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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우천취소가 아쉬운 김수완 & 우천취소가 반가운 롯데팬




 한화에게 3연승을 거두며 좋은 흐름을 만든 롯데는 사직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SK와의 대결을 준비 했다.
이번 시즌 1승 8패의 상대전적으로 절대 약세에 있는 SK와의 대결이지만 최근 경기에서 투지와 집중력으로 연승을 이끈 롯데의 용사들이라면 승리가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느껴졌다.

 팬들은 SK와의 복수전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라는 복병이 나타나고 말았다.
낮부터 내린 부슬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 것이다.



< 비가 원망스러운 김수완 >

 경기가 취소되어 가장 아쉬운 사람은 누굴까?

사직야구장 앞에서 장사를 하는 사장님들?
아니면,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과인 '야구 시청'을 하지 못하게 된 롯데의 팬들?

둘 다 아니다. 비가 내리지 않길 가장 바랬던 사람은 바로 '김수완'이다.
조정훈의 부상으로 1군에 올라와 데뷔 첫 선발등판의 기회를 잡은 김수완은 애꿎은 비로인해 가장 기다리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김수완 제주관광산업고 시절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김수완은 ?

 김수완은 김해 삼성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해 고등학교 1학년 때 당시 팀의 감독을 따라 제주도로 내려가 제주관광고에서 활약했고,
제주관광산업고를 다니던 2007년 대통령배 고교야구 1회전에서 순천 효천고를 상대로 팀의 4대0 승리를 이끌며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날의 노히트노런은 고교야구 역사상 14번째이며 92년 6월 청룡기 대회 결승의 노장진에 이어 15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만 본다면 '그럼 2008년 2차 몇 라운드일까?'란 생각을 가지게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김수완은 롯데를 비롯해 8개 구단 어느 팀에도 지명을 받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김수완과 함께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김성현은 2차 1라운드에 현대로 입단하였다. 2008년 신인 지명식 직전까지만 해도 2차 지명 1라운드 급으로 평가받던 김수완이 어떤 팀에도 지명 받지 못한 이유는 찾지 못했다.)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 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김수완은 2군에서도 쉽게 기회를 잡지 못해(2008년 3경기, 2009년 11경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다행이도 이번 시즌 많은 기회를 잡으며 퓨처스 리그 남부투수 순위 1위에 올랐고 1군 등판의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고교시절 김수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김수완의 데뷔 첫 1군 등판은 좋지 못했다. 지난 6월 19일 LG전에 선발투수 진명호가 무너지며 3회부터 마운드를 물려받았던 김수완은 2 1/3이닝 동안 50개의 공을 던지며 3자책점을 기록했고, 직구의 구속은 140대 초반을 넘어섰으나 긴장한 탓인지 포크볼과 직구를 던질 때 큰 폭투를 2번이나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단 1경기로 그를 평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김수완 입장에서도 단 한 번의 등판으로 자기의 실력이 평가 받게 된다면 억울할 것이다.

김수완은 또 한 번의 큰 기회를 잡았지만 안타깝게도 비라는 변수를 만나고 말았다.
금요일 저녁 대한민국의 다른 어떤 사람들 보다 큰 아쉬움을 느꼈을 사람은 누구일까?...



< 비라는 변수는 어떻게 작용될까? >

- 우천 취소는 행운?

 비로 인해 큰 아쉬움을 느꼈을 김수완에 비해 롯데의 몇몇 팬들은 우천 취소에 대해 '오히려 잘됐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팀 모두 신인급 선수가 선발 투수로 나섰기에 타격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아무래도 SK에 비해 불펜진이 약한 롯데, 그리고 4번 타자 이대호가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라면 오히려 경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분명 그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윗 내용의 주인공인 김수완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가 긴 이닝을 투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SK의 경우 이승호, 고효준, 엄정욱 등 선발이 무너졌을 때 어느 정도 활약을 해주는 선수들이 있지만 롯데에게는 그런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SK전 승리의 선봉장이 되어줄 사도스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그럼 오늘은 승리의 가능성이 높나? 

 금요일 경기가 예측이 쉽지 않고 변동이 많은 비포장도로와 같은 경기였다면, 토요일의 경기는 어느 정도 잘 정돈 된 고속도로와 같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양팀의 선발투수가 경험이 부족한 김수완과 박현준에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사도스키와 김광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두 팀의 선발 투수가 모두 바뀐 상황에서 우천으로 취소 된 전날 경기보다 오늘의 경기가 롯데의 승리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어차피 두 경기 모두 각각의 경기에서의 선발투수 레벨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똑 같은게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양팀의 불펜투수 능력을 생각한다면 그동안 안정적인 모습으로 긴 이닝을 소화했던 사도스키가 선발로 나오는 것이 훨씬 좋은 상황이다. 아무리 상대투수가 김광현으로 바뀌었다 하여도 말이다.

 좋게 생각하면 김광현을 그렇게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김광현과의 시즌 첫 대결에서는 9이닝 동안 단 1점만을 뽑아내며 완투패를 당했지만 두 번째 대결에서는 3 1/3이닝 동안 8점을 뽑아내며 김광현의 최소이닝 최다 실점을 기록하게 만들었고, 세 번째 대결에서는 5 2/3이닝 동안 6안타를 뽑아내며 2득점을 하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나름 좋은 징조도 있다.
지긋지긋 했던 SK전 11연패를 끊은 지난 5월 28일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승리투수가 된 선수가 바로 사도스키였다. 

금요일 경기의 우천 취소는 최소한 불이익 보다는 이득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김성근 감독이 경기 전 로이스터 감독을 찾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경기하자'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팬들은 SK에게 당하고 있는 치욕적인 전적에서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선수들은 팬들보다 그것을 몇 배는 더 원하고 있을 것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조급함을 버린 다면 결코 실력에서는 부족한 면이 없을 것이다.
오늘이 롯데가 SK에게 당했던 빚을 갚아나가는 첫 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