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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홍상삼의 부활과 임재철, 정수빈의 활약으로 머리 아픈 롯데




 지난주 대한민국은 변덕이 심한 날씨와의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일주일 내내 한반도에 쏟아진 국지성 호우는 외출을 해야 했던 사람들의 발을 묶어놨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국지성 호우는 주말에도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꺾어 놓지는 못한 듯 보였다. 롯데와 두산의 2연전이 펼쳐진 잠실구장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중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특히 일요일 경기에서는 두산이 롯데에 이어 두 번째로 시즌 누적 홈 관중 100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9월 12일 경기 총평 >


 9월 12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두산의 경기에 대한 선발 라인업이 발표되고, 이 경기를 기다리던 팬들은 두 팀의 전혀 다른 스타일의 라인업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기를 관전하는 입장에서 롯데 선수들의 활약보다는 두산 선수들의 활약에 더 큰 관심을 둬야 함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홍상삼 (사진출처:KBO홈피)

- 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마지막 시험무대를 가진 두산

 이날 두산의 라인업은 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비주전 선수들을 상대로 마지막 시험무대를 가지는 의미가 컸던 경기였다.

 정수빈과 임재철의 경우,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팀의 주전선수라고 하기에는 경기의 선발 출장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이었고, 김경문 감독은 토요일 경기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이 선수들을 선발출장시키며 준 플레이오프에서의 선수활용 방안을 점검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선발투수로 홍상삼을 내세운 것도 그 의미가 비슷해 보였다.
팀의 1, 2선발은 김선우와 히메네즈가 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은 팀의 3선발을 누구로 정할지에 대해 고민할만한 상황이었고, 지난 시즌 롯데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홍상삼을 선발로 내세우며 3선발투수 선정에 관련된 마지막 시험을 가지는 듯했다.
 
로테이션 순이라면.. 김수완이 나왔어야..(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주전 선발투수에게 휴식을 줬던 롯데

 두산이 9월 12일 경기에서 기존의 주전선수와 작전 능력이 좋은 1.5군 선수들을 적절히 섞으며 준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선발라인업을 내세웠다면, 롯데의 경우는 컨디션 조절에 중점을 두는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다.

 상대 팀의 투수들과 많은 대결을 할수록 유리한 타자들의 경우, 부상 등을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을 제외한 베스트 멤버들을 모두 경기에 출장시켰다. 

 그리고 선발투수의 경우, 기존의 선발 로테이션을 생각한다면 김수완이 선발투수로 나왔어야 하는 경기였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올 시즌 단 한 번의 선발 등판을 경험했던 이용훈을 선발로 내세우며 최근 체력적인 문제를 나타낸 김수완에게 휴식을 주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월 27일, 사직 홈 경기에서도 두산을 상대로 3루 도루를 성공했던 김주찬(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초, 김주찬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득점을 올리지 못한 롯데

 롯데는 1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김주찬의 안타와 2개의 도루가 나왔지만 이 것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하는 아쉬운 공격을 보였다.


 1회초 롯데의 공격은 김주찬의 원맨쇼나 마찬가지였다.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은 두산의 선발투수 홍상삼을 상대로 2-0의 볼카운트에서 한복판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만들며 출루에 성공했다.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한 김주찬은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빠른 발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주찬은 손아섭의 타석에서 1-1의 볼카운트가 2-1로 바뀌는 순간 2루 도루에 성공했고, 손아섭과 전준우가 각각 유격수 땅볼과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난 투 아웃 이대호의 타석에서는 초구에 3루 도루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주찬의 활약만을 보면 1회초 롯데의 공격에서 선취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주찬은 홈 플레이트를 밟는 것만은 실패하고 말았다. 김주찬은 무사에 득점권 출루에 성공했지만, 김주찬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선수들이 적시타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었다.


 어떠한 경기든 선취점이 가지는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롯데는 9월 12일 경기에서 선취점을 올릴 최고의 기회를 잡았지만 이것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고, 그 결과 경기가 끝날 때까지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이용훈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2~4회말,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이용훈의 3실점

 1회초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한 롯데는 선발투수 이용훈이 2~4회까지 각 이닝마다 1점씩을 내주며 상대를 압도하는 것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의 선발투수 이용훈은 1회말 수비에서 상대의 타자들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하였다.
하지만, 이용훈의 기분 좋은 출발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용훈은 2회말의 수비에서 선두타자 김현수를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1회의 좋았던 활약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바로 다음 타자인 최준석에게 2-0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한 뒤 임재철에게 중견수 앞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줘다.

 2회말 수비에서 선취점을 내준 이용훈의 실점은 3회에도 이어졌다.
3회말 두산의 선두타자 고영민을 상대로 9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유격수 왼쪽 내야안타를 맞은 이용훈은 바로 다음 타자인 정수빈에게도 내야안타를 맞으며 두 명의 주자를 내보냈고, 오재원의 유격수 땅볼 타구를 병살타로 연결시키지 못한 뒤 이성열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맞아 3회말의 실점을 허용했다.

 이용훈의 실점은 4회말 수비에서도 계속되었다.
4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용훈은 임재철과 손시헌을 상대로 3루 땅볼 타구를 유도하며 쉽게 투 아웃을 잡아냈지만, 8번 타자 용덕한에게 좌익수 오른쪽 2루타를 맞은 뒤 고영민에게 우익수 앞 적시 안타를 허용하며 경기 세 번째 실점을 기록하였다.


 2회에서 4회까지 연속 실점을 하는 이용훈의 모습은 그가 왜 쉽게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었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의 공은 구속에 비해 구위가 좋지 않았고, 그 결과 6이닝 동안 삼진은 고작 한 개만을 뽑아냈을 뿐이지만, 피안타는 9개나 맞는 모습을 보였다.

황재균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두산의 투수들을 상대로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는 롯데의 타자들

 이용훈이 두산의 타자들을 상대로 연속 이닝 실점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안, 타자들은 두산의 선발투수 홍상삼을 비롯하여 불펜 투수들에게도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1회초 공격에서 득점찬스를 놓친 롯데는 홍상삼이 마운드에서 물러난 6회초 공격까지 3개의 안타와 2개의 사사구를 얻어냈지만, 모두 산발에 그친 것이었고, 4회초의 공격에서는 아웃 카운트 세계를 모두 삼진을 당하며 물러나는 충격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두산의 선발투수 홍상삼이 물러난 뒤 롯데의 타자들은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롯데의 타자들이 득점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롯데는 8회초 공격에서 두산의 두 번째 투수인 고창성을 상대로 선두타자 황재균이 중견수 앞 안타를 만들며 출루한 뒤 문규현이 연속안타를 기록해 무사 주자 1, 2루의 찬스를 만들었지만, 다음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이 바뀐 투수 정재훈을 상대로 잘 맞은 타구를 만들어낸 것이 정수빈의 호수비에 잡히는 불운을 겪었고, 손아섭과 전준우가 각각 삼진과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득점에 실패했다.


 8회초 공격에서 김주찬의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지 않은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만약 그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었다면, 경기의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을 것이다.

임경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8회말, 두산의 발야구에 당한 롯데

 8회초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한 롯데는 곧바로 이어진 8회말 수비에서 경기에 쐐기를 박는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8회말 두산의 공격에서 발야구의 포문을 연 선수는 오재원이었다.
배장호에 이어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정민은 오재원을 상대로 안타를 맞은 뒤 도루까지 허용했고, 이성열과 김현수를 상대로 각각 기습번트 3루측 내야안타와 투수 강습 내야안타를 연속으로 내주며 무사 만루의 상황에 몰렸다.

 만루의 위기를 물려받은 사람은 임경완이었다.
임경완은 최준석이 삼진으로 물러난 원 아웃 주자 만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2-1의 볼카운트에서 몸쪽의 좋은 공을 던졌지만, 임재철의 방망이에 맞은 공이 1루수 옆을 스치고 지나는 우전안타가 되면서 두산에게 쐐기 점수를 내줬다.



 < 홍상삼의 부활이 두려운 롯데 >

 9월 12일의 경기를 지켜본 롯데의 팬들은 큰 걱정에 빠지고 말았다. 그 이유는 바로 홍상삼의 호투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롯데의 타자들이 홍상삼을 상대하며 이닝 동안 기록한 안타는 단 3개에 불과했으며, 150km의 구속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포함한 변화구 구사에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바빴다.

홍상삼의 9월 12일 경기를 제외한 2010시즌 롯데전 투구 내용 (자료:스탯티즈)

홍상삼의 9월 12일 롯데전 투구 내용 (자료:KBO홈피)

- 롯데팬들이 홍상삼에 대해 가지고 있는 2009시즌의 나쁜 기억

 올 시즌, 9월 12일의 경기 전까지 홍상삼이 롯데를 상대로 기록하고 있던 성적은 4경기에 등판(3경기 선발)하여 11 1/3 이닝 동안 19자책점을 내주며 방어율 15.09를 찍은 것이 전부였다.

 올 시즌 롯데를 상대로 이렇게 부진한 성적을 보이던 선수가 단 한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것만으로도 큰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바로 홍상삼이라는 선수가 올 시즌에는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롯데에게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는 투수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홍상삼은 2009시즌 동안 롯데전 6경기에 선발출장하여 2.70이라는 방어율을 기록하였고, 6경기 중 4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되면서 두산의 롯데전 승리 가운데(롯데와 두산의 2009시즌 상대전적, 10승 9패) 절반에 가까운 4승을 혼자 만들기도 했다.

 홍상삼의 2009시즌 롯데전 활약은 위에서 언급한 내용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규시즌에서 롯데를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던 홍상삼은 그 활약을 인정받아 2009시즌 준 플레이오프 3차전의 선발투수로 두산의 마운드에 올랐고 6 1/3이닝 동안 3피안타 무사사구로 1자책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2009시즌 홍상삼의 롯데 상대 성적 (자료:스탯티즈)

- 홍상삼 완벽하게 돌아왔나?

 문제는 홍상삼의 9월 12일 호투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 지난 시즌의 컨디션을 찾은 것인지가 될 것이다.

 기록만을 보게 된다면 후반기의 성적이 조금은 낫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여전히 경기에 따라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태기에 일시적인 호투로 넘길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시즌 초반 큰 문제가 되었던 구위와 구속이 모두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홍상삼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140km대 초반을 넘기기 힘든 구속과 함께 제구력에 큰 문제를 보였지만(제구력을 잡기 위해 구속을 낮췄다는 소문이 있었다.), 최근 경기에서는 구위와 구속에서는 지난 시즌과 같은 수준의 컨디션으로 올라온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날 경기에서 홍상삼은 152km의 구속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면에서 홍상삼이 지난 시즌과 같은 컨디션을 찾고 있다는 것이 포착되고 있는 것은 홍상삼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닐 때 롯데 타자들이 거둔 성적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기에 홍상삼의 컨디션에 따라 팬들의 걱정은 큰 편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 임재철과 정수빈의 활약에 미소 지을 김경문 감독 >

 이날 경기에서 두산의 김경문 감독이 얻은 수확은 홍상삼의 호투만이 아니었다.

 토요일 경기부터 맹활약을 보이던 임재철과 정수빈이 9월 12일 경기에서도 역시 뛰어난 활약을 하며 두산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임재철의 경우에는 9월 12일 경기에서 팀의 5득점 가운데 3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주 토, 일요일 임재철의 활약 (자료:KBO홈피)

지난주 토, 일요일 정수빈의 활약 (자료:KBO홈피)

 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백업선수의 활용 혹은 전술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 마지막 시험을 치렀던 선수들이 팀 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지켜본 김경문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을 것이다.



< 마무리하면서.. >

 9월 12일의 경기가 끝난 뒤 롯데와 관련된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홍상삼의 부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진정 홍상삼이 부활에 성공하였다면 롯데에게는 큰 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나도 역시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이미 9월 12일의 경기에서만 하더라도 롯데가 공격에서 보여준 모습은 타율 1위 팀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고, 롯데 타자들은 홍상삼의 공을 처음 접하듯 공략방법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9 /10 이상이 진행되면서 떨춰버릴 수 있었던 지난 시즌 홍상삼과의 악연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해 보였던 것이다.


 홍상삼의 부활에 대한 나의 걱정이 그저 기우이길 바란다. 내 생각이 틀렸다고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말이다.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롯데의 타자들이 그 어느 때 보다 홍상삼에 대하여 분석을 하고, 지난 시즌 1년 동안 보였던 무기력한 모습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