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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SK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축제를 망쳐버린 몇 가지 오점들




 한국시리즈가 끝났다.
나를 비롯한 많은 야구팬들은 삼성이 반격에 성공하며 좀 더 흥미진진한 한국시리즈를 만들어주길 기대했지만, 야구팬들의 바람이 이뤄지기에는 SK의 힘이 너무 강했고, 반면에 삼성은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 한국시리즈 4차전 리뷰 >

 삼성의 입장에서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경기였다.
1~3차전을 통해 무기력한 모습만을 보였던 삼성은 장원삼을 선발투수로 내세움과 동시에 나머지 투수들을 모두 불펜 대기시키는 강수를 두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였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던 SK는 정규 시즌 8월 15일 이후 선발 등판 경험이 없었던 글로버를 깜짝 선발로 내세우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조영훈 (사진출처:Osen)

- 2회말, 선취득점 기회를 놓친 삼성

 두 팀 중 선취득점의 기회를 먼저 잡은 팀은 삼성이었다.


 2회말, 삼성의 선취득점 기회를 만든 선수는 최형우였다.
4번 타자로서 2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0-1의 볼카운트에서 몸쪽 높은 변화구를 잡아당겨 2루수 오른쪽 내야안타를 만들었으며, 견제구가 뒤로 빠지는 글로버의 실책이 나오자 2루까지 진루한 뒤 박석민의 보내기 번트에 3루까지 단번에 내달렸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원 아웃 주자 3루의 상황은 삼성의 선취득점을 생각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1~3차전에서 계속되었던 삼성의 해결사 부재 문제가 또다시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원 아웃 주자 3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조영훈이 중견수 플라이를 치긴 했지만, 너무 얕은 플라이였기에 발이 느린 최형우를 홈으로 불러들이기엔 부족했고, 조영훈의 중견수 플라이 이후 타석에 들어선 박진만이 투수 앞 땅볼 아웃을 당하며 삼성의 선취득점 기회는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다.


 삼성이 2회말 공격에서 선취득점을 올리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1패만 더 기록하게 되면 한국시리즈의 패권을 SK에게 넘겨줘야 하는 삼성의 입장에서는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받게 되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고, 이런 이유 때문에 선취득점을 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삼성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박정권 (사진출처:스포츠동아)

- 4회초, 장원삼을 무너트린 SK의 3득점

 삼성이 2회말 공격에서 선취득점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투수 장원삼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부담감이라는 짐을 지고 있던 장원삼은 4회초 수비에서 연속안타와 연속 볼넷에 무너지며 대거 3실점을 기록한 뒤 강판을 당하고 말았다.


 SK에서 장원삼을 무너트리는 것에 선봉장이 된 선수는 정근우였다.
시즌 중 장원삼에게 강한 모습을 보였던 정근우는 4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고 1-1의 볼카운트에서 바깥쪽 공을 밀어쳐 중견수 오른쪽 안타를 만들어냈다.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한 SK는 강공 작전으로 장원삼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정근우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이호준이 2-1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2, 3루 간을 빠지는 좌익수 앞 안타를 기록한 것이다.

 정근우와 이호준의 연속안타는 3회까지 호투를 이어오던 장원삼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최정에게 보내기 번트를 허용하며 원 아웃 주자 2, 3루의 상황에 몰려 있던 장원삼은 갑작스런 제구력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고 박재홍과 박경완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하나 없는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밀어내기 점수를 내줬다. SK에게 밀어내기 선취점을 허용한 것이다.

 장원삼이 연속 볼넷을 던지며 선취점을 내줬지만, 삼성의 벤치는 계속 장원삼을 믿는 듯했다.
하지만, 이 믿음은 결국 좋지 못한 선택이 되고 말았다.
연속 볼넷으로 실점을 했던 장원삼은 다음 타자를 상대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밖에 없었고, 이것을 노리고 있던 박정권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4회초 수비에서 3실점을 하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3실점 이후 계속되는 원 아웃 주자 2, 3루의 상황에서 추가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두 경기에서 올린 점수가 고작 3점밖에 되지 않는 삼성의 입장에서 그 이상의 점수는 선수들의 사기를 꺾어 놓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박경완 (사진출처:일간스포츠)

- 6회초, 최 정의 베이스러닝과 SK의 추가점

 빠른 시간 안에 점수를 뽑아내며 SK를 추격해야 하는 삼성이지만, 삼성의 공격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SK의 추가점이 나왔다.


 6회초 SK의 추가점은 최정의 몸에 맞는 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주자 없는 원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정은 권오준의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며 출루에 성공했고, 김재현의 안타성 2루 땅볼 타구에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3루까지 내달렸다.

 과감한 베이스러닝으로 3루까지 출루했던 최정을 홈으로 불러들인 선수는 박경완이었다.
김재현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박경완이 2-2의 볼카운트에서 몸쪽 높은 공을 받아쳐 3루수 키를 넘기는 좌익수 왼쪽의 적시 2루타를 기록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6회초에 나온 최정의 베이스러닝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한다.
투 아웃 상황이었기에 더더욱 무리한 베이스 러닝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정의 베이스러닝은 상대 투수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충분했고, 그 결과 박경완이 적시타를 기록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김광현 (사진출처:연합뉴스)

- 8, 9회 너무 늦게 터진 삼성의 추격점

 삼성팬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추격하는 점수가 나왔다. 하지만, 그 점수가 너무 늦게 터진 것이 문제였다.


 4대 0의 스코어로 끌려가던 삼성이 첫 득점에 성공한 것은 8회말이었다.
주자 없는 원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영욱이 10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하였고, 현재윤의 유격수 왼쪽 내야안타에 상대의 송구 실책까지 겹치며 원 아웃 주자 1, 3루의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삼성의 득점의 기회를 잡자 SK의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을 이승호를 대신해 마운드에 올리며 실점을 막아주길 기대하는 듯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김성근 감독의 기대만큼 안정된 피칭을 보이지 못했다.
첫 상대인 박한이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만루의 위기에 몰린 뒤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긴 했지만, 5번 타자 박석민에서 몸에 맞는 볼을 던져 밀어내기로 점수를 줬다.

 SK와 마찬가지로 밀어내기로 첫 득점에 성공한 삼성은 9회말 공격에서도 점수를 뽑아내며 상대를 압박했다.
선두타자 박진만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신명철과 김상수가 각각 삼진과 2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투 아웃 주자 2루의 상황에서 이영욱을 대신에 타석에 들어선 강봉규가 좌익수 앞 적시타를 뽑아내며 팀의 두 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삼성의 추격은 여기까지였다.
강봉규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현재윤이 김광현과의 승부에서 스텐딩 삼진을 당하는 순간 SK의 우승이 결정 난 것이다.


 삼성의 추격하는 점수가 나왔지만, 그것이 너무 늦게 나온 것이 문제였다.
삼성이 앞선 몇 번의 득점 기회를 살릴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추격하는 점수가 빨리 나왔었다면 게임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막아내는 것 또한 SK의 힘이다.



< 8회말, 조영훈의 타석에 대타를 넣었더라면? >

 경기가 끝난 뒤 삼성의 승리를 기대했던 많은 야구팬들이 아쉬움과 의아함을 표시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삼성이 첫 득점에 성공한 직후인 4대 1스코어의 8회말 투 아웃 만루 상황에서 조영훈이 타석에 들어서는 장면이었다.

 당시 마운드에는 국내 최고의 좌완 투수인 김광현었기에 많은 야구팬들은 좌타자인 조영훈을 대신해 우타자를 투입시키는 용병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강봉규라는 좋은 우타자가 존재하였기에 그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타석에는 조영훈이 그대로 들어왔고,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뒤 연속 두 개의 헛스윙을 하며 무기력하게 추가 득점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리고 강봉규는 9회말 투 아웃 주자 2루의 상황에서 이영욱을 대신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김광현을 상대로 적시타를 뽑아냈다.

 사실 개인적으로 생각해도 8회말 공격에서 조영훈을 대신해 강봉규를 넣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처음부터 강봉규가 경기에 나오지 못할 컨디션이었다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9회말 공격에서 대타로 들어선 것을 보면 컨디션과는 무관한 문제다.
그리고 포지션도 역시 조영훈이 빠지게 되면 1루수가 문제가 되는 것이었다면 지명타자였던 박석민을 1루로 돌리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다고 조영훈에 대한 기대를 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는 이날 경기에서 조영훈이 보여준 활약이 형편없었다. 2회말 원 아웃 주자 3루의 상황에서는 희생타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5회말 무사 1루의 상황에서는 병살타를 기록했으며, 7회말 공격에서는 무사 주자 1, 2루의 상황에서 3루수 파울플라이를 기록했다.



< SK의 우승, 축제의 장을 망친 사건들 >

 한국시리즈 4차전을 끝으로 SK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준 PO와 PO에서 느낄 수 있었던 흥미진진함이 부족했기에 '흥행에는 실패한 한국시리즈'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한 팀의 우승을 재미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비록 적지에서 우승컵을 차지하게 되었지만, SK는 우승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SK가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여러 가지 논란거리가 발생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우승의 기쁨을 만깍히는 SK선수들의 사진에서 어둠을 느낄 수 있다. (사진출처:Osen)

- 꺼져버린 1루측 조명등

 SK팬들이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은 SK의 선수들과 코칭스텝들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 대구구장의 1루측 조명등이 꺼진 점이었다.

 대구구장은 보편적인 구장과는 달리 1루측에 원정구단의 벤치가 존재하기에 경기가 SK의 선수들은 1루측 관중석 앞에서 우승에 대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1루측 조명등이 꺼진 것이었다.
일부의 흥분된 SK팬들은 이것이 우승 트로피를 SK에게 내준 삼성의 쪼잔한 복수라고 말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1%도 존재하지 않지만, SK를 응원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대구구장의 시설을 관리하는 직원의 단순 실수일 겠지만, 좀 더 철저한 관리가 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트로피를 받고 있는 김상수 (사진출처:Osen)

- 김상수가 받은 2위 트로피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시상식 장면에서 나왔다.
2위팀을 시상하는 자리에 삼성의 막내 격인 김상수만이 참석하여 2위 트로피를 받은 것이었다.

 이 장면을 지켜본 야구팬들은 삼성의 행동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홈 구장에서 우승을 다른 팀에게 내준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당한 대결을 펼친 끝에 나온 결과라면 우승팀에 대한 축하도 할 줄 알아야 하며, 또 자신들이 받게 되는 2위의 트로피 역시 다른 팀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시상식이 끝난 뒤 나온 삼성 선수들은 SK의 우승이 확정되자 곧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가 참패의 안타까움을 달랬다. '경기 뒤 이어진 시상식에서도 막내인 김상수가 대표로 나와 준우승 트로피를 들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지난해까지는 준우승 팀 선수들도 전원이 그라운드로 나와 시상식에 참가했으나, 올해부터는 대표 선수 한명만 참가해 트로피를 받기로 했다. KBO 관계자는 “패한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너무 오래 두는 것도 매너가 아니라는 여론이 많아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밝혔다.' 라는 기사를 통해 김상수가 혼자 트로피를 받은 이유를 설명하였지만,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감독과 주장 혹은 진갑용과 같은 고참선수가 그 자리를 대신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삼성팬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팬이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