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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볼거리가 풍성했던 올스타전에서 주인공이 된 롯데



 2010시즌 프로야구의 전반기를 결산하는 올스타전이 지난 7월 24일 대구시민구장에서 벌어졌다.
무더웠던 한낮의 날씨와는 달리 경기 중 소나기가 내렸던 대구시민구장에는 홈 팀 삼성뿐만 아니라 8개 구단을 응원하기 위한 팬들이 전국에서 모여들고 있었다.



< 볼거리가 풍성했던 2010프로야구 올스타전 >

 올스타전은 항상 많은 볼거리와 이벤트들이 존재한다.
평소 리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면들이 연출 되는 것이다.

봉중근의 홈런 레이스 장면 (사진출처:LG트윈스홈피)

- 에이스들의 변신, 류현진과 봉중근의 홈런레이스 참가 

 2010시즌 올스타전의 첫 번째 볼거리는 국내 최고 투수들의 홈런레이스 참가였다.
아웃카운트 7개(스윙을 했을 때 홈런이 되지 않으면 무조건 아웃)를 당하는 동안 최고 많은 홈런을 친 선수를 뽑는 홈런 레이스에서 류현진과 봉중근을 보게 된 것이다.

 두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팬들에게 보였다.
1번 참가자로 타석에 들어선 류현진은 특이하게도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고, 늘 자신의 공을 받아주던 신경현의 베팅 볼을 받아친 류현진은 2아웃 상황에서 좌측 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홈런을 지켜본 봉중근은 내심 부담감을 느낄만했다.
하지만 신일고시절 타격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는 경쟁상대인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 1개를 뽑아내며 체면치례에 성공했다.

 롯데팬으로서 기대를 모았던 이대호와 홍성흔이 홈런레이스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류현진과 봉중근의 홈런을 보게 된 것만으로도 큰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삼성의 레젼드 김시진 감독과 이만수 코치 (사진출처:삼성라이온스홈피)

- 삼성 레전드들의 귀환

 경기 시작 시구행사가 시작되자 삼성의 팬들은 큰 박수와 환호성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삼성의 역사와 함께 했던 라이온스의 레젼드들이 경기장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시구자가 된 김시진 현 넥센감독과 그의 공을 받는 이만수 현 SK 2군 감독, 타석에 들어서는 장효조 삼성 2군 코치, 그리고 김시진 감독을 둘러싼 강기웅, 류중일 등의 은퇴선수들(류중일, 강기웅 선수를 제외하고는 얼굴을 못 알아보겠어요. ㅠ.ㅠ) 삼성의 영광의 시절을 만든 이 선수들이 한자리에 서는 것을 얼마나 볼 수 있을까?

 그들의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삼성팬이 아니라도 추억에 잠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도루를 시도하는 이대호 (사진출처:LG트윈스홈피)

- 1번타자 이대호, 그리고 도루

 이스턴 팀의 1회말 공격이 시작되고 롯데의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4번 타자인 이대호가 5타수 4안타(1홈런)로 MVP를 차지했던 2008년에 이어 또 다시 1번 타자로 경기에 출장한 것이다.

 이대호가 팬들에게 보여준 이벤트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대호는 류현진을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기록하며 출루하였고, 김현수의 타석에서 도루를 시도한 것이다.
물론, 이대호는 아주 간단하게 아웃이 되었다. 
하지만, 평소 2루타성 타구를 치고도 무조건 단타로 만들 수밖에 없는 저주받은(?) 발을 가지고 있는 그가 도루를 시도하고 완벽한 슬라이딩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미소지을 수 있었다.



< 올스타전 독식의 비판을 잠재운 롯데 선수들의 활약 >

 롯데의 팬들은 다양한 볼거리에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우리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롯데가 8명의 올스타 선수를 배출하며 '실력이 없는 선수도 팬심으로만 올스타를 뽑았다'는 받아들이기에 즐겁지 않은 말들을 들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행복한 표정의 홍성흔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올스타전 MVP최다 배출의 명맥을 이은 홍성흔 

 롯데팬의 체면을 살리는데 가장 큰 활약을 한 선수는 홍성흔이었다.
금발의 가발을 쓰고 타석에 들어섰던 2009년에 이어 검은 수염을 달고 타석에 들어서는 퍼포먼스를 보인 홍성흔은 첫 타석에서 투런 홈런을 기록한데 이어 7회말 공격에서도 솔로 홈런을 기록하는 등 5타수 4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올스타전 MVP에 뽑혔다.

 프로 원년부터 11명의 MVP를 배출하며 올스타전과 인연이 많았던 롯데는 홍성흔이 2010시즌 올스타전 MVP에 뽑히게 되면서 그 인원을 12명으로 늘렸음과 동시에 올스타전 왕국의 명맥을 계속 이어가게 되었다.

※ 롯데의 올스타전 MVP명단 : 김용희 2회(82, 84년), 박정태 2회(98, 99년), 이대호 2회(05, 08년), 정수근 2회(04, 07년), 허규옥 1회(89년), 김민호 1회(90년), 김응국 1회(91년), 홍성흔 1회(2010년)

2009시즌 홈런 레이스 1위를 차지했던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부족함이 없었던 가르시아, 이대호

 홍성흔만이 잘했다면 롯데팬들은 체면치례는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롯데의 중심타자 이대호, 가르시아는 그들의 무서움을 올스타전에서도 보였다.
1번 타자로 경기에 나선 이대호는 4타수 2안타, 1사사구로 올스타전 전체 선수의 평균을 웃도는 활약을 했고, 가르시아는 2개의 홈런을 포함하여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이스턴 팀의 4번 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황재균 (사진출처:KBO홈피)

< 즐겁지만은 않았던 넥센의 팬들, 그리고 황재균의 끝내기 안타 >

 넥센의 팬들은 2010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즐겁게만 관전할 수 없었다.
강정호와 클락이 타석에서 좋은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5점차의 리드에서 동점을 허용한 금민철과 9회 마지막 수비에서 끝내기 점수를 허용한 손승락의 활약에 팬들은 아쉬움을 표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경기가 올스타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두 투수의 활약은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9회말에 손승락을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선수가 황재균이라는 점은 넥센 팬들의 가슴을 찌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황재균을 향에 가장 먼저 달려가 뜨거운 축하를 해준 선수가 안타를 허용한 손승락이라는 것과 누구보다 기뻐한 선수가 강정호라는 점은 넥센팬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류현진과 김광현 (사진출처:KBO홈피)

< 기대 이하였던(?) 류현진과 김광현의 선발 맞대결 >

 올스타전이 시작되기 전 모든 언론에서는 류현진과 김광현의 국내 최고 좌투수 대결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고, 그 많은 기사들에 팬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찌르듯 높아져 있었다.

 팬들의 기대감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실망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먼저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1회초 투 아웃을 잡는 동안 6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내주며 6자책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류현진도 역시 1회말에만 2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3자책점을 기록한 것이다.

 두 선수의 투구 내용에 팬들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불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올스타전이지만 투구 내용이 너무 성의 없다', '기대했는데 이게 뭐냐'등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 누구도 두 명의 선수를 비롯한 모든 투수들을 비판할 수 없다.
각 팀의 에이스들이 마찬가지인 선수들은 당장 화요일부터 시작되는 후반기 일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자에 비해 상대적인 피로도가 훨씬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두 선발 에이스의 맞대결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대한 도전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 한국 프로야구의 올스타전은 '즐거움을 느끼는 축제!!' >

 7월 24일의 올스타전이 끝난 뒤 각종 야구 커뮤니티를 둘러보니 올스타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팬들이 작지 않았다.
'뭐가 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까?'라는 궁금증에 내용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같은 부분에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들이 불만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그들은 한국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자신들이 생각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최고기량을 가진 선들이 모여 최고의 경기력을 팬들에게 보여 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올스타전이라고 하면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니냐며 질문을 던졌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의 대부분은 'NO'가 차지하였다. 
'그럼 올스타전이 아닌 골든글러브전이 아니냐?', '아무리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출장하였어도 선수들 간의 호흡이란 것도 있는데 최고의 경기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7회말 쓰리런 홈런과 솔로 홈런을 기록한 양준혁과 혼성흔 (사진출처:삼성라이온스홈피)

- 미국과 일본의 올스타전과 우리의 올스타전이 같을 필요는 없다

 물론 질문을 던진 사람의 생각도 틀리지는 않았다.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우리의 그것보다 진지하다. 그런류의 올스타전을 기대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그들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와 그들의 프로야구는 인프라의 차이가 엄청나다.
고교 야구팀이 겨우 50여개밖에 되지 않는 우리는 대부분의 선수가 친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와는 달리 엄청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그들은(일본의 고교야구 팀 4192개, 미국 마이너 팀 327팀) 선수들 간의 친분이 강하지 않기에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욕이 우리보다는 강할 수 있다.
(그리고 아메리칸리그와 네셔날 리그의 양대 리그를 운영하는 MLB의 경우, 각 리그 챔피온쉽 1위 팀이 맞붙는 월드시리즈의 홈 어드벤테이지를 올스타전에서 승리한 리그의 팀에 주기 때문에 좀 더 승리에 대한 목적을 가질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우리의 환경에 가장 어울리면서도 선수들과 팬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올스타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지만 한국은 축제 같은 분위기다, 즐겁다","그라운드에서 내가 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는 일본에서는 없다. 정말 축제다"라고 했던 카도쿠라의 인터뷰 내용만으로도 우리의 올스타전이 특별한 가치를 준다고 생각할 수 있다.



< 마무리 하면서.. >

 이런저런 말이 많았던 2010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아주 좋은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이전 올스타전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중간 중간 소나기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준 8개구단 팬들의 열정도 뛰어났습니다.

 그리고.. 야구팬들에게 가장 많은 욕을 먹고 있는 SBS 스포츠마저도 올스타전에 어울리는 즐거운 해설을 편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김용희 해설자의 만담이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있었는지..^^)

 개인적으로는 롯데의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였기에 정말 행복합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롯데의 선수들이 후반기에 좋은 활약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