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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 이재곤 VS 김선우, 준 플레이오프의 기선제압을 위한 킬러들의 대결




 9월 10일, 나는 두 가지의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돛새치는 명마라는 사람이 며칠 동안 큰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태풍 '말로'가 한반도를 스치듯 지나간 이후,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고, 나는 진정한 가을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의 착각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9월 10일 부산지방의 평균기온은 27도를 웃돌았으며,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계속되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국토는 절대 작지 않다는 것이다.
부산지방에서는 무더위가 다시 시작되고 있는 동안, 서울 경기지방에서는 호우경보가 내려져 있었고, 그에 따라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같은 시간에 전혀 반대 날씨를 보이는 두 지역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며, 감히 누가 대한민국의 국토가 작다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 준플레이오프의 전초전이 될 롯데와 두산의 맞대결 >

 금요일 저녁, 중부지방에 내린 비는 롯데와 넥센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취소시키고 말았다.
종일 롯데 경기를 기다리고 있던 팬들은 게임의 우천취소 소식에 실망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다음 경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롯데의 다음 일정을 확인한 결과 두산과의 원정 2연전이 기다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두 팀은 시즌 총 19번의 맞대결 중 17번의 맞대결을 펼친 상태였기에 이번 주말 2연전이 양 팀의 올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이 될 것이었다. 여기에 두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2연전은 '준 플레이오프 게임을 치를 두 팀이 서로의 전력을 파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 압도적인 상대전적, 두 마리 토끼를 사냥할 롯데 >

 롯데는 이대호와 홍성흔이라는 중심타자들이 빠진 상황에서 이번 두산과의 2연전을 펼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팬들은 롯데가 이번 주말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내길 바라고 있다.

롯데와 두산의 최근 6경기 결과 (자료:betman)

- 첫 번째 토끼, 롯데의 4강 진출 확정

 대부분의 언론과 팬들이 롯데의 4강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정작 팀의 수장인 로이스터 감독은 아직도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으며, 팀의 4강 확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멘트를 반복하고 있다.
팀의 수장으로서 그의 태도는 너무나 당연하다.

 그럼 롯데의 4강 진출 확정은 언제쯤 가능할까?
롯데가 앞으로 좋지 않은 성적을 보이게 된다면 당연히 그 기간은 길어지겠지만, 반대로 롯데가 좋은 성적을 보인다면, 이번 주 일요일의 경기가 끝나는 순간 4강을 확정 지을 수도 있다.

 롯데의 지금 현재 매직넘버가 '3'이기 때문에 롯데가 다른 팀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4강 진출을 확정 지으려면 앞으로 3승을 기록해야 하지만, 롯데에게 운이 따라 KIA와 LG가 각각 1패씩을 기록한다면 이번 주말 2연승만으로도 4강행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빨리 4강을 확정 짓고 남은 경기들을 통해 다양한 전술을 시험하고 싶어 할 수밖에 없기에 이번 주말 일정만을 통해 4강행을 결정짓고 싶어하는 눈치이다.

롯데와 두산의 2010시즌 맞대결 성적 (자료:betman)

- 두 번째 토끼, 준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절대적 우위 점령
 
 '8888577', 최근에는 조금 잊혀지고 있는 암호와도 같은 숫자지만, 롯데팬들에게는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단어이다. 그 이유는 롯데의 2000년대 초반 암흑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의 순위를 나열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시즌인 2008시즌부터 연속 3시즌 준 플레이오프 진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롯데의 성적은 로이스터 감독, 그리고 그 외의 감독들로 크게 구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단기전에 약한 감독'이라는 좋지 못한 꼬리표를 아직 달고 있다.
그는 만년 꼴찌를 헤매던 롯데를 준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업적을 남겼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준 플레이오프에서는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2년 연속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은?
지난 2년간의 결과가 이렇다 보니 롯데의 4강 진출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도 '롯데가 과연 준 플레이오프에서는 잘할까?'라는 물음표가 끊임없이 붙고 있는 상태지만, 롯데의 팬들은 올 시즌만큼은 분명히 앞선 두 시즌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로이스터 감독의 경기운영방식이 필요시에는 번트작전을 구사하는 등 예전과는 달리 무조건적인 강공 보다는 상황에 따른 경기운영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롯데가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11승 6패를 기록하며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에 팀 선수들이 '언제든지 승리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롯데에겐 큰 장점이다. 여기에 남은 2연전까지 롯데가 승리하게 된다면, 롯데 선수들의 자신감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반대로 두산 선수들의 자신감은 떨어트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김수완 VS 김선우, 킬러들의 대결 >

 9월 11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지는 롯데와 두산의 대결에서 게임의 승, 패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부분은 양 팀 선발투수들의 투구내용과 그에 대한 상대 팀 타자들이 어떤 대처를 하느냐가 될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서는 선수가 모두 상대 팀의 천적으로 통하는 이재곤과 김선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대에게 천적과 같은 활약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짧은 단기전에서 최소 한 번에서 최대 두 번 이상의 대결을 펼쳐야 하는데,
포스트 시즌을 앞둔 마지막 대결에서 서로에 대한 공략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기것은 곧 준 플레이오프의 성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이재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두산 킬러, 이재곤

 올 시즌, 롯데가 두산을 상대로 아주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에 롯데의 투수 중 두산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선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단순 방어율 계산만을 하였을 때는 이재곤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남긴 선발 투수들이 두 명이나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재곤을 두산의 진정한 킬러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가 다른 두 투수들에 비해 많은 경기를 뛰었거나 이닝이터로서의 활약이 더욱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난 8월 4일 경기에서 9이닝 4피안타 1자책점의 완투승을 기록한 것도 역시 판단 기준의 큰 몫을 차지했다.

 이재곤은 두산과의 궁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는 선수이다.
전체적으로 제구력이 안정되어 있고, 위기의 순간 배짱있는 투구를 보이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재곤에게 가장 큰 약점이라면 바로 킥 모션이 될 것인데, 언더 투수에 킥  모션도 역시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큰 선수기 때문에 주자를 내보냈을 시 도루 허용률이 지나치게 높고 이런 것이 실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루허용에 약점을 지니고 있는 이재곤에게 두산이라는 팀은 나름 상대하기가 쉬운 팀 일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육상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두산이었지만, 올 시즌은 롯데와 KIA에 비해 2개 안팎의 차이를 보이며 팀 도루 6위를 달리고 있기에 이종욱과 한, 두 명의 주자만을 조심하게 되면 다른 4강 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승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곤을 비롯한 롯데 투수들의 두산전 성적 (자료:스탯티즈)

 사실, 이재곤이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에서 팀의 1선발로 경기에 나설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인다. 포스트 시즌이라는 무대는 투수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여전히 두산을 상대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투수라는 것이다.
여전히 상대 팀의 분석이 부족했기에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는 이재곤이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계속되는 두산의 킬러로 남아주 길 기대해본다.

김선우 (사진출처:KBO홈피)

- 롯데 킬러, 김선우

 롯데에서 두산의 킬러로 내세운 선수가 이재곤이라면, 두산에서 롯데의 킬러로 나서는 선수는 김선우이다.

 롯데의 이재곤과 달리(사도스키, 김수완과 경합) 두산의 김선우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롯데의 킬러였다. 
김선우는 팀이 롯데를 상대로 6승 11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패배를 기록하지 않으며 2경기에 등판하여 2승을 올리는 뛰어난 투구를 보였고, 방어율도 역시 2.08을 기록하며 팀의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히메네즈(4.91)에 비해 월등히 좋은 성적을 남기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구종의 공을 던지며, 변화구를 비롯한 모든 구종에 제구력이 안정되어 있는 김선우는 롯데를 상대로 총 13이닝 동안 15피안타을 맞으며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같은 이닝 동안 사사구가 단 한 개도 없었으며, 위기 상황에서의 노련한 투구가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롯데의 타자들을 상대로 잘 먹혀드는 모습이었다.

김선우를 비롯한 두산 투수들의 롯데전 성적 (자료:스탯티즈)

 김선우의 경우 롯데의 이재곤과는 달리 준 플레이오프 두산의 1선발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두산의 선발진 중 롯데를 상대로 가장 좋은 투구내용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이며, 동시에 팀 내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이기도 한 그가 준 플레이오프 1차선의 선발투수로 나오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 마무리하면서 ... >

 롯데가 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김선우의 투구를 경험하게 되는 것은 큰 행운이다.
투수와 타자의 대결이라는 것이 맞대결의 경험이 적을수록 투수가 유리할 수밖에 없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타자는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흔과 이대호 두 명의 중심타자가 없는 상태에서 김선우를 상대하기 때문에 대량 득점에 성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롯데의 나머지 타자들이 준 플레이오프를 대비하여 김선우의 공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것에 대하여서는 큰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두산을 상대로 뛰어난 피칭을 보였던 이재곤이 오늘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는 것은 두산의 입장에서 큰 기회로 생각할 것이다.
롯데의 타자들이 김선우에 대한 공략법을 익히는 사이 이재곤이 두산의 타자들에게 철벽같은 방어를 보이길 롯데의 팬심을 담아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