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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광저우 대표팀 발탁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날려버린 장원준




 9월 9일의 오후, 전국의 많은 롯데와 LG의 팬들은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언제나 많은 이슈를 만들었던 '엘꼴라시코 더비' 즉, 롯데와 LG의 시즌 마지막 경기의 시작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9월 9일 경기 리뷰 >

 9월 9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롯데와 LG의 시즌 마지막 경기는 양 팀 좌완 에이스들의 대결로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 시즌 이후 직구구속의 저하로 인해 LG팬들의 걱정을 한몸에 받았으나 여전히 노련하고 위력적인 피칭을 보이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봉중근과 올 시즌 올스타전을 전후로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자신의 기량을 찾지 못하고 있던 장원준의 대결은 봉중근의 우위를 예상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장원준 (사진출처:KBO홈피)

- 1회, 봉중근과 장원준의 전혀 다른 출발

 양 팀이 한 번씩의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은 1회, 각 팀의 선발투수들은 전혀 다른 투구 내용을 보였다.
 

 두 투수 중 먼저 마운드에 오른 봉중근은 롯데의 타자들을 압도하는 피칭을 보였다.
9일 만에 마운드에 오른 탓인지 봉중근의 직구 구속은 올 시즌의 평균구속을 5km 이상 높아져 있었으며, 빠른 공 속에 섞어 던지는 너클커브와 체인지업은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가 허공을 가르게 만들었다.

 반대로 롯데의 선발투수였던 장원준은 선두타자 이대형을 상대로 2-0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뒤 제구력 문제를 나타내며 볼넷을 내줬고 바로 다음 타자 였던 박경수에게도 안타를 허용하는 등 후반기의 앞선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원 아웃 주자 2, 3루의 상황에서 조인성을 고의사구로 내보내고 박병호와의 승부에서 병살타를 유도하는 모습은 다음 이닝에 대해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한 번씩의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은 1회에 봉중근은 롯데의 타자들을 3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장원준은 LG타자들을 상대로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원 아웃 만루의 위기에 몰리기도 하였다.
이때만 하더라도 두 선발투수의 대결은 봉중근의 승리가 확실할 것으로 보였다.

LG의 선발투수 봉중근 (사진출처:LG트윈스홈피)

- 2~5회, 안정을 찾은 장원준과 팽팽한 투수전

 1회말 수비에서 제구력에 문제를 보이며 불안한 투구를 했던 장원준은 2회말 수비부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양 팀 선발투수들의 팽팽한 투수전이 전개되었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장원준이 2회말 수비부터 안정된 피칭을 보이기 시작했다.
1회말 원 아웃 만루의 위기에서 박병호를 상대로 병살타를 이끌어낸 것이 장원준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가지게 만든 것으로 보였다.
우타자 바깥쪽 직구의 제구가 좋아지기 시작했으며, 결정구로 사용하는 변화구들 또한 낮은 곳에서 좋은 각도를 그렸다. 특히 올 시즌부터 장착하여 사용하고 있는 서클체인지업은 상대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데 유용하게 쓰였다.

 장원준이 투구에 안정을 찾으며 호투를 이어가는 동안 봉중근도 역시 계속되는 호투를 보였다.
1회 롯데의 타자들을 상대로 3연속 삼진을 뽑아냈던 봉중근은 2~5회에도 마찬가지로 위력적인 너클 커브를 바탕으로 한 호투를 이어나갔으며, 수비 실책 등으로 맞이한 위기상황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롯데의 장원준이 2~5회까지 상대에게 내준 안타는 단 1개(사사구 1개)에 불과했으며, 당연히 이렇다 할 위기 또한 없었다.
반면 LG의 봉중근의 경우 같은 이닝 동안 1개의 안타와 2개의 사사구만을 내주는 호투를 보인 것은 장원준과 마찬가지였지만, 수비 실책이 2개나 나왔고, 그 중 한 개의 실책은 무사 주자 2루의 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5월 2일 KIA와의 홈 경기에서 끝내기 안타를 만들었을 당시 장성우의 모습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6회초, 공격패턴 변화로 득점에 성공한 롯데

 5회초 공격까지 봉중근의 호투에 막혀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롯데는 공격패턴의 변화를 시도하며 6회초 첫 득점에 성공했다.


 6회초 롯데 공격의 포문을 연 선수는 장성우였다.
5회까지 팀의 유일한 안타를 기록하고 있던 장성우는 6회초 공격의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고, 봉중근의 초구 너클 커브를 받아쳐 우중간 안타를 만들며 출루에 성공했다. 장성우의 안타는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지만 자신 있는 스윙에서 맞은 공이 2루수 뒤쪽에 떨어지며 안타가 되었다.

 장성우의 안타 이후에도 롯데 타자들은 빠른 타이밍의 공격을 계속 이어나갔다.
장성우에 이어 티석에 덜어선 김주찬은 0-1의 볼 카운트에서 발목 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잡아당겨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빠지는 좌전 안타를 기록하며 무사 주자 1, 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롯데의 첫 타점을 만들어낸 선수는 조성환을 대신해 3번 타자로 출장한 전준우였다.
무사 주자 1, 2루의 상황에서 손아섭의 희생번트가 실패로 돌아간(2루 주자 장성우 3루에서 아웃, 타자 주자 출루) 원 아웃 주자 1, 2루 상황에서 전준우는 타석에 들어섰고, 봉중근의 초구 몸쪽 빠른 공을 받아쳐 3루수와 3루 베이스 사이를 빠지는 좌익수 오른쪽 2루타를 만들어내며 2루 주자 김주찬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롯데의 6회초 득점은 1점에서 끝나지 않았다.
전준우의 2루타로 만들어진 원 아웃 주자 2, 3루 상황에서 강민호가 고의 사구로 출루하였고, 강민호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정보명이 봉중근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며 밀어내기 타점을 기록하였다.


 롯데는 정보명의 밀어내기 타점 이후 계속되는 원 아웃 주자 만루의 상황에서 더 이상의 추가점을 뽑아내지는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6회초 공격이 시작되면서부터 공격패턴을 빠른 타이밍의 공격자세로 바꾸며 득점을 만들어낸 장면은 팬들의 칭찬을 이끌어낼 만했다.(평소 공격적인 타격자세를 장정으로 하는 롯데였지만, 이날 경기의 5회까지는 봉중근의 뛰어난 구위 탓에 섣불리 방망이를 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강민호의 지난 8월 홈 경기 모습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8회초, 새로운(?) 중심타선이 만들어낸 득점

 2대0의 스코어로 경기를 리드하고 있던 롯데는 8회초 공격에서 새로운(?) 중심타선의 활약으로 추가점을 뽑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가 작전을 통해 득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선두타자의 출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8회초 선두타자였던 손아섭은 0-1의 볼카운트에서 높은 직구를 받아쳐 투수 맞고 굴절이 되는 3루 앞 내야안타를 만들었고, 3루수 송구 실책이 나오면서 2루 출루에 성공했다.(손아섭의 타구가 직선타구 성으로 봉중근의 얼굴 쪽으로 날아가 많은 팬들을 걱정하게 만들었지만, 다행히도 봉중근이 민첩한 반응을 보이며 큰 부상을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한 손아섭을 홈으로 불러들인 선수는 강민호였다.
전준우가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물러난 원 아웃 주자 3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는 LG의 바뀐 투수 김선규를 상대로 1-1의 볼카운트에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팀의 세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 경기에서 롯데는 조성환과 이대호를 제외시킨 타선을 선보였고, 이 타선에 대하여 롯데팬들은 5년 뒤의 롯데 중심타선이라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였다.
경기 초반까지 봉중근의 호투에 막혀 이렇다 할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미래의 중심타자들이 8회초 공격에서 집중력을 보이며 득점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팬들의 얼굴을 미소 짓게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 이대호와 조성환이 없어도 자기 몫을 해낸 롯데의 타선 >

 9월 9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LG의 시즌 마지막 경기는 8회초부터 쏟아진 폭우로 인해 8회말 LG의 공격을 앞두고 경기가 중단되었고, 결국 롯데의 우천 콜드게임이 선언되고 말았다. 롯데가 LG와의 시즌 마지막 게임을 승리로 장식한 것이다. 

 9월 9일 경기를 앞두고 양 팀의 선발라인업이 발표 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롯데의 승리를 예측하는 팬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양 팀 모두 백업선수들이 다수 포함된 엔트리를 발표했지만, LG의 경우 팀의 중심타자인 조인성과 이택근이라는 선수들이 여전히 선발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던 반면, 롯데의 경우 팀의 3, 4번 타자인 조성환과 이대호가 선발 명단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왔다.
양 팀의 타자들이 상대 좌완 에이스의 호투에 막혀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지만, 롯데의 타자들은 LG의 타자들에 비해 좀 더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며 득점의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냈고, 또 세 번의 득점 기회 중 두 번의 기회를 살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 경기에서 롯데팬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던 것은 1.5군 평소 라인업에 포함되는 일이 드물었던 장성우와 정보명의 활약이었다.
이 두 명의 선수가 조성환,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하겠지만, 자신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경직되지 않은 자세로 자신의 스윙을 하는 모습은 언제라도 주전 선수에 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 대표선수 탈락의 아쉬움을 달랜 장원준 >

 9월9일 경기에서 장성우, 정보명의 활약보다 롯데팬들을 더욱 즐겁게 한 것은 장원준의 호투였다.
장원준은 지난 7월 17일 경기에서 허리 통증을 이유로 1명의 타자만을 상대하고 교체된 이후, 최근의 선발 경기까지 부진한 모습을 계속 보여왔고, 이런 이유들 때문에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9월 9일 경기에서 장원준은 이전 경기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기 초반에는 앞선 경기들과 다르지 않은 안정되지 못한 투구를 팬들에게 보였지만, 2회부터는 차츰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그동안 계속 문제점으로 지적받던 변화구 제구에 있어서 안정을 찾은 모습을 보였다.

장원준의 최근 5경기(9월9일경기 포함) 성적 (자료:KBO홈피)

- 포스트 시즌을 위해 필수 전력이 될 수밖에 없는 장원준

 장원준이 아시안게임 대표 팀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아쉬움 속에서 장원준이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일 수만은 없었다.
그는 포스트 시즌 진출이 확실시되는 롯데라는 팀의 선발 자원 중 한 명이고 또, 그 중 유일한 좌완 투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선발진은 나름 안정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롯데지만, 김수완과 이재곤이라는 선수가 경험이 많이 부족한 신인선수라는 점에서 포스트 시즌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태였고, 아무래도 베터랑 선수의 활약에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송승준이 연속 경기 호투를 보인 것은 팬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송승준의 컨디션 회복만으로는 포스트 시즌에 대한 100% 준비가 끝났다고 할 수 없었다.
좌타자의 활약이 많은 두산과 삼성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좌투수 에이스의 활약이 필수적이었고, 이것은 팀의 유일한 좌완 선발 자원인 장원준의 활약 없이는 포스트 시즌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장원준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포스트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투구

 이런 상황에서 장원준이 자기의 공을 던질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물론 장원준이 LG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선수였기에 9월 9일의 호투만을 두고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몸 상태 이외에도 대표팀 선출에 대한 부담감도 역시 그가 좋은 공을 던지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었기에 LG전을 통해 자신감을 없고 부담감을 떨 춰버린 모습을 보인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에게 남아 있는 페넌트레이스 게임은 이제 9경기이다.
그렇기에 장원준은 최소 한 번의 등판기회를 더 얻게 될 것이다.

 장원준이라는 선수가 아시아게임 대표 팀 기회를 놓치며 군 면제에 대한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전에 그는 롯데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라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남아 있는 페넌트레이스 등판 기회에서 또다시 호투를 보이며 소속팀의 포스트 시즌 선발투수의 자리를 확보하고, 포스트 시즌을 통해 자신이 롯데라는 팀을 넘어서, 국내 최고의 좌완 투수 명단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임을 증명하길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롯데의 팬으로서 빌어본다.



< 마무리하면서.. >

 2010시즌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이번 광저우 아시안 게임 대표선발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릴 팀으로 꼽히던 것이 바로 롯데였다.

 좌완 선발진에 비해 우완 선발진이 부족해 보였던 대표팀에 지난 시즌 다승 1위를 기록했던 조정훈, 2009년 WBC에서의 활약으로 프리미엄까지 붙을 것 같았던 박기혁의 대표 팀 선출은 거의 확실할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류현진과 김광현 등의 활약에 묻혀 있지만, 2004년 데뷔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소리 없이 강한 모습을 보였던 장원준도 역시 큰 기대감을 가질만했다. (지난시즌까지 4년간, 최다 이닝 투구 류현진에 이어 2위, 선발투수 출장 수 2위, 최다승 3위)

 그러나 정작 아시안게임 대표가 발표되었을 때 이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3명의 선수 모두 시즌 중반 부상에 시달리며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이들의 대표 팀 탈락을 받아들 일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대표 팀 선발 실패로 인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라는 걱정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걱정의 대상 중 평소 심리적으로 가장 약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던 장원준은 다른 두 선수에 비해 더 큰 걱정을 하게 만들었다.

 9월 9일 경기에서 롯데팬들은 장원준의 씩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선수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