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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준 PO 3차전 패배와 외국인 팬을 통해서 배운 팬들의 자세




 아쉬운 경기였다.
롯데가 3연승으로 준 PO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지만 앞선 1, 2차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조금은 미숙한 플레이들이 나오면서 그 기회를 놓쳐버렸고, 시리즈를 4차전까지 끌고 오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 롯데의 패인 >

 팬들이 준 PO 3차전의 패배를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롯데가 준 PO 1, 2차전에서 보여준 안정된 수비와 섬세한 주루 플레이에서 미스가 있었고, 이것이 곧 패인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이대호의 실책

 이날 경기에서 롯데의 가장 큰 패인은 4회초 수비에서 나온 이대호의 실책이었다.

 이대호의 실책이 나온 장면은 
롯데의 선발투수 이재곤이 선두타자 이종욱에게 홈런을 맞은 뒤 제구력이 흔들리기 시작해 김현수, 김동주, 임재철에게 연속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한 2대 1의 스코어에 무사 주자 만루의 상황이었다.

 위기에 처한 이재곤이 두산의 7번 타자 손시헌을 상대로 3루 땅볼을 유도해냈지만, 준 PO 1, 2차전에서 여러 차례 호수비를 보이며 수비요정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던 이대호가 평범한 3루 땅볼 타구를 뒤로 흘리는 실책을 저지르며 두산의 2, 3루 주자를 홈에 들어오게 만든 것이다.

 이대호의 실책이 아쉬웠던 점은 손시헌의 타구가 강하지도 않았고 타구가 날아온 방향이 어려웠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재곤이 이종욱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뒤 위기에 몰린 상태긴 했지만, 1, 2회의 수비를 통해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였고, 다시 한 번 위기를 극복하며 두산의 공격의지를 떨어트릴 기회였지만 그것이 이대호의 실책으로 인해 무산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조성환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조성환의 견제사

 또 다른 아쉬움은 1회말에 나온 조성환의 견제사다.

 롯데가 1회말 공격에서 김주찬과 손아섭의 연속 안타로 득점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에서 조성환이 2타점 2루타를 뽑아냈을 때만 하더라도 사직야구장의 관중 대부분은 롯데의 3연승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선취점을 뽑아낸 것도 좋았지만 김주찬, 손아섭, 조성환의 연속안타의 타구가 모두 좋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롯데의 선취득점 이후 나온 조성환의 견제사는 두산의 홍상삼을 완벽하게 무너트릴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무사 주자 2루에서 이대호와 홍성흔을 차례로 상대해야 하는 투수와 원 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대호, 홍성흔을 상대하는 투수의 부담감은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4~6번 타자의 부진

 준 PO 2차전에서 두산이 롯데에게 고전했던 이유는 중심타선의 부진 때문이었다.
특히, 4~6번 타순에 배치되었던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이 기록했던 성적은 12타수 0안타였다. 여기에 이성열과 교체되기 전까지 선발 3번 타자로 활약했던 고영민의 3타수 무안타까지 포함한다면 두산이 1점이라도 뽑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뒤 사지구장에서 펼쳐진 롯데와 두산의 준 PO 3차전은 양 팀의 입장이 완전히 바뀐 생태였다.
두산의 경우 이종욱을 3번 타자로 배치하는 파격적인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선 뒤 3~6번 타순에서 총 13타수 5안타의 고타율을 보인 것을 비롯하여 사사구도 4개나 뽑아내며 중심타선의 역할을 잘 소화한 반면, 롯데의 경우 3번 타자 조성환이 2안타를 치기는 했지만,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가 11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팀 공격의 흐름을 깨트렸다.
특히, 이대호와 강민호의 경우 상대의 유인구에 계속 속는 부진을 보이며 고전하더니 나중에는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는 상대 피칭에 반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 두산의 반전 요인 >

 잠실 홈 경기에서 롯데에게 2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내몰렸던 두산은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3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승부의 기회를 늘렸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새로운 타선으로 경기에 나선 두산

 두산이 준 PO 3차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은 과감하게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준 것이었다.

 두산은 이날 경기에서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파격적인 라인업을 선보였다.
그동안 타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을 과감히 빼면서 공격력의 변화와 함께 수비의 안정성을 높인 것이다.

 두산이 선발라인업에서 변화를 줬던 선수는 정확히 3명이었다.
2차전에서 활약했던 선수 중 고영민과 최준석, 그리고 양의지를 선발 라인업에서 빼는 대신 정수빈과 이원석, 용덕한을 포함시켰다.
준 PO를 앞두고 잔여경기 일정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정수빈을 고영민을 대신해 투입시킴으로써 테이블 세터로서의 좀 더 좋은 활약을 기대했고, 타격마저 부진했던 최준석을 대신해 이원석을 투입함으로서 내야 수비의 안정 및 친정팀 킬러로서의 활약을 생각했으며, 준 PO 1, 2차전에서 긴장한 모습으로 블로킹 등에 미스를 했었던 양의지를 대신해 좀 더 경험이 많은 용덕한을 홈 플레이트에 앉히며 투수에게 안정감을 주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두산의 이런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고영민을 대신해 투입된 정수빈의 경우 고영민과 교체될 때까지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1회와 3회의 두 번의 타석에서만 이재곤을 상대로 총 17개의 공을 던지게 하면서 투수를 힘들게 했으며, 최준석을 대신해 경기에 나선 이원석은 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안정적인 3루 수비를 비롯해 타석에서는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용덕한의 경우 선발투수 홍상삼이 경기 초반 구위 문제로 고생했음에도 이후 안정을 찾게 만들었다.

 물론, 외야수 정수빈을 내야수 고영민을 대신해 라인업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외야수 김현수를 1루수로 출장시키는 것이 불가피했고, 전문 1루수가 아닌 김현수가 1루 수비에서 바운드 송구를 안정적으로 잡아주지 못하는 미숙함을 남겼지만 전체적으로는 성공적인 변화라 할 수 있었다.


 결국 두산의 승리는 중심타선의 활약이 뛰어났던 것도 큰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앞선 PO 1, 2차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의 대신해 경기에 투입되었던 정수빈, 이원석, 용덕한의 활약도 또한 무시하기 힘든 두산의 승리원인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 준 PO 4차전에 대한 기대 >

 롯데가 준 PO 3차전을 승리로 장식하지 못하며 조금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확신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가르시아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가르시아의 홈런포가 보인다.

 이렇게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오늘 펼쳐지게 될 준 PO 4차전의 키플레이어를 뽑는 것은 나름 즐겁고 흥미있는 일이다.

 준 PO 4차전에서 롯데의 키플레이어가 될 선수는 누굴까?
개인적으로는 가르시아를 뽑고 싶다.
며칠 전 댓글북에 올려진 팬들의 응원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을 약속했던 가르시아는 정말 팬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준 PO 1차전에서는 정말 무기력한 스윙으로 일관하며 팬들의 기대를 걱정으로 만들었던 가르시아는 2차전 경기에서도 역시 무안타에 그쳤지만 1개의 볼넷을 골라냈는가 하면 잠실구장이 아닌 다른 작은 구장에서는 홈런을 기대해볼 만한 큼지막한 외야 플라이를 2개나 만들어내기도 했다. 특히 외야 플라이 한 개는 밀어치는 타격으로 만들어낸 타구였다.

 그리고 바로 어제 경기였던 준 PO 3차전에서는 첫 안타를 기록했고, 또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는 임재철의 호수비에 걸리기는 했지만 안타성 타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르시아가 오늘 경기에서 홈런을 칠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 마무리하면서.. >

 나는 준 PO 3차전이 펼쳐졌던 10월 2일 오후, 사직구장에 있었다.

 평소 한 시즌에 사직구장 홈 경기의 경우 15~20회 정도 경기장을 찾아 직전 경기를 관전하고, 또 개막전의 경우도 웬만하면 직관을 놓치지 않는 입장이지만, 지난 2년간 펼쳐졌던 준 PO 경기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단 한 번도 직관을 하지 못했던 입장이었다.

 준 PO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관람 한다는 것은 시즌 경기나 개막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사직구장 전체를 수놓은 구단 깃발과 대형 현수막, 그리고 시즌 경기에 비해 플레이 하나하나에 대해 좀 더 집중하는 관중들, 모든 것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은 수의 외국인들을 경기장에서 볼 수 있었던 것도 사직구장이라는 곳이 외국인들에게도 정말 매력적인 공간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올 시즌 나의 직관 승률이 별로 좋지 않다.
물론 3년 전인가 4년 전인가와 같이 17경기 관전 2승 15패의 직관 승률만큼 초라하진 않지만, 올 시즌의 경우는 김주찬의 홈런성 타구가 관중의 손에 맞아 볼 데드가 선언되며 패배했던 개막전, 한화에게 8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역전패를 당했던 치욕적인 경기 등 보통의 패배보다 그 충격이 심할 수밖에 없었던 패배의 경기들을 직접 관전하였던 것이 올 시즌의 특징이다.

 사실 나를 비롯해 부산의 롯데팬들은 직관승률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상하리만큼 롯데가 홈 경기에 약했던 시즌도 있었고, 롯데라는 팀이 전체적으로 홈 관중이 많은 경기에서 승률이 나쁜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준 PO 3차전이 롯데의 패배로 확정된 뒤 나를 비롯한 같은 무리의 친구들은 '오늘 내가 와서 졌다.'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며 침울해 있었다. 아마도 다른 팬들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외국인 롯데팬의 외침은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경기가 끝난 뒤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섞여 있는 가운데 롯데의 유니폼을 입은 한 외국인 롯데팬은 계단을 내려오는 다른 팬들을 향해 '괜찮아'를 외쳤고, 롯데의 패배와 엄청난 인파 등으로 짜증 섞인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가던 팬들은 그 외국인 팬의 외침을 듣는 순간 얼굴에 미소를 띄울 수 있었다.

 스포츠라는 것은 한 경기 한 경기에 '승'과 '패'라는 결과물을 주지만, 그것이 모든 것의 '승'과 '패'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는 인생과도 같아 오늘은 졌지만 내일은 이길 수 있고, 암흑과도 같은 기간을 보냈지만, 또 영광의 시간을 찾을 수도 있다.

 롯데가 준 PO 3차전을 패배하였지만, 어느 외국인 팬을 통해 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진정한 자세를 배울 수 있었던 하루였다.
 

쩝.. 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많은 사진을 찌고 싶었는데... 경기 관전에 정신이 빠져...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올려 보겠습니다.. 참.. 그리고 준 PO 3차전의 직관 후기와 경기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은 며칠 후에 다시 글로 표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