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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부담감과의 싸움에서 KIA에게 앞섰던 롯데




 9월 3일 저녁, TV속 중계화면을 통해 롯데자이언츠 선수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전해졌다.
KIA타이거즈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롯데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로서 롯데는 KIA와의 시즌 상대전적에서 승보다는 패가 많은 8승 11패의 성적을 남기게 되었지만 마지막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하게 되면서 나름 깔끔한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나머지 6개 구단과의 마무리도 역시 좋은 결과를 예상하게 하였다.



<9월 3일 경기 총평 >

 롯데와 KIA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펼쳐질 9월 3일의 경기는 KIA의 총력전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전날경기를 롯데가 승리함으로서 두 팀의 게임차는 이미 5.5게임으로 벌어진 상태였고, 시즌 잔여게임도 14게임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이 경기마저 KIA가 패배하게 된다면 4위 자리 탈환은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KIA 선발투수진 가운데 가장 뛰어난 후반기 성적을 보이고 있던 서재응 (자료:스탯티즈)

- 선발투수 대결에서 우위를 보일 것 같았던 KIA

 롯데는 KIA와의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 장원준을 선발로 내세웠다.
전반기 막판 허리통증을 느끼며 일정기간 선발로테이션에 빠졌던 그는 8월 8일 한화전을 통해 복귀한 이후 제구력에 난조를 보이며 5.89의 후반기 방어율로 롯데 선발진 중에서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였다.

 반면 KIA의 선발투수 서재응은 후반기 일정 동안 팀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였다.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후반기 6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하였던 그는 3승 1패의 성적과 1.41의 방어율로 KIA의 에이스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규정타석이 부족한 상황에서 17개의 홈런을 기록한 전준우, 롯데의 미래임이 분명하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엎치락뒤치락 했던 경기초반 

 경기초반, 먼저 점수를 뽑은 팀은 KIA였다.
롯데의 선발투수였던 장원준은 경기시작부터 제구력에 문제를 나타냈고, 박기남에게 안타를 허용한 투 아웃 주자 1루의 상황에서 최희섭과 김상현을 상대로 연속 볼넷을 내준 뒤 차일목을 상대로 몸에 맞는 볼을 던져 선취점을 내줬다.

 1회말 수비에서 선취점을 내준 롯데는 곧바로 이어진 2회초 공격에서 역전을 만들어냈다.
1회초 공격에서 무사주자 1, 2루의 찬스를 살리지 못했던 롯데는 2회초 원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가 2-2의 볼카운트에서 몸 쪽 싱커를 받아쳐 좌익수 뒤 펜스를 넘기는 솔로 홈런을 만들어냈고,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전준우도 역시 2-3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한복판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익수 뒤 홈런을 만들며 백투백 홈런을 기록하였다.

 타자들이 홈런 두 방으로 역전을 만들었지만, 롯데의 선발투수 장원준은 여전히 불안한 투구를 이어갔다.
2회말 수비에서 원 아웃 이후 김선빈과 안치홍에게 각각 중견수 앞 안타와 볼넷을 허용한 장원준은 박기남을 상대로 2루 땅볼을 유도한 뒤 나지완에게도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지만, 나지완의 타구에 대한 1루 송구가 부정확하게 되며 내야안타를 허용해 동점이 되는 점수를 내줬으며, 3회말 수비에서는 선두타자 김상현에게 좌익수 뒤 홈런을 맞으며 역전을 허용하였다.

최근 경기에서 컨디션이 살아나고 있는 가르시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4회초, 다시 역전에 성공한 롯데

 전날 경기에서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롯데의 하위 타선은 이날 경기에서도 역시 좋은 모습을 보였다.


 4회초 롯데 공격은 선두타자였던 가르시아의 우중간 2루타로부터 시작되었다.
4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던 가르시아는 1-1의 볼카운트에서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공을 가볍게 잡아당겼고, 우중간을 뚫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2루타를 치며 2루에 출루한 가르시아를 홈으로 불러들인 선수는 7번 타자 전준우였다.
강민호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난 원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전준우는 1-0의 볼카운트에서 몸 쪽 공을 공략하여 유격수 키를 넘기는 좌중간 안타를 만들었고, 2루에 있던 가르시아는 빠른 판단으로 홈 쇄도에 성공하였다.

 롯데의 4회초 득점은 1점으로 끝나지 않았다.
문규현의 2루 땅볼로 전준우가 2루까지 출루한 투 아웃 주자 2루의 상황,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은 서재응의 초구를 공략하였고, 3루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로 2루 주자 전준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롯데의 4회초 공격에서 나온 전준우와 황재균의 적시타는 잘 맞은 타구가 아닌 빗맞은 안타였다. 이것을 보고 롯데가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두 선수의 빗맞은 타구가 모두 안타로 연결 될 수 있었던 것은 타자들의 스윙이 자신감 있는 강한 스윙이었기에 가능한 안타였다. 즉, 표현은 빗맞은 안타라고 할 수 있으나 이 안타 역시 선수들의 능력(자신감)으로 만들어낸 안타였다. 

이정민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6회말, 동점 허용

 롯데는 4회말 수비부터 배장호 - 허준혁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을 운용하였고, 6회말부터는 이정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허준혁으로 부터 마운드를 물려받은 이정민은 초구부터 상대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민의 초구를 공략한 김선빈의 타구가 투수의 글러브를 맞고 2루수 앞으로 굴절 되었고, 조성환이 빠른 반응으로 1루 송구를 하였지만 세이프가 선언 된 것이다.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하자 KIA의 벤치는 동점을 만들기 위한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안치홍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하여 1루 주자를 2루까지 출루시켰고, 박기남의 타석에서 투수의 견제가 느슨한 틈을 공략하여 3루 도루에 성공한 것이다.

 원 아웃 주자 3루의 실점위기에 몰린 이정민은 상대의 득점을 막아내지 못했다.
타석에 있던 박기남과의 승부에서도 중견수 앞 안타를 맞으며 동점을 허용한 것이다.


 롯데는 6회말 수비에서 동점을 허용하였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추가 실점을 내주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박기남에게 적시타를 맞은 이후 최희섭의 우전안타와 가르시아의 송구 실책이 겹치면서 투 아웃 주자 2, 3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김상현을 고의 사구로 내보낸 뒤 차일목과의 승부에서 삼진을 잡아내며 롯데는 추가 실점의 위기를 넘겼다.

김주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7회초, 승부를 결정 짓는 6득점

 6회말 수비에서 동점을 허용한 롯데는 7회초 공격에서 대량득점에 성공하며 KIA의 승리에 대한 의지를 꺾어 놓았다.


 롯데의 7회초 첫 득점은 김주찬에 의해 만들어졌다.
7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은 서재응을 상대로 1-1의 볼카운트에서 중전안타를 만들며 출루에 성공하였고, 1회초 도루에 이어 경기 두 번째 도루를 성공하며 2루까지 진루하였다.
김주찬의 활약은 선두타자 안타와 2루 도루 성공에서 끝나지 않았다.
손아섭의 희생번트에 3루까지 출루한 김주찬은 조성환의 1루 강습타구에 홈을 파고 들었고, 조성환의 강습타구를 잡은 최희섭이 홈 승부를 펼친 상황에서 포수의 블로킹을 피하는 슬라이딩을 보이며 득점에 성공했다. 그야말로 김주찬의 빠른 발과 멋진 슬라이딩이 만들어낸 점수였다.

 롯데가 다시 앞서가는 점수를 만들어내자 KIA는 투수를 서재응에서 이대진으로 교체하며 흐름을 끊으려는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롯데의 공격은 오히려 더욱 강한 집중력을 보였고, KIA의 마운드를 무너트렸다.
이대진의 첫 상대였던 이대호는 0-1의 볼카운트에서 가볍게 중전안타를 만들어냈고,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가르시아는 풀카운트에서 볼넷을 얻어내며 무사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롯데의 7회초 두, 세 번째 득점은 너무나 쉽게 만들어졌다.
무사 만루의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는 두 번째 공까지 연속으로 헛스윙을 하며 쉽지 않은 승부를 펼쳤지만 2-1의 볼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며 타점을 올렸고, 강민호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전준우도 역시 초구에 사구를 맞아 밀어내기 타점을 만들었다.

 롯데의 7회초 마지막 득점은 황재균이 만들어냈다.
KIA의 마운드는 다시 유동훈으로 교체 되었고, 문규현이 삼진으로 물러난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선 황재균이 1-1의 볼 카운트에서 한복판 조금 낮게 들어오는 공을 잡아당겨 좌중간을 뚫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기록하였다.


 롯데가 7회초 공격에서 만들어낸 6득점은 KIA의 선발투수 서재응을 마운드에서 물러나게 함과 동시에 그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던 이대진과 유동훈도 무너트린 점수였다. 이렇게 선발투수와 불펜 투수 두 명이 한 이닝에 무너진 것은 KIA에겐 큰 충격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정훈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7회말, 만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KIA

 KIA는 6회말에 이어 7회말에도 만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7회말 수비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정훈은 선두타자와의 승부부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KIA의 선두타자였던 신종길을 상대로 초구에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한 것이다.

 신종길에게 2루타를 허용한 이정훈은 최훈락과 김선빈을 상대로 각각 삼진과 중견수 플라이를 이끌어내며 이닝을 쉽게 마무리할 듯 보였다.
하지만 안치홍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수비의 시간을 길게 만든 이정훈은 박기남의 3루 땅볼 타구에 황재균이 송구 실책을 저지르며 실점을 하였고, 나지완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투 아웃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투 아웃 상황이었지만 타석에 들어설 선수가 최희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롯데에겐 아주 큰 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홈런이라도 허용하게 된다면 10대5의 스코어가 순식간에 10대9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훈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일엽은 최희섭을 상대로 차분한 투구를 하였고,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1루 땅볼타구를 유도하여 만루의 위기를 넘겼다.


 KIA는 7회말까지 세 번의 만루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세 번의 만루기회에서 KIA가 올린 득점은 1회말 투 아웃 만루의 상황에서 몸에 맞는 볼로 기록한 밀어내기 득점이 유일했다.

임경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9회말, 최훈락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과 경기의 마무리

 10대5의 스코어로 리드를 지키고 있던 롯데는 9회말 수비부터 임경완을 마운드에 올렸다.

 임경완은 첫 상대인 최훈락을 상대로 2-1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지만 4구째 공이 높게 제구 되면서 좌익수 뒤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최훈락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실점을 기록한 임경완은 다음 타자였던 이현곤을 1루 땅볼로 처리 한 뒤 홍재호를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음 타석에 들어선 박기남과 나지완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나름(?) 깔끔한 경기 마무리를 하였다.



< 부담감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롯데 >

 이날 경기는 롯데와 KIA 두 팀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경기였고, 그만큼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그리고, 그 부담감이라는 존재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던 롯데가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부담감에 대한 두 팀의 차이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의 자세에서 드러났다.
롯데의 선수들은 상, 하위 타선의 구분 없이 스트라이크나 그와 비슷하게 들어오는 공에 공격적인 스윙을 보였다. 그리고 그 결과 좋은 볼카운트에서 아웃이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중요한 득점찬스에서는 적시타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

 반면, KIA의 타자들은 롯데의 타자들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1회말 투 아웃 만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던 이영수는 한복판의 직구를 그냥 흘려보낸 뒤 두 번째 유인구에는 헛스윙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결국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경기초반 팀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KIA의 소극적인 공격 자세는 1회말의 이영수의 타석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6회말 투 아웃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차일목은 1-3의 볼카운트에서 상대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스윙을 하지 않고 2-3의 폴 카운트를 만든 뒤 유인구에 삼진을 당하기도 했다.

KIA의 이영수와 차일목이 공격적인 타격자세를 보였다고 하여 그 결과가 대량득점으로 연결 되었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지만, 만루의 찬스에서도 대부분의 타자들이 소극적인 자세의 공격을 하게 된다면 절대 대량득점을 하지 못하는 것은 확신할 수 있다.

 아무래도 롯데의 선수들에 비해 더욱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KIA의 선수들이지만, KIA의 팬들에게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타자들의 자세가 패배의 원인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마무리하면서... >

 9월 3일 경기의 승리로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거의 확정적인 상태가 되었다.
롯데는 이제 남은 14경기에서 8승을 거두게 되면 KIA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자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결정짓게 되며, KIA가 남은 13경기에서 1패를 하게 될 때마다 '8승'이라는 숫자는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번 KIA와의 2연전 승리는 2009시즌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어졌던 삼성과의 2연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삼성에 이어 2게임차로 5위를 달리고 있던 롯데는 삼성과의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뒤 넥센과 두산의로 이어지는 4연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따냈었다.
그리고 당시 삼성과의 2연전을 앞둔 상황에서 4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던 것 역시 이번 KIA와의 2연전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롯데가 KIA를 상대로 거둔 2연승 소식이, 그동안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해 가슴 졸이고 있던 팬들에게 즐겁고 편안한 주말을 보낼 수 있게 하는 선물이 되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