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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PO 5차전, 해결사를 찾은 삼성의 승리




 드라마의 주인공은 '삼성'이었다.
PO 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끝을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라는 소리를 듣게 했던 양 팀의 1점 차 승부는 PO 최종전인 5차전까지도 이어졌고, 그 마지막 경기에서 기쁨의 함성을 지른 팀은 삼성이었다.

선발 맞대결을 펼친 차우찬과 히메네즈 (사진출처:KBO홈피)

< 마지막까지도 치열했던 삼성과 두산의 PO >

 '6:5, 4:3, 9:8, 8:7', 삼성과 두산이 PO 4차전까지 진행하면서 기록한 스코어다.
PO 4차전까지 계속되었던 양 팀의 1점 차 승부는 삼성과 두산의 팬뿐만 아니라 야구팬 전체의 관심을 PO 시리즈로 끌어모았고,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10월 13일 대구 시민구장에서는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양 팀의 마지막 대결이 펼쳐졌다.

차우찬 (사진출처:Newsis)

-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차우찬, 두산의 5득점

 두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PO 5차전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히메네즈와 차우찬의 선발 맞대결이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듯, 선발투수의 능력과 컨디션이 경기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은 모든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날 경기의 선발 맞대결을 평가한다면, 두산 히메네즈의 우위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정규 시즌 삼성을 상대로 4경기에 등판하여 1.44의 방어율로 3승을 기록한 히메네즈를 상대하는 것은 차우찬에게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 될 것으로 보였다.
특히 차우찬이 PO 1차전을 통해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불펜에서는 항상 좋은 모습을 보이나 선발투수로만 나서면 최악의 피칭을 했던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는 것은 삼성팬의 입장에서는 불안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삼성팬들은 자신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장면을 목격해야만 했다.

 1회초 수비에서 볼넷 하나를 허용하긴 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피칭을 하는 듯했던 차우찬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2회초였다.
차우찬은 2회초가 시작됨과 동시에 최준석과 양의지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에 몰리더니 손시헌의 희생번트와 임재철의 2타점 적시타에 선취점을 내줘야 했다.
선취점을 내준 차우찬의 실점은 계속되었다.
다음 타자 이원석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원 아웃 주자 1, 2루 위기에 몰리더니 정수빈과 오재원의 연속 안타에 1점을 추가로 내줬고, 이종욱을 1루수 플라이로 잡아낸 투 아웃 주자 만루의 상황에서 김동주에게 중견수 앞 적시타를 맞으며 이원석과 정수빈에게 홈 플레이트를 내줘 2회에만 총 5실점을 했다.


 2회초 두산의 공격 상황에서 삼성의 차우찬이 했던 가장 큰 실수는 2대0 스코어의 원 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9번 타자 이원석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것이다.
앞선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2점을 내준 것은 어쩔 수 없지만, 2점을 실점한 이후 이원석을 볼넷으로 내보낸 것은 대량 실점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히메네즈 (사진출처:스포츠조선)

- 히메네즈의 부상과 삼성에게 찾아온 기회

 2회초 두산의 공격에서 두산이 5득점을 올리게 되자 많은 야구팬들은 이번 경기만큼은 예상외로 싱거운 경기 결과가 나오겠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두산의 승리를 생각한 것이다.


 조금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두산의 5득점 이후 두산의 승리를 이야기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두산의 히메네즈가 삼성의 타선을 상대로 1, 2회에 보여준 투구는 완벽에 가까웠고 삼성의 타자들은 전혀 대처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4차전까지 '끝을 알 수 없는 드라마'를 펼칠 수밖에 없었던 투 팀의 '운명'의 힘은 생각보다 컸다. 호투를 이어가던 히메네즈에게 '손가락 부상'이라는 갑작스런 악재가 찾아온 것이다.

 히메네즈의 갑작스런 부상은 삼성에게 큰 기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싱커를 바탕으로 내야 땅볼 유도가 최고의 무기인 히메네즈가 손가락 부상은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고, 1, 2회 공격에서 단 하나의 타구도 외야로 보내지 못했던 삼성의 타자들은 히메네즈가 손가락 부상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3회부터 외야로 보내는 타구 및 안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4회말, 두산의 김경문 감독이 손가락 부상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히메네즈를 너무 신뢰했던 것이 악수가 되고 말았다.
4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히메네즈가 삼성의 선두타자 신명철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뒤 원 아웃 주자 1루의 상황에서 최형우에게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투런 홈런을 허용하였고, 최형우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조영훈에게도 중견수 뒤 펜스를 맞추는 장타를 허용한 것이다.
히메네즈가 장타를 허용하기 시작하자 김경문 감독은 히메네즈를 대신해 완론드를 마운드에 올렸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아직 몸이 덜 풀린듯했던 완론드는 첫 타자인 채태인을 상대로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삼진을 뽑아냈지만, 진갑용과 이영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투 아웃 주자 만루에 몰린 뒤 김상수에게 우익수 옆 2타점 안타를 허용한 것이다.


 승기를 잡은 듯했던 두산이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3회말 공격에서 히메네즈가 손가락 부상의 징후를 보였음에도 빠른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산의 악수는 삼성에게는 기회가 되었고, 삼성은 이 기회를 살려내며 4회말에만 4점을 뽑아낸 뒤 6회말 공격에서 진갑용의 내야안타와 이영욱의 좌익수 뒤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삼성의 승리순간 (사진출처:KBO홈피)

- 11회말,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삼성

 삼성이 6회말 공격에서 1득점에 성공하며 5대 5의 스코어를 만든 이후, 양 팀은 각각 7회초와 8회말 공격에서 한 번씩의 득점기회를 잡았지만 이것을 득점으로는 연결시키지 못했고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전으로 이어진 양 팀의 대결은 11회말 삼성의 공격에서 끝이 났다.
10회까지 공격에서 3개의 안타를 뽑아내며 삼성의 공격을 이끌었던 김상수가 11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고 임태훈을 상대로 경기 4번째 안타를 뽑아낸 뒤 조동찬의 보내기 번트와 임태훈의 폭투에 3루까지 출루하며 끝내기의 기회를 만들었고, 신명철의 삼진 이후 박한이와 최형우의 볼넷으로 만들어진 투 아웃 주자 만루의 상황에서 박석민이 유격수 앞 내야 안타를 기록하며 경기를 삼성의 승리로 끝냈다.

한국시리즈에서 대결을 펼칠 선동렬감독과 김성근감독 (사진출처:KBO홈피)

< 해결사의 등장으로 승리를 거둔 삼성 >

 사실 이 경기를 앞두고 개인적으로는 두산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선발투수의 안정감에서 두산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타선에서도 역시 중심타자 및 득점 찬스에서 해결 능력이 떨어져 보였던 삼성보다는 김동주가 완벽하게 부활한 두산의 타선이 앞서 보였다.
여기에 삼성의 최대 장점인 불펜진이 권혁의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또한 두산의 승리를 예상하게 했던 이유였다.

 하지만, 결과는 삼성의 승리로 끝이 나고 말았다.
삼성은 차우찬이 나의 예상대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며 조기에 강판당했지만, 장원삼 등의 카드를 활용하며 두산의 타선을 막아냈고, 두산의 경우는 히메네즈의 갑작스런 부상에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삼성 타선의 최대 약점으로 생각되었던 해결사의 부재도 이날만큼은 최형우가 추격의 투런 홈런을 기록했고, 멋진 타구는 아니었지만 박석민이 끝내기 내야안타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 마무리하면서.. >

 삼성이 5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두산을 누르고 PO의 승자가 되었지만, 그 기쁨을 누릴 시간도 없이 바로 내일이면 더 큰 긴장감을 안겨줄 한국시리즈에 돌입하게 된다.
반면, 한국시리즈 직행티켓을 손에 쥐고 준 PO와 PO를 지켜보고 있던 SK는 5차전까지 진행된 PO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2010 프로야구를 결산하게 될 한국시리즈...
과연 누가 최종 승지가 될까?
개인적으로는 상대적 약팀으로 평가되는 삼성을 응원하고 싶다.
기나긴 암흑기를 보내며 약 팀으로 평가받았던 롯데팬의 입장에서 약팀을 응원하는 것은 본능과도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