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

롯데, KBO역사 29년만에 나온 이대호의 대기록과 이것을 망친 롯데의 불펜


연속 경기 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한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어떤 스포츠든 팀이 멋진 경기와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 그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직접 관전하기 위해 운동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8월 12일 롯데의 사직구장의 모습이 그랬다.
무더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8월 12일의 사직구장은 롯데를 응원하기 위한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외출을 하기에도 쉽지 않은 날씨와 평일 저녁이라는 조건 속에서도 만원에 가까운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것은 11일 경기에서의 대승과 연속경기 홈런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이대호의 활약과 연관이 있었을 것이다.



< 8월 12일 경기 리뷰 >

 8월 12일 경기에서 롯데가 선발투수로 내세운 선수는 송승준이었다.
후반기 두 경기에 등판하여 각각 7이닝과 7 1/3이닝의 투구를 하며 3자책점을 기록했던 송승준은 지금 현재의 롯데 선발진에서 경험과 모든 면을 조합하였을 때 팀의 에이스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였기에 그만큼 팀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반면 삼성이 선발투수로 내세운 선수는 차우찬이었다.
삼성의 좌완 기대주(?)인 그는 불펜에서 아주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선발투수로 등판하였을 때는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여 일부 삼성팬들에게 '불펜 류현진'이라는 호칭을 받기도 하였지만, 최근에는 선발투수로 등판한 6경기에서  5승을 기록하며 아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상태였다.

8월 12일의 송승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초, 박석민에서 투런 홈런을 허용한 송승준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했던 송승준은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경기의 시작과 동시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송승준은 첫 상대인 조동찬과의 승부에서 제구력에 문제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조동찬을 상대로 초구 볼을 던지더니 두 번째 공에는 몸에 맞는 볼을 던진 것이다. 오정복에게 보내기 번트를 허용하는 순간까지도 송승준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제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의 중심타선을 상대한다는 것은 큰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송승준은 11일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박석민을 상대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한 한복판 직구를 던졌고, 이 공이 박석민의 노림수에 걸려들며 좌익수 뒤 펜스를 넘기는 큼지막한 투런 홈런이 되고 말았다.


 1회초 수비에서 보였던 송승준의 투구는 팬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안길 수밖에 없었다.
송승준의 경우 1회초 수비에서 제구력의 문제를 노출시켰을 뿐만 아니라 구위도 역시 상대를 윽박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1회말, 홈으로 들어오고 있는 김주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1회말, 단타 3개와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든 롯데

 1회초 수비에서 홈런포 한 방으로 2실점을 허용한 롯데는 곧바로 이어진 1회말 공격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롯데의 1회말 공격을 이끈 선수는 1번 타자 김주찬이었다.
김주찬은 2-1의 볼카운트 승부에서 3루수 앞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며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하였다. 김주찬의 안타는 빗맞은 타구가 3루 쪽으로 굴러간 것이었지만 김주찬이 빠른 발을 활용하여 만든 안타였다.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하자 롯데의 선수들을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김주찬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조성환은 1-1의 볼카운트에서 낮게 제구 된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안타를 만들었고, 무사 주자 1, 3루의 타점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타점왕 홍성흔은 1-2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차우찬의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 쳤고, 우중간 안타를 만들어내며 3루에 있던 김주찬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홍성흔의 안타로 첫 득점에 성공하며 2대1의 스코어를 만든 롯데의 두 번째 득점은 안타 없이 희생플라이 하나로 만들어냈다.
홍성흔의 안타로 무사 주자 1, 3루의 계속되는 찬스를 이어가게 된 롯데는 믿었던 이대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약간의 불안함을 느껴야했지만 오랜만에 5번 타순에 배치 된 강민호가 문제를 해결해 냈다.
강민호는 어떻게든 외야로 공을 보낼 수 있는 타격을 시도했고, 그 결과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는 깊숙한 희생플라이를 성공시키며 동점 타점을 만들어냈다.


 1회말 롯데의 공격을 지켜본 뒤 느꼈던 점은 11일 경기에 이어 롯데의 타자들이 절정의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비록 이대호가 중요한 찬스에서 삼진으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이 보여준 공격의 집중력은 아주 좋았다.

롯데만 만나면 펄펄나는 조동찬 (사진출처:삼성라이온즈홈피)

- 3회초, 또 다시 롯데의 천적이 된 조동찬과 오정복

 2대2의 스코어로 동점을 이루고 있던 두 팀의 점수는 삼성이 3회초 공격에서 점수를 뽑아내며 균형이 깨어졌다.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던 송승준은 3회초 수비에서 롯데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조동찬, 오정복을 이겨내지 못하며 위기를 맞이하고 말았다.
송승준이 삼성의 선두타자 조동찬에게 1-2의 볼카운트에서 좌전 안타를 맞은 것에 이어 다음 타자인 오정복에게도 같은 볼카운트에서 같은 코스의 안타를 허용한 것이다.

 연속 두 개의 안타로 무사 주자 1, 3루의 위기에 몰린 송승준은 첫 승부에서 홈런을 허용했던 박석민과의 승부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1-1의 볼카운트에서 우전안타를 허용하며 3루 주자였던 조동찬에게 홈플레이트를 내줬고, 거기에 가르시아의 실책까지 더해지면서 상대선수들이 모두 한 베이스씩 더 진루를 하게 만들었다.

 송승준은 박석민의 1타점 적시타 이후의 채태인의 2루 땅볼과 최형우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각각 1점씩을 추가로 내주며 3회초 수비에서만 3점이라는 점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오정복과 조동찬의 롯데 상대 성적 (자료:statiz)

 3회초 수비에서는 가르시아의 수비 실책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만약 당시 가르시아가 실책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주자는 1, 2루에 머물게 되었을 것이고, 채태인의 2루 땅볼에 병살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고, 그 다음 나온 최형우의 희생플라이는 그냥 범범한 외야플라이 아웃으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른 베팅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타구가 나왔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홈런을 기록한 뒤 팬들의 환호에 감사를 표현하고 있는 조성환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3회말, 조성환의 솔로 홈런

 3회초 수비에서 실책 등이 겹치며 3실점하였던 롯데는 곧바로 이어진 3회말 공격에서 추격의 점수를 뽑아냈다.


 3회말 공격에서 뽑아낸 추격점의 주인공은 롯데의 캡틴 조성환이었다.
조성환은 김주찬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원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삼성의 투수 차우찬과의 끈질긴 승부를 펼치고 있었다.

 조성환과 차우찬의 끈질긴 승부는 아홉번째 공에서 결판이 났다.
2-3의 풀카운트에서 몸 쪽으로 파고들어오는 공을 잡아당긴 조성환의 타구는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아갔고, 좌익수 뒤 관중석 상단에 떨어지는 홈런이 되었다.


 3회말에 나온 조성환의 홈런은 상대에게 3점이라는 큰 점수를 내준 뒤 바로 다음 공격에서 추격점을 만들어낸 홈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송승준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좌) 허준혁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5회초, 결국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송승준

 3회초의 3실점 이후 4회초 수비에서 조금은 나아진 듯한 투구를 보였던 송승준은 5회초 수비에서 또 다시 실점을 허용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송승준이 5회초 수비에서 실점을 하게 된 것은 앞선 두 번의 승부에서 투런 홈런과 1타점 안타를 허용했던 박석민과의 세 번째 승부가 또 다시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송승준은 5회초 원 아웃 상황에서 박석민과의 세 번째 승부를 펼쳤고, 이 승부에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고 말았으며,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중견수의 송구가 타자주자를 맞고 굴절 되면서 주자를 3루까지 내보냈다.
란 명의 타자에게 연속 3개의 안타를 맞아 집중력이 떨어진 송승준은 결국 다음 타자였던 채태인에게도 중견수 앞 안타를 맞아 또 다시 실점을 하고 말았다.

 4 1/3 이닝 동안 6자책점을 기록했던 송승준은 원 아웃 주자를 1루에 둔 상황에서 마운드를 좌완 투수 허준혁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마운드를 교체하였을 때 로이스터 감독은 송승준이 남긴 주자를 다음 투수들이 막아주길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허준혁은 앞선 투수가 남긴 주자에게 홈플레이트를 허용하고 말았다.
허준혁은 첫 상대였던 최형우를 상대로 삼진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폭투를 던져 주자를 2루까지 내보냈고, 이후 신명철과의 승부에서 좌익수 오른쪽 안타를 허용하며 누상에 있던 채태인에게 홈플레이트를 내주고 만 것이다.


 롯데의 5회초 수비를 보면 송승준과 허준혁에 대항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삼성의 타자들이 좋은 타격 컨디션과 집중력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채태인이 기록한 안타의 경우 아주 잘 제구 된 공이었음에도 타자가 뛰어난 감각으로 안타를 만들어냈다.

조성환의 수비 장면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5회말, 조성환의 2루타와 이대호의 희생플라이로 만든 1득점 

 투수진의 계속되는 실점으로 타자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만도 했지만 롯데의 주장 조성환은 오히려 더 높은 집중력의 공격을 펼치며 왜 자신이 롯데의 주장인지를 증명했다.


 5회말 공격에서 조성환은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조성환은 삼성의 투수 정현욱과 5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고, 2-2의 볼카운트에서 몸 쪽 빠른공을 받아쳐 좌익수 왼쪽 2루타를 만들어냈다.

 선두타자로 2루타를 치며 출루에 성공한 조성환을 홈으로 불러들인 것은 이대호의 희생플라이였다.
홍성흔의 유격수 땅볼로 주자가 3루까지 진출한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는 깊숙한 희생플라이를 만들어냈고, 이 타구로 3루에 있던 조성환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대호가 7경기 연속 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하는 장면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7회말, 이대호의 7경기 연속 홈런과 강민호의 백투백 홈런

 7대4의 스코어로 3점차 리드를 당하고 있던 롯데는 7회말 공격에서 2개의 홈런이 터져 나오면서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냈다.


 7호말 롯데 공격의 포문을 연 선수는 이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던 조성환이었다.
김주찬이 투수 라인드라이브로 물러난 원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조성환은 2-3의 풀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제구 되는 공을 가볍게 밀어 쳐 주전안타를 만들며 출루에 성공했다.

 앞선 경기까지 6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최다경기 연속 홈런의 타이기록을 만들었던 이대호는 7회말 투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안지만이 던진 몸 쪽 빠른공 초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쳐 좌익수 뒤 펜스 상단에 떨어지는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이대호가 시즌 36호 홈런을 기록함과 동시에 7경기 연속 홈런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대호의 투런 홈런으로 3점의 점수 차를 1점으로 좁힌 롯데의 또 하나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운동장 전체의 관중들이 이대호의 기록에 열광하고 있는 가운데 1-1의 볼카운트에서 이대호와 비슷한 코스의 공을 잡아당겨 같은 위치에 공을 떨어트려 극적인 동점을 만든 것이다.


 이대호가 7회말에 기록한 시즌 36호 홈런은 지난 8월 4일 두산전부터 이어진 연속경기 홈런의 기록을 6경기에서 7경기로 늘리는 홈런으로 30여년의 세월을 자랑하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처음으로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8월 12일 임경완 투구모습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9회초, 최악의 불펜이 상대에게 내준 3실점

 양 팀의 마지막 공격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경기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롯데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대부분의 팬들은 롯데가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최악을 자랑하는 롯데의 불펜이었다.


 9회초가 시작되자 마운드는 강영식에서 이정훈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른 이정훈은 삼성의 선두타자 조동찬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하며 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정훈은 조영훈에게 희생번트를 내준 뒤 박석민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를 잘 넘기는 듯 했다.
삼성의 다음 타자가 최근 경기에서 1할 대의 타율을 기록하며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는 이영욱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동찬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이정훈의 모습을 지켜본 뒤 팬들이 느낀 불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정훈은 최근 경기에서 최악의 슬럼프를 겪고 있는 이영욱과의 대결에서 승부를 결정내지 못하고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이영욱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는 모습은 바로 다음 장면을 뻔히 예상할 수 있게 하였다.
1할대의 빈타에 허덕이고 있는 타자와의 승부도 피하는 투수가 팀의 4번 타자나 다름없는 최형우와의 적극적인 승부를 펼칠리 만무했다.
결국 이정훈은 투 아웃 주자 2루 상황에서 두 명의 타자를 볼넷으로 연속 출루시켜 만루의 상황을 만든 뒤 마운드를 다음 투수에게 넘겼다.

 이정훈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임경완은 삼성의 타자들을 막지 못했다.
0-1의 볼카운트에서 마운드를 물려받은 임경완은 초구에 파울을 유도하며 1-1의 볼카운트를 만든 뒤 두 번째 공이 바깥쪽 높게 제구 되면서 2타점 2루타를 허용했고, 박한이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며 진갑용과의 승부를 선택하였지만 중전 안타를 맞아 추가로 1실점을 더 하고 말았다.


 3실점을 허용한 롯데의 9회초 수비에서는 롯데의 불펜이 왜 최악의 불펜일 수밖에 없는지를 확실하게 보였다.
시즌 초반까지 로이스터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마무리 투수로 낙점 받았던 두 투수가 나란히 마운드에 올라 저질스러운 경기를 펼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최악의 불펜 조합으로 보일 것이다.

7회말 이대호에 이어 백투백홈런을 기록하는 강민호의 모습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9회말, 마지막 기회를 잡았지만 3점이라는 점수 차는..

 롯데는 9회말 공격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도 역시 조성환의 활약이 빛났다. 


 3점차로 삼성에게 뒤지고 있던 롯데는 9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조성환이 우익수 오른쪽 펜스 상단을 맞추는 안타를 만들어냈고, 홍성흔도 역시 상대의 초구를 공략해 좌전 안타를 만들며 무사 주자 1, 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롯데는 더 이상의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만약 롯데가 1점 차로 뒤지고 있었다면 1점 정도는 쉽게 점수를 뽑을 수 있었겠지만, 롯데에게 필요한 최소의 점수는 3점이었고, 3점이라는 점수를 뽑아내야하는 롯데선수들의 입장에서는 큰 것을 머릿속에 그릴 수밖에 없었다.


 패배하는 경기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지만 8월 12일 경기의 패배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생각 된다.
이대호의 엄청난 기록, 캡틴 조성환의 5타수 5안타 맹활약, 강민호의 백투백 홈런, 모든 것이 아쉽기만 하다.



< 7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만든 이대호 >

 2010시즌 프로야구가 시작되기 전, 롯데의 이대호는 올 시즌의 목표로 '30홈런과 120타점'을 말하곤 했었다.
그가 프로야구 활동을 하면서 기록한 한 시즌 최고 성적인 29개(2007년)의 홈런과 100타점(2009년)의 기록을 넘어서는 최고의 기록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신기록 달성으로 로이스터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는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개인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뒤 이어지고 있는 연속경기 홈런

 이대호는 자신이 올 시즌 목표로 하였던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8월 4일 두산전에서 갈아치웠다.
그동안 최고 기록이었던 29개의 홈런을 8월 4일 두산전에서 30개로 늘린 것이다.

 이대호는 자신의 한 시즌 최고 홈런 기록을 갈아치우며 부담감에서 벗어난 것일까?

 8월 4일의 홈런 이후 이대호는 8월 11일 경기에서 최다경기 연속 홈런의 타이기록을 수립하더니 8월 12일 경기에서 또 하나의 홈런을 기록하며 최다경기 연속 홈런의 기록 명단에 자신의 이름 하나만을 올리게 되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그 누구도 밟지 못한 고지를 이대호는 밟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도전은 '7'이라는 숫자에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8'혹은 그 이상의 숫자까지 열려있기에 팬들은 더욱 큰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이대호 현재 성적과 시즌 최종 예상 (자료:statiz)

- 이대호 올 시즌 홈런의 기록 예상은?

 불과 일주일 전, 각 팀의 타격코치들을 대상으로 이대호의 40홈런에 대한 설문을 내놓았을 때 그가 40홈런을 기록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이들보다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던 전문가들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의 집중 견제는 심해질 것이고, 이대호 본인도 팀의 승리를 위해 스윙의 크기를 줄여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40홈런에 대한 도전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호는 일주일 동안 7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면서 40홈런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과 동시에 팀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기를 바탕으로 한 통계치에는 올 시즌 이대호의 홈런 개수는 46개가 될 것이며 그가 목표로 하는 타점도 역시 120타점을 훨씬 뛰어넘어 137타점의 기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과연 그는 올 시즌이 끝난 뒤 어떤 성적표를 손에 들고 있을까?
통계적 수치를 넘어선 기록? 아니면 그보다는 조금 부족한 기록?
무엇이 되었든 이대호의 앞으로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롯데라는 팀을 떠나 야구팬으로서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 이대호의 대기록의 기쁨을 반감시킨 최악의 불펜 >

 8월 12일 예정되었던 프로야구의 경기 중 문학과 잠실에서 펼쳐지기로 되어있던 2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었고, 그런 이유로 인해 롯데와 삼성의 경기를 관전하는 야구팬들이 꽤나 많았다. (삼성을 견제하고 있는 SK의 팬, 삼성의 2뤼 자리를 빼앗으려하는 두산의 팬, 롯데와 여전히 4위 싸움을 하고 있는 LG의 팬, 그들이 롯데와 삼성의 경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8월 12일의 경기가 끝나고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는 이대호의 대기록에 대한 이야기와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롯데가 아닌 다른 팀의 팬들도 이대호의 활약에 놀랍고 대단하다는 평을 올리곤 했다.

 하지만 이대호의 활약보다 다른 팀 팬들에게 더 큰 공감을 얻은 것은 롯데 불펜에 대한 이야기였다.
롯데와 삼성의 경기를 지켜보던 SK와 두산의 팬들은 자신들의 팀에서 비중이 낮은 불펜투수라도 임대를 보내고 싶고, 그 선수가 롯데에 가면 지금의 롯데 불펜진 보다는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롯데의 불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8월 12일 한 경기만으로 다른 팀들의 팬들에게 확실히 인식시킨 것이다.

이정훈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임경완 보다 더 큰 문제는 이정훈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정훈의 투구에 대한 비판보다 임경완에 대한 비판이 더 많음을 보고 작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동시에 '임경완이 정말 많이 잘못하기는 했나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8월 12일 경기에서 두 선수가 모두 좋지 않은 경기를 펼쳤지만, 패배에 대한 책임은 임경완 보다는 이정훈이 더욱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날 경기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인 선수는 이정훈이었다.

 9회초 투 아웃 주자 2루 상황에서 최근 4주 동안의 타율이 1할 7푼 대를 치고 있고 그 범위를 좁힐수록 1할 초반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영욱을 상대로 볼넷을 허용하는 장면은 최악이었다.
특히 볼넷을 허용했던 마지막 공이 직구 승부를 하려다가 컨트롤이 빗나갔다면 그냥 제구력 탓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가 이영욱을 상대로 2-2의 볼카운트에서 연속으로 선택한 공은 변화구 유인구였다.

 결국 이정훈은 최형우마저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만루 상황에서 신명철을 상대로 0-1의 볼카운트를 만든 뒤 임경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임경완이 안타를 맞으며 주자들에게 홈 플레이트를 허용하긴 했지만, 투 아웃 주자 2루 상황에서 1할 대의 최근 성적을 올리고 있는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다음 타자에게까지 볼넷을 허용한 이정훈의 잘못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 마무리하면서... >

 이대호의 대기록 달성이 되었음에도 8월 12일의 경기를 황당하게 패배하였더니 그 기쁨이 크게 반감 되었다.

 하지만 이대호의 대기록에 대한 기쁨을 즐길 기회가 끝이 난 것은 아니다.

 이대호의 연속경기 홈런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늘 8월 13일 기아전에서 또 다시 홈런을 기록하게 된다면 새로운 기록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날 경기에서 최악의 불펜 때문에 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함 롯데팬의 입장에서 8월 13일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이대호의 연속경기 홈런의 기록이 '8'로 늘어나고 팀이 승리를 챙기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