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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VS뮌헨]맨유의 챔스탈락과 스쿼드에서 제외된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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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박지성의 활약을 기대했던 많은 축구팬은 실망감에 눈앞이 깜깜했다.


새벽 3시 40분이라는 일찍 일어나기도, 늦게 자기도 어정쩡한 시간에 졸린 눈을 비비며 기다린 팬들이나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난 팬들 모두 충격 이였다.

"박지성이 선발출전은 물론 서브명단에도 없다니..."


뭰헨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이 있기 하루 전 각종 스포츠 매체에 박지성의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줬던 박지성의 활약과 경기 전날 쏟아져 나온 박지성의 기사는 국내팬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퍼거슨경의 "박지성을 중앙미드필더로 기용할 수 있다", 긱스의 "박지성 덕분에 다양한 전술 가능" 등의 기사는 결국 연막에 불과했다.

박지성으로 인해 다양한 전술이 가능해진 것이 사실이기에 긱스의 발언은 걸고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퍼거슨경의 발언은 부상으로 인해 "출전이 힘들것 같다"라고 표현 했던 루니가 선발 출장한 것을 비교하면 확실한 연막 이였음을 인정하게 한다.



<게임 리뷰>



- 퍼거슨에 대한 비판을 무색하게 만든 깁슨의 선제골 -


  박지성을 서브에도 넣지 않은 퍼거슨을 욕하는 사이 게임은 시작하였다.

그리고 게임 시작 2분 만에 깁슨을 출전시키고 박지성을 관중석에 앉힌 퍼거슨의 용병술에 대한 비판은 끝이 났다.

박지성의 자리에 출전한 깁슨이 선제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선제골을 너무 빨리 허용한 뭰헨의 선수들은 정신줄을 놓은 듯했다.

한동안 유기적인 수비는 전혀 되지 않았고 맨유의 공격수들에게 쫒아가기 바빴다.


SK00704_20100408_020401.jpg ⓒJavier Garcia/BPI/스포탈코리아


- 박지성의 경쟁자들이 만들어낸 추가골 -


   전반 7분 맨유는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페널티 에어리어 우측을 돌파한 발렌시아가 골대 앞으로 낮게 깔린 크로스를 올렸고 나니가 감각적인 힐킥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 맨유의 3번째골 -


  전반 41분 나니가 또 다시 득점에 성공하며 스코어를 3 대 0으로 바꿔 놨다.

팀의 두 번째 골과 비슷한 위치에서 발렌시아가 낮은 크로스를 올렸고 골대 앞에 있던 루니가 뒤로 흘린공을 나니가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자들이 각각 선재골을 성공시켰고, 추가골을 넣었고, 추가골의 어시스트를 했다. 




뭰헨의 만회골 -


  일방적인 게임을 이끌어가던 맨유는 들뜬 기분을 주체하지 못한 하파엘의 플레이로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파엘은 공격 진영에서 동료에게 패스를 했으면 노마크에 가까운 찬스 얻을 수 있는 기회에서 자신이 직접 슈팅하며 루니에게 비난을 받을 받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게임을 이끌던 맨유는 하파엘의 플레이 이후 상대에게 조금씩 주도권을 주기 시작했고 몇 번의 위기를 맞다가 후반 43분 올리치에게 만회골을 허용하였다.


-  하파엘의 퇴장으로 위기를 맞은 맨유 -

  전반전 몇 번 상대공격수를 놓치며 위기를 자처했던 하파엘이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후반 5분만에 퇴장을 당하고 만 것이다.


SK00704_20100408_021301.jpg  ⓒJavier Garcia/BPI/스포탈코리아


-로벤의 만회골-


  하파엘의 퇴장으로 게임 분위기는 뭰헨으로 넘어갔다.

수적 열세에 놓인 맨유는 오셔를 루니와 교체하며 수비를 보강하였다.

하지만 뭰헨은 한골만 더 성공시키면 4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 이였기에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았다.

뭰헨의 일방적인 공격을 반데사르의 선방을 바탕으로 잘 막아내던 맨유는 

후반 30분 결국 로벤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로벤은 코너킥 상황에서 멋진 발리킥으로 골을 성공 시켰고 전반의 부진을 만회했다.


  맨유는 점수차이를 벌이지 않으면 4강행이 불가능해진 맨유는 베르바토프와 긱스를 투입하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하고 4강진출에 실패하였다.

최종점수는 4 대 4가 되었지만 원정 다 득점 원칙으로 원정에서 2점을 넣은 뭰헨이 4강에 진출하는 순간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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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은 왜 명단에서 빠졌을까? >


  이제는 퍼거슨의 연막작전이 놀랍지 않다. 

예전 같았으면 박지성이 부상이라도 당했을까 걱정했겠지만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경험을 했었다.

실망감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박지성이 서브에도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봤다.


그리고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박지성이 서브명단 조차 들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인 상황들 때문이다.


첫 번째, 뭰헨과의 1차전 1 대 2 패배

두 번째, 골 능력이 부족한 박지성

세 번째, 루니의 부상

네 번째, 로벤과 오셔의 복귀


<선발 출전 실패 이유>


- 뭰헨과의 1차전 패배 -


  맨유는 1차전 1 대 0 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박지성을 교체 아웃시키며 미드필드 싸움의 기득권을 내줘 역전패 하였다.

1차전의 역전패는 결국 꼭 골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었다.

만약 1차전을 승리하였다면 홈에서의 2차전은 수비에 비중을 좀 더 주거나 아니면 최소한 공격과 수비의 비중을 동등하게 주는 경기 운영을 하였을것이다.

하지만 1차전은 패배하였고, 골이 필요한 맨유는 골을 넣기 좋은 최상의 조합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팀이 수비와 공격의 밸런스를 이루면서 안정적인 게임운영이 필요할 때 좋은 카드로 활용되던 박지성의 입장에서는 선발 출전에 필요한 가장 큰 조건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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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 능력이 부족한 박지성 -


안타깝지만 박지성은 골 능력이 뛰어난 공격수가 아니다.

개인기 역시 뛰어난 편이 아니다. 


  박지성이 약한 팀에 비해 강팀과의 경기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맨유가 큰 경기에 주로 활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있다.

박지성은 뛰어난 축구두뇌와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이 좋다.

하지만 약팀과의 대결은 박지성의 이런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약팀들 대부분이 맨유와 같은 강팀과의 대결에서는 수비에 치중하는 일명 '십백'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놓고 '십백'을 쓰며 수비를 촘촘히 서는 팀을 상대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간을 만드는 것은 아주 힘들다.

그렇게 때문에 개인기로 수비를 흔들거나 한 번의 찬스를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를 박지성 보다 중용하게 된다.


  하지만 강팀 대 강팀의 대결은 그렇지 않다. 강팀 대 강팀의 대결은 일방적인 수비 전술이 없기 때문에 공수의 전환이 많고, 수많은 공수 전환 속에서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많은 활동량을 지닌 박지성이 공간을 창출할 기회가 많이 생긴다. 이런 박지성은 상대의 키플레이어를 전담 마크할 수 있는 수비능력도 있기 때문에 강팀과의 경기에서 중간 중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옵션으로 활용할 수 있기에 큰 경기에서 매력적이다.


'뭰헨과의 2차전은 골을 넣는 것이 최우선과제이다.','뭰헨이 원정경기임을 감안 하면 우선 수비일변도의 게임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라는 조건들이 박지성의 선발 출장을 막게 된다.

 

박지성이 선발 출전이 어려웠던 이유가 위의 두 가지라면


서브명단 조차 올라가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서브명단 제외 이유>


- 루니의 부상 -


  루니의 부상이 큰 이유이다.

루니가 부상으로 게임에 출장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든게 연막 이였고 루니는 선발출장 하였다.

어차피 루니를 출전시키기로 결정한 퍼거슨 입장에서는 루니의 부상은 시한폭탄과도 같았을 것이다.

언제 부상이 악화될지 모르는 루니의 몸 상태는 서브자원으로 베르바토프 뿐만 아니라 마케다까지 꼭 필요하게 만들었다.

루니가 부상이 아니였다면 리버풀전과 같은 역할을 박지성에게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발 출장도 가능했고, 선발 출장이 아니라도 마케다라는 서브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서브명단에 여유가 생겨 박지성을 서브로 대기시킬 수도 있었다.

루니가 부상으로 게임 출장에 완전 배제 되었더라도 명단에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서브에는 남았을 것이다.

결국 루니의 부상은 다양한 변수가 되었고 박지성은 다양한 변수 중에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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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벤의 복귀 -


  로벤의 복귀와 오셔의 복귀도 한몫 한 것으로 판단된다.

1차전과 달리 로벤이 복귀하는 2차전에서는 뭰헨의 공격 키 포인트가 리베리, 로벤 좌우로 다양해진다.

1차전 같은 경우 박지성을 활용하여 한쪽 라인를 차단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2차전의 경우 양쪽 끝의 발 빠를 공격 라인을 차단하기 쉽지 않았다.

AC밀란전의 피를로 같이 키플레이어가 중앙의 하나였다면 박지성의 활용이 뚜렷해지지만 뭰헨과의 2차전 같이 양쪽의 키플레이어가 존재한 상황에서는 

서브자원의 톱 공격수 보강이라는 현실과 맞물려 박지성을 제외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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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셔의 복귀 -


  오셔의 존재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


  박지성이 선발출장이 아닌 서브만 이름을 올렸다고 가정하고, 맨유가 공격부분의 보강이 필요하면 어차피 베르바토프와 긱스, 스콜스의 투입으로 충분히 가능해진다.

결국 박지성의 교체 활용은... 역시나 수비적인 부분이라고 봐야한다.

이런 부분에서 오셔의 복귀는 박지성에게 위협이 된다.

존 오셔는 다들 알겠지만 맨유의 멀티 플레이어 중 한명이며 특히 수비 부분의 활약이 좋다.

게임 중 미드필드의 수비력 보강이 필요할 때 박지성이 없더라도 오셔가 투입되면 다른 선수들의 자리 이동과 함께 미드필드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고, 포백의 교체가 필요할 때도 에반스에 비해 안정적인 역할이 가능하다.

결국 오셔가 서브 자리 중 하나를 빼앗은 결과가 되는 것이다.


SK00704_20100408_040401 (1).jpg 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냉정히 보면 이해할 수 있는 퍼거슨의 선택>


  다양한 상황들을 생각해보면 퍼거슨경이 박지성을 선발에서 제외시키고 서브명단에서 조차 찾아보기 힘들게 만든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경기 시작과 동시에 퍼거슨경은 자신의 용병술을 모든 축구팬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역시 그는 뛰어난 명장이란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박지성을 대신에 선택된 깁슨과 나니가 빠른 시간에 골을 뽑아내자 오히려 박지성의 존재가 더욱 필요해졌다.

2~3골을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의 흐름에 따라 공, 수를 조율할 수 있는 키플레이인 박지성의 존재가 아쉬워졌다.

전반전 중, 후반 팀이 앞서기 시작하자 수비수조차 지나치게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상대에게 기회를 주며 흐름을 넘기는 상황은 확실히 박지성의 존재가 필요해 보였다.


퍼거슨의 선택은 문제가 없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의 용병술은 좋은 선택 이였으며 최고 명장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감정을 조절하기 힘든 젊은 수비수의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게임은 패배하였고 그의 용병술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묻히게 되었으며 오히려 박지성의 선택에 대한 도마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