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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롯데,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넥센, 무기력 했던 롯데




 9월 7일의 오후, 부산의 사직구장에서는 롯데와 넥센의 시즌 18차전이 펼쳐졌다.
같은 날 이른 오후 시간까지만 하더라도 태풍 '말로'의 영향으로 인해 세찬 바람이 불고 있었기에 경기의 진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게임의 시작시간이 다가올수록 그 바람의 강도는 줄어들었고, 경기가 시작 될 때에는 오히려 야구를 관전하기에는 최고의 날씨가 되어 있었다.



< 9월 7일 경기 리뷰 >

 9월 7일 롯데와 넥센의 경기는 약간의 낯설음이 느껴지는 게임이었다.
지난 7월 15일 목동에서 펼쳐졌던 양 팀의 시즌 17차전 이후 40여일 만에 펼쳐지는 두 팀의 맞대결에 나를 비롯하여 많은 팬들이 낯설음을 느끼는 듯 보였다.

사도스키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사도스키의 불안한 출발

 1회초, 주심의 '플레이' 외침과 함께 롯데와 넥센의 시즌 18차전이 시작되었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롯데의 선발투수 사도스키는 어수선한 경기장의 분위기 속에 불안한 투구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사도스키는 1회초 첫 타자와의 상대부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사도스키는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넥센의 장기영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하였고, 가르시아의 실책까지 겹치며 주자를 2루까지 출루시킨 것이었다.

 선두타자를 2루까지 출루시킨 것은 곧 실점으로 연결 되었다.
김민우의 유격수 땅볼에 주자를 3루까지 출루시킨 사도스키는 유한준을 상대로 던진 초구에 1타점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맞아 첫 실점을 하였다.

 불안한 투구를 보이던 사도스키는 첫 실점 이후에도 투구의 안정을 찾지 못했다.
유한준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강병식과 송지만에게 각각 볼넷과 우익수 오른쪽 안타를 허용하며 원 아웃 만루의 위기에 몰렸고, 이숭용의 1루 땅볼 타구에 두 번째 실점을 내줬다.


 사도스키의 1회초 투구는 구위의 힘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변화구가 높게 컨트롤 되는 등의 제구력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숭용의 1루 땅볼 타구가 안타성의 타구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박종윤의 호수비가 없었다면 대량실점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경기전 9연속 경기 홈런을 축하하는 황금배트를 받은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홈피)

- 1회말, 이대호의 기분 좋은 타점

 사도스키의 불안한 투구로 인해 선취점을 내주며 2대0의 스코어로 리드를 당하고 있던 롯데는 1회말 공격에서 추격하는 점수를 뽑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1회말 롯데공격에서 득점의 기회를 만든 선수는 손아섭이었다.
손아섭은 김주찬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원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2-2의 볼카운트에서 좌익수 뒤 2루타를 기록하며 출루에 성공했다.

 2루타를 치며 득점권 출루에 성공한 손아섭을 홈으로 불러들인 선수는 이대호였다.
조성환이 잘 맞은 타구를 치고도 아웃이 된 투 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0-1의 볼카운트에서 한복판의 변화구를 받아쳐 3루수 옆을 빠지는 안타를 만들어내며 팀의 첫 타점을 올렸다.


 1회말까지의 경기 진행을 보고난 뒤 느낀 생각은 "오늘은 타격전이 되겠군"이었다.
양 팀의 선발투수가 모두 제구력에 있어서 문제를 보인 반면, 두 팀의 타자들은 상대투수의 공략에 있어서 좋은 타이밍의 스윙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대호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4회말, 보름 만에 터진 이대호의 42호 홈런

 1회말이 끝난 뒤, 게임에 대한 나의 예상을 빗나가고 있었다. 넥센의 고원준은 좀 더 날카로운 변화구와 함께 낮은 쪽에 제구 되는 빠른공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사도스키의 경우 여전히 제구가 좋지 않았지만, 위기에 순간에는 강한 집중력을 보이며 상대를 범타로 요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 팀의 투수들이 투구에 안정을 찾기 시작한 이후 첫 득점이 나온 것은 롯데의 4회말 공격에서였다.
롯데의 4회말 공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선두타자로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섰고, 이대호은 1-3의 볼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제구 되는 직구를 받아쳐 외야 전광판 바로 오른쪽에 떨어지는 솔로 홈런을 만들어내며, 동점을 이끌어냈다.


 이대호가 4회말 공격에서 기록한 시즌 42호 홈런은 41호 홈런을 기록한 이후 약 16여일 만에 나온 홈런이었다.
그의 42호 홈런은 홍성흔의 부상 등으로 인한 집중견제 속에서 만들어낸 홈런이었기에 그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 될 수 있었다.

지난 7월 마산 경기에서 넥센을 상대로 도루를 성공하는 모습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5회말, 김주찬의 발로 만들어낸 득점

 4회말 공격에서 이대호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롯데는 5회말 공격에서 연속이닝 득점에 성공하며 역전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의 5회말 득점은 김주찬의 발로 만들어낸 점수나 다름이 없었다.
원 아웃 주자 1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던 김주찬은 고원준을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치며 병살타의 위기에 몰렸지만, 넥센의 2루수 김민성이 병살타로 연결하는 피봇플레이 도중 공을 글러브에서 빼내지 못하는 행운이 따랐고, 운 좋게 출루에 성공한 김주찬은 손아섭의 타석에서 2루 베이스를 훔침과 동시에 상대 포수의 송구실책을 틈타 순식간에 3루까지 출루하였다.

 빠른 발을 이용하여 단번에 3루까지 출루한 김주찬을 홈으로 불러들인 선수는 손아섭이었다.
투 아웃 주자 3루의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은 0-2의 볼카운트에서 바깥쪽 낮은 직구를 받아쳤고, 이 타구가 중견수 바로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면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4회말, 김주찬이 2루 도루를 시도하는 장면을 되돌려보면, 상대가 피치아웃 작전을 펼쳤음에도 도루에 성공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그의 발이 얼마나 빠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강영식 (사진출처:롯데자이언츠홈피)

- 홈런포 두 방으로 동점과 역전을 허용한 롯데

 5회말 공격에서 역전에 성공하였던 롯데는 6회와 8회초 수비에서 각각 솔로 홈런 1개씩을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다.


 6회초 수비에서 사도스키를 상대로 홈런을 뽑아낸 넥센의 선수는 송지만이었다.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송지만은 0-1의 볼카운트에서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사도스키의 직구를 받아쳤고, 전광판 앞에 떨어지는 홈런을 기록하며 양 팀의 스코어를 3대3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를 원점으로 돌린 선수가 송지만이었다면, 동점 상황의 균형을 깨트리며 롯데에게 치명타를 안긴 선수는 강병식 선수였다.
롯데는 8회초 수비가 시작됨과 동시에 마운드를 사도스키에서 강영식으로 교체시켰고, 사도시키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강영식은 8회초 선두타자인 강병식을 상대로 던진 초구가 높게 제구 되면서 우익수 뒤 역전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롯데가 6회와 8회초 수비에서 허용한 두 개의 홈런은 투수들의 자세에 있어서 조금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두 개의 홈런 모두 각 이닝 선두타자에게 허용한 홈런이었는데, 경기의 장면을 보면 이닝 첫 타자들을 상대로 '너무 긴장감 없이 공을 던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넥센의 엠블럼 (자료:넥센히어로즈홈피)

- 조금은 무기력해보였던 롯데의 패배

 8회초 수비에서 강병식에게 홈런을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던 롯데는 8, 9회말 공격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패배를 하고 말았다.


 롯데가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무기력'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듯 보였다.
이대호가 시즌 42호 홈런을 비롯하여 3안타를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선수들의 활약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기 때문인지 선수들의 집중력은 높아 보이지 않았고, 특히 가르시아의 경우 수비 실책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운되어 있는 느낌까지 들었다.



<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던 넥센의 승리 >

 롯데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팬들의 불만을 이끌어낸 반면, 넥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어느 정도 정해지게 되면, 각 팀들은 조금 느슨한 플레이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넥센의 경우처럼 팀이 최 하위권에 머물러 있게 되면 신인선수를 시험한다는 명목아래 조금은 질이 낮은 경기력을 보이며, 게임의 승패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의 경기를 펼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9월 7일의 넥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경기 중간 중간 득점의 기회가 만들어질 때면 희생번트 작전을 지시하여 1점 1점 점수를 만들어 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작전 이후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이 적시타를 만들어내지 못해 그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김시진 감독의 팀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이런 의지는 투수교체에 대한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롯데의 6회말 공격에서 이대호가 고원준을 상대로 선두타자 안타를 치며 출루에 성공하자 아직 한계 투구수가 많이 남은 고원준을 빠른 타이밍에 교체하며 가르시아를 상대로 오재영을 투입시켜 완벽한 원 포인트 결과를 얻어내는 장면이나, 8회말 원 아웃 주자 1루 이대호의 타석에서 조금은 빠를 수도 있는 타이밍에서 마무리투수 손승락을 투입시키며 게임을 매조지하는 모습이 그랬다.


 롯데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9월 7일 경기에 대한 결과 중 넥센 선수들의 활약이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도 팀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 그리고 그 선수들을 이끌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 운영을 하는 감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 마무리하면서... >

 최근 각 야구 커뮤니티를 돌아보게 되면 아시안 게임 대표선수 엔트리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초 무난한 엔트리 발표라는 평가가 있었고 지금도 역시 최고의 전력을 맞춘 엔트리라는 것에는 큰 이의가 없는 상태지만, 이미 병역혜택을 받은 선수들 중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선수들에 대한 대표팀 차출과 활용 방안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른 팀의 팬 입장이라서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부분은 류현진과 봉중근의 차출과 몸 상태에 대한 문제이다.
한화와 LG의 팬들 입장에서는 최근 몸에 이상이 나타난 류현진과 지난 시즌 이후 구속이 5Km 이상 떨어진 봉중근을 걱정하는 순수한 팬의 마음에서 이 두 선수의 무리한 차출과 활용에 대한 경계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지만, 여타 다른 팀의 팬들 중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팬들은 '이미 병역혜택을 받았다고 빼는 것이냐? 그들의 병역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다면 그럴 수 있겠느냐?', '만약 LG와 한화에 다른 병역 미필 선수가 포함 되었다면 그럴 수 있겠느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이다.

 사실 이런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LG와 한화의 경우 팀의 투수력이 다른 팀들에 비해 안정되어 있지 않고, 그 중 봉중근과 류현진의 비중이 아주 높은 상태기 때문에 그 선수들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그리고 표면적으로 드러난 신체적인 문제도 있는 상태라면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두 팀 팬들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다른 팬들의 의견도 역시 무조건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 각 팀의 선수들 가운데는 SK의 박경완 처럼 시즌 내내 부상을 달고 있었던 선수들도 몇몇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LG와 한화팬들의 반응을 더욱 이해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봉중근과 류현진을 LG와 한화라는 팀의 소속선수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바라보게 된다면, 두 팀의 팬들이 주장하고자하는 부분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비판은 할 수 없을 것이다.