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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양준혁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했던 9월 8월 삼성전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무더위가 드디어 물러난 듯 보인다.
태풍 '말로'가 지나간 이후, 낮 시간에는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을 수 있으며, 아침과 저녁시간에는 쌀쌀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야말로 야구를 관람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한 낮의 햇볕에 달궈져 있던 스탠드의 열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하면서 느껴지는 시원함은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운동장을 달리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 9월 8일 경기 리뷰 >

 9월 8일 오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대구시민구장에서는 롯데와 삼성의 시즌 18차전이 벌어졌다.
이미 순위싸움에서 2위 자리를 확보한 삼성과 마지막 남은 한 장의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손에 쥔 롯데의 시즌 18차전은 두 팀의 승패보다는 어떠한 내용의 게임운영을 하느냐가 더욱 중요했다.

송승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경기초반, 팽팽했던 투수전

 두 팀의 시즌 18차전이 시작되고, 경기초반은 양 팀 선발투수들의 뛰어난 투구를 바탕으로 한 팽팽한 투수전으로 게임이 진행되었다.


 지난 2008시즌부터 삼성전 8연승을 이어오고 있던 롯데의 송승준은 이날 경기에서도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피칭을 이어갔고, 3회까지 각각 한 개씩의 안타와 사사구를 내주며 3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호투를 보였다. 특히 3회말, 손주인과 김상수에게 볼넷과 안타를 허용하며 맞이한 원 아웃 주자 1, 3루의 위기에서 이영욱과 박한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은 왜 그가 삼성전 8연승을 이어오고 있는지에 대해 확실한 증명을 하는 듯 했다.

 경기초반 호투를 이어간 것은 삼성의 팀 레딩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이 나이트를 퇴출시킨 이후 우승을 위해 영입한 팀 레딩은 메이저리그 시즌 10승 경험이 두 차례나 되는 투수로서 그동안 팬들의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 피칭을 보였다.
그는 직구의 뛰어난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3회까지 단 1개의 사사구만을 허용하는 호투를 보이고 있었다.


 롯데의 입장에서는 이 경기를 통해 팀 레딩의 호투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 될 것이다.
맞대결의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와 타자의 대결에서는 투수가 절대적으로 유리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에서 롯데가 포스트시즌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팀 레딩의 존재는 삼성의 그 어떤 투수들 보다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맞대결을 통해 롯데는 팀 레딩의 투구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감각을 익힐 수 있었을 것이다.

김주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치홈피)

- 4회초, 김주찬의 시즌 54번째 도루와 롯데의 선취 득점

 팀 레딩의 호투에 막혀있던 롯데의 타선은 4회초 공격에서 득점을 올릴 수 있었고, 이 득점은 양 팀에서 나온 첫 득점이기도 했다.


 롯데의 선취득점을 이끌어 낸 선수는 김주찬이었다.
김주찬은 4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고, 2-1의 볼카운트에서 높은 공을 받아쳐 팀의 첫 안타를 만들며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하였다.
김주찬의 활약은 선두타자 출루로 끝나지 않았다.
김주찬은 손아섭의 타석에 시즌 54번째 도루를 성공하며 2루까지 출루하였고, 손아섭의 좌익수 앞 안타에서 3루 베이스를 밟았다.

 3루까지 출루한 김주찬을 홈으로 불러들인 선수는 강민호였다.
조성환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이대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고,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는 안타를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팀 레딩의 낮게 제구 되는 변화구를 받아쳐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기록해 팀의 소중한 첫 득점을 만들어냈다.


 롯데가 4회초 공격에서 기록한 1득점은 아쉬움이 남는 점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가 타점, 타율을 비롯하여 타격 7관왕을 노리는 이대호라는 점은 아쉬움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6회초, 두 번의 실패는 없었던 이대호의 타점

 4회초 득점으로 1대0의 리드를 지키고 있던 롯데는 6회초 공격에서 팀의 두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롯데의 6회초 득점 과정은 선두타자 손아섭의 2루타로 시작이 되었다.
6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은 2-1의 볼카운트에서 타자의 머리 정도의 높이로 들어오는 바깥쪽 공을 밀어 쳐 좌익수 뒤 펜스 상단을 맞추는 2루타를 만들어냈고, 박준서의 희생번트에 3루 베이스를 밟았다.

 원 아웃 주자 3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두 번째 득점찬스를 놓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4회초 무사 만루의 찬스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던 이대호는 6회초 타석에 들어서 레딩의 공을 계속 파울로 만들었고, 2-2의 볼카운트에서 8구째 바깥쪽 낮은 공을 방망이를 던지듯 타격하여 1루수 뒤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롯데의 6회초 득점 장면은 이대호의 유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대호가 안타를 기록하는 장면을 보게 되면, 바깥쪽 낮은 공에 완전히 속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윙이 나가는 동작에서 자세를 바꾸며 공에 대한 타격을 성공시켰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준우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7회초, 전준우의 시즌 18회 홈런과 김주찬의 시즌 55호 도루

 2대0의 스코어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고 있던 롯데는 7회초 공격에서 솔로 홈런을 포함한 2득점을 만들어내며 투수들의 어깨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었다.


 롯데의 7회초 공격에서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린 선수는 전준우였다.
삼성의 바뀐 투수 권오준의 첫 상대가 된 전준우는 초구를 헛스윙 한 이후 두 번째 스트라이크 공을 흘려보내며 2-0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상태였지만, 세 번째 몸 쪽 낮은 곳으로 제구 되는 변화구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쳐 좌익수 뒤 펜스를 넘기는 솔로 홈런을 만들어냈다.

 롯데의 7회초 두 번째 득점은 김주찬의 원맨쇼로 만들어졌다.
정보명과 문규현이 각각 우익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난 투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은 권오준의 초구를 받아쳐 좌중간을 뚫는 2루타를 만들어냈고, 손아섭의 타석에서 바뀐 투수 백정현이 주자를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 3루 도루에 성공한 뒤 와일드 피치 상황에서는 홈을 파고드는 원맨쇼를 연출했다.


 이날 경기에서 롯데 공격의 장점은 득점 장면에서의 선두타자 활약이 좋았다는 것이다.
롯데가 득점을 올린 4, 6, 7회의 기록을 살펴보게 되면, 세 번의 공격 모두 선두타자의 활약이 뛰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의 선발투수였던 팀 레딩 (사진출처:KBO홈피)

- 7회말, 삼성의 2득점

 6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이며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던 송승준은 아쉽게도 7회말 수비에서 삼성에게 2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7회말 수비에 들어간 송승준은 선두타자인 박석민과의 승부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선두타자의 출루는 최대한 막아야 했지만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다.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송승준은 다음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연속안타를 내주며 첫 실점을 하였다.
박석민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에게 우익수 앞 안타를 맞았고,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강봉규에게는 초구에 좌익수 뒤 펜스 상단을 맞추는 2루타를 허용하면서 첫 실점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신명철의 타석에서는 유격수 땅볼 타구가 나오게 되면서 3루 주자에게 홈 플레이트를 내주고 말았다.


 7회말 수비에서 송승준은 2실점을 하였다.
호투를 이어오던 그가 실점을 허용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2실점 이후, 원 아웃 주자 2루의 상황에서 두 명의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은 팬들에게 통쾌함을 선물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김상수 (사진출처:삼성라이온즈홈피)

- 8회말, 김주찬의 성급한 판단으로 인한 실점

 7회말 수비에서 2실점하며 2점차 추격을 당하고 있던 롯데는 8회말 수비에서 김주찬의 미숙한 플레이가 나오면서 추가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7회말, 김주찬의 미숙한 수비는 선두타자의 타석에서 나왔다.
문제의 장면은 송승준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강영식이 상대의 선두타자 김상수에게 좌익수 앞 안타성 타구를 맞는 이후에 나왔다.
좌익수 수비를 펼치고 있던 김주찬이 이 타구에 대하여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였고, 김주찬의 시도가 어림도 없이 빗나가고 말았던 것이다.

 선두타자를 3루까지 출루시킨 상태에서 무실점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다.
강영식은 다음 타자였던 오정복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박한이에게 볼넷을 내주며 마운드를 내려왔고, 원 아웃 주자 1, 3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물려받은 김일엽은 첫 상대인 박석민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맞으며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롯데는 8회말 수비에서 박석민의 적시타로 1실점을 하였고, 두 팀의 스코어는 4대3이 되었다.
8회말 수비에서 나온 김주찬의 플레이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양 팀의 점수 차와 이닝과 관계가 있다.
두 팀의 점수 차는 2점에 불과했고, 경기는 8회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와야하는 수비는 마운드의 투수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수비다.
김상수의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경기를 패배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나오는 무모한 플레이는 팀에게 실점의 위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마운드의 투수에게도 불안감을 느끼게 만든다.



< 삼성과 롯데팬 모두의 마음을 흔들었던 양준혁의 등장 >

 롯데는 9회말 마지막 수비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롯데팬들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롯데의 승리보다 더욱 큰 기쁨을 준 사건은 양준혁이라는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양준혁의 통산 성적 (자료:스탯티즈)

- 한국 프로야구의 진정한 레젼드 '양준혁'

 양준혁이라는 선수는 야구팬이라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어떤 팀이든 상관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선수이다.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타자부분의 대기록들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통산 최다경기 출장, 최다 타수, 최다 홈런, 최다 안타, 최다 루타, 최다 2루타, 최다 타점, 최다 득점, 최다 사사구) 그는 한국프로야구의 진정한 레젼드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그는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좀 더 좋은 성적을 내기위한 타격 폼 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였고(이 부분은 이승엽을 통해 배운 자세라고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서 그 것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 항상 그 결과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모든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였다.

양준혁 (사진출처:삼성라이온즈홈피)

- 은퇴를 선언한 양준혁

 그런 그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하였다.
많은 야구팬들이 아직도 그의 실력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으며, 최소 몇 년은 더 변함없는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태지만, 그는 과감하게 자신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은퇴를 결정한 것이다.

양준혁 선수를 찾아가 덕담을 주고 받는 로이스터 감독 (사진출처:방송화면캡처)

- 롯데팬에게도 양준혁의 등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

 9월 8일 경기의 9회말, 7번 타자 현재윤의 타석에서 대타교체의 시그날이 나가고, 3루측 삼성의 벤치에서 양준혁 선수가 몸을 풀기 시작하자 대구구장의 관중석에서는 그어느때보다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양준혁선수 아버지의 모습과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삼성 열혈팬들의 모습은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도 큰 감동을 전해주고 있었다.

 물론 이날 경기가 양준혁 선수의 마지막 경기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올스타전 이후 은퇴를 발표하였고, 그 이후 단 한 번도 경기에 출장하지 않고 있던 양준혁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기에 눈물을 팬들을 향해 '오바스럽다'며 독설을 퍼부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경기가 끝난 뒤,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삼성팬들뿐만 아니라 롯데팬들도 양준혁 선수의 경기 출전에 대한 감정을 나타낸 글들을 많이 올리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롯데팬의 입장에서는 이 경기기 롯데 경기를 통해 양준혁 선수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마지막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양준혁 선수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너무나 기쁠 수밖에 없었다. (롯데와 삼성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지만, 양준혁 선수의 은퇴 경기는 9월 19일로 예정 된 상태이며, 롯데와 삼성의 시즌 마지막 경기는 그 이후에 펼쳐지게 된다.)

 경기가 끝난 뒤 로이스터 감독이 양준혁을 찾아가 포응을 하고 덕담을 주고 받는 모습에 롯데팬들의 마음이 뭉클해졌다. 팬으로서 우리가 하고 싶었던 행동과 덕담을 로이스터 감독이 대신 해줬기 때문일 것이다.



< 마무리하면서.. >

 올 시즌, 평년에 비해 유난히도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선언하는 느낌이다.
평소에도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하며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올 시즌의 경우 구대성과 양준혁처럼 한국야구의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선수들이 차례로 은퇴를 선언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은퇴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팬의 입장에서 이렇게 위대한 선수들이 은퇴를 선언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것이고 또, 마음 한구석에서는 허전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XX도 없는데 무슨 재미로 야구를 보나?'라는 푸념 섞인 이야기도 한다.

 이제 그들의 호쾌한 타격과 마운드를 압도하는 투구를 볼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