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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두산과의 3연전을 통해 롯데의 10년후를 보다.




 전국의 유명 도로들을 주차장으로 만들었던 피서행렬은 직장인의 휴가철이 마무리되어가면서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만,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는 무더위는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8월 4일 오후, 서울지역에는 소나기가 내렸나보다. 이런 무더위가 계속 되는 가운데 내린 소나기는 서울 시민들에겐 그야말로 '단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 8월 4일 경기 총평 >

 8월 4일 경기의 결과부터 말하자면 롯데는 두산에게 13대4의 스코어로 대패를 당하였다.
선발투수가 초반부터 무너지며 이렇다 할 긴장감도 느끼지 못하는 완벽한 패배를 당한 것이다.

 이 경기가 끝나고 난 뒤 롯데팬들의 반응은 의외로 조용했다. 평소 같았으면 여러 가지 욕설로 도배되었을 일부의 커뮤니티에서도 대패를 당했던 다른 경기들과 비교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조용한 반응만이 있었을 뿐이다.

지난 8월 1일의 하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하준호, 기대감을 가졌지만

  8월 4일 경기에 대한 선발투수가 발표되자 많은 팬들은 '그냥 편하게 봐야겠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올 시즌에서는 처음으로 1군 선발투수 등판의 기회를 잡은 하준호와 최근 4경기에서 3승을 챙기며 3.09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던 김선우와의 대결은 어느 정도 한쪽으로 기운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야구가 투수놀음이라고는 하지만 롯데는 그 판을 뒤집을 강한 타선을 가지고 있었으며 하준호도 역시 1군에 등록되어 있는 투수로 분명 그만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팬들은 '그냥 편하게 봐야겠네'라는 표현을 겉으로 했지만 속으로는 하준호의 투구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좌완투수로서 150km의 구속까지 나온다는 파이어볼러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거기에다 2군에 있는 동안, 가장 큰 단점이라고 지적 받던 제구력이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던 상황이었기도 했다.

 하지만 하준호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난 일요일 LG전에 등판하여 3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몸에 맞는 볼을 포함하여 2개의 사사구를 내줬을 때만 하여도 '원래 하준호는 선발 체질이다'라고 응원 하던 팬들도 8월 4일의 경기를 보고난 뒤에는 실망감을 가졌을 것이다.
결국 어렵게 잡은 기회도 잡지 못했을 뿐더러 그를 응원하던 팬들에게도 실망감을 안긴 것이다.

 그가 경기를 마친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군 경기는 관중이 많아 욕심을 부렸다"라는 말을 했는데, 어쩌면 이런 부분은 아직 준비가 덜 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의 발언이 될 수 있다.
나이 어린 2군 선수에게 돌아오는 기회는 한정 되어 있고, 그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선수야말로 에이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찬의 완벽한 수비는 언제쯤..(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야수들의 집중력 부족

 8월 4일 오후에 내렸던 비로 인해 롯데의 선수들은 경기 전 훈련을 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서울시민들에게 '단비'가 되었던 소나기가 롯데의 선수들에겐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일까?
롯데의 선수들은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집중력이 부족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3회말 수비에서 손시헌의 좌전 안타를 뒤로 흘리는 황당한 수비를 보여준 김주찬의 모습이 그랬고, 그 이외에도 오랜만의 유격수 수비가 낯설음을 느끼는 황재균과 우익수 가르시아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롯데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은 수비에서만 보여진 것이 아니었다.
김선우의 호투가 있었지만 홈런 1개를 포함하여 13개의 안타를 기록하고도 4득점에 그친 것도 역시 집중력 부족이라는 문제와 완전히 분리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롯데는 결국 선발투수가 경기 초반부터 제구력문제로 무너졌고, 이 문제가 경기 전 훈련을 하지 못했던 야수들의 집중력을 더욱 떨어트리는 최악의 연쇄반응이 일어나며 경기를 패배하고 말았다.



< 롯데의 미래를 이끌 투수 3인방과 포수 장성우가 펼치는 두산 3연전 >

 8월 4일의 경기가 끝이 난 뒤 8월 5일 경기의 롯데 선발투수로 김수완이 내정되었다.

 롯데가 두산과 펼치는 이번 3연전의 특징을 꼽으라면 3경기에서 나오는 선발투수들이 모두 5~10년 후의 롯데 마운드를 책임져 줄 팀의 미래라는 점이다.

 88년과 89년 생으로 1살 터울인 세 명의 투수들은 각각 언더핸더, 좌완 파이어볼러, 낙차 큰 포크볼러라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모두가 1군 선수로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면 최고의 선발 또는 불펜 조합이 될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상태이다.

 이미 고등학교시절 2006년 세계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의 우승멤버(이재곤), 15년만의 고요야구 노히트노런(김수완), 2007년 청룡기 MVP(하준호)라는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이재곤

 롯데의 미래를 책임질 3인방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수는 이재곤이다.
지난 5월 13일 SK전에 구원등판하며 프로야구 1군 무대에 처음 얼굴을 알린 이재곤은 이날 4 2/3이닝 동안 4피안타 1자책점을 기록하는 화려한 출발을 보인 것을 포함하여 11번의 선발 등판과 3번의 구원 등판을 하였고, 이 경기 동안 완투승 한 차례를 포함하여 4승 3패 방어율 4.26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팀 선발로테이션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WHIP의 경우 10경기 이상 선발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선수 중 사도스키를 제외하고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등 이제 누구도 그를 대체 선발 요원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는 어린 나이에도 벌써 군문제를 해결했다는 장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하준호

 하준호는 이번에 언급한 3명의 투수들 중 가장 먼지 이름을 알린 선수이다.
그는 지난 시즌 로이스터 감독의 총애를 받으며 20경기에 출장하는 등 팬들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를 많이 잡은 선수였다.

 사실 팬들이 세 명의 선수를 평가할 때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로 하준호를 뽑는 경우가 많다.
좌완 투수에 150km의 공을 던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의 가치는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 각도가 큰 커브볼을 던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몇몇의 팬들은 타고난 재능이 엄청난 선수라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기도 한다.

 하지만 하준호는 다른 두 명의 선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가지지 못했다.
이재곤과 김수완의 최고 장점인 뛰어난 제구력과 신인선수 답지 않게 위기상황에 당황하지 않는 배짱을 하준호는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그가 제구력의 안정을 찾는 날은 언제일까? 
그때가 바로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 혹은 김광현에 필적하는 좌완 선발이 태어나는 날이 될 것이다.

김수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김수완

 김수완도 역시 어느 정도 좋은 활약을 보이며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는 선수이다.
지난 6월 19일 잠실 LG전에 구원 등판하여 2 1/3이닝 동안 투구하며 마지막에 3자책점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공을 던지며 팬들에게 첫 인사를 했던 그는 바로 다음 등판 경기였던 6월 29일 삼성 원정경기에서도 역시 구원 등판하여 5타자 연속 삼진을 뽑아내는 등 4이닝 동안 8삼진을 잡아내며 사사구와 피안타를 하나도 기록하지 않는 피칭을 보였었다.

 두 번의 구원등판으로 팬들에게 완벽한 눈도장을 찍었던 그는 이후 한 번의 불펜 등판과 세 번의 선발등판을 했고, 선발 등판이 구원 등판보다 좋지 않은 성적을(선발 방어율 5.19, 불펜 방어율 3.24)을 기록하긴 했지만 지난 7월 22일 한화전에서 8이닝 1자책점의 호투를 기록하는 등 선발투수로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8월5일) 그는 네 번째 선발 등판 시험을 가지게 된다.
오늘의 투구로 인해 그가 롯데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길 기대해 본다.

장성우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장성우

 롯데의 미래를 이끌 세 명의 선발 투수가 이번 두산과의 3연전 각각의 경기에서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면, 3연전 전체에서(8월 5일 경기는...아직 모르겠네요ㅠ.ㅠ) 주인공을 완벽하게 보좌하는 조연의 역할을 맡은 선수는 장성우이다.

 장성우도 역시 위에서 언급한 투수 3인방과 함께 롯데의 미래를 이끌 선수에 포함 된다는 것을 부정하는 팬들은 없을 것이다.
장성우는 뛰어난 블로킹 능력을 비롯하여 강한 송구능력을 갖춘 최고 수비능력을 자랑하는 포수이기에 (고등학교 시절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인정받던 장성우가 수비 잘하는 포수로 인정받는 부분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시간이 문제일 뿐 국내 최고의 포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는 팬들이 많은 상황이다.

 장성우가 이번 두산전에서 이재곤, 하준호, 김수완과 호흡을 맞추는 것을 지켜보게 된 팬들의 입장에서는 롯데의 5~10년 후의 모습을 미리 감상하게 되는 좋은 이벤트가 되었고, 특히 한 살 터울로 고등학교 시절 수없이 공을 주고 받았던 경남고 선배 이재곤과 경남고 동기 하준호와 호흡을 맞추는 장성우의 모습에 듬직함을 느끼기도 했다.


 롯데가 아주 다금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재곤, 하준호, 김수완이 선발로 나서는 두산과의 이번 3연전은 하나의 이벤트처럼 느껴진다.
롯데의 미래들이 주역이 된 이번 3연전 이벤트 중 2경기가 끝이 났다.
이재곤이 완투승을 기록하며 선제공격에 성공하였지만, 경남고 1년 후배인 하준호가 힘든 경기를 펼친 끝에 말을 다시 뒤로 물려 놨다.  
그리고 이제 이 이벤트는 마지막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김수완이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할까?
전날 경기에서 두산의 막혀있던 타격이 다시 폭발했지만, 김수완의 투구를 팬들은 믿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확실한 조력자들이 곁에 있다.

 김수완이 승리투수가 되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 마무리하면서.. >

 8월 4일 경기에서 하준호가 좋지 않은 경기를 펼치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좋지 않았던 제구력 속에 나름 좋은 구위의 공, 낙차가 큰 포크볼 등을 팬들은 봤다.

 롯데와 4위 싸움을 하고 있는 상대를 보면 팬들의 입장에서 여유를 가질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 하였듯, 이번 두산과의 3연전은 하나의 이벤트처럼 느껴진다.
롯데의 미래를 이끌 세 명의 어린 투수들이 연속적으로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그리고 그들이 최고의 성적을 냈을 때는 더 없이 기쁘고, 그렇지 않더라도 우울하지는 않다.
 
 오늘 김수완의 등판이 다른 어느 때보다 더욱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