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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SK와의 난타전에서 얻은 교훈 "야구는 투수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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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3위와 2위 팀을 차례로 만나 좋은 성적을 거뒀던 롯데는 1위 팀 SK를 홈으로 불러들여 5월 둘째 주 일정을 시작했다.


롯데의 팬들은 지난주의 좋았던 성적과 마찬가지로 1위 팀 SK를 상대로도 좋은 성적을 내주길 기대했지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선발진의 로테이션에 큰 문제가 없는 SK는 롯데를 상대로 김광현 - 송은범 - 글로버라는 특급 선발진을 대기시켰고,

반면 롯데는 어깨 통증으로 휴식을 받은 조정훈과 팔꿈치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명우의 로테이션이 SK전에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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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우 VS 김광현 >


 롯데는 SK와의 첫 경기부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상대에서는 0.74의 믿기 힘든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최고 좌완투수인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운 반면,

롯데는 이명우의 빈자리를 대신해 03년 신인 드래프트의 이슈메이커였던 이대우를 선발로 예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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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분전한 김대우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김대우의 예상외 분전 -


롯데팬들 마저도 '그냥 마음 편히 관전하자'는 말로 스스로를 위안했을 정도로 첫 경기의 선발 매치업은 한쪽으로 크게 기울어 보였다.


김대우는 03년도 지명 문제나 상무전역 이후 대만리그 참가 등의 이슈로 롯데팬들에게 기억되고도 있지만, 가장 큰 사건은 지난해 LG전의 5명 연속타자 볼넷 허용이었다.

1군에서의 투구라고는 그날의 사건이 전부나 마찬가지인 그가 김광현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예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예상외의 분전을 보여줬다.

김재현에게 1안타만을 허용한 그의 투구는 과거 유망주시절보다 낮은 구속을 보여 줬지만 구위는 쓸만해보였다.(이미 4월10일 등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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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김대우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김대우의 피칭결과 부터 말하면,

2회 최정의 안타와 박경완의 홈런으로 2점을 내줬고, 3회 김재현과 박정권의 안타와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내줬다.

그리고 4회, 선두타자 나주환에게 홈런을 맞고 김강민을 상대로 1-3의 볼카운트에서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3이닝 7개의 피안타와 홈런 두 방으로 4실점을 기록한 그는 마지막으로 남긴 1-3볼카운트의 타자마저 홈으로 들어오며 5자책점을 기록했다.


 김대우가 남긴 기록만 보면 분명 '역시나..'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월요일 내가 게시판 등에서 확인한 팬들의 마음과 기대는 '문학경기의 진명호처럼 맞더라도 도망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였다.

그가 좋은 피칭으로 SK를 압도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팬들의 소망은 지난해와 다른 김대우의 모습임이 분명해 보였다.

(다만.. 변화구의 변화가 미미해서 투구 패턴만 분석되면 난타당할것 같은...)


비록 3이닝 5자책이라는 좋지 않은 성적을 남겼지만 김대우는 팬들이 원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제 팬들의 기억 속에서 지난해의 악몽 같았던 상황이 잊혀지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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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에 성공한 조성환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김광현 공략에 성공한 롯데의 타선 -


 2010시즌, 김광현은 다른 라이벌들을 압도적인 성적으로 누르며 좌완 꼭대기 자리에 앉아있었다.

롯데와 상대하기 전 그는 4승1패를 기록하고 있었으며 0.74라는 경이적인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었다.

0.74라는 방어율은 36 1/3이닝 동안 단 3자책점만을 기록한 그의 투구를 대변했다.


 철옹성 같았던 김광현을 롯데의 타선은 무너트렸다.

김광현은 롯데의 타선을 상대로 3 1/3이닝 동안 11개의 피안타와 2개의 볼넷을 내주며 8자책점을 기록했다.

롯데의 김대우에 비해서 좋은 성적을 남긴 것도 아니다.


 롯데의 타자들은 상, 하위타선 구분 없이 김광현을 두들겼다.

2회말 첫 득점 상황은 6번 타자 강민호, 7번 타자 조성환, 9번 타자 박기혁의 안타로 만들어졌다.

3회의 득점은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이 이어졌다. 이대호의 볼넷과 가르시아의 안타로 찬스를 만들었고 이어진 강민호의 안타와 조성환의 내야 땅볼로 득점을 쓸어 담았다.

4회의 공격에서는 2~5번 타자의 연속안타가 김광현의 강판으로 이어졌다.


이날 롯데의 타선은 김광현을 상대로 어떤 팀의 팬들이나 부러워할만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뒤처질 때면 상위타선의 타자들이 김광현을 공략하며 출루에 성공했고, 하위타선에서는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상위타선의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여 타점으로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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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의 내야안타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롯데에게 믿을맨이란...? >


 롯데는 SK와의 주중 1차전에서 두 팀이 강팀과 그렇지 못한 팀으로 나뉘게 되는 원인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양팀의 선발투수는 비슷한 성적을 남기고 마운드에서 강판 당하였다. 김대우는 3이닝 5자책, 김광현은 3 1/3이닝 8자책점을 기록했다.

선발투수의 기록만을 본다면 오히려 롯데의 김대우가 더 좋은 성적을 남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게임의 결과는 21대10의 스코어로 SK가 승리를 거뒀다.


롯데는 선발투수가 나름의 분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투진이 16점을 내주며 패배하였고,

SK는 김광현이라는 에이스가 난타당하며 8자책으로 물러났지만 불펜진은 추가 실점은 2점으로 막으며 팀의 승리를 안겼다.(정우람이 맞은 만루 홈런의 2점은 김광현 자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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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SK의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에서는 '야구는 투수노름?'이라는 내용으로 양팀의 투수력과 공격력에 대한 순위를 보여주며 양팀의 차이를 보여줬다.

롯데의 팀 방어율은 월요일의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6.11의 방어율로 한화를 밀어내며 방어율 순위 8위 자리에 올랐다.


그나마 최근 선발투수진이 안정을 찾으며 팀방어율을 낮추고 있었지만 불펜진이 대거 등판한 경기가 끝나자 그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다.


오늘 경기를 마치고 롯데, SK 두 팀의 불펜진의 방어율을 계산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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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의 중간계투진의 방어율이 두 배 이상이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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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이닝 소화가 많은 불펜투수 성적 (출처:KBO)


롯데에서 최고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불펜 투수는 이정민, 이정훈, 김사율의 성적과 SK의 정우람, 이승호, 가득염의 성적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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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불펜 성적 (출처:KBO)



최근 선발진이 안정되며 선발투수의 방어율 격차는 좁혀지고 있지만 불펜진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상태에서 불펜 싸움을 한다면 승리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롯데의 타자들이 상대 에이스를 상대로 화력을 퍼부어 10점에 가까운 점수를 내도 불펜진이 16실점이나 한다면 절대 승리를 챙길 수 없다.

(그나마 1군 복귀 후의 임경완이 좋은 모습이고, 어린 좌,준혁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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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부진한 모습을 보인 김사율, 강영식, 배장호, 김일엽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야수들의 실책은 답이 없나? >


 롯데의 대패에 어김없이 붙어 다니는 것이 바로 실책이다.


11대4의 스코어로 뒤쳐진 롯데는 4회말 공격에서 김광현을 강판시키고 정우람을 상대로 박종윤이 대타 만루 홈런을 쳐내며 11대10의 1점차까지 따라 붙었다.

스코어는 SK의 리드에 있었지만 분위기는 '에이스 김광현'을 맹폭한 롯데가 홈팬들의 응원까지 더해져 SK를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롯데의 발목을 잡는 플레이가 나왔다. 박종윤의 투입으로 중견수로 이동한 김주찬이 주인공이 되었다.

5회초,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조동화의 타구를 놓쳤고 2루타로 만들어 줬다.

만약에 조동화를 평범한 플라이로 처리하였다면 단 1실점도 SK에게 내주지 않을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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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윤이 대타 만루홈런을 기록하는 순간 (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롯데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SK에게 내줬다.

11대10의 스코어는 상대의 '에이스'를 무너트린 롯데에게 주도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수비의 실책과 다름없는 플레이와 중간계투진의 무기력함은 상대에게 승리를 내주는 결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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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의 지난 문학 경기에서의 실책장면(방송캡쳐)


 이미 지난경기는 미련이 없지만,

월요일 경기로 인해 살아난 SK의 타선과 쉽게 깨어지지 않고 있는 SK전 연패의 기록은 다음날의 경기를 바라보는 팬들에게도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김광현을 공략했지만 전혀 기쁘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