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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삼성의 PO 1차전 역전승, 롯데팬으로서 부럽기만 하다.


홈런을 친 박한이와 삼성의 선동렬감독 (사진출처:KBO홈피)

 박진감 넘치는 결과였다.


 10월 7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펼쳐진 삼성과 두산의 2010시즌 PO 1차전 경기는 예상대로 매진을 기록하였고, 홈 팀 삼성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성원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역전승을 챙겼다.



< 플레이오프 1차전 리뷰 >

 '처음' 혹은 '첫'이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느 일을 하든지 마찬가지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일이 어려워지기도 하고 반대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일이 잘 풀리는 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10월 7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과 삼성의 PO 1차전 경기는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전력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 삼성이나, 경기 감각 면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판단되던 두산의 입장이나 서로가 느끼게 되는 부담감은 그 어느 때 보다 컸을 것이다.

조동찬 (사진출처:Osen)

- 선취점을 뽑아낸 삼성

 양 팀의 긴장되는 대결 속에 선취점을 뽑아낸 팀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9번 타자 김상수부터 시작되는 3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고 출루에 성공한 뒤 2루 도루에 성공했고, 박한이가 삼진으로 물러난 원 아웃 주자 2루 상황에서 조동찬이 중견수 키를 훌쩍 넘기는 적시 2루를 기록하며 팀의 첫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선취득점에 성공한 삼성의 3회말 공격은 선취득점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조동찬의 적시타 이후 채태인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고, 원 아웃 주자 1, 2루 상황에서 박석민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투 아웃 이후 최형우가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만들어내며 팀의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삼성의 선취점과 추가점은 팀의 최대 약점을 극복하였다는 것에서 그 가치를 높게 둘 수 있었다.
오랜 휴식기간으로 경기 감각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되었던 삼성이 도루를 비롯한 연속안타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팀의 유일한 약점을 극복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차우찬 (사진출처:Osen)

- 우위를 보이지 못한 삼성의 차우찬

 이날 경기를 앞두고 양 팀의 선발투수가 발표되었을 때 일부 언론은 '고르고 고른 차우찬 VS 어쩔 수 없이 홍상삼'이라는 제목을 써가며 두 선수의 실력 차와 각 팀의 선발투수 운영에 대한 현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여러 가지 조건들을 따져봐도 삼성의 차우찬이 두산의 홍상삼에 비해 앞선 전력으로 분류되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기록적인 면을 봤을 때 2.14의 방어율로 10승을 챙기며 승율왕에 오른 차우찬이 6.42의 방어율을 기록했던 홍상삼에 비해 더욱 신뢰도가 높아 보였고, 팀 사정을 봤을 때도 배영수, 장원삼 등을 제치고 1선발로 나서는 차우찬과 김선우, 히메네즈가 등판하지 못해 1선발로 나서는 홍상삼은 상황 자체부터 달랐다.

 하지만, 두산에게 희망이 될 수 있었던 점은 차우찬이라는 투수가 포스트 시즌 첫 선발기회를 잡았다는 것과 과거 심리적으로 약점을 보였던 선수라는 것이었고, 
여러 가지 부담감을 느끼며 마운드에 오른 차우찬은 4이닝 동안 5개의 볼넷과 5개의 안타를 맞으며 5자책점을 기록하는 만족스럽지 못한 공을 던지고 말았다.


 두산이 선취점을 내주긴 했지만, 선발투수 싸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차우찬을 상대로 역점 점수를 뽑아낸 것은 경기를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되기에 충분했다.

박한이 (사진출처:KBO홈피)

- 역전 쓰리런 홈런으로 고참의 역할을 해낸 박한이

 5대 2의 스코어로 끌려가던 삼성이 역전에 성공한 이닝은 8회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라운드에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있던 박한이가 있었다.


 삼성의 8회말 공격은 진갑용의 내야안타가 도화선이 되었다.
주자 없는 원아웃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진갑용은 2-1의 볼카운트에서 한복판의 직구를 받아쳤고, 투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가 홍상삼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면서 내야안타가 되었다.

 진갑용이 내야안타를 치고 출루에 성공하자 두산의 김경문감독은 마운드의 투수를 고창성에서 정재훈으로 바꾸며 게임 굳히기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정재훈은 이미 준 PO를 통해 컨디션이 좋지 않음을 보였었고, 이날도 역시 좋지 못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그는 대타 박진만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팀의 위기를 지켜내는 듯 보였지만, 이영욱과 김상수에게 각각 우익수 앞 안타와 좌익수 오른쪽 안타를 맞으며 삼성의 추격의지를 꺾지 못했고, 결국은 박한이와의 승부에서 0-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뒤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간 공에 우중간 쓰리런 홈런을 허용하며 준 PO 2패에 이어 또다시 패전투수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반면 삼성의 입장에서는 경기전부터 팀의 키 플레이어로 지목했던 박한이가 역전 쓰리런 홈런을 기록함으로서 앞으로의 경기를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 롯데, 부러움을 느끼게 했던 삼성의 역전승 >

- 만원 관중 앞에서 역전승을 기록한 삼성과 포스트 시즌 홈 9연패 롯데

 이날 경기를 지켜본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삼성의 박한이가 쓰리런 홈런을 기록한 뒤 그라운드를 도는 모습과 또 그의 홈런에 좋아서 어찌할 줄 몰라했던 관중들의 모습이었다.

 포스트 시즌 홈 9연패를 기록한 롯데의 팬으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그런 장면을 TV를 통해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본 뒤 든 생각은 '강팀이란 이런 팀을 말하는 것이구나'였다. 원정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를 펼치며 연패에 빠졌더라도 자신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원 관중이 들어찬 홈 경기에서는 팬들을 위해 짜릿한 승리를 선물할 수 있는 팀이야말로 '강팀'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열성적인 롯데팬들에 부담감을 느껴 선수들이 부진하다는 모 코치의 황당한 변명이 아닌, 선수들이 실력으로서 그것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모습을 팬들은 원한다.



< 마무리하면서.. >

 롯데팬으로서 두산과 삼성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자면 여러 가지 감정이 생긴다.
'원래 저 자리에는 롯데가 있었어야하는데..', '롯데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등 약간의 아쉬움도 생기지만, 또 한편으로는 롯데가 아닌 다른 팀들의 대결이기에 평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냉정하게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기에 삼성과 두산의 PO가 좀 더 재미있는 시리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 1차전은 삼성이 이겼으니 오늘은 두산을 좀 더 응원해볼까?
중립적인 입장에서 1차전에서 패배한 두산의 희망적 요소를 생각해보면 최준석, 김동주가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에 나름 희망을 걸어봄이 좋을 듯하다.

 여튼 승패를 떠나서 두 팀의 멋진 플레이가 2차전에서도 이어지길 기대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