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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KS 3차전,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시리즈에 대한 야구팬들의 실망이 크다.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준 PO와 PO에 비해 한국시리즈의 재미가 크게 떨어진다.'라는 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야구팬들의 실망감은 10월 18일 대구시민구장에서 펼쳐진 한국시리즈 3차전이 끝난 뒤 더욱 커졌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가져갔던 SK가 3차전도 역시 승리하며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 한국시리즈 3차전 리뷰 >

 SK든 삼성이든 승리를 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
하지만, 그 승리에 대한 절실함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승리에 대한 절실함이 더 컸던 팀은 삼성이었다.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모두 SK에게 내준 삼성은 한국시리즈 3차전만큼은 어떻게든 승리로 장식하며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배영수와 카도쿠라의 선발 맞대결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인 투수와 보름 이상 실전 경험이 없는 투수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삼성의 승리를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배영수 (사진출처:KBO홈피)

- 1회초, 배영수의 잘못된 판단

 삼성팬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는 1회초 수비부터 2실점을 허용하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배영수는 1회초 시작과 동시에 실점의 위기를 맞이했다.
SK의 선두타자 정근우를 상대로 릴리스 포인트 점검을 위해 던진 초구에 중전 안타를 맞았고, 2번 타자 박재상에게 희생번트를 쉽게 허용하며 원 아웃 주자 2루의 상황에 몰렸다.
그리고 원 아웃 주자 2루의 상황에 몰린 배영수는 3번 타자 박정권을 상대하며 타구 판단 미스까지 저질렀다.
1-2의 볼카운트에서 박정권이 1루 선상의 바운드가 큰 타구를 쳤고, 이 타구를 가만히 뒀으면 라인선상을 벗어나는 파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지만, 배영수가 이 공이 파울이 되기 전 페어지역에서 잡으면서 내야안타를 허용한 것이다.

 조금은 아쉬운 플레이로 인해 실점 위기에 빠진 배영수는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원 아웃 주자 1, 3루의 상황에서 이호준에게 1루 땅볼 타구를 맞아 선취점을 허용하였고, 이후에도 최정과 김강민에게 각각 몸에 맞는 볼과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만루의 위기에 몰린 뒤 김재현에게 볼넷을 내줘 밀어내기로 두 번째 실점을 했다.


 삼성의 1회초 수비에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배영수가 박정권의 파울성 타구를 안타로 만들어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박정권의 타구를 잡지 않고 파울로 만들었다고 해서 배영수가 실점을 하지 않았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지 않아도 될, 혹은 같은 안타라도 행운이 따르는 안타를 상대에게 허용했을 경우 양 팀의 선수들이 느끼게 되는 동요는 크다.
그런 면에서 경험이 많고 노련한 배영수가 아쉬움이 남는 플레이를 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카도쿠라 (사진출처:KBO홈피)

- 1회말, 최악의 컨디션 카도쿠라와 삼성의 부족한 득점

 경기 초반 컨디션이 나빴던 선수는 배영수만이 아니었다. SK의 카도쿠라는 9월 22일 정규시즌 이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탓인지 릴리스 포인트를 쉽게 잡지 못했고, 제구력에 난조를 보였다.


 1회말 공격에 돌입한 삼성은 손쉽게 득점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이영욱이 카도쿠라의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며 출루하였고, 2번 타자 조동찬이 제구력 난조를 보이는 카도쿠라를 상대로 스윙 한 번 하지 않고 볼넷을 골라냈다.

 카도쿠라가 제구력 난조를 보이는 것은 삼성에겐 대량 득점의 기회가 될 수 있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공의 자세가 필요했다.
그러나 앞선 두 게임을 모두 패배하였던 삼성의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경기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고, 무사 주자 1, 2루의 상황에서 3번 타자 박석민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무사 주자 1, 2루의 상황에서 나온 보내기 번트 작전은 나름 성공적인 듯 보였다.
박석민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가 좌익수 플라이로 팀의 첫 득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투 아웃 주자 2루의 상황에서 박석민과 신명철이 각각 고의 사구와 볼넷으로 출루하며 만루의 기회를 만들었지만 신명철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조영훈이 3루 파울 플라이로 허무하게 물러나면서 추가 득점을 뽑아내지 못했다.


 삼성의 1회말 공격은 득점에는 성공하긴 했지만 분명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공격이었다.
상대 선발투수 카도쿠라가 몸에 맞는 볼을 포함해 4개의 사사구를 허용했지만, 삼성이 올린 득점은 최형우의 희생플라이 득점이 전부였다.
이것은 삼성의 공격력이 얼마나 큰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으며, 특히 고작 1회말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박한이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장면은 SK 벤치가 '박한이만 아니면 겁날 것이 없다.'라는 생각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했다.

최형우 (사진출처:Osen)

- 2~3회,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삼성

 1회말 공격에서 득점기회를 완벽하게 살리지 못했던 삼성의 타자들은 2회말과 3회말의 공격에서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였다.

 삼성은 2회말 공격에서 1개의 볼넷을 얻어내고 2개의 안타를 기록하였지만, 득점을 올리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선두타자 현재윤이 좌익수 왼쪽 안타를 기록하며 출루에 성공했지만, 다음 타자였던 김상수가 몸쪽공을 억지로 밀어치다 병살타를 만들었고, 이후 이영욱과 조동찬이 각각 투수 옆 내야안타와 볼넷을 얻어내며 또다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으나 박석민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삼성의 3회말 공격도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3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가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기록하며 1회와 2회에 이어 선두타자 출루에 성공하였지만, 포수에서 유격수로 이어지는 견제에 아웃당하며 팬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삼성의 2회말 공격도 아쉬움이 남지만 3회말 공격은 그 아쉬움이 훨씬 컸다.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아 견제사를 당하는 것은 병살타로 인해 득점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훨씬 큰 상실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3회말의 공격에서 최형우가 견제사를 당하는 장면은 주자의 잘못보다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들어왔음에도 번트를 대지 않은 타자 박한이의 잘못에 가까웠으며, 박한이가 팀 내에서 가장 자기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던 선수라는 점에서 그 충격은 더욱 컸다.

박정권 (사진출처:헤럴드경제)

- 8회초, 긴 침묵을 깨고 추가점을 뽑아낸 SK

 1회초와 1회말의 공방 이후 양 팀은 몇 번의 득점 기회를 놓쳤고, 길었던 득점 침묵은 8회가 되어서야 깨어졌다.


 양 팀의 길었던 득점 침묵을 깨트린 팀은 SK였다.
8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나선 박재상이 정현욱을 상대로 좌익수 앞 안타를 만들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고, 박정권의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에 홈을 밟으면서 팀의 세 번째 득점을 올렸다.

 박정권의 적시타로 2대 1의 스코어가 3대 1로 벌어지게 되자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안지만을 투입시켰지만, 안지만은 선동렬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조동화에게 보내기 번트를 내주며 2루 주자 박정권을 3루까지 보낸 안지만은 원 아웃 주자 3루의 상황에서 최정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팀의 네 번째 실점을 하였다.


 1점 차의 점수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던 삼성에게 8회초 2실점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점수였다.

박경완 (사진출처:엑스포츠뉴스)

- 9회말, 박경완에게 당한 진갑용

 3점이라는 큰 점수 차로 SK에게 리드를 당하고 있던 삼성은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역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4대 1의 스코어로 리드를 당하며 3연패의 늪에 빠지려는 삼성에게도 마지막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8회부터 SK의 마무리로 나선 송은범이 9회초 원 아웃 상태에서 조영훈과 현재윤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제구력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조영훈과 현재윤의 연속 안타로 송은범을 흔들리게 한 삼성은 박진만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원 아웃 만루의 찬스를 만들었고, 이영욱의 타석에서 나온 상대 폭투에 1점을 추격했다.

 SK의 벤치는 송은범이 이영욱을 상대로 초구에 폭투를 던지자 마운드를 (작은) 이승호로 교체시켰고, 삼성은 이에 맞춰 진갑용을 대타로 투입시켰다.
그리고 SK의 바뀐 투수 이승호마저 진갑용을 상대로 1-3의 볼카운트에 몰릴 때만 하더라도 삼성의 역전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SK에겐 8개 구단을 통틀어 최고의 능력을 자랑하는 박경완이라는 포수가 있었다.
2점 차로 리드를 당하고 있고, 주자가 2, 3루에 있는 볼카운트는 1-3의 상황, 타석의 진갑용은 직구를 노리는 듯했고, 박경완은 이승호에게 변화구 스트라이크를 요구하며 2-3의 볼 카운트를 만들어냈다.
2-3의 볼카운트가 되는 순간의 볼 배합에 진갑용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1-3의 볼카운트에서 변화구를 던진다는 것은 1루가 비어 있는 것을 감안해 유인구 승부를 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경완은 이런 타자의 심리를 완벽하게 읽어냈다. 머릿속에 '유인구'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차기 시작한 진갑용을 상대로 한복판의 직구를 사용한 것이다.
 

 박경완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에 결국 진갑용은 스텐딩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진갑용의 스텐딩 삼진으로 역전에 대한 분위기가 사그라들은 삼성은 진갑용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조동찬마저 삼진을 당하면서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 >

 한국시리즈에 들어서며 삼성의 무기력한 경기가 계속되고 있다.
10월 18일에 펼쳐진 한국시리즈 3차전도 역시 무기력한 경기는 계속되었다.

채태인 (사진출처:스포츠서울)

- 해결사가 없는 타선

 삼성 타선의 부진이 심각하다.
중심타선에서 역할을 해줘야 할 박석민, 채태인, 최형우는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좋은 컨디션을 보였던 박한이는 3차전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듯 상대에게 집중견제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중심타자들의 부진과 박한이의 집중견제가 심하다 보니 하위타선과 테이블 세터진에 포진 된 발 빠른 타자들이 만들어낸 득점 기회를 좀처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권 혁 (사진출처:Osen)

- 무너진 최강 불펜의 위엄

 삼성의 타선 부진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정규시즌 가장 많은 잔루를 남겼던 팀으로 공격력에 있어서는 그렇게 큰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펜의 부진은 사정이 다르다.
53경기 연속 5회 리드시 승리 기록을 세웠던 삼성의 막강 불펜은 팀 전력에 있어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었고, 불펜이 무너진 삼성은 상대에게 큰 위협을 줄 수 없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특히, 삼성의 좌완 불펜으로서 불펜 최고 핵심인 권혁의 부진은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권혁의 부진은 삼성 불펜 전체에 과부하를 불러왔고,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마저 체력적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상태이다. 여기에 부활을 기대하고 있는 권오준, 오승환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상수 (사진출처:스포츠조선)

- 부담감에서 오는 소극적인 대처

 삼성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문제는 '더 이상 지면 안된다.'는 마음가짐에서 오는 소극적인 자세이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삼성이 기록했던 점수 중 적시타로 만들어진 득점은 '0'이었다.
삼성의 첫 득점은 원 아웃 주자 2, 3루에서 희생플라이로 만든 점수였고, 두 번째 득점은 원 아웃 만루 상황에서 상대 폭투에 홈을 파고든 득점이었다.

 삼성 타자들의 소극적인 자세는 전직 야구선수가 쓴 칼럼에서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삼성의 1회말 공격에서 타석에 들어섰던 선수는 7명이었지만, 7명의 타자가 상대 투수의 공에 스윙한 횟수는 단 세 번에 불과했다.

그리고 2회말의 무사 주자 1루의 상황에서 나온 김상수의 병살타도 역시 지나치게 팀 베팅만을 생각하다 몸쪽 공을 밀어쳤기에 나왔던 병살타였다.



 < 마무리하면서.. >

 삼성은 오늘 오후 펼쳐질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팀의 최고 장점인 불펜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면 평소 보였던 스타일로도 승리를 챙길 수 있지만, 팀의 최고 장점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결코 승리를 넘볼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삼성의 타자들이 좀 더 적극적인 공격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기존에 고수하던 공격 스타일을 계속 고수하기만 한다면 노련한 포수 박경완에게는 그저 먹기 좋은 먹잇감에 불과할 것이다.


 롯데를 응원하는 중립적인 팬 입장에서 한국시리즈의 재미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도록 삼성이 좀 더 분발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