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

롯데, 로이스터식 야구의 결정판을 봤던 준 PO 1, 2차전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비로 이것이 '로이스터 야구'다.

 많은 전문가를 비롯해 그를 지지하는 팬들조차도 팀의 약점이라고 생각했고,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그런 문제들에 대해 항상 자신만의 믿음을 표현하며 선수들의 자신감을 세우기 위해 노력했고, 또 그 논란의 대상이었던 선수들은 감독의 믿음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승리의 키 플레이어가 되어줬다.



< 준 플레이오프 2차전 리뷰 >

 9월 30일 오후,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 2차전에 나서는 롯데 선수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단기 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첫 경기를 기분 좋은 승리로 이끈 선수들의 표정이 밝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 밝은 표정 가운데에서도 절대 가벼운 행동은 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첫 경기의 승리 이후 긴장감이 풀어져 2차전부터 내리 3연패를 하며 짐을 싸야 했던 아픔을 너무나도 잘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준 PO 2차전 선발투수 사도스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위기의 순간 삼진을 뽑아낸 사도스키

 이날 경기에서 롯데의 선발투수로 나선 선수는 사도스키였다.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송승준과 함께 경쟁을 벌였기에 그에 대한 팬들의 믿음은 다른 어떤 선수들에 비해 뒤지지 않았고, 그 또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사도스키의 경기 출발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1회말 두산의 선두타자 이종욱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사도스키는 아무래도 큰 무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탓인지 오재원을 상대하면서 보크를 저질러 주자를 2루까지 내보냈고, 오재원에게도 2-1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무사 주자 1, 2루의 위기에 몰렸다.

 사도스키의 1회말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웃 카운터는 하나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주자 2명을 내보내며 위기에 몰린 사도스키는 설상가상으로 이종욱에게 3루 도루까지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사도스키는 팬들의 기대에 실망감을 안기지 않는 투수였다.
무사 주자 1, 3루의 위기에 몰렸던 사도스키는 두산의 3번 타자 고영민과 4번 타자 김현수를 상대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조금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고, 전날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김동주와의 승부에서는 일부로 어려운 승부를 한 끝에 볼넷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바로 다음 타자인 최준석을 상대로 또다시 삼진을 잡아내며 1회말의 위기를 넘겼다.
(사도스키는 2회말 수비에서도 원 아웃 주자 1, 2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이종욱과 오재원을 상대로 각각 삼진과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또다시 위기를 넘겼다.)


 사도스키의 초반 투구는 분명히 불안했다.
그러나 사도스키는 두산의 타자들을 단 한 번밖에 상대하지 않았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며 자신만의 투구를 했고, 위기의 순간마다 삼진을 잡아내며 상대의 득점을 용납하지 않았다.

열심히 응원을 이끌고 있는 롯데 마스코트 누리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

- 4회초, 강민호의 몸에 맞는 볼로 얻어낸 선취점

 김선우의 호투에 막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던 롯데의 타자들은 4회초 공격에서 상대 실책 등에 힘입어 선취점을 뽑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준 PO 1차전에 이어 2차전 경기에서도 무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롯데의 4회초 공격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이 김선우의 투구에 맞아 출루에 성공하였고,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조성환이 1-1의 볼카운트에서 팀의 첫 안타를 기록하며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이대호의 병살타성 유격수 땅볼 타구에는 손시헌의 실책까지 나오게 되면서 무사 주자 만루의 기회를 만들어진 것이다.

 전날 경기에 이어 또다시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은 롯데는 선취점도 역시 전날 경기와 비슷하게 만들어냈다.
홍성흔이 외야플라이로 물러나며 무사 만루의 찬스가 원 아웃 만루 상황으로 바뀐 상태에서 강민호가 김선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며 밀어내기 득점을 기록했다.


 롯데가 선취점을 얻어낸 4회초 공격에서 느꼈던 점은 '두산의 부담감이 크구나'였다.
안정된 수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두산의 주장 손시헌이 1차전에 어설픈 수비를 보였던 것에 이어 이번에는 완벽한 실책을 저지르기도 했고, 마운드에 있는 투수도 역시 중요순간 폭투와 몸에 맞는 볼로 선취점을 롯데에게 내줬다.
이런 모습은 평소의 두산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준 PO 1차전에서의 임경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7회, 동점을 허용한 것 이외에는 완벽했던 임경완

 4회초 밀어내기 득점으로 1대 0의 스코어로 리드를 지키고 있던 롯데는 7회말 임경완의 아쉬운 수비가 나오면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롯데의 7회말 동점허용은 배장호가 두산의 임재철에게 안타를 맞으면서 시작되었다.
배장호는 7회말이 시작됨과 동시에 선발투수 사도스키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지만 임재철을 상대로 던진 첫 공에 중전안타를 맞고 말았다.

 배장호가 임재철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로이스터 감독은 곧바로 마운드를 강영식으로 교체시키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강영식도 역시 이종욱에게 안타를 맞은 이후 오재원에게 보내기 번트를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로이스터 감독이 투입한 선수는 임경완이었다.
1차전에서도 마지막 투수로 등판하였던 임경완은 강영식에 이어 마운드를 물려받았고, 고영민을 대신해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이성열을 상대로 투수 앞 내야안타를 맞으며 동정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성열과의 승부 자체는 좋았으며, 내야땅볼을 유도에도 성공했지만, 자신에게 날아오는 타구를 글러브에 넣지 못해 안타를 허용한 것이라 그 아쉬움이 더욱 크게 남았다.


 임경완이 이성열에게 내야안타를 맞으며 실점을 하긴 했지만, 그 이외에는 모든 것이 좋았다.
실점 이후 계속되는 원아웃 주자 1, 3루의 위기에서 김현수를 상대로 1루 땅볼을 유도하며 3루 주자를 아웃시켰고, 김동주에게는 삼진을 이끌어내며 상대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10초 쓰리런 홈런을 친 뒤 관중석을 향해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이대호 (사진출처:KBO홈피)

- 10회초, 자존심 긁힌 이대호 쓰리런 홈런으로 응수하다.

 이날 경기는 완벽한 투수전이었다. 양 팀의 선발투수들의 호투는 마운드를 물러날 때까지 계속되었고, 그들에 이어 마운드를 물려받았던 불펜진도 활약이 좋았다.
하지만, 경기의 마무리는 공격 야구를 대변하는 화끈한 홈런포로 장식되었다.


 연장전에 돌입한 롯데의 득점 기회를 만든 선수는 김주찬이었다.
준 PO 1차전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던 김주찬은 10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고, 정재훈을 상대로 1-1의 볼카운트에서 2루수 뒤 빗맞은 안타를 만들며 출루에 성공했으며, 정보명의 보내기 번트에는 2루 베이스를 득점권인 2루까지 진루하였다.

 김주찬의 안타 이후 정보명의 보내기 번트까지 성공하게 되자 황당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조성환을 고의 사구로 내보내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었다.

 두산의 벤치는 이날 경기에서 3타수 2안타를 기록하고 있던 조성환을 고의사구로 내보낸 뒤 발목 부상으로 타격감이 좋지 않은 이대호와의 대결을 선택했다. 아무리 이대호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지만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없는 작전이었다.

 타격 7관왕을 차지했던 이대호에게 두산의 작전은 자존심을 건드리기 충분해 보였다.
그리고 자존심에 흠집이 생긴 이대호는 그에 대한 복수를 확실히 해야 했다.
코웃음을 한 번 날려준 뒤 비장한 자세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1-1의 볼카운트에서 바깥쪽 낮은 공을 잡아당겨 좌익수 뒤 펜스를 넘기는 쓰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타격 7관왕을 무시한 것에 대한 완벽한 응징이었다.

준 PO 1차전 승리 후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로이스터 감독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완벽했던 마무리 투수 임경완과 롯데의 승리

 롯데는 이대호의 쓰리런 홈런으로 완벽한 승기를 잡았고, 이대호의 홈런으로 어깨가 가벼워진 임경완은 10회말에도 역시 마운드에 올라 두산의 이원석 - 김현수 - 김동주의 3, 4, 5번 타자들을 상대했다.


 임경완은 10회말  이원석에게는 위험한 타구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이대호의 호수비로 첫 타자를 아웃시켰고,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와 김동주를 상대로는 완벽한 제구력과 구위로 빗맞은 타구를 유도하면서 아웃 카운트 3개를 잡아냈다.


 임경완이 김동주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는 순간 롯데는 준 플레이오프 2차전의 승리를 챙겼다.
롯데가 준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챙긴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다. (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하였던 1999년은 준 플레이오프가 없었고, 2000년과 2009년에는 각각 삼성과 두산에 1승 2패로 무너졌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준 플레이오프에서 2승 이상을 기록했던 1992년이 롯데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시즌이었기에 괜히 좋은 느낌이 든다.



< 로이스터 야구의 결정판 >

 로이스터 감독은 이 경기가 끝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는 제일 약한 두 가지 때문에 이겼다"라는 멘트를 했다.
이 기사를 보는 순간,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만큼 로이스터 감독의 표현이 강한 어투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마음고생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첫 번째는 팀의 전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힘들게 만든 라인업에 대해 끝없이 태클을 걸었던 언론과 해설자들의 지적들이 될 것이며, 그리고 그런 지적들에서 보호하고 꾸준한 기회를 줬던 선수들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모습을 계속 보였던 것이 두 번째 이유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준 PO 2연승은 그 승리의 가치를 떠나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라는 팀에서 3년 동안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놓은 로이스터식 야구의 결정판을 보였다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준 PO 1차전에서의 이대호 수비모습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수비요정 이대호와 수호신이 된 임경완, 김사율

 이대호의 3루수 출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무리수'라는 표현을 썼다.
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많은 언론들을 비롯하여 나와 같은 한낱 블로거 녀석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였을 때도 로이스터 감독은 "이대호의 포지션은 3루수밖에 없다"라는 말로 수비에 있어서도 충분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표시했고, 그 대상인 이대호는 준 PO 1, 2차전을 통해 수준급의 수비를 여러 차례 보이며 상대의 득점을 막아냄과 동시에 2차전에서는 연장 결승 쓰리런 홈런까지 뽑아냈다.

 어디 이대호뿐인가.
대부분의 언론들은 로이스터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롯데 불펜에 대해 언급을 하였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로이스터 감독은 "정규시즌에도 잘했던 선수들이다. 포스트 시즌에도 잘할 것이다." 혹은 "선발투수가 5이닝만 던져도 승리할 수 있다."라는 말을 통해 불펜투수들에 대한 믿음을 표시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그랬듯 로이스터 감독의 자신감과 믿음표현을 그저 한 귀로 흘려버리기 바빴지만 말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
로이스터 감독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었다.
준 PO 1차전에서는 김사율이 5대 4의 스코어로 지고 있던 5회말 원 아웃 주자 만루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최준석을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해 추가 실점을 막은 뒤 팀이 10대 5의 스코어로 역전에 성공할 때까지 2 2/3이닝 동안 볼넷 없이 단 한 개의 안타만을 내주는 호투를 보였고, 준 PO 2차전에서는 임경완이 원 아웃 주자 2, 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동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3 2/3이닝 동안 두산의 타자들을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모두가 'NO'라고 외칠 때 혼자서 외로이 'YES'를 외쳤던 로이스터 감독에게 찾아온 기쁨을 우리는 발끝만큼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 마무리하면서 .. >

 준 PO 1차전과 2차전의 승리를 TV로 관전하고 나니,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쓴 몇 개의 글에서 이대호의 3루수 기용에 대한 로이스터 감독의 생각을 '고집'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의문을 표시했던 나였기 때문이다.
물론, 롯데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어떤 전력과 전술에 대해 의문의 제기 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님을 잘 알기에 그 행위에 대해서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롯데를 사랑하는 열성팬의 입장에서 '왜 나는 롯데 선수들에 대해 로이스터 감독만큼의 믿음을 가지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롯데라는 팀을 지켜보면서 이만큼 감독이라는 존재에게 존경심을 느낀 적이 없다.
그가 롯데라는 팀의 수장으로서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어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