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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의 첫승, 해결해야 될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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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마무리하는 일요일 저녁 롯데가 KIA를 상대로 12회 연장 끝에 승리를 거두며 기나긴 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첫 승 프리뷰>


  게임이 시작되고 1회말부터 주자 만루의 위기를 맞게 되자 지난 게임들이 떠오르며 불안감이 살아났다.

하지만 4년 만에 선발투수로 출장한 이명우는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타자를 1루 파울플라이로 잡아내며 다음 이닝의 공격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첫 득점-

  야구에서는 '위기 뒤에는 찬스'라는 말이 통한다.

1회말 실점의 위기를 잘 넘긴 롯데는 2회초 찬스를 맞았다.

선두타자로 나온 이대호가 중견수 앞 안타로 진루하였고 전날부터 좋은 타격을 보인 가르시아가 풀카운트의 승부 끝에 우익수 오른쪽 안타를 만들어내며 출루하였고

주자는 3루로 보냈다.

무사 1,3루의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는 불안해 보였다. 지난 게임 얼마 되지 않는 찬스들이 계속 자신에 의해 무산되었기에 평소 보다 많이 긴장해 보였다.

긴장감을 이기지 못한 강민호는 헛스윙 3번으로 삼진을 당했고 '혹시 또 찬스를 못 살리나'라는 불안감이 팬들에겐 엄습했다.

강민호 다음으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박종윤 이였다.

개인적으로 박종윤 선수의 타격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시즌 첫 선발출장 이였기 때문에 '또 찬스가 물건너갔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박종윤은 게임의 승패가 기울어 졌을 때나 주자가 없을 때는 좋은 타구를 만들어 냈지만 찬스 때 타석에 들어서면 내야 땅볼을 많이 치거나 발목 쪽의 볼에 헛스윙 삼진을 많이 당하며 팬들에게 공격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애증의 대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틀렸다. 박종윤은 1,2루간의 호쾌한 타구로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며 팀의 첫 득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계속 되는 원아웃의 주자1,2루 찬스에서 다음 타자들이 아쉬운 타격으로 추가 득점을 올리는 것에 실패 하였지만 개막 이후 처음으로 경기를 리드해 나가게 된 것이 큰 수확 이였다.


2회초 롯데의 득점 이후 양 팀은 투수전의 양상이 되었다.

특히 이명우는 1회의 위기 이후 연속 3이닝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롯데 팬들에게 새로운 좌완 선발투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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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점, 동점 허용-

  첫 득점 이후 추가 득점을 올리는 것에 실패한 롯데는 5회말 기아에게 1실점 하며 동점을 허용하였다.

기아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안치홍이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를 기록하며 출루한 것이 시발점 이였다.

기아는 선두타자가 진루하자 기본에 충실한 보내기 번트 작전으로 주자 2루의 상황으로 만들었고, 비록 다음 타자가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2아웃에 타석에 들어선 이용규가 풀카운트의 끈질긴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만들어 내며 동점을 만들었다.

기본에 충실한 보내기 번트가 만들어낸 득점 이였다.


-역전 허용-

  7회 롯데는 기아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5회 동점을 허용할 때 선두타자로 출루했던 안치홍이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또 다시 롯데에게 타격을 줬다.

선두타자가 3루타로 누상에 나가게 되니 실점은 간단했다. 기아는 다음 타자가 외야플라이를 쳐서 쉽게 득점을 올렸다.


-동점(지난 경기와는 다른 모습)-

  게임 중,후반 역전을 허용한 롯데는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 했다.

하지만 롯데는 그동안의 연패의 모습과 달랐다.

  역전을 허용한 바로 다음 공격에서 게임을 원점으로 만들었다.

기아가 2번의 득점을 같은 선수의 활약으로 만들어 냈듯 롯데도 2회 득점을 만들어낸 선수들이 똑같은 활약으로 득점을 이끌어냈다.

원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가 중견수 뒤 안타를 만들어 냈고, 가르시아가 우익수 앞 안타를 만들어 내면서 주자 1,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강민호가 찬스를 놓치는 상황마저 똑 같았다.  7회에도 삼진을 당하며 타석에서 물러선 것이다.

박종윤이 타석에 들어섰고 그에 대한 기대감은 2회의 그때와는 달랐다. 

박종윤은 오늘이 자신의 날임을 증명하듯 물러설 곳 없는 찬스에서 또 다시 안타를 만들어냈고 2루에 있던 대주자 전준우를 홈으로 불러들이기에 충분했다.


-역전, 그리고 첫승-

  게임 후반 동점을 만든 양팀은 정규이닝에 승부를 보지 못하고 12회에 접어들며 단 한번씩의 공격 기회만을 남겨뒀다.

무승부는 '패'와 같기에 롯데가 단 한번의 공격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 연패의 숫자는 '6'으로 올라가는 상황 이였다.


  롯데 마지막 공격의 첫 타자는 9회 대수비로 교체된 이승화였다.

이승화는 초구를 강하게 쳤고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를 만들어 냈다.

그동안의 게임에서 베팅포인트를 전혀 찾지 못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그가 팀의 마지막 공격에서 2루타를 만들어 냈기에 팬들의 머리속에는 '첫 승'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손아섭이 내야 느린 땅볼로 진루타를 만들며 1사 3루의 찬스를 맞았고,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은 오로지 외야플라이만을 위한 타격을 시도했고 3루주자 이승화는 얕은 플라이였음에도 빠른 발을 이용하여 팀의 소중한 1득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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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롯데는 한번의 수비만 성공하면 2010시즌 첫 승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이미 이정훈이 중간계투로 나왔던 상황이라 임경완의 마무리 등판이 예상되었지만 예상을 깨고 모범시민 허준혁이 마무리에 올랐다.

(전날 게임에서 임경완이 컨트롤이 잘 되지 않았던 모습을 보였기에 임경완의 등판이 불안하긴 했다.)

마무리로 올라온 허준혁은 140대 후반의 빠른공으로 김원섭과 이종범을 간단히 처리하였고 KIA의 4번타자 최희섭과의 대결만을 남겨뒀다.

최희섭의 대결에서도 빠른공을 이용하여 좋은 볼카운트를 만들었지만 최희섭은 계속된 커트와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던진 공을 골라내며 풀카운트 상황에 놓였다.

김상현을 상대하기 보다는 컨디션이 나쁜 최희섭과의 대결을 선택한 허준혁은 풀카운트에서 가운데 직구를 던졌고 최희섭의 베트에 잘 맞은 타구는 1루수 박종윤의 다이빙케치에 라인드라이브로 잡히면서 4시간이 넘었던 혈투는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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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원동력>


 오늘 승리의 가장 큰 특징은 롯데의 야수들이 실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패기간 동안 롯데는 모든 경기에서 실책을 범했고 게임당 평균 2개의 실책은 선발 투수들이 모두 자기 역할을 했음에도 많은 실점을 하는 원인이였다.

 이명우의 호투도 큰몫을 해줬다. 

조정훈과 손민한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이명우는 시범경기의 호투가 실력에 의한 호투였음을 증명하였고

지난 시즌 챔피언을 상대로 6 2/3 이닝 동안 7안타 2실점의 짠물 투구를 해줬기 때문에 득점력이 부족했던 롯데가 승리할 수 있었다. 

 오늘 승리의 주역들은 백업 요원이였다. 

팀의 중심타자가 기회를 만들기는 했지만 매번 타점으로 연결 시킨것은 박종윤이였고, 12회 황금 같은 득점 찬스를 만든것도 이승화였다.

게임을 마무리지은 허준혁은 1,2군을 오가는 선수며 상대팀을 완전 봉쇄한 이명우도 아직까지 주축 선발진이 아니기에 백업 선발 투수라고 볼 수도 있다.


<승리하였지만 해결해야할 문제들>


  일요일 KIA와의 게임을 승리로 장식하며 연패를 끊었지만 팀이 상승기류를 타기 위해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있다.


 야수들의 타격 컨디션을 끌어 올려야 하며 특히 득점 찬스의 응집력이 절실하다.


시범경기의 타율은 온데간데없고 8개 구단 중 7위의 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팀의 연패로 타자들이 자신감을 잃었고, 다른 팀의 야수들에 비해 바뀐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적응이 늦은 것이 원인일것이다.

(팀이 부진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소극적인 타격을 하고, 소극적인 타격은 바깥쪽의 애매한 공에 쉽게 방망이를 휘두르지 못하게 되며, 결국 팀의 타율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좀 더 유연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것 이외에는 해결방법이 없어 보인다.


팀타율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득점찬스의 응집력이다. 6게임동안 단 15득점을 기록하며 게임당 2.5점의 평균득점만을 하고 있다.(단 한번도 3득점을 넘어서지 못 했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강공을 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한다.

만약 일요일 게임에서 12회 손아섭이 내야 느린 땅볼이 아님 삼진이나 유격수 쪽 땅볼 외야 플라이를 당했다면 게임에 이길 수 있었을까?

상대팀 KIA의 아주 기본적인 작전으로 쉽게 득점을 해내는 장면을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수비의 문제는 이제 말하는 것도 귀찮은 당연 과제이다.


 사실 롯데가 연패에 빠져있는 동안 선발투수들은 모두 자기의 몫을 해줬다. 중간계투진도 젊은 선수들이 두 경기에서 난타당하며 무너져 내렸지만 최근 게임에서는 노련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롯데의 장점인 공격력이 살아나고 공격의 응집력이 생긴다면 팀의 상승세는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