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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조정훈 VS금민철, 6년을 기다린 빅매치,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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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같았던 주말 3연전이 끝나고 하루의 휴식을 취한 롯데 자이언츠는 목동으로 장소를 바꿔 우승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한다.


야구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에게 '월요일'은 월요병에 즐거움을 찾기도 힘든 요일이지만 '화요일'은 마치 소개팅이 잡혀있는 결전의 날과도 같다.

설렘이 가득하지만 그만큼의 걱정도 동반되는 그런 날이 바로 '화요일'이다.


이렇듯 많은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는 화요일 경기에 두 가지의 큰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 넥센에서 준비한 임수혁을 위한 이벤트 >


 첫 번째 이벤트는 넥센의 깊은 마음을 느끼게 하는 가슴 뭉클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이벤트의 명칭은 'Remember the hero'!!!

지난 2000년 4월 18일 잠실구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로 투병하다 지난 2월 7일 영면한 

롯데의 '영원한 안방마님 임수혁'을 기리기 위한 행사를 넥센 히어로즈가 준비하였다.


 힘든 구단 사정에도 2001년부터 매년 선수 월급의 일부를 성금으로 적립해 롯데 상조회에 전달하였던 히어로즈는 이번에도 많은 야구팬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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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을 기다린 빅매치 >


 두 번째 이벤트는 조정훈과 금민철의 맞대결이 바로 그것이다.

임수혁 선수를 기리기 위한 이벤트의 매인 행사다운 리턴매치가 성사되었다.


이들의 매치를 팬들이'빅매치','리턴매치'라고 명하는지 알고 있는가?

야구를 잘 알고 오랜 시간 동안 봐왔던 팬들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프로 생활을 하면서 선발 맞대결을 한 경험은 전혀 없다. 

그나마 억지로 기워 맞춘다면 지난 시즌 준플레이오프의 1차전 승리투수와 2차전 승리투수의 대결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야구 역사에 남을 빅매치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조정훈.jpg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이변이 속출했던 26회 대붕기 대회 -


 이들의 대결을 '빅매치'로 명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2004년 7월 뜨거운 여름 날씨의 대구로 향할 필요가 있다.


2004년 7월 대구 시민구장에서는 제 26회 대붕기 전국 고교야구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26회 대붕기 대회는 직전 청룡기 대회를 우승한 성남고와 준우승을 차지한 광주 동성고를 비롯하여 서울고, 유신고, 휘문고 등 전례 없는 많은 강팀들의 참가로 주목을 받았다.


24개 팀이 토너먼트로 진행된 대붕기는 전국의 강호들이 대회 중반 탈락하는 이변이 속출하며 결승에서는 마산 용마고와 인천 동산고가 맞붙게 되었다.


전국의 강호가 모두 탈락하고 대통령기 8강에 머물렀던 용마고와 청룡기 2회전에서 탈락한 동산고가 우승을 다투는 모습은 고교야구팬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사본 -005(2).jpg (출처:넥센히어로즈홈피)


- 이변의 중심에서 만난 두 명의 철인 -


 많은 야구팬의 이목이 집중된 7월 13일 대구 시민운동장, 

양 팀의 마운드에 올라선 선수들이 바로 조정훈(용마고)과 금민철(동산고)이였다.


이들은 약체로 평가 받던 팀의 에이스답게 이미 예선전에서 팀의 마운드를 혼자 책임지듯 하고 있었다.


대회기간 7월7일~ 7월13일 결승전을 제외한 단 6일 동안 조정훈은 3경기에 등판하여 19 2/3 이닝 동안 305개의 공을 던졌고

금민철은 4경기(대회 전경기)에 등판하여 28 이닝 동안 376개의 공을 던진 상황 이였다.


 결승전은 시작되었고 양 팀의 혈전이 계속 되었지만, 역시나 양 팀에는 두 선수 이외에는 믿을 투수가 없었다.

약팀으로 평가 받던 팀이 우승을 눈앞에 둔 상황은 두 선수를 철인으로 만들었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황 이였지만 두 선수는 대회 규정이닝인 12회 까지 완투하였다.

금민철은 50명의 타자를 상대하여 9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삼진 11개를 솎아내며 4실점 하였고 173의 공을 뿌렸고

조정훈도 역시 45명의 타자를 상대하여 8개의 안타를 허용하였지만 삼진을 11개를 잡아내며 4실점 하며 175개의 공을 던졌다. 


팀의 우승을 위해 혼신을 힘을 다했지만 결과는 4 - 4의 무승부로 끝이 났고 결국 우승을 위한 대결은 다음날로 미뤄지게 되었다.


HS9W3714_big.jpg 2005년의 조정훈(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비로 인해 끝내지 못했던 17이닝의 혈투 -


 이전까지 딱 한번 있었던 21년 만의 '결승전 재대결'의  양 팀의 마운드에 올라온 선수는 여전히 조정훈과 금민철 이였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는 상황이 되어 버린 두 선수의 역투는 두 번째 결승전 5회까지 이어졌다.


많은 이변과 결승전 재대결이라는 야구역사에 남을 26회 대붕기 대회는 의외의 변수로 인해 마무리 되고 말았다.

징글징글했던 두선수의 역투는 5회까지 이어지고 있었고, 하늘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우승팀을 가리기 위해 펼쳐진 '재경기'가 비로 인해 중단되었고 대회의 주최자인 매일신문과 한국야구위원회는 양 쪽의 학교장과 협의하여 

'공동우승'이라는 전대 미운의 결과를 만들며 우승컵은 양팀에게 나눠졌다.

약체로 평가 받던 팀을 결승전에 올려놓고 결승전에서도 역투를 펼친 두 선수는 최우수 투수상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되고 대회는 마무리 되었다.


이형종의 '눈물의 역투'처럼 많은 팬들에게 기억 되어 있진 않지만 그들의 역투는 고교야구 역사에 남기에 충분한 대결 이였기에 

'빅매치'라는 명칭을 쓰는데 망설임이 없다.


3008(10).jpg (출처:넥센히어로즈홈피)


<6년만의 재대결>


 6년 전 갑작스런 폭우는 두선수의 혼신을 다한 대결을 무승부로 남겨뒀다.

각각 롯데의 2차 1번과 두산의 2차 4번으로 지명된 두선수는 몇 년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2004년의 대결은 계속 미뤄졌지만,

지난 시즌 부터 만개하기 시작한 그들은 대결이 끝나지 않은 라이벌답게 비슷한 시기에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오늘 그들은 각각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기 위해 마운드에 선다.

약한 팀의 전력 때문에 홀로 외로이 마운드를 지켜야했던 그때와는 다른 

뛰어난 동료들과 전국의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승부를 내지 못한 그때의 대결을 비로소 결판 짓게 되었다.




6년 전 같은 장소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고등학생들이 이제는 프로 팀의 에이스가 되어 다시 만난다.

그들의 설레임이 나에게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