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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약점을 장점으로 바꿨던 준PO 1차전!! 승리는 당연한 결과다.




 9월 29일의 늦은 오후, 서울의 잠실구장 주변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잠실구장에서는 2010프로야구의 포스트 시즌 시작을 알리는 롯데와 두산의 준 PO 1차전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고, 이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뤘기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에 대한 야구팬들의 관심은 이미 며칠전부터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6일에 시작된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 대한 입장권 예매가 시작 시간 10분 만에 매진이 되었다는 점이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 롯데 VS 두산, 준 플레이오프 1차전 리뷰 >

 지난 시즌에 이어 또다시 준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된 두 팀의 각오는 작년보다 몇 배는 높아져 있는 듯 보였다.

 롯데의 경우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세 시즌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는 성공하였지만 이제 그것만으로 기대치가 높아진 팬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상태였고, 두산의 경우는 롯데와는 달리 포스트 시즌 단골손님이지만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는 모습을 보여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송승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송승준의 불안한 출발

 준 플레이오프 시작을 하루 앞두고 편도선염을 일으키며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송승준은 게임 출장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바로 전날까지 고열에 시달렸던 그가 평소와 같은 투구를 해주질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다.


 송승준의 위기는 1회말부터 찾아왔다.
이제 막 경기에 투입되어 릴리스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던 송승준은 두산의 1번 타자 이종욱을 상대로 볼넷을 허용한 것이었다.
준 PO에서 롯데가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두산의 발야구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종욱을 누상에 내보냈다는 것은 두산에게는 최고의 공격 기회라 할 수 있었다.

 좋은 공격기회를 잡은 두산은 역시나 송승준과 롯데의 내야 흔들기를 시도했다.
이종욱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고영민이 초구에 페이크 번트를 시도한 것이다.
두산과 고영민의 페이크 번트시도는 나름 성공적 여 보였다. 고영민의 타구가 3루 선상을 빠르게 타고 흐를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팀 전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3루수로 출장하였던 이대호가 고영민의 안타성 타구를 3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1점을 막아냈고, 이후 투 아웃 주자 3루의 상황에서 송승준이 두산의 4번 타자 최준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첫 번째 위기를 넘겼다.


 두산의 1회말 공격을 본 뒤 불안함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두산이 적극적으로 발야구를 구사하려는 의사를 보였다는 점 이외에도 이종욱이 송승준의 포크볼을 골라내는 모습에서 지난 08시즌 삼성의 모습을 약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삼성은 송승준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하고 경기에 나서 송승준의 포크볼에 거의 반응을 하지 않았고, 송승준은 결국 어려운 경기를 하고 말았었다.

전준우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2회초, 상대 배터리의 실수로 선취득점에 성공한 롯데

 1회초 공격에서 히메네즈의 호투에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던 롯데는 2회초 공격에서 좋은 득점 찬스를 날리고도 두산 배터리의 도움을 받으며 선취점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우선 롯데는 2회초 공격에서 무사 만루의 득점 찬스를 만들고도 이것을 쉽게 독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대호가 2-0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며 출루에 성공하였고, 홍성흔과 강민호가 각각 3루수 앞 내야안타와 우전안타를 기록하며 무사 만루의 득점기회를 만들었지만, 오랜만에 경기에 나서게 된 가르시아가 투수 앞 땅볼로 병살타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때 롯데를 구원해줄 구세주가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두산의 히메네즈와 양의지 배터리였다.
가르시아의 병살타 이후 투 아웃 주자 2, 3루 상황에서 전준우가 타석에 들어섰고, 전준우를 상대로 히메네즈가 던진 두 번째 공이 폭투가 되면서 3루 주자 홍성흔이 홈으로 들올 수 있었던 것이다.
상대 실책이라는 의외의 변수로 선취점을 뽑게 된 롯데는 폭투 이후 전준우가 우전 안타를 만들면서 강민호마저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당장의 점수뿐만 아니라 게임 전체의 흐름, 더 나아가 준 PO의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히메네즈의 폭투가 롯데팬의 입장에서는 고맙기만 할 뿐이다.

김동주 (사진출처:연합뉴스)

- 4회말, 투 아웃 이후의 3실점

 2회초의 2득점으로 경기를 리드하고 있던 롯데는 4회말 수비에서 투 아웃 이후 연속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하는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100%의 컨디션이 아니던 송승준은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3회말의 수비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4회말에는 김현수와 최준석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오히려 이닝을 거듭할수록 더 좋은 피칭을 보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팬들의 생각처럼 쉽게 굴러가지 않았다.
투 아웃 상태에서 상대하게 된 김동주에게 안타를 맞은 송승준은 뒤이어 타석에 들어서는 이성열과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의 위기에 몰렸고, 손시헌과 임재철에게 각각 2타점 좌중간 적시타와 1타점 우익수 오른쪽 적시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투 아웃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안타와 볼넷 등으로 인해 3실점을 하게 된 것, 그리고 그 점수가 역전을 허용하는 점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실점이었다.

조성환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5~7회, 준 PO 다운 치열함을 보여준 롯데와 두산

 롯데가 4회말의 수비에서 역전을 허용한 뒤 두 팀이 보여준 모습은 준 PO의 치열함 그 자체였다.


 4회말 수비에서 역전을 허용한 롯데는 곧바로 이어진 5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전준우의 내야안타, 김주찬의 몸에 맞는 볼 등으로 득점의 기회를 만들었고, 원 아웃 주자 1, 2루에서 나온 손아섭의 1타점 중전 적시타와 투 아웃 주자 1, 2루 상황에서 나온 이대호의 우전 적시타로 2점을 뽑아내며 역전에 성공했다.

 롯데가 또다시 역전에 성공하자 두산도 역시 만만하지 않음을 보였다.
두산은 6회말 공격에서 양의지의 선두타자 안타 이후 손시헌이 진루타를 치는 것에 실패하는 좋지 않은 플레이를 펼쳤지만, 송승준의 폭투가 나오며(송승준의 잘못보다는 강민호의 잘못이 컸다.) 원래 원하던 바를 이루게 되었고, 임재철의 우익수 옆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이후 이종욱의 번트 안타와 고영민의 좌전 적시타로 득점에 성공하며 롯데에게서 다시 리드를 빼앗아 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두 팀의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레이스는 5대 4의 리드를 당하고 있던 롯데가 7회초 공격에서 조성환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이후에야 잠시나마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 있었다.


 역전과 역전을 주고받는 게임의 진행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재미를 충분히 느끼게 했다.
특히 롯데의 경우 두산에게 점수를 내준 바로 다음 이닝에는 꼭 역전이나 동점을 만들어냄으로써 언제든지 역전을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팬들에게 심어줬다.

전준우 (사진출처:KBO홈피)

- 9회초, 전준우의 홈런 한 방으로 무너진 두산의 마운드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던 두 팀은 5대 5의 스코어로 동점을 이룬 상황에서 마지막 한 번씩의 공격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였고, 롯데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대거 5점을 뽑아내며 게임의 승기를 잡음과 동시에 두산의 마운드를 무너트렸다.


 롯데의 9회초 공격에서 두산의 마운드를 무너트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는 전준우였다.
전준우는 9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고, 두산의 정재훈과 볼카운트싸움을 하며 풀카운트를 만든 이후 6구째 높게 제구되는 공을 받아쳐 양 팀의 팽팽한 균형을 무너트리는 좌익수 뒤 솔로홈런을 만들어냈다.

 전준우의 솔로홈런은 양 팀의 균형을 깨트리고 롯데가 다시 경기의 리드를 잡게 만든 것 이외에도 두산의 마운드를 완전히 무너트리는 것에도 영향을 줬다.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전준우에게 홈런을 허용하긴 했어도 더 이상의 점수를 내주지 않는다면 롯데의 불펜을 상대로 동점 내지 역전을 성공시킬 자신감이 있었고, 이런 이유로 힘이 빠진 듯 보이는 정재훈을 대신해 마운드를 임태훈으로 교체시켰지만 임태훈이 기대에 못 미치는 피칭을 보이며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임태훈은 첫 상대인 황재균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고, 김주찬의 희생번트에는 송구 실책을 저지르더니 뒤이어 타석에 들어서는 손아섭, 조성환에게는 연속 볼넷을 내주며 밀어내기 실점을 하였다. 즉, 임태훈은 마운드에 오른 뒤 4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3개의 볼넷과 1개의 실책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임태훈의 좋지 않은 피칭에 추가득점에 성공하고 또 계속되는 무사 만루의 득점기회를 이어갔던 롯데는 이대호의 타석에서 포수 실책으로 김주찬이 홈을 밟은 뒤 이대호의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손아섭이 또다시 홈을 밟았고, 이대호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의 우익수 희생플라이에는 조성환까지 홈으로 들어오며 9회초에만 5득점을 성공해냈다.


 롯데는 9회초에 올린 5득점으로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포스트 시즌의 출발을 기분 좋게 할 수 있었다.


<김사율에게도 MVP의 영광을 !! >

 9월 29일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던 선수는 누구였을까?

 그 선수가 MVP를 받은 전준우라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준우는 필요한 순간마다 안타를 만들어냈고, 어제 경기뿐만 아니라 오를 경기까지도 두산을 힘들게 하는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의 MVP 수상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의 활약 못지않게 아주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롯데팬들을 즐겁게 했던 선수가 있다.
그 선수는 바로 김사율이다.

 이기고 있던 경기를 1점 차로 역전을 당한, 그것도 주자를 만루에 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던 김사율은 두산의 4번 타자 최준석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팀의 추가 실점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팀의 타자들이 동점을 만들고 역전을 만들어낼 때까지 그는 상대의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그의 활약에 롯데의 팬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설렘을 느끼고 있다.



< 장, 단점이 뒤바뀐 준 PO 1차전 결과 >

 9월 29일에 펼쳐진 롯데와 두산의 준 PO 1차전의 특징은 롯데가 전문가들로 부터 단점으로 지적받던 부분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안정감 있는 경기를 펼친 반면, 두산은 롯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점으로 인정받고 있던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는 것이다.

강민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두산이 유리하다?

 롯데의 단점으로 지적하던 부분 중 한 가지가 바로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이었다.
두산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고, 또 그중에서도 준 PO 이상의 한국시리즈나 플레이오프의 경기 경험이 많은 반면, 롯데의 경우에는 지난 두 시즌 동안 포스트 시즌 진출에는 성공하였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시리즈에서 탈락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그 경험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선수의 경험 측면에서 먼저 문제를 일으킨 팀은 두산이었다.
다른 선수들의 경험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비의 핵심일 수밖에 없는 투수 히메네즈와 포수 양의지는 포스트 시즌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였던 것이다.

 두산이 롯데에게 허용한 첫 실점을 투수의 와일드 피치에 의한 실점이었다.
당시의 장면을 다시 확인하면 알 수 있겠지만, 히메네즈의 와일드 피치는 평소의 양의지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공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 무대에 선 양의지는 평소에 비해 굳어 있는 몸동작을 보였고 주지 않아도 될 실점을 하고 말았다.

 반면 경험이 적어 불리할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롯데는 올림픽 등 국가대표로도 활동했던 강민호가 홈플레이트를 지키며 컨디션이 100%가 아닌 송승준과의 환상 호흡을 맞췄다.

양 팀의 감독님과 주장, 그리고 홍성흔과 김현수 (사진출처KBO홈피)

- 발 야구를 포함한 잔 플레이가 좋은 두산이 유리?

 전문가들이 롯데에 비해 두산에게 높은 점수를 줬던 또 다른 한 가지는 긴박한 상황에서 보이는 작은 플레이들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양 팀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양 팀의 주장들이 보였던 주루플레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롯데의 주장인 조성환의 경우 3회초 공격에서 단타성 좌중간 안타를 2루타로 만드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과 뛰어난 판단력을 보인 반면, 두산의 손시헌의 경우 공격력에 있어서는 부족할 것이 없는 활약을 펼쳤지만 3회말 공격 원 아웃 주자 1, 3루 상황에서 나온 고영민의 3루 땅볼 타구에 빠른 판단을 내리지 못해 런다운에 걸려 아웃이 되는 아쉬움이 남는 플레이를 했다.



< 마무리하면서.. >

 9월 29일 잠실구장에서 거둔 롯데의 준 PO 1차전 승리는 '완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일체의 망설임도 느낄 수 없었던 승리였다.

 롯데의 선수들은 전문가들로 부터 약점이라고 지적받던 부분들을 오히려 강점으로 변화시켰고, 이것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중심타선이 아닌 선수들의 활약이 좋았던 것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일부에서는 롯데가 지난 시즌에도 첫 경기는 승리하였다며 지나친 설레발은 자제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롯데가 올 시즌 준 PO 1차전에서 거둔 승리와 지난 시즌 준 PO 1차전에서 거둔 승리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지난 시즌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던 조정훈이 압도적인 투구를 보이며 승리한 것과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승리를 거둔 올 시즌의 승리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약점을 극복한 롯데, 그들에게 승리란 당연하다.
그것이 바로 오늘 펼쳐지게 될 준 PO 2차전이 너무나 기다려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