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

롯데, 3억원의 족쇄를 이겨내는 선수가 되길




 의외의 액수다.
야구팬들의 이목이 임태훈의 대표팀 승선 소식에 쏠려 있었던 10월 27일 오후, 롯데팬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기사 하나가 나와왔다.
그것은 바로 롯데 강영식의 FA 신청 철회와 2011시즌 연봉에 관한 기사였다.



< 강영식의 FA 신청 철회와 3억의 연봉 >

 강영식이 FA 신청을 철회했다.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의 가치를 알고 싶다.', '일본 가고 싶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FA 신청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던 강영식이 돌연 FA 신청을 철회한 것이다.

강영식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강영식, 의외(?)의 FA 신청 선언

 사실 강영식의 경우 FA 신청 자체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팬들이 많았다.
열성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시즌 후반부터 강영식의 FA 신청 여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부상 재활 등의 이유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그가 이번 기회에 FA 선언을 할 것이라 생각했던 팬이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강영식의 성적을 보면, '렌디영식'이라는 별명 값을 했던 2008시즌 이후 두 시즌 동안 그는 임팩트 있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 특히 올 시즌의 경우에는 시즌 초반과 준 PO에서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리고 강영식을 평가하는 것에 있어 좌완 불펜투수라는 것이 그나마 이점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올 시즌 우타자를 상대하며 기록한 성적(피안타율 0.207, 출루율 0.291)에 비해 좌타자를 상대로 기록했던 성적(피안타율 0.283, 출루율 0.364)이 좋지 않았다는 것은 좌완 불펜으로서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좌완 불펜'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점도 없어 보였다.



< 연봉 3억, 대박일까? 족쇄일까? >

 10월 27일 오후, 강영식의 FA 신청 철회의 기사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그 기사에는 강영식이 FA 신청을 철회하는 대신 2011시즌 연봉을 3억원으로 올려받게 되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강영식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연봉 3억원, '파격'을 넘어서는 대우

 이 기사의 내용에 많은 야구팬들은 충격을 받았다.
강영식의 FA 신청 철회에 대한 내용만을 보게 된다면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겠지만, 3억이라는 연봉이 문제였다.

 우선 짚고 넘어갈 내용이 있다. 강영식은 FA의 자격으로 3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하게 2010시즌 1억 2천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그가 시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하는 연봉협상에서 150%의 인상 폭을 기록하며 3억원의 연봉을 받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점은 지난 시즌 이후 마무리 투수로서 기대를 모았던 이정훈과의 연봉협상 과정에서 800만원을 아끼려(이정훈 8000만원 요구, 구단 최초 6600만원 제시 이후 이정훈이 연봉조정을 신청하자 7200만원 최종 제시) KBO 연봉조정 위원회의 중재를 받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파격'을 넘어서는 믿기 어려운 계약이었다.

 당장 올 시즌 연봉을 기준으로 각 구단의 비슷한 연차(강영식 10년 차)의 불펜 투수들을 비교해봐도 정대현(SK, 9년 차)가 2억 3천만원, 이승호(SK,10년 차) 1억 3500만원, 권혁(삼성,8년 차)이 1억 550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FA 계약이 아닌 상태에서 8개 구단 최고를 넘어서는 대우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강영식의 경우는 마무리 투수도 아니다.

강영식 2010시즌 성적 (자료:KBO홈피)

정대현 2010시즌 성적 (자료:KBO홈피)

이승호 2010시즌 성적 (자료:KBO홈피)

권 혁 2010시즌 성적 (자료:KBO홈피)

- 1년 뒤에는 족쇄가 될 3억원의 연봉

 그럼 이 계약이 가지는 의미는 뭘까?
3억원의 연봉을 받게 된 강영식은 좋기만 할까?

 우선 지금 당장만을 생각한다면 1억 2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연봉이 수직 상승한 강영식으로서는 행복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강영식에게 더 이상의 FA 기회는 없을지도 모른다.
즉, 당장 3억원의 2011시즌 연봉을 받게 된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FA 신청을 철회함으로써 다시 FA 선언을 할 수 있는 정확히 일 년 뒤에는 3억원이라는 연봉이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영식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얼마 전 강영식이 FA를 선언할 것이라는 의사를 보였을 때도 롯데팬을 비롯해 8개 구단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과연 강영식을 원하는 구단이 있을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최근 2년간 그가 보여준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 기본적인 이유였다.
그리고 성적 이외의 다른 변수들은 그의 FA 신청에 대해 더욱 불안한 시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강영식의 성적이 특급 수준은 아니지만 좌완 불펜이라는 희소성이 존재하기에 조금은 기대를 해볼 만도 하지만, 보상선수를 내주면서까지 FA 영입을 할 수준의 선수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롯데를 제외한 7개 구단 팬들의 반응이었다.
강영식의 성적 이외에도 보상선수라는 불공정한 FA 제도가 그의 발목을 잡는 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 시즌 FA 선언을 하였다면 그를 영입하는 구단에서는 3억 6천만원(FA 보상 규정, FA선수를 영입하는단은 영입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300% + 보호선수 18인 이외의 선수 1명 or 영입선수의 전년도 연봉 400%를 원 구단에 지불해야한다.)으로 FA 보상금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올 시즌 FA를 포기한 그가 2011시즌을 올 시즌과 비슷한 성적으로 마무리한 뒤 FA 선언을 한다면 그를 영입하려는 구단은 9억이라는 보상금을 줘야 하기에 보상 금액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그를 영입하려는 구단은 찾기 힘들 것이다.

강영식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구단의 생각은?

 야구팬들이 이번 계약과정에서 '강영식의 연봉'만큼 크게 놀란 부분은 '롯데의 발 빠른 행보'이다.
짠돌이 구단으로 유명한 롯데가 과감한 연봉인상을 해주고 또 빠른 계약을 성사시킨 것에 놀란 것이다.

 그럼 롯데가 이렇게 발빠른 행보를 보인 이유는 뭘까?
강영식이 특급 좌완 불펜 투수로 분류되기는 어렵지만 구단의 입장에서는 그가 팀에 없다는 것은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현재 롯데의 투수진에서 좌완 불펜은 강영식과 허준혁만이 존재하고 허준혁의 경우에는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선수지만 아직까지는 1~2년의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즉, FA로서 강영식에게 큰돈을 안겨주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다른 팀이 강영식을 FA선수로 영입하는 것을 지켜볼 수만도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실제 FA 보상금의 부담이 크지 않은 강영식을 영입하자는 이야기가 롯데를 제외한 1~2팀의 팬들 사이에서 나왔던 상황이었다.

 그럼 3억이라는 큰 금액은 뭘 의미할까?
우선 롯데가 3억이라는 큰 금액을 강영식에게 안겨준 것은 매력적인 연봉제시로 빠른 계약을 함으로써 타 구단과의 접촉을 막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보다는 2011시즌 이후를 내다봤을 가능성이 높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강영식의 차후 FA 선언을 완벽하게 막겠다는 의도를 생각해야 한다.
강영식이 2011시즌에서 올 시즌과 비슷한 성적을 내게 된다면 9억이라는 보상금과 1명의 보상선수를 생각했을 때 그를 영입할 FA로 영입할 구단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롯데는 강영식을 최소 2012년까지 롯데에 묶어둘 수 있다. (내년시즌 강영식이 엄청난 성적을 내지 않는다면 롯데는 강영식의 연봉을 대폭 삭감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만약 강영식이 올 시즌을 뛰어넘어 2008시즌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내게 된다면 당연히 타 팀에서는 그에 대한 FA영입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타 구단이 강영식을 영입하려고 하더라도 최소 4억 정도의 연봉을 제시해야만 그를 영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2011시즌 3억을 받은 강영식이 3억의 연봉에 타 팀으로 이적할 리는 없다. 타 팀에서 강영식을 영입하려면 최소 '보상금 9억 + 보호선수 + 4억 정도의 강영식 연봉'을 생각해야 한다.) '성적이 좋은 강영식'을 팀에 잡아 둘 수 있는 보호막이 될 수 있다.
만약 롯데가 강영식을 다른 팀에게 빼앗기게 되더라도 올 시즌 FA로 다른 팀에게 내주는 것보다 훨씬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기에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다.


 즉, 롯데가 강영식에게 주는 2011시즌의 3억 연봉은 차후의 FA 선언 봉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강영식의 FA 선언을 동시에 대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 마무리하면서..>

 이번 계약에서 구단이 가지고 있는 의도를 강영식은 몰랐을까?
아니다. 팬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를 선수 본인이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영식이 FA 신청 의지를 꺾고 이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강영식 본인도 FA 신청을 하더라도 다른 팀의 콜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하지 못했고, 혹여 콜이 오더라도 3억 이상의 대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팬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많은 연봉을 받길 응원한다.
그런 면에서 강영식이 3억이라는 연봉을 받게 된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이후 그가 3억이라는 족쇄에 묶어 노예(?)가 될까 우려스럽기만 하다.

 결국, 강영식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다.
본인도 3억이라는 금액이 자신에게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며, 자신이 그 족쇄에 묶이지 않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할 것이다.
그가 내년 시즌 이후 당당히 FA 선언을 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