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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싱겁게 끝나버린 이대호와 류현진의 두 번재 MVP 경쟁




 이대호가 롯데의 정규시즌 세 번째 MVP가 되었다.
금일 오후 2시,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는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최우수 신인선수 선정 및 부분별 시상식이 진행되었고, 59표를 받은 이대호가 30표와 3표를 받은 류현진과 김광현을 따돌리며 그 누구보다도 당당한 MVP가 된 것이다.



< 싱겁게 끝나버린 이대호와 류현진의 두 번째 MVP 경쟁 >

 전대미문의 기록인 타격 7관왕을 달성했고, 9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세계기록을 세운 이대호지만, 시즌 마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까지도 그의 MVP 수상을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류현진이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MVP를 차지한 이대호 (사진출처:스포츠조선)

- 05시즌 이대호를 누르고 MVP를 차지했던 류현진

 이대호는 MVP가 확정된 뒤 인터뷰에서 "상 4개 받고 쓸쓸하게 퇴장한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4년 전의 아쉬움과 서운함을 장난스럽게 표현했다.

 타율, 타점, 홈런, 장타율 부분에서 1위에 오르며 1984년 이만수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타자 부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등 4관왕을 기록했지만, 신인으로서 투수 부분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한 류현진에 밀려 MVP를 기록하지 못하는 섭섭함을 느껴야만 했던 이대호였다.

 특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두 선수의 평가 속에서 류현진이 MVP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한가지가 소속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 여부 때문이라는 당시의 분위기는 그를 더욱 아쉬움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방어율과 탈삼진왕을 차지한 류현진 (사진출처:Osen)

- 4년 만에 다시 붙은 경쟁, 류현진의 부상

 이대호에게 패배의 아픔을 줬던 두 선수의 MVP 경쟁은 정확히 4년 만에 다시 불이 붙었다.

 시즌이 시작됨과 함께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 이대호는 06시즌의 성적을 뛰어넘는 타격 7관왕의 페이스를 유지함과 동시에 9경기 연속홈런을 기록하며 세계기록까지 세우는 등 평년 같았으면 감히 그 누구도 MVP 후보라는 표현을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활약을 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류현진이라는 상대는 이대호의 전대미문 활약에 또다시 도전장을 내밀며 정규시즌 MVP 선정에 경쟁상대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정규시즌 마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까지 투수 트리플 크라운 조건을 유지함과 동시에 한국 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운 것을 비롯하여 개막전부터 시작된 한 시즌 연속 경기 퀄리티 스타트 기록을 23경기까지 이어가며 이대호의 MVP 경쟁자로서 확실한 활약을 펼쳤다.

이대호의 06시즌 성적과 10시즌 성적 (자료:스탯티즈)

류현진의 06시즌과 10시즌 성적 (자료:스탯티즈)

 하지만,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이대호와 류현진의 MVP 경쟁은 예상외의 변수를 만나면서 싱겁게 끝이 나고 말았다.
'소년가장'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다른 투수들에 비해 많은 압박과 부담 속에서 긴 이닝 투구를 할 수밖에 없었던 류현진이 정규시즌 마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9월 10일을 기점으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었고, 그러는 사이 다승왕 싸움을 하던 김광현에서 다승 1위 자리를 쉽게 내준 것이다.

 류현진의 다승왕 실패는 이대호의 손쉬운 MVP 선정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한동안 토론 대상이 되었던 이대호와 류현진의 MVP 싸움은 어디까지나 류현진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였을 때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나 06시즌과는 정반대로 롯데가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하고 한화가 가을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MVP 경쟁자지만 가장 친한 선, 후배 사이인 이대호와 류현진 (사진출처:조이뉴스24)

-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득표수

 류현진이 팔꿈치 부상을 입게 되면서 이대호의 유일한 MVP 경쟁상대는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류현진이 부상으로 주춤하는 사이 김광현이 또 다른 경쟁자로 나타나긴 했지만 이것은 오히려 류현진과 김광현이 서로 표를 나눠 먹는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이대호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봤던 시즌 최우수 선수 시상식에서는 이대호가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며 4년 전의 설움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팬심을 담은 입장에서 조금은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도 있었다.
류현진이 분명 대단한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연속 경기 홈런 세계신기록을 비롯하여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이대호의 압승을 기대했던 롯데팬 입장에서는 이대호의 표가 전체 92표 중 59개밖에(?) 되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다.



< 마무리하면서... >

 이대호의 MVP 수상에 앞서 치러진 신인왕 시상에는 이재곤이 이름을 올렸지만, 양의지의 압도적인 득표(79표)를 이기지 못하고 5표를 받아내며 고원준과 함께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는 것에 만족했지만, 그의 실력을 믿는 롯데팬들은 이 결과에 실망감을 표현하지 않았다. 
비록 평생 한 번 노릴 수 있는 신인왕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그는 더 큰 발전을 할 것이고 그 발전이 이번에 놓친 신인왕 타이틀에 대한 보상을 톡톡히 받아낼 것임을 팬들은 믿는다.


 이대호는 MVP를 수상한 뒤 "내년에는 이 상이 아닌 우승을 하고 싶다"라는 소감을 밝히며 롯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닌 진심이 담김 표현으로 롯데팬의 가슴에 다가왔다.
양승호 감독 선임 문제로 여전히 롯데팬들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대호를 비롯한 선수들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다음 시즌에도 역시 팬들이 원하는 야구를 하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