지키고 있던 롯데의 입장에서 신경을 써야 했던 부분은 이적생 황재균이 언제 첫 안타를 기록하느냐였다.
경기 초반 이렇다 할 타구를 쳐내지 못하며 팬들을 걱정시켰던 황재균은 다행이도 9회초 마지막 수비에서 내야안타를 만들어냈다.

 황재균의 안타까지 지켜본 롯데는 9회말 수비에서 투수를 김수완에서 이정훈으로 교체시켰고, 이정훈은 세 명의 타자를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로서 롯데는 전반기를 마감함과 동시에 팀 4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 3년전 서러움을 이겨내고 복수를 시작한 >

 앞선 몇 번의 등판에서 많은 이슈를 남겼지만 아직까지 선발투수로서의 확실한 검증을 받지 못했던 김수완은 7월 22일 경기에서 완벽한 경기운영으로 데뷔 이후 첫 승리를 챙겼다.

 그리고 그는 경기가 끝난 이후 인터뷰에서 입단 이후 지난 3년에 대해 '서러웠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고, '올해 안짤린다면 이번 시즌이 끝난 뒤 군대를 가겠다는 생각으로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이후 서러운 일을 겪으며 3년의 시간을 견뎌온 어린 선수가 그 보답으로 첫 승을 기록한 것이다. 

김수

- 서러움이 많았던 김수완 

 김수완이 말한 '서러움'은 고등학교 시절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음에도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표현이었다.

 그를 조금이라도 눈여겨봤거나, 이번 시즌 그가 보여준 몇 번의 호투를 기억하고 그에 대해 알아본 팬이라면 그가  말했던 '서러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수완은...

 김수완은 김해 삼성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해 고등학교 1학년 때 당시 팀의 감독을 따라 제주도로 내려가 제주관광고에서 활약했고,
제주관광산업고를 다니던 2007년 대통령배 고교야구 1회전에서 순천 효천고를 상대로 팀의 4대0 승리를 이끌며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날의 노히트노런은 고교야구 역사상 14번째이며 92년 6월 청룡기 대회 결승의 노장진에 이어 15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만 본다면 '그럼 2008년 2차 몇 라운드일까?'란 생각을 가지게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김수완은 롯데를 비롯해 8개 구단 어느 팀에도 지명을 받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김수완과 함께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김성현은 2차 1라운드에 현대로 입단하였다. 2008년 신인 지명식 직전까지만 해도 2차 지명 1라운드 급으로 평가받던 김수완이 어떤 팀에도 지명 받지 못한 이유는 62KG밖에 되지 않는 몸무게 때문이었다.)

 신인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 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김수완은 2군에서도 쉽게 기회를 잡지 못해(2008년 3경기, 2009년 11경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다행이도 이번 시즌 많은 기회를 잡으며 퓨처스 리그 남부투수 순위 1위에 올랐고 1군 등판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의 김수완 

- 이재곤과 함께 롯데의 미래가 되어 줄 김수완

 김수완은 이제 과거에 느꼈던 '서러움'에 대한 복수를 해야 한다.

 신인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 선수가 되며 받았던 서러움에 대한 완벽한 복수는 롯데의 기둥선수가 되는 것이다.

 김수완은 복수전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그는 조정훈에 견줄만한 큰 각도의 스플리터를 익혔고, 신인임에도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피칭을 하는 배짱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고교야구에서 15년 만에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던 그를 신고 선수가 되게 만들었던 몸무게도 8Kg을 찌웠고 그에 따라 구속도 140km중반까지 올랐다.

아직까지 그가 넘어야할 산은 많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여주고 있는 기량과 최악의 서러움을 느끼면서도 지금까지 버텨온 강인한 정신력을 생각한다면 그의 미래가 밝을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롯데, 복수는 실패했지만 김수완의 삼진쑈를 봤다!!'



< 마무리하며.. >

 전반기 마감을 앞둔 며칠 동안의 롯데 모습은 최악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타자들이 좋지 않았는데...
일부에서는 이대호와 홍성흔의 타점 경쟁이 다른 타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모든 타자들이 지나치게 큰 스윙을 한다는 지적을 했습니다.

 저 또한.. 그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원인에 대한 부분은 100% 동감하지는 않으나...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스윙이 아주 커졌다는 것은 동감합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롯데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올스타전 이후를 기대하게 하는 경기를 펼쳐 주었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22일 경기에서 가르시아가 보여준 모습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팀 내에서 가장 큰 스윙을 하는 가르시아가 스윙의 크기를 줄이며 좋은 타격을 하는 모습은 자극제로 충분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