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

롯데, 착각하지말자.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최악의 주말이었다.

 롯데가 두산과의 준 PO 서울 원정길에서 2연승을 챙기고 돌아올 때만 하더라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하지만, 롯데는 징크스에 약한 팀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포스트 시즌 홈 7연패(1999년 한국시리즈 1, 2차전 패배, 2000년 준 PO 1차전 패배, 2008년 준 PO 1, 2차전 패배, 2009년 준 PO 3, 4차전 패배)를 달리고 있던 롯데가 또다시 홈 2연패를 더 추가한 것이다.



< 믿었던 타자들의 부진과 17개의 잔루 >

 준 PO 4차전은 롯데가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경기였다.

영화배우 최송현씨의 시구로 시작된 경기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7개의 잔루

 준 PO 4차전에서 롯데가 기록했던 안타의 수는 15개였으며 사사구는 8개였다.
최소 23명이 출루에 성공했고 여기에 1회말 손아섭의 희생번트 장면에서 나온 야수선택까지 생각한다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롯데가 기록한 득점은 단 4점에 불과 했다.
그리고 9회말까지의 공격에서 누상에 남겨둔 주자만 하더라도 17명이나 되었다. 종전의 잔루 최고기록이 13개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롯데의 공격이 얼마나 응집력이 없었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는 기록이었다.

5회말  가르시아의 안타에 홈 쇄도를 하다 아웃이 되고 있는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이대호, 홍성흔, 손아섭의 부진

 롯데가 준 PO 4차전에서 17개나 되는 잔루를 남기 등 졸전을 펼치게 된 것에는 팀 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대호, 홍성흔, 이대호의 부진이 컸다.

 1회말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이대호가 스텐딩 삼 구 삼진을 당한 뒤 홍성흔마저 병살타를 기록하며 타석에서 물러나는 모습은 롯데팬들이 알고 있던 그들의 모습이 아니었으며, 2회말 다시 잡은 투 아웃 만루의 기회에서 2루수 땅볼로 물러나는 장면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대호, 홍성흔, 손아섭이 기록한 타율은 10타수 1안타에 불과 했다.
교체 선수까지 포함한 롯데의 타선에서 세 선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기록했던 타율이 4할 8푼 3리에 가까웠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부진이 팀 타선에 얼마나 큰 부담을 줬는지에 대해서 느낄 수 있다.

5회말 공격에서 동점을 만든 뒤 포효하는 강민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두산의 호수비

 롯데가 많은 잔루를 남기게 된 원인을 롯데 내부에서 찾는다면 이대호 등의 부진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 외적으로 더 큰 영향을 준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두산의 살아난 수비였다.

 지난 1, 2차전을 통해 수비진의 문제를 노출했던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팀 타선에 과감한 변화를 주며 수비의 안정을 꾀하더니 준 PO 3차전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냈고, 그 여세를 4차전에서는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수비를 보이며 롯데의 득점기회를 번번이 막았다.

 특히 4회말 투 아웃 주자 1, 2루 상황에서 중전안타성 타구를 건져낸 오재원이 송구동작 없이 글러브로 1루 주자를 2루에서 토스 아웃시키는 장면은 롯데의 득점을 막음과 동시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을 표출하여 상대를 더욱 압박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배장호, 4차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동점 상황에서 너무 쉽게 점수를 허용한 것이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경기

 다시 말하지만 이날 경기는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경기였다.

 롯데의 경우 1회초 수비에서 상대의 투 아웃 주자 만루의 기회를 막아낸 뒤 상대보다 더 놓은 무사 주자 만루의 찬스를 잡았음에도 득점에 실패하고 말았다.
계속 이어졌던 2회와 5회초 수비에서 두산에게 쉽게 점수를 내주는 동안에도 롯데는 2회말 공격에서 또다시 만루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으며, 3회와 4회초 공격에서도 역시 각각 두 명씩의 주자를 내보냈지만 상대의 호수비에 걸려들면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롯데가 아무리 좋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라도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4번 타자와 5번 타자가 차례로 삼진과 병살타로 물러나고, 4이닝 동안에만 9개나 되는 잔루를 남겨두는 모습을 보여서는 절대 승리를 챙길 수 없다.

 그리고 타선의 부진으로 인해 크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5회말 공격에서 어렵게 풀려가던 경기를 동점으로 만든 직후인 6회초 수비에서 너무나 쉽게 상대에게 점수를 내주는 것 또한 큰 문제였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흐름의 영향을 그 어느 종목보다 크게 받는 스포츠며 그렇기에 타석에 들어선 타자나 마운드에 있는 투수들은 상대의 흐름을 끊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롯데의 불펜은 이 흐름의 싸움을 두산에게 내주고 말았다.
5회말 공격에서 동점을 만든 뒤 6회초 수비에서 두산의 득점을 막아낼 수 있었다면, 롯데의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롯데의 불펜은 야수들이 어렵게 만든 좋은 흐름을 단 10분 만에 다시 두산에게 내주고 말았고, 롯데는 다시 6회말 공격부터 앞선 공격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잔루를 남겨두기 시작했다. 



< 마무리하면서.. >

 준 PO 4차전마저도 두산이 승리를 거두게 되면서 대부분의 언론과 각 구단의 관계자들은 두산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롯데팬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봤을 때 2연승 이후 2연패에 빠진 롯데보다 수비와 타선이 모두 살아나고 있는 두산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불과 2~3일 전에 했던 말들을 기억하는가?
그들의 몇 마디에 일희일비할만큼 그들은 신뢰성있는 추측들은 내놓았나?

 모두가 착각하고 있는 듯하지만 이제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분위기 반전은 두산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일인가?
준 PO 1, 2차전을 모두 패배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던 두산이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롯데를 몰아붙였듯 롯데도 역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PO 진출 티켓을 손에 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