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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조성환과 윤석민....몸 쪽 공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내길




 8월 24일은 2010시즌 프로야구의 '잔여경기 일정'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잔여경기 일정'이란 1개의 팀이 1년 동안 치르게 되는 133게임 중 '우선배정 경기'에 포함 되지 못했던 8경기를 비롯하여 우천으로 취소 된 경기들을 조율하여 만든 일정으로서 이 일정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6월 24일 KIA전 리뷰 >

 지난 주 롯데가 SK와 두산을 상대로 6연승이라는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게 되자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기 시작하였다.
같은 기간 KIA가 넥센과 삼성을 상대로 2승 4패를 기록하는 부진을 보이면서 두 팀의 게임차가 6게임으로 벌어졌고, 양 팀이 모두 21게임씩을 남겨둔 상황에서 두 팀 사이의 게임차를 좁히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왕설래가 오가는 상태에서 '잔여경기 일정' 첫 상대로 KIA를 만나게 된 것은 롯데에겐 4위 자리를 확실하게 굳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였다. 롯데가 지난 연승기간 동안 보였던 활약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투 팀 간의 게임차를 더욱 벌릴 뿐만 아니라 경쟁상대의 기를 꺾어 놓는 일석 이조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송승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초, 나지완의 투런 홈런

 8월 24일의 오후 6시 30분, 롯데와 KIA의 시즌 17차전이 시작 되었고, 게임의 시작과 동시에 경기의 흐름은 롯데팬들이 원했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롯데의 선발투수 송승준이 KIA의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2구만에 우익수 오른쪽의 2루타를 허용한 것이다.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한 송승준은 다음 타자인 신종길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 이틀 연속 홈런포를 쏘아 올렸던 나지완의 벽을 넘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지완을 상대로 초구 헛스윙을 유도했던 송승준은 두 번째 투구에서 던진 포크볼이 한복판으로 몰렸고 나지완의 스윙에 걸려든 공이 좌익수 뒤 펜스에 떨어지면서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문규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말,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준 롯데

 1회초 수비에서 나지완에게 투런 홈런 맞아 선취점을 내준 롯데는 곧바로 이어진 1회말 공격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1회말 롯데의 공격도 역시 KIA와 마찬가지로 1번 타자의 2루타로 시작되었다.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은 1-0의 볼카운트에서 몸 쪽 높은 곳에 제구 되는 변화구를 받아쳐 좌익수 왼쪽 2루타로 출루에 성공하였고, 손아섭의 타석에 3루 도루를 성공시켰다.(김상현의 발로 인해 베이스 터치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나 심판이 세이프를 선언)

 선두타자가 2루타를 기록하며 출루 한 뒤 도루까지 성공시키자 롯데의 타선에는 불이 붙기 시작했다.
손아섭의 볼넷으로 출루하여 만들어진 무사 1, 3루 찬스에서 조성환이 초구를 공략해 1타점 좌중간 안타를 만들어냈고, 이대호의 1루 땅볼 타구에 상대가 실책을 저지르면서 두 번째 타점과 함께 무사주자 1,3의 찬스를 이어갔다.

 아웃 카운트를 소비하지 않고 동점을 만든 롯데는 계속 이어진 공격에서 쉽게 득점을 만들어냈다.
무사 주자 1, 3루의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가르시아가 1루 땅볼 타구로 3루의 조성환을 불러들여 역전에 성공하였고,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와 전준우가 연속안타를 기록하면서 각각 1타점씩을 올렸다.

 3개의 안타와 1개의 사사구, 그리고 상대의 실책 등을 묶어 4대 2의 스코어로 만든 롯데는 9번 타자 문규현의 중전안타에 마지막 득점을 올렸다.
황재균이 삼진으로 물러난 투 아웃 주자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문규현은 콜론의 초구 슬라이더를 공략
해 중전 안타를 만들어내며 2루 주자였던 강민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나지완 (사진출처:KIA타이거즈홈피)

- 4회초, 안치홍의 2타점 적시타

 5대2의 스코어로 경기를 리드하고 있던 롯데는 4회초 수비에서 상대의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4회초 수비에서 KIA의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나지완이었다. 이미 1회말 맞대결에서 투런 홈런을 기록했던 나지완은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4회초에도 역시 중견수 앞 안타를 기록하며 출루에 성공했다.

 나지완에게 선두타자 안타를 허용한 송승준은 최희섭에게도 안타를 맞아 실점 위기에 놓였다. 무사 주자 2, 3루 상황에서 김상현을 상대로 3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린 송승준은 안치홍과의 승부에서 좋지 않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송승준은 안치홍을 상대로 2-1의 스코어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지만 4구째 공에 중견수 앞 안타를 허용하였고, 누상에 있던 두 명의 주자에게 홈플레이트를 내줬다.

강영식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8회초, 역전을 허용한 강영식

 4회초 2실점 이후 5대4의 스코어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하던 롯데는 8회초 수비에서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8회초, KIA에게 역전을 허용한 선수는 강영식이었다.

 8회초 KIA의 선두타자는 이용규였고, 롯데의 로이스터 감독은 이용규를 상대하기 위해 강영식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로이스터 감독의 생각은 시작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다.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린 강영식이 첫 상대인 이용규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것이다.

 이용규가 안타로 출루하였지만 기아는 스스로 무너지는 듯한 모습을 잠시 보였다. 1점이라는 점수가 소중했던 KIA는 신종길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하였지만, 쓰리번트까지 시도한 끝에 아웃이 되고 말았다.

 신종길의 쓰리번트 아웃은 강영식의 마음을 가볍게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영식은 그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강영식은 다음 타석에 들어선 타자를 상대로 한복판으로 몰린 공을 던졌고, 나지완의 방망이에 맞은 공이 좌익수 뒤 펜스를 넘어가면서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한 것이다.

이정민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9회, 이정민의 추가 실점과 KIA 윤석민의 마무리

 롯데는 9회초 수비에서도 나지완에게 추가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투 아웃 주자 2루의 상황에서 나지완에게 3루수와 베이스 사이를 빠지는 좌익수 왼쪽 안타를 하용하며 투 팀의 점수 차를 2점으로 벌리게 만드는 추가점을 내준 것이다.

 9회초의 수비에서 KIA에게 추가점을 내준 것은 롯데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KIA의 마운드에는 윤석민이라는 존재가 있었고, 롯데는 이미 8회말 공격에서 윤석민을 상대로 세 타자 연속 삼진을 당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9회말 롯데의 공격이 시작되고 역시나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김주찬과 손아섭이 윤석민을 상대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너무 쉽게 투 아웃을 당한 것이다.

 그리고 롯데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팀의 리더인 조성환이 윤석민의 공에 머리를 강타 당하였고, 이로 인해 관중들의 오물투척이 이어지며 7분 동안 경기가 중단 된것이다.

 중단 되었던 경기가 다시 진행 된 이후 이대호가 고의 사구나 다름없는 볼넷으로 출루를 하며, 투 아웃 주자 1, 2루의 득점기회를 잡았지만 롯데에겐 더 이상의 득점이 나오지 않았고 경기는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 지역감정 조장이 되질 않길 바라며.. >

 8월 24일 저녁, 8개 구단 야구팬들의 시선은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KIA의 시즌 17차전에 모아졌다.
이날 예정 된 3경기 중 문학에서 예정 되었던 경기는 시작 전부터 우천 취소가 되었고,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사울 라이벌들의 경기는 6회를 기준으로 강우 콜드가 선언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국 야구팬들의 시선이 한 곳에 모아진 가운데 최악의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홍성흔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최악의 우연

 롯데의 마지막 공격이 진행 되던 9회말 투 아웃 상황, 타석에 들어선 조성환이 상대투수 윤석민의 초구에 머리를 맞으며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조성환의 부상을 지켜보며 윤석민에게 야유를 퍼붓고 있던 사직구장의 팬들은 어디서 시발점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흥분을 삭히지 못한 미성숙한 관중들의 오물투척이 시작 되었다.

 사실 윤석민에 대한 야유는 이날 경기에서 그가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던 8회말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8월 15일 광주 경기에서 홍성흔이 윤석민의 사구에 맞아 부상당하는 장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던 롯데의 팬들이 야유를 시작한 것이다.

 이때까지의 야유는 큰 의미를 내포한 야유가 아니었다.
홍성흔의 부상으로 많은 팬들이 충격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팬들은 그저 야유를 통해 그 아쉬운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조성환이 부상을 당하였을 때 상황은 달라졌다.
불과 일주일 사이, 그리고 KIA와의 게임으로 따진다면 연속 된 두 경기에서 팀의 3번 타자가 차례로 사구를 맞았고 그 상대가 같은 투수라는 점은 팬들의 흥분지수를 최고로 높이는 조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직구장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정당화 될 수 없는 오물 투척

 최악의 우연이 되어버린 홍성흔과 조성환의 부상은 팬들의 경기장 오물투척이라는 또 다른 최악의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경기장에 있던 많은 팬들이 운동장을 향해 오물을 투척하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롯데팬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야구팬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야구 커뮤니티에서도 역시 '만약 우리 팀의 XX와 OO가 연속 경기에서 같은 투수에게 사구를 맞아 부상을 당한다면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라는 식의 글들이 많이 올라왔고 또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이유라도 경기장의 선수들을 향한 오물 투척은 정당화 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시작한 오물투척은 또 다른 이들의 군중심리를 이끌어내게 되며, 이렇게 무책임 속에서 규모가 커지는 오물투척은 사건과는 상관도 없는 다른 선수들 혹은 관중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찾는 야구장에.. 더이상의 오물 투척 사건은 없었으면..(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오물투척의 문제는 롯데만이 아닌 8개 구단 전체의 문제이다.

 앞에서도 말하였듯 경기장 오물투척은 어떤 이유라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하지만, 그 오물투척이라는 것이 롯데라는 팀의 전유물(?)인냥 표현되는 것에는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런 사건은 롯데라는 팀에서만 보이는 사건이 아니라 8개 구단 모든 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며, 모두가 같이 해결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야구팬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다른 팀들의 사건만 하여도 몇 가지가 된다.)

 그리고 관중들의 오물 투척이 롯데만의 전유물로 인식이 된다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악플러들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미 지난 경기 직후 각 종 포털에서 롯데를 비난하는 것에는 어김없이 '꼴XX'이라는 단아가 나오기 시작했고, 조성환 선수의 회복을 기원하는 글에도 '꼴XX'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자극적인 댓글을 남기며 악플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네XX'등의 포털싸이트에서 주로 볼 수 있는 'X어'라는 단어를 통한 지역감정 조장 글의 사용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8월 24일 사직에서 보여준 오물투척은 절대 정당화 될 수 없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사라졌으면

 이렇게 큰 사건이 터졌을 때는 인터넷 공간 속 팬들 간의 싸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조성환 선수가 머리에 공을 맞는 순간부터, 대형 포털사이트 혹은 각종 야구커뮤니티에서는 양 팀 팬들 간의 싸움이 끊임없이 벌어졌고, 이 싸움 중에는 사건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지역감정을 일으키는 몰지각한 사람들도 넘쳐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네XX'라는 사이트에서 마치 유행어처럼 사용되고 있는 호남지역에 대한 지역감정을 일으키는 'X어'드립과 과격한 롯데팬들을 지칭하는 '꼴XX'드립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양 팀 팬들이 서로의 선수들에 의해 혼란을 겪고 있는 현재, 사건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다른 글들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다.



< 조성환과 윤석민, 트라우마를 이겨내길 >

 큰 사건이 발생한지 하루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현재, 각각 응원하는 선수들에 대한 걱정으로 감정적인 발언을 쏟아내던 팬들은 조금씩 이성적인 생각과 표현을 하기 시작했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두 선수가 앞으로 겪게 될 수 있는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몸 쪽 공에 대한 트라우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이다.
롯데팬의 입장에서 지난 시즌 투구에 맞아 광대뼈가 함몰되는 부상을 경험했던 그가 또 다시 머리 쪽에 공을 맞게 되면서 몸 쪽 공 승부에 대한 트라우마에 빠질까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국내 최고의 투수 중 한명인 윤석민도 역시 이번일로 인해 몸쪽 공을 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길 야구팬으로서 바래본다.



< 마무리하면서.. >

 언제나 그렇듯, 내가 응원하는 롯데의 선수가 큰 부상을 당했기에 그 충격이 크다.

 조성환은 현재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있는 상태라고 하는데, 그가 더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에 그나마 안도감을 느낀다.

 다른 팀 감독에 대한 이야기라 따로 소제목을 설정하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KIA조범헌 감독과 심판진의 경기운영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다.

 조성환 선수가 윤석민 선수의 공에 맞은 뒤, 조범현 감독은 윤석민을 계속 마운드에 남겨뒀어야만 했을까?
물론, 여전히 4강싸움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윤석민이라는 믿을만한 투수를 교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직전 맞대결의 홍성흔 부상을 잘 알고 있는 감독이라면, 그리고 사구를 던진 투수 또한 충격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면, 윤석민을 교체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았을까?

 사직구장의 팬들이 윤석민의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더 큰 홍분을 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KBO에서는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머리쪽으로 날아드는 투구(빈볼, 빈볼이란 고의성 있는 몸에 맞는 볼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고의성이 없는 머리 쪽으로 향하는 공을 말하기도함)에 대해 무조건적인 퇴장을 지시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이런 행위들은 이후에 벌어질 불상사를 미리 방지하기 위한 행위이기도 했다.


 자이언츠의 캡틴!! 조성환의 쾌유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