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

롯데팬이 기억하는 2010시즌 한국 프로야구 기록들




 포근한 날씨의 일요일 오후, 너무나도 상쾌한 날씨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의 한숨 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길게는 9일 동안의 황금연휴를 즐겼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몇 시간만 지나게 되면 행복했던 연휴가 끝나게 되고 또다시 반복적인 일상이 시작된다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렇게 연휴가 끝이 나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 가운데 야구팬들에겐 또 하나 반갑지 않았던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희로애락을 같이 즐겼던 2010프로야구가 9월 26에 펼쳐진 3경기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는 것이다.
큰 사고 없이 시즌이 잘 마무리 된 것은 반가운 일이 분명하지만, 또 다음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길게는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팬들로서는 아쉬움을 표현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 2010시즌에 쏟아진 풍성한 기록들 >

 팬들의 아쉬움 속에서 끝이 난 2010프로야구에서는 많은 기록들이 쏟아져나왔다.
그 기록들에는 한국 야구역사를 바꿔 놓은 단체 및 개인 기록들이 있었음은 물론이며, 전 세계 야구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기록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만원 관중의 사직구장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 달성

 우선 가장 먼저 언급되어야 할 것은 KBO를 비롯한 8개 구단의 프런트 및 선수들,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모두 힘을 합쳐 만들어낸 한 시즌 최다 관중 돌파기록이 될 것이다.

 26일 펼쳐질 3경기를 앞두고 종전의 최다 기록이었던 2009시즌의 592만 5,285명 관중 수에 비해 3만 명 정도가 부족해 기록달성이 쉽지 않아 보였으나 26일에 펼쳐진 시즌 마지막 3경기에 모두 3만 5,362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으며 종전의 기록을 3,341명 차이로 따돌렸다.

 이 기록은 당초 목표였던 650만 관중에는 많이 부족한 수치였지만, 이상기온과 국지성 폭우, 그리고 월드컵이라는 큰 장애물 속에서도 2년 연속 관중기록을 갈아치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했다.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세계 야구 역사의 연속경기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이대호

 8월 14일은 세계야구역사가 새로 쓰여진 날이었다.
앞선 경기들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 연속경기 홈런(6경기 연속)을 비롯하여 아시아 최다 연속경기 홈런(7경기 연속)기록을 갈아치웠던 이대호가 이날 경기를 통해 켄그리피 주니어 등 3명의 타자들이 가지고 있던 메이저 리그의 8경기 연속홈런 기록을 뛰어넘는 9경기 연속홈런 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각각 8경기와 9경기 연속홈런을 기록했던 8월 13~14일의 경기는 포스트 시즌 마지막 티켓을 두고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던 KIA와의 맞대결이 펼쳐진 경기였기에 이대호의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물론 일부에서는 메이저리그 및 일본프로야구와의 수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세계신기록이라는 표현에 대해 태클을 걸기도 했지만, 연속경기 홈런이라는 것이 단순한 기록과의 싸움을 떠나 선수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기록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만했다. 

류현진 (사진출처:한화이글스홈피)

- 류현진의 단일 시즌 연속경기 QS 세계신기록

 2010시즌에서 나온 세계기록은 이대호의 연속경기 홈런기록만이 아니었다.

 2006시즌 당시 타자 부분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던 이대호와 함께 투수 부분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류현진이 이번에는 단일 시즌 연속경기 퀄리티 스타트(QS) 부분의 세계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연속경기 퀄리티 스타트기록을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없지만, 메이져리그에서는 이에 대한 기록이 집계되고 있었고, 메이져리그의 한 시즌 최다 연속경기 QS기록은 2005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었던 크리스 카펜터가 기록한 22경기 연속 QS였다.

 그리고 류현진은 이외에도 2009시즌까지 합치면 29경기 연속 QS를 기록도 1960년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했던 밥 깁슨이 가지고 있는 메이저리그 기록 26경기 연속 QS) 보다도 앞서는 기록이었다.

 이 기록도 이대호의 연속경기 홈런 세계기록 경신 때와 마찬가지로 그 평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이것도 역시 각 리그의 수준 차이 등의 문제를 떠나 선수 개인의 강힌 의지와 집중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기록이기에 가치가 있는 기록이었다.

9경기 연속 홈런에 대한 황금배트를 받은 이대호와 그의 부인 신혜정씨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이대호

 9연타석 홈런으로 세계야구의 기록을 갈아치운 이대호는 홈런 이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9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총 44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왕의 타이틀을 차지한 이대호는 한국 최고의 거포답게 타점과 장타율에서도 1위에 이름을 올렸음은 물론이고, 거포는 교타자가 되기 어렵다는 편견을 무너트리며 리그 최다인 174개의 안타를 만들어내 3할6푼4리의 타율로 수위타자 자리에도 이름을 올림과 동시에 출루율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8개의 타격 부분 타이틀 중 도루를 제외한 7개의 타이틀을 차지하며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타격부분 최다 타이틀의 주인공이 되었다.

※ 이대호의 타이틀 기록
타율: 0.364, 홈런: 44개, 타점: 133타점, 안타: 174개, 출루율: 0.444, 장타율: 0.667, 득점: 99득점

이대형 (사진출처:LG트윈스홈피)

- 4시즌 연속 도루왕이 된 이대형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쥔 이대형도 역시 나름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07시즌 53개의 도루로 도루왕 타이틀을 차지한 뒤 2008, 2009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도루왕 자리를 차지하면서 4시즌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따내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최다시즌 연속 도루왕을 차지하고 있었던 선수는 정수근이었다.
1998년 OB의 소속으로 도루왕을 차지한 이후 2001시즌까지 팀 이름만 바뀐 두산에서 계속 도루왕을 차지하면서 4시즌 연속 도루왕의 트로피를 가졌었다.

 아직까지는 이대형의 기록이 '타이기록'에 머물러 있지만, 그의 기록행진은 정수근과 같이 '4시즌 연속'에서 끝난 것이 아닌 '5시즌 연속', '6시즌 연속'으로 진행형의 기록이기 때문에 더 큰 기록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류현진

-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운 괴물투수 류현진

 지난 5월 11일, 청주구장을 찾은 한화의 팬들은 평생 잊지 못한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되었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국내 최고의 투수 류현진이 청주구장을 찾은 홈팬들 앞에서 9이닝 동안 1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한국 프로야구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그 이전까지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은 한국프로야구 최고 라이벌로 알려진 선동열과 최동원, 그리고 최근 부활에 성공한 이대진 등 세 명의 선수가 가지고 있던 16K가 전부였다.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은 선동열의 13이닝 18K)

 특히 이날은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카우트가 청주구장을 방문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이야기 나오기도 했다.

4월 9일 경기 당시의 모습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롯데의 아픔 속에 쏟아진 신기록 잔치

 위에서 언급된 기록들 이외에도 올 시즌에는 많은 기록들이 달성되었다.
그리고 그 기록 중 총 7개의 기록들이 롯데가 패전 팀이 되었던 단 2경기에서 쏟아져 나와 기록 제조기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롯데가 기록제조기가 되었던 두 경기 중 첫 번째 경기는 4월 9일 사직구장에서 펼쳐졌던 롯데와 한화의 시즌 2차전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는 총 4개의 기록이 터져 나왔는데 그 기록은 이랬다.

기록 1 : 한화의 27안타, 이 기록은 프로야구 원년이었던 82년 삼성이 삼미를 상대로 거둔 기록과 타이기록이었다.

기록 2 : 롯데와 한화 양 팀이 기록한 51개의 안타, 이 기록은 종전 39개가 최고였던 한 경기 최다 안타기록을 크게 앞서는 새로운 기록이 되었다.

기록 3 : 가르시아의 7타수 7안타, 이 경기 전까지 타자 개인 한 경기 최다 안타의 기록은 양준혁이 가지고 있던 6안타였지만, 가르시아는 이날 경기를 통해 그 기록을 바꿔버렸다.

기록 4 : 김태완의 4타수 4안타 4사사구, 김태완은 이날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포함한 4개의 안타를 만들었고, 3개의 볼넷과 1개의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며 총 8번의 출루에 성공했다. 이것은 양준혁 등이 가지고 있던 한 경기 최다출루 기록(6번)을 뛰어넘음과 동시에 같은 날 7안타를 쳤던 가르시아의 기록까지도 뛰어넘는 기록이었다.
그 외에도 한화가 기록한 8점 차 역전승과 두 팀이 기록한 72루타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기도 했다.


 롯데가 신기록의 희생양이 된 두 번째 게임은 7월 29일 사직에서 펼쳐졌던 롯데와 KIA의 시즌 13차전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롯데는 3회초 수비에서만 이용규에게 쓰리런 홈런과 만루 홈런을 허용하며 7점을 내줬고, 최희섭과 채종범에게 각각 솔로 홈런과 투런 홈런을 맞는 등 총 4개의 홈런으로만 10실점을 하며 신기록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용규가 두 개의 홈런으로 기록한 7타점은 한 이닝 개인 최다 타점 신기록이 되었고, 이용규가 기록한 쓰리런 홈런과 만루 홈런에 최희섭과 채종범이 각각 기록한 솔로 홈런과 투런 홈런이 더해져 한 이닝 팀 싸이클링 홈런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이 달성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3회초의 수비에서만 두 개의 신기록을 내준 롯데는 이후 이용규에게 추가로 1타점을 더 내주며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기록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 마무리하면서.. >

 2010시즌에 나온 기록들을 나열하겠다고 시작한 글이지만, 결국은 롯데팬으로서 롯데와 연관이 있었던 기록들을 나열하는 글이 되고 말았다.
좀 더 많은 기록들을 나열하고 싶지만, 나의 좁은 시야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오늘 하루는 롯데팬이 아닌 야구팬의 입장에서 올 시즌 쏟아져 나온 다양한 기록들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