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

롯데, '로이스터 감독 구하기'에 나서야 할 홍성흔과 이대호




 오늘과 같은 날이 올지 몰랐다.

아니, 와서는 안 될 날이었다. 준 PO 1, 2차전의 연승을 지켜본 롯데팬 중에 시리즈 5차전 경기가 펼쳐지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롯데는 포스트 시즌 홈 7연패의 징크스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며 2연패에 빠졌고, 전문가들 대부분이 두산의 PO 진출을 예상하는 가운데 운명의 5차전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 송승준 VS 김선우 >

 두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준 PO 5차전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 팀의 선발투수들이 어떤 피칭을 보여주느냐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듯 경기에서 선발투수는 경기 전체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또 위력적인 피칭과 함께 얼마나 긴 이닝을 소화하느냐에 따라 팀 전체의 전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오늘과 같이 양 팀 모두 팀의 에이스가 경기에 나서는 경우에는 득점 자체가 쉽지 않고, 그렇기에 조그마한 실점이 경기를 패배로 몰고 갈 수도 있기에 더욱더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양 팀의 선발투수를 비교하게 된다면 기록적인 면에서는 롯데의 송승준에 비해 두산의 김선우가 약간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0시즌 상대 팀으로 올린 성적에서는 송승준이 두산전 3경기에 선발로 나서 1승 2패 4.29의 방어율을 기록하였으나 1승이 완투승이고 전체 21이닝 투구를 하며 나름 이닝이터로서의 활약을 보였다.
반면 김선우의 경우 롯데를 상대로 3경기에 나서 2승 1패 6.45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인 듯하나 2 1/3이닝 동안 8자책점을 기록했던 롯데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의 경우 우천지연 등의 문제가 있어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야 하며, 그 경기를 제외하면 2경기 13이닝 동안 3자책점을 기록하는 안정적인 피칭을 보였었다.

 하지만, 송승준이 준 PO 1차전에서 편도선염을 이유로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노련미 넘치는 피칭으로 만족스러운 투구를 했다는 점, 그리고 김선우라는 선수가 다른 투수들에 비해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기에 지나치게 공격적인 자세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롯데의 타선에는 오히려 마음 편한 상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점(김선우가 롯데를 상대로 2.08의 방어율을 기록했던 시즌 초반 두 경기에서도 13이닝 동안 15안타를 허용했었다.)에서 긍정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



< 로이스터 감독은 타순 변화를 시도할까? >

 롯데가 홈에서 2연패를 당하는 동안 보여줬던 가장 큰 문제는 타선의 응집력부족이었다.
세 번의 만루 기회를 놓치고 17개의 잔루를 기록했던 준 PO 4차전은 물론이고, 1점 차 패배를 당했던 3차전도 역시 5득점 중 2득점을 상대 실책에 힘입어 올릴 수 있었던 경기였다.

홍성흔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홍성흔의 부진이 가장 큰 문제

 롯데 타선의 응집력 부족을 이끌고 있는 선수는 이대호, 홍성흔, 손아섭이며, 세 명의 선수 중 가장 큰 부진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홍성흔이 될 것이다.

 이대호의 경우 전문가들의 시선으로 봤을 때 욕심에 의한 부진을 이유로 꼽고 있지만, 홍성흔의 경우에는 좋은 공이 들어와도 컨택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윤석민의 사구 이후 타격감을 살리는 것에 집중했지만, 그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홍성흔의 부진이 길어질수록 상대는 이대호와의 승부를 더 피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이대호의 부진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큰 틀의 타선 변화는 없겠지만 가르시아의 전진 배치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가르시아의 활약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타선 변화의 가능성은?

 이렇게 홍성흔의 부진이 길어지게 되자 팬들 사이에서는 타순교체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준 플레이오프 시리즈 동안 팀 내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전준우를 전진배치하는 방법, 최근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가르시아를 5번에 배치시키는 방법, 그리고 손아섭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롯데가 시즌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조성환을 2번으로 배치 시킨 뒤 홍성흔을 3번 타순에 넣는 방법도 이야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이 타선에 변화를 줄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평소 로이스터 감독의 스타일을 봤을 때 타순 전체에 큰 변화를 주는 일은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이다.



< 누가 먼저 터지나? >

 사실 4차전까지 펼쳐진 모든 경기를 지켜본 결과 '이 부분은 누가 더 강했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양 팀의 선발투수들은 각 경기마다 상대 투수와의 매치업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서로 비슷한 투구를 해줬고 (1차전 송승준 5 1/3이닝 5자책 VS 히메네즈 5이닝 4자책, 2차전 사도스키 6이닝 0자책 VS 김선우 7이닝 0자책, 3차전 이재곤 5이닝 4자책 VS 홍상삼 4이닝 4자책, 4차전 장원준 4 2/3이닝 2자책 VS 임태훈 3이닝 0자책), 야수들의 수비는 팀이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는 눈부실 정도로 멋진 플레이를 보인 반면 패배했던 경기에서는 실책성 혹은 실책성 플레이를 반복하는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였다.

 그리고 가장 비슷했던 부분은 양 팀의 타자들이 같은 타순 혹은 포지션에 따라 비슷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양 팀의 1번 타자인 김주찬과 이종욱은 각각 0.383과 0.555의 타율을 기록하며 상대 팀의 수비를 흔들어 놓았으며 하위타선에 배치되었던 전준우, 황재균, 손시헌, 이원석이 모두 4할 이상의 타율로 상위타선으로의 공격 연결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1번 타자와 하위타선의 활약이 아주 뛰어났음에도 양 팀이 모두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역시나 중심타선의 활약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각 팀 공격의 화이팅을 이끌어내는 홍성흔과 김현수는 각각 0.118과 0.133의 타율로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각 팀의 3루수로서 팀 타선의 무게 중심을 잡고 있는 이대호와 김동주도 역시 많은 득점기회를 날려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중심타자만 터지면 된다.

 수많은 필승전략들이 이야기되고 있지만, 결국 결론은 한 가지밖에 없다.
어느 팀의 중심타선이 긴 침묵을 깨트리고 부활에 성공하느냐. 단지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



< 마무리하면서.. >

 결전의 시간이 3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로이스터 감독이 어떤 라인업을 가지고 경기에 나설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로이스터 감독은 궁지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의 경우 팀의 2연패 이후 나름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가지고 경기에 나서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고, 경기 중 뛰어난 용병술을 보인 끝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로이스터 감독이 준 PO 5차전에서 라인업의 변화 없이 경기에 임하고 또.. 상상도 하기 싫지만 만약 패배라도 하게 된다면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과 비교하는 글들이 수없이 쏟아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로이스터 감독을 신뢰하지 않았던 많은 팬들은 끊임없는 비판을 내뱉기 시작할 것이다.


 오늘 저녁 10시, 우리는 어떤 기사를 접하게 될까?
로이스터 감독의 믿음 아래 더욱더 멋진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그들이 이번에는 '로이스터 감독 구하기'에 나설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